< -- 43 회: 엘프의 숲으로 -- >
엘프의숲 초입지역에는 몬스터가 단 한마리도 없었다.
몬스터를 잡으려면 20분정도 걸어가야 나온다.
그 때문에 마땅히 할게 없었던 헨리는 할란드 마을에서 사온 수리공구를 이용하여 방어구를 손질했다. 4시간동안 이동하면서 몬스터들에게 뜯기고 그을린 탓에 내구도가 절반가까이 닳아 있었다.
뿐만 아니라 헨리는 채취스킬을 이용해 엘프의숲 초입지역에 있는 각종 풀들과 열매들을 따서 요리판을 벌였다.
전적으로 ㅤㅂㅞㄺ구놈 때문이었다.
[배고프다 주인. 뭐라도 좀 먹여달라!]
드래곤이라 그런지 식성이 보통이 아니었다.
환수의 먹이[대]를 전부 먹어치운지 오래였다.
현재 ㅤㅂㅞㄺ구의 포만도는 고작해야 20퍼센트에 불과했다.
ㅤㅂㅞㄺ구가 있어야지만 퀘스트가 진행되기 때문에 헨리는 어쩔수 없이 엘프초입지역에서 채취한 열매와 풀을 섞어다가 요리스킬을 시현했다.
다행히 할란드 마을에서 요리스킬을 미리 배워놨기에 망정이지, 잘못했으면 다시 엠플란트로 이동해야 하는 불상사가 벌어질수도 있었다.
'아무거나 대충 섞어보자. 어떻게든 되겠지'
재료 자체가 워낙 생소하다보니 어떤 음식이던 새로운게 탄생했다.
할란드 마을이나 엠틀란트 성이었다면 레시피를 구매한뒤 거기에 맞춰서 요리를 하면 무척이나 편하다. 재료 또한 상점에 팔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처음부터 요리를 만들고자 할 생각이 없었던터라 애시당초 가지고 있는 재료들이 있을 턱이 없었다.
현지에서 직접 재료를 구해야만했다.
그나마 다행인건 초입지역에 과일나무와 풀때기들이 널리고 널려 있었다는 점이었다. 헨리는 채취한 재료들을 가지런히 정렬시켜 놓은뒤 제법 빛깔이 고운 과일과 풀들을 냄비통에 마구잡이로 섞어넣었다.
어떤게 좋은열매인지 몰라서 육안으로 보기에 예쁜것들만 넣은 것이다.
(보기좋은 음식이 맛도 좋은법이니까!)
띵!
[초급 요리를 만드는데 성공하셨습니다!]
[초급요리 스킬<패시브>: 숙련도가 0.05 퍼센트 올랐습니다.]
[풀과 과일로 만든 고급 과일 샐러드가 완성되었습니다!
엘프의 숲에서 딴 싱싱한 과일과 싱싱한 풀로 만든
고급 과일 샐러드입니다.
복용시 포만감의 50퍼센트를 상승시켜 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거래불가. 교환 불가.
<육싱석 몬스터에게 먹일시 포만효과가 미비하게 나타납니다>
[지,지금 날더러 이걸 먹으라는 건가 주인?]
"왜? 이거 못먹어?"
[주인 나는 드래곤이다! 인간 상태라면 모를까 본연의 모습일때는 오로지 육식을 하면서 자란다!]
"그럼 폴리모프를 하지 않는 이상 이걸 못먹는다는 거네?"
[사자가 풀을 먹기 어렵듯 나또한 마찬가지다. 물론 못먹는건 아니지만, 먹기가 좀 까다롭다. 포만감도 많이 채워질지 걱정이다.]
"너 배고파? 안고파?"
[소,솔직히 말하면 무척 고프다.]
"그럼 닥치고 먹어 새꺄! 너 때문에 엠틀란트 성까지 다시 갈순 없잖아!"
엠틀란트까지 4시간거리다. 귀환을 사용하면 금세 가지만, 다시 이곳으로 오는게 문제였다. 그래서 헨리는 자신이 만든 고급 과일 샐러드를 억지로 ㅤㅂㅞㄺ구에게 먹였다. ㅤㅂㅞㄺ구 또한 별다른 수가 없었는지 얌전히 샐러드를 한입한입 배어 물었다.
다행히 입맛에 맞았는지 ㅤㅂㅞㄺ구의 표정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엘프숲에서 난 과일과 풀을 먹어서인지 생각보다 먹을만 하다 주인.]
"그래?"
헨리는 자신이 만든 과일 샐러드를 먹어보았다.
ㅤㅂㅞㄺ구의 말대로 맛이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시장에 내다팔면 제법 짭짤한 수익을 올릴수 있을것 같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엘프의숲에서 난 재료들은 거래가 불가능한 과일뿐이었다.
그래서인지 음식을 만들어도 거래불가 판정이 내려진다.
헨리가 아쉽다는듯 입맛을 다셨다
"아깝군. 그나저나 이 아가씨들은 왜 안오는거야?"
벌써 30분이 흘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프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마음같아선 나무에 걸터 앉아 있는 센티널 엘프에게 다가가 언제쯤 오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애시당초 말이 통하질 않았다.
더욱이 다가간다면 공격을 감행해 올수도 있었다.
경거망동은 삼가해야만 했다.
"쳇. 계속 기다려야 하나?"
[스캔을 펼쳐봤는데, 300 이상 센티널은 아무도 없다. 죄다 150-200대의 센티널 뿐이다. 아무래도 그냥 기다리고 있는것이 나을듯 싶다.]
퀘스트 난이도가 표시되어 있지 않았을때 알아봤어야 했다.
이렇게 힘든 퀘스트였다면, 혼자 하지 않고 리나와 윤지에게 도움을 청했을 것이다.
(빨리좀 오지. 굼뜨기는)
이곳을 벗어나면 퀘스틀를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 했기에 자리를 뜰수도 없는 노릇!
헨리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그녀들을 기다렸다.
정확히 30분이 더 지날 무렵이었다.
고위급 엘프인 일렌시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주인 고위급 엘프가 왔다!]
ㅤㅂㅞㄺ구의 말대로였다.
헨리는 재빨리 고위급 엘프 일렌시아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아까와는 달리 헨리에게 허리를 꺽으면서 인사까지 건네왔다.
헨리는 당황했다. 한시간 전만 하더라도 자신을 죽이려고 화살까지 꺼내든 그녀들이 아니던가? 왜 이렇게 변한건지 알수가 없었다.
"ㅤㅂㅞㄺ구야. 이 아가씨들이 갑자기 왜이러지?"
[낸들 알겠나 주인?]
그사이 일렌시아가 성큼성큼 다가와 헨리의 팔목을 잡아챘다.
헨리의 얼굴이 급격하게 달아올랐다.
눈앞에 있는 쭉빵걸의 향기와 손끝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온기 때문이었다.
"수호성자님께서 당신을 만나보고 싶어 하십니다."
띵!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2계급에 속한 고위급 엘프 일렌시아가 당신을 엘프의 숲으로
인도하려고 합니다. 일렌시아를 따라 엘프의 숲으로 들어가서
수호성자 아룬을 만나보십시오.
"이,이곳이 엘프마을인가요?"
"그렇습니다. 이곳이 바로 리프레 숲 중심부에 위치한 마을이죠.
제가 수호성자님이 계신곳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나무와 풀을 엮어다 만든 집이었다. 일렌시아는 그곳으로 헨리와 ㅤㅂㅞㄺ구를 데리고 들어갔다. 거기에는 나이가 지긋한 남성엘프 하나가 의자에 앉아있었다. 남성엘프의 정체는 바로 엘프들의 수호성자 아룬이었다.
아룬은 눈앞에 있는 화이트드래곤에게 다가가 가볍게 목례를 취했다.
위대한 존재에게 건네는 일종의 예의였다.
아룬은 ㅤㅂㅞㄺ구에게 인사를 건네고 나서야 헨리에게 아는척을 해왔다.
"헨리님이시군요. 안녕하십니까?"
띵!
리프레 마을의 수호성자 아룬을 만났습니다!
아룬과 대화를 나눠보십시오!
"그대가 엘프들의 수호성자 아룬님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제가 바로 아룬이지요."
아룬이 헨리에게 자리를 권했다.
"일단 자리에좀 앉으시겠습니까?"
헨리가 의자에 앉자 본격적인 대화가 이루어졌다.
"헨리님께서 전해주신 스루나라는 엘프의 서찰을 잘 읽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스루나가 무슨 용무로 수호성자님에게 편지를 건넨거죠?
저는 편지내용이 뭔지 잘 몰라서…"
"편지에 적힌 내용은 별거 없습니다. 그저 인간들과의 화합을 도모하고 평화롭게 지내는것이 어떠하냐는것이 전부이지요."
"그랬군요. 그렇다면 거기에 대한 답변을 주실수 있겠습니까?"
"그에 대한 답변은 지금 바로 해드릴수가 없습니다. 더욱이 그대는 현재넘버원 플레이어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중대사는 인간들의 우두머리인베르니카 21세와 이야기를 나눠야 하지요. "
아룬은 그렇게 말한뒤 자신의 품에서 서찰 하나를 꺼내들더니 그걸 헨리에게 내밀었다. 넘버원 내에서 정보창이 떴다.
띵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엘프들의 수호성자 아룬에게 서찰을 받으셨습니다.
서찰을 스루나에게 건네주면 다시금 퀘스트가 갱신됩니다.
서찰을 반드시 스루나에게 건네주십시오.
"이것을 스루나에게 가져다 주시면 그녀가 알아서 처리할 것입니다.
그러니 이걸 반드시 전해주십시오."
그 대화를 끝으로 더이상 수호성자와의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헨리는 귀환스크롤을 찢은뒤 곧장 할란드 마을로 이동했다.
저멀리 스루나의 모습이 보였다.
"스루나님!!"
"오오 어떻게 되셨나요!?"
헨리를 알아본 스루나가 대뜸 물었다.
헨리는 그간의 전후사정을 전부 말해준뒤 아룬에게 받은 서찰을 내밀었다.
스루나는 재빨리 겉봉을 뜯어보았다.
-할란드 마을에 계시다는 소식은 화이트드래곤을 통해 전해들었습니다.
인간과 공존하면서 우리 엘프들을 걱정하고 있는 당신의 모습을 보니
감동 그 자체입니다.
-엘프들은 천년의 세월동안 전쟁을 치르느라 많이 지쳐있습니다.
플레이어 헨리님이 전해준 서신으로 스루나님의 고민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는바.
-이렇게 말로 전하기 보다는 시일을 맞춰 인간들의 우두머리인 베르니카
21세와 자리를 함께해 화합에 관련된 내용을 풀어나가는게 어떨까
하는것이 저의 짧은 소견입니다.
베르니카 21세가 스루나님의 아버지인만큼
스루나님께서 말씀을 잘해주시면 대면하는것은 어렵지 않을것입니다.
그러니 정확히 삼일후 오전 7시경에 리프레숲 초입지역으로 와주십시오.
그럼 그때를 고대하겠습니다.
"뭐라고 씌어있나요?"
"3일뒤에 만나자고 하네요."
"만나요? 누굴요?"
"저희 아버. 아니 베르니카 21세를 만나고 싶어하네요.
아무래도 그때 가봐야 화합을 할지 전쟁을 치를지 결판이 날거 같아요.
아참! 이럴게 아니지.
저는 이만 가볼게요. 급히 들릴곳이 생겨서 말이죠."
스루나가 황급히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퀘스트창이 다시금 나타났다.
띵!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스루나에게 아룬의 서신을 전해주었습니다.
80시간후 스루나를 찾아가십시오.
회담 내용에 따라 플레이어 <헨리>님이
받으실 보상품의 내역이 판이하게 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