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7 회: 엘프의 숲으로 -- >
"아이고 머리야.."
오티식을 끝내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잠을 청했지만, 자고 일어나니까 오히려 머리가 더 지끈지끈 거려왔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밤 12시..
너무 오랫동안 잠만 자서 현기증이 나는듯 싶다.
아침 점심 저녁 다 굶었더니 이미 배에선 천둥소리가 울려퍼지는중..
가볍게 라면하나를 끓여먹고 샤워를 마치니 벌써 새벽 1시..
마땅히 할것도 없었던 터라 오랜만에 넘버원이나 접속할겸캡슐장치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넘버원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초기 가동 중입니다. 홍채 인식과 더불어 지문 인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위이이잉!
맞은편에서 인식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문 인식란에 손을 얹은후 홍채인식까지 완료했다.
그러자 캡슐안에서 다시금 안내멘트가 흘러나왔다.
-기존에 플레이 하던 캐릭터가 두개 있습니다.
-헨리와, 레오중 하나를 선택하여 주십시오.
헨리를 선택했다. 그러자 우웅 하는 기계음과 함께 찬란한 빛무리들이 쏴아아 하며 쏘아졌다.
새벽 1시인데도 불구하고 마을에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이 있었다.
헨리는 먼저 상점에 들려 무기와 방어구들을 모조리 수리한후 곡물상점으로 가서 쌀과자 300개를 샀다.
ㅤㅂㅞㄺ구가 모습을 보인건 그때쯤이었다.
배낭속에서 고개를 살며시 내밀더니 주위를 둘러보는 ㅤㅂㅞㄺ구 녀석.
헨리를 보자마자 폴짝 폴짝 뛰면서 주인 보고싶었다!를 연발하는중..
"배고프다 주인 먹을것좀 달라!"
왠일로 귀여운짓을 하나했더니 배가고파서 그런 모양이다.
이새끼가 그럼 그렇지..
소환수 먹이 [대]를 사용해 ㅤㅂㅞㄺ구의 포만감을 채워주고, 사냥을 하기 위해 필드로 나섰다.
헨리를 맞이하는 몬스터는 대호였다.
레벨이 좀 높다 보니까 손쉽게 쏠플이 가능해졌다.
3시간동안 대호들을 거진 학살하다시피 하면서 레벨업에 열을 올렸다.
쌀과자 300개가 막 동이 날 무렵 반가운 메세지가 넘버원 내부에서 흘러나왔다.
[플레이어 헨리 님의 레벨이 33이 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레벨업으로 인해 스탯 3개가 생성되었습니다.]
[소환수 ㅤㅂㅞㄺ구의 레벨이 13이 되었습니다!]
레벨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헨리의 표정은 썩 밝지가 못했다.
그도그럴것이 레벨업을 하는데 자그마치 3시간이나 걸렸기 때문이었다.
레벨업을 하기전, 헨리의 레벨은 고작해야 32였을 뿐이다.
원래대로라면 30-40분에 1업을 해야 정상이다.
그런데 3시간동안 1업 밖에 하지 못한것이다.
그에 반해 소환수 ㅤㅂㅞㄺ구는 레벨 9에서 13까지 무려
4업이나 해버렸다
헨리는 이 점이 무척이나 의아했다.
(소환수를 키우면 레벨업이 늦어진다는 말을 듣긴 들었는데 이정도일 줄이야..)
생전 처음으로 소환수를 키워본 덕분에 아무것도 모르는 헨리였다.
이렇게 레벨업이 느려서야 언제 중견고수가 되고 돈을 번단 말인가?
한창 헨리가 경험치 문제로 끙끙 거리고 있을때였다.
[주인은 정말 착한 사람인거 같다.]
한동안 조용하던 ㅤㅂㅞㄺ구가 먼저 입을 열었다.
게다가 평소에 하지 않던 칭찬까지 겸하며 주인인 헨리를 띄워주었다.
헨리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니가 레벨업을 하더니 철이 든 모양이다? 왠일로 주인 칭찬을 다하냐?"
[주인은 나를 위해서 레벨업을 감수하는 은혜를 베풀었다.
흔히 플레이어들은 환수와의 경험치 대비를 9:1로 하기 마련인데.
1:9로 해주다니! 나 ㅤㅂㅞㄺ구. 엄청 감격했다! 정말 고맙다 주인!]
이건 또 무슨 개풀 뜯어먹는 소리지?
9대1 비율은 뭐고 1:9 비율은 또 뭐란 말인가?
궁금증을 참지 못한 헨리가 ㅤㅂㅞㄺ구에게 진상파악을 요구했다.
ㅤㅂㅞㄺ구는 아무것도 모르고 사실 그대로를 말해주었다
[환경설정 환수창에 보면 환수와 플레이어의 경험치 비율분포표가 나와 있다. 거기에서 설정하는 비율에 따라 경험치가 나눠서 들어오는 것이다 주인.
아무튼 주인은 정말 착한 주인인것 같다.]
띵!
[소환수 ㅤㅂㅞㄺ구와의 친밀도가 3 상승하였습니다.
[친밀도가 총 12가 되었습니다. ㅤㅂㅞㄺ구의 충성심도 12가 됩니다 12/100]
친밀도가 높아졌다는 기쁨도 잠시.
헨리는 ㅤㅂㅞㄺ구의 말대로 환수창을 한번 살펴보았다.
정말로 경험치 분포표가 나타나 있었다.
표를 보니 소환수와의 경험치 비율창이 있었는데 게이지가 1:9를 가리켰다.
생전 처음 환수를 키워보는 탓에 엄청난 실수를 저질러 버리고 만것이다.
(제기랄! 어쩐지 경험치가 잘 안오르더라니!!)오티에 가기전날. 묘지에서 리나에게 쩔을 받을때
[경험치가 생각보다 잘 안오르시나봐요?] 라는 말을 들었었다.
그때 당시에는 리나와 윤지의 레벨이 자신보다 높았고 ㅤㅂㅞㄺ구까지 있었던 터라 이게 당연하다 싶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환수와의 경험치 비율을 1:9로 한탓에 레벨업이 무척 늦어지고 만것이다.
그 결과 ㅤㅂㅞㄺ구의 레벨은 9가 되었고, 자신의 레벨은 고작 7업한 32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게 바로 4일전의 일이었다.
헨리의 눈매가 사납게 변했다.
마음같아선 ㅤㅂㅞㄺ구를 한대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었으나, 차마 그렇게 할순 없었다.
만약 녀석을 구박하게 되면 친밀도가 하락될 공산이 매우 컸기 때문이다.
더욱이 아직 어리고 레벨이 낮다보니 금방 삐지고 금방 화가 풀리는놈이다.
그런만큼 조심히 다뤄야만 했다.
하지만 그런 마음가짐도 잠시였다.
생각할수록 헨리는 열불이 났다.
이런 시스템을 왜 진작에 파악하지 못했는지 화가나 미칠지경이었다.
[아악! 주인 이러지마라! 제발 부탁이다 주인!]
헨리가 게이지비율을 9:1로 설정하자 ㅤㅂㅞㄺ구가 발악을 시도했다.
이미 눈에 보이는건 없었다. 무조건 자신의 레벨업이 더 중요했다.
ㅤㅂㅞㄺ구는 사정하고 또 사정하면서 주인의 마음을 돌려세우기 위해 안간힘을썼다. 하지만 끝끝내 헨리의 마음을 돌려놓을수 없었다.
띵!
[소환수 ㅤㅂㅞㄺ구와의 친밀도가 1 하락하였습니다.]
[친밀도가 총 11이 되었습니다. 충성심도 11이 됩니다. 11/100]
"야이 속좁은 자식아! 고작 그거 바꿨다고 또 삐지냐!?"
[주인은 아무것도 모른다! 멍청한 주인!]
"시끄러워! 막말로 1:9 비율을 쓰는 플레이어가 어디있냐? 9:1로 해주는걸감사하게 생각해 이자식아!"
[너무한다! 너무한다 주인!]
"닥치고 먹이나 먹어 임마! 너 한창 클때잖아!"
아직 어려서인지 놈의 식성은 그야말로 엄청났다.
그래서 10분마다 먹이를 한번씩 줘야만 했다.
"어라?"
배낭을 이리저리 뒤져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소환수의 먹이[대]가 보이질 않았다.
"뭐야 이거? 너 남아있던 먹이 20개 벌써 다 먹었냐?"
[배가 금방금방 고파져서 나도 모르게 먹어버렸다.]
"야임마 내가 줄때 먹이를 먹었어야지!"
[미안하다 주인. 내 인공지능이 워낙 뛰어난탓에 먹이가 없으면 저절로 먹게끔 설정이 되어있다. 그러니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주인.]
다른 환수들은 주인이 먹이를 줄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는 반면 ㅤㅂㅞㄺ구는 그런게 없었다. 지가 배고프면 먹이를 낼름낼름 꺼내 먹는것이다.
아무래도 드래곤이다보니 넘버원 측에서 인공지능을 높게 설정한듯 싶었다.
[주인이랑 이야기 했더니 배가고프다. 밥좀 주라 주인.]
"망할녀석! 하여튼 도움이 안된다니까!"
[원래 어리면 누구나가 그렇다. 주인도 어린 시절이 있었지 않았나?]
녀석의 말때문에 문득 소싯적때가 떠올랐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할매와 지냈던 지난날의 추억들.
그때를 떠올리니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날것 같아서 헨리는 재빨리 상념을 떨쳐버리곤 환수 먹이를 팔고 있는 스루나에게 다가갔다.
스루나는 헨리를 보자마자 해맑은 미소와 함께 꾸벅 인사를 건넸다.
오빠인 소프라노의 영혼을 구제해준 은인이었기 때문에 친밀도가 어느덧200이상 되어있었다. 그래서 그렇게 반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