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3 회: 오티를 가다 -- >
"흐으음.."
살며시 눈을 뜨고,
고갤 돌려 핸드폰 시계를 바라보니 아침 6시30분이다.
새벽 2시에 잠을 잤으니 거진 4시간 가량 잔셈..
드르렁 드르렁~~
코를 힘차게 고는 페이녀석..
여전히 꿈나라를 해메는듯한 모습..
윤지를 비롯한 여자아이들도 페이와 마찬가지..
첫날이니 만큼 무척 피곤한 탓에 세상 모르게 잠을 자는듯 싶다.
가평까지 이동하랴, 6시간 내내 서서 강의 들으랴..
장기자랑 하랴.. 생전 처음으로 밥을 해먹으랴..
게다가 날씨는 또 어찌나 추운지...
피곤하지 않으면 그게 이상할듯.
(기상시간이 8시라고 했지?)
분위기를 보아하니 아침식사를 거르고 잠만 잘 기세라서 손수 아침식사를 해주기로 한다.
이래뵈도 내가 최고 연장자이니..
뭐라도 해줘야 할것 같은 아빠 마음이다.
주방에 들러 이것저것 살펴보니, 계란을 비롯해 온갖 식재료들이 사방에 널려있다.
고민끝에 메뉴는 나초오믈렛으로 정했다.
간단하게 마늘 양파 고추등 채소를 살짝 볶고,
감자를 얇게 자른후
프라이팬 위에 달구다가
달걀을 그 위에 부치고
볶은 채소와 파프리카, 나초,
치즈등을 올리면 되는 요리다.
다행히 학과에서 요리 서바이벌을 하기 위해수많은 재료들을 가지고 온 상태라 재료가 모자라는 불상사가 생기진 않았다.
1시간뒤.
총 12개의 나초 오믈렛이 완성 되었고..
각 조에 들러 한개씩(5인분짜리)를 돌린후, 마지막 한개를 들고 1조 숙소로 들어갔다.
다행히 모조리 잠에서 깬 상태..
페이는 눈만 뻐끔히 뜨고 있었고..
여자아이 세명도 멍 때리며 전방만 주시하고 있는중..
배가 고팠는지 페이의 뱃속에선 꼬르륵 소리가 울려퍼지고 있다.
나이스 타이밍.
"공복일텐데 일단 이거라도 좀 먹을래?"
"오오? 그거 뭐에요 형?"
"나초 오믈렛이라는 요리인데 심심해서 만들어봤어. 먹을래?"
젓가락을 내밀자,
벌떼같이 달려드는 조원들.
여자아이들도 허기졌는지, 제법 그럴듯한 나초 오믈렛을 보고 부리나케 달려들고 있다.
"냠."
한입 배어물던 페이..
조금 놀란 표정을 짓더니..
"우와 엄청 맛있는데요?"
라고 말한다.
"와 진짜 맛있어..오빠 요리 잘하시네요?"
윤지또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배시시 웃는중.
하하하!
"그럼 나도 한번 먹어볼까!?"
공복인건 나나 쟤들이나 매한가지...
일단 먹으라고 만든 요리이니 나또한 배는 채워야 할듯 싶어재빠르게 젓가락을 놀리며 나초오믈렛을 입안으로 털어넣었다.
"와 형 진짜 잘먹었어요!"
"오빠 요리 엄청 잘하시는걸요?"
"형 덕분에 아침 잘 떼웠어요!"
강당에서 날 발견한 무리들이 나를 에워싸며 칭찬에 칭찬을 거듭하는중..
누가 보면 날 둘러싸고 삥 뜯는듯한 모습이다.
이거참..칭찬 들을려고 요리해준건 아닌데..
괜히 뻘쭘해 지는군.
"하하 아냐. 그냥 시간나서 해본거였어."
"아무튼 정말 잘 먹었어요 형!"
"잘먹었다니까 다행이구나"
곧 있으면 교수님들이 들어오기 때문에 아이들을 물린후조원들이 있는 창가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잠시후, 모습을 드러내는 빛나리 5인방.
우두머리 황찬영 교수가 단상위에 올랐다.
"다들 잠은 잘 잤습니까?"
"네에!!
우렁찬 대답소리에 황찬영 교수의 얼굴이 환해진다
"자 그럼 이후 일정에 대해 소개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후의 일정은 간단했다.
11시부터 1시까지 요리서바이벌이 펼쳐지고, 그 요리로 점심식사를 한후, 또다시 학과에 대한 특별 강의가 이어지는 것이다.
강의라는 말에 아이들의 얼굴에 실망감이 떠올랐다.
개중에는 강의를 왜하는거냐며 투덜대는 신입생들도 보였다.
"강의가 이어지고 나서 저녁 6시부터는 프리입니다.
그때부터는 술도 허락할테니 드십시오.
술과 안주는 모두 우리 교수들이 쏘는겁니다!"
"우와아아!!"
흔히들 오티에 가면 오티 회비를 내고, 그회비로 술을 사먹는게 다반사다.
하지만 우리과는 교수님들이 직접 술값을 대주었다.
방금전까지 불만을 토로하던 신입생들은 언제 그랬냐는듯황찬영 교수의 이름을 연호하며 그를 떠받들고 있었다.
"다만 많이 먹으면 안되니, 적당히 조절해서 먹기 바랍니다."
"네에!!"
"자 이상으로 일정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마치겠습니다.
각 조의 조장분들은 숙소로 돌아가서 요리 서바이벌 준비를 서둘러 주십시오"
그 말을 끝으로 강당에서의 소집이 끝이났다시계를 바라보니 10시 20분.
11시부터 행해지는 요리 서바이벌을 준비하기 위해서 조원들을 데리고 숙소로 걸음을 옮겼다.
"어떤 요리를 할까?"
아무런 대답이 없는 조원들..
다들 기피 하는걸 보니 요리하는걸 매우 꺼려하는 듯한 모습이다.
"사실 전 요리를 잘 못해요 오빠."
"형 저도 요리는 잼병이라서.."
페이와 윤지. 그리고 두 여자아이도 마찬가지였다.
"그럼 칼 다루는것도 못하겠네?"
"칼 자체를 무서워해서.."
공포에 질린듯 얼굴까지 창백해지는 페이.
칼을 엄청 무서워하는듯 싶다.
"장기자랑은 제가 해결했으니까 요리 서바이벌은 형이 해결하는게 어때요?"
"내가 혼자 하라고?"
"혼자 하라는건 아니고요. 형이 주축이 되고, 우리가 보조할게요제가 보기엔 이게 나을듯 싶은데."
"아침에 오빠가 요리한거 보니까 요리를 엄청 잘하시는것 같았어요.
페이 말대로 그렇게 해요."
"그게 나을것 같아요."
나를 제외하곤 모두가 그렇게 하자고 하는중..
아놔. 이럴줄 알았으면 아침에 요리 하지 말걸 그랬다.
탁!탁!탁!탁!
탁!탁!탁!탁!
탁!탁!탁!
빠른 손놀림으로 야채들을 다듬고 난뒤, 재빠르게 밀가루 반죽을 밀대로 펴고, 눌러붙지 않게끔 6-7cm 로 돌돌 말아서 일정한 두께로 썰어냈다.
그렇다.
내가 지금 하는 요리는 바로 칼국수다.
날이 무척 차기 때문에 뜨거운것을 생각하다가 1시간만에 만들수 있는 칼국수를 선택한 것이다.
반죽을 다 썰었고, 애호박을 비롯해 감자와 대파도 모두 손질이 끝난 상태.
이제 국수가 익을때까지 기다리다가, 국수가 익으면 간장과 소금, 그리고 참기름과 마늘, 대파를 넣고 우려내기만 하면 끝이었다.
(남은 시간은 5분인가?)
5인분 기준으로 1시간이면 칼국수를 만든다.
하지만 우리가 만들어야 할 분량은 총 10인분.
그 때문에 시간은 곱절로 늘어나 버렸다.
"후우 완성이다!"
정확히 1시가 되고,
완성된 칼국수를 예쁘게 담아 교수님들에게 제출했다.
교수님들이 조금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요리를 좀 해봤나 지강혁 학생?"
칼국수는 결코 초보자용 요리가 아니다.
어느정도 요리를 할줄 아는 사람들만이 칼국수를 만들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칼국수는 국물을 몇번이나 우려내야 하기 때문에 손이 무척이나 많이 가는 음식중 하나였다.
"많이 한건 아니고, 고1때부터 심심풀이로 요리를 해왔습니다."
"흐음. 그렇군. 그럼 어디 맛을 한번 봐볼까?"
국물을 먼저 맛보려는듯 빛나리가 수저를 들고 국물 한모금을 입속에 털어넣는다.
조마조마한 심정이다.
과연 저 빛나리 교수가 뭐라고 말을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