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0 회: 오티를 가다 -- >
내가 와 있는 이곳은 경기도 가평에 위치한 한 펜션.
지금 이곳에서 60 여명의 신입생들이 조편성을 앞두고 왁자지껄 떠들고 있었다.
여자 신입생들이 원하는것은 단 하나!
페이와 같은 조가 되는 것이었다.
페이가 뽑은 숫자는 1.
조당 5명씩 구성되어 있으니, 1조는 이제 4명만 들어가면 만원이다.
"아싸 1조다! 1조 걸렸다아!!"
제법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아이가 기쁨을 온몸으로 표현하면서 페이가 있는곳으로 걸어갔다.
페이가 반갑게 "안녕" 이라고 인사하자 얼굴을 붉히는 여자 신입생.
"지강혁 학생!"
"네 교수님"
"나와서 제비를 뽑도록 해요."
1조부터 12조까지 남아있는 조는 무수히 많다.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제비 하나를 뽑았다.
"1조네요 지강혁 학생. 제일 왼쪽으로 가세요."
"1조…"
1조에 걸렸다. 페이가 있는 1조에 걸리고 만 것이다!!
"형 또 같이 하게 되었네요? 하하하!"
"그렇네!!"
"이 격한 반응은 뭐죠 형? 흐흐흐"
많은 신입생들을 알고 지내는 이자리에서 또다시 페이와 같은조가 되고 말았다. 이미 페이와는 친해질대로 친해진 상태!
그래서 페이와 같은 조가 되고 싶진 않았다.
그래야 다른 신입생과 친해질수 있을테니까.
그런데 야속하게도 또다시 페이와 같은조가 되고 말았으니…
좋아 죽겠는지 페이녀석이 팔짱을 끼며 으스댄다.
이새끼 이거 게인가?
그나저나 왜이렇게 찰싹 달라붙고 난리인지 원..
"형이랑 저랑은 궁합이 잘 맞나봐요."
"야 임마! 궁합이라니!? 남자들 끼리 무슨 궁합이야 궁합이!!"
"오늘 처음봤는데 10년 본것처럼 편하게 느껴지거든요! 하하하하"
"저리가 이 징그러운 녀석!!"
간혹 그런경우가 있다.
처음 봤는대도 편안하게 느껴지고, 정말 친구같이 느껴지는 그런 존재들말이다. 페이는 아마도 나를 그런 존재로 느끼고 있는것 같았다.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실력있는 아이돌 가수가 나를 형으로 대해주는데 기분 나빠할 형이 어디 있단 말인가?
아 근데 이새끼 이거 조금 음흉하단 말이야?
진짜 게이는 아니겠지...?
"이윤지 학생 1조입니다. 맨 왼쪽으로 가세요."
"아. 네"
페이와 한창 투닥투닥 거리고 있을때.
정말 예쁜 여자 신입생 하나가 우리쪽으로 사뿐히 걸어 왔다.
페이 녀석도 여자 신입생을 보더니 조금 긴장했는지 장난을 멈추고 그녀를 멀찍이서 바라보고 있다.
"형. 저 여자애 엄청 이쁘지 않아요?"
귓속말로 속삭이는 녀석.
다가오는 여자를 바라보니. 정말 예쁘다.
아이돌 뺨칠정도의 엄청난 미모라고 해야할까?
더욱이 여자아이돌을 주구장창 봐오는 페이가 예쁘다고 말할 정도면 진짜 예쁜거였다. 게다가 슴가까지 빵빵.. WOW !!
"아,안녕하세요?"
"1조세요?"
"네? 아 네."
말을 더듬는 여자 신입생.
성격을 보아하니 무척이나 내성적인 성격인듯.
"이름이 뭐에요?
"윤지에요. 이윤지."
"전 페이. 아니 강승일이라고 합니다. 우리 친하게 지내요"
페이가 내민 손을 보고도 쉽사리 손을 잡지 못하는 이윤지.
괜시리 뻘쭘했는지 뒤통수만 벅벅 긁어대는 페이다.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이윤지라는 여자아이를 유심히 살펴보았다분명히 어디서 본 얼굴이다.
조금 달랐지만, 낯이 꽤나 익다.
더욱이 이름 또한 윤지가 아니던가?
뭔가 짐작되는 바가 있어서 이윤지 라는 여성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말을 건네 보았다.
"저기요."
"네에?"
"낯이 익어서 그러는데요. 혹시 넘버원을 지금 하고 계신가요?"
넘버원 학과이니만큼 미리 넘버원을 하고 있을 공산이 커서 그렇게 물어보았다.
"넘버원을 하기는 해요.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혹시 아이디가…"
그녀가 별생각없이 자신의 아이디를 말해주었다.
"넘버원 아이디는 윤지 에요."
"오! 정말요!?"
반가웠다.
너무나 반가워서 윤지의 손을 덥석 잡으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태어나서 남자손을 잡아본적이 없는 그녀로서는 대뜸 가해져 오는 스킨쉽(?)이 놀라울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조심스레 손을 빼며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누,누구세요?"
"저는 레, 아니 헨리에요 헨리! 우와 정말 반갑네요.
여기에서 윤지씨를 만나게 될줄이야!"
"헨리씨라고요? 정말이에요?"
"하얀 소환수! 강아지! 묘지 쩔!! 맞죠?"
설마 싶었다.
눈앞에 있는 남자가 거짓말을 하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남자가 지껄이는 말은 자신과 헨리 밖에 모르는 사실들이다.
그때문에 윤지는 눈앞에 있는 남자가 헨리라는 사실을 믿을수 밖에 없었다.
"신기하네요. 여기서 헨리씨를 만날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저도 윤지씨를 만나게 될줄은 몰랐어요."
"아참. 언니도 이곳에 왔어요."
"언니라뇨?"
"리나언니 말이에요."
윤지가 주위를 살펴보더니 3조에 있던 이윤정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저쪽에 있는 사람이 제 언니 이윤정이에요.
넘버원 아이디는 리나구요."
"아. 그렇군요? 그런데 언니는 재수를 했나봐요? 나이가 21살이신가?"
"둘다 스무살이고요. 저흰 쌍둥이에요.
운좋게 넘버원 학과에 합격해서 같이 오티에 오게 된거죠."
"쌍둥이…"
얼굴이 조금 닮은것 같긴한데 성격은 판이하게 달라보였다.
이윤정은 벌써부터 3조 신입생들과 어울리며 왁자지껄 떠들고 있었다.
남자 여자 구분없이 말이다.
그에 반해 윤지는 매우 조용했다.
"성격이 무척 다른데요?"
"언니가 사교성이 뛰어나요. 그에 반해 저는…"
괜히 단점을 찌른것 같아 미안해졌다.
빨리 이 사태를 수습해야 하건만 머리가 굴러가질 않는구나!
흑흑!
"사,사람마다 장단점이 있으니까요.
일단 이쪽으로 와서 조원들이랑 이야기좀 해보실래요?
너무 동떨어져 계시니까 저희도 많이 어색하네요"
"네 그럴게요"
조편성을 마치고 1조 숙소에 앉아 쉬고 있었다.
같은조에 속한 여자 세명은 3조에 가서 놀고 있는 상태.
윤지의 언니 이윤정이 여자애들을 모조리 데리고 간 덕분에 나와 페이만 꿔다놓은 보릿자루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부르려면 다같이 부르지, 왜 여자애들만 데리고 간담? 쳇!
"형 그렇게 안봤는데 은근히 음흉한 구석이 있네요?"
갑자기 날더러 음흉하다고 지껄이는 페이.
나같이 선하고 순수한 사람이 도대체 뭐가 음흉하다는 거지?
"뭐가?"
"아까 윤지 손을 덥석 잡았잖아요? 매우 자연스러워 보이던데~"
그것 때문에 음흉하다는 거였군..
"나도 모르게 손이 나간거지. 의도한건 아냐."
"흐음. 그런가~~ 아무튼 윤지 저 여자애 엄청 이쁘지 않아요?"
"이쁘지. 그것도 무척. 하지만 아이돌 중에서도 예쁜 여자 아이돌 많잖아?"
"물론 많기야 하죠. 하지만 전 청초하고 순수한 여자를 좋아하거든요."
"그럼 윤지가 니 스타일이라는 거야?"
"그냥 친해지고 싶다~ 뭐 이런의미죠. 그래서 말인데 형이 좀 도와줘요"
"날더러 도와달라고? 뭐를?"
"윤지가 형한테는 말을 잘하는것 같더라구요.
그러니까 친해질수 있게끔 다리좀 놔달라 이거죠."
"얌마. 나도 안친한데 무슨 다리를 놔?"
"에이 그래도 저보단 친하잖아요? 벌써 말도 놓은 상태고~저도 형이 마음에 드는 여자애 있으면 다리 놔줄테니까 좀 도와줘요~"
이건뭐 친해지고 싶은게 아니라 마음이 있으니 다리를 놔달라는 부탁이잖아?
아이돌 녀석이 벌써부터 연애할 생각을 하고 있네..
이러다가 스캔들이 나기라도 하면 엄청난 타격을 입을텐데..
아직 어려서 잘 모르는건가..?
"알았죠 형? 다리 놔주기에요!?"
"후우. 알았어. 노력은 해볼게. 하지만 너무 기대는 하지마"
"아싸! 고마워요 형! 그리고 맘에 드는 여자애 있으면 말해요내가 지금 당장 다리 놔줄테니까요!"
아이처럼 좋아라 하는 녀석.
학교 생활 평탄하게 하나 싶었는데 저녀석 때문에 불길해질것 같은 느낌이다.
그나저나 갑자기 오줌이 매렵네.
화장실이나 다녀와야겠다.
"어? 형 어디가요!?"
"변소간다 임마."
문을 드르륵 열고.
화장실로 직행하려던 찰나.
걸어오고 있는 윤지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손을 흔들면서
"안녕?"
이라고 했더니 갑자기 빵 터지는윤지.
지나치게 어색한 내 모습을 보고 빵 터진 것이리라.
"오빠. 같이 3조 숙소에 가요."
"3조 숙소?"
"1조 여자애들이 거기 모여 있거든요. 이참에 1조랑 3조랑친해지는것도 좋을것 같으니까 빨리 가요."
나의 등을 떠미는 윤지.
처음에는 어색해하더니 지금은 마치 10년지기 오빠를 대하는것처럼 나를 편하게 대하고 있다.
얘도 페이랑 마찬가지로 나를 편안하게 느끼고 있는건가?
"자 빨리가요"
"윤지야"
"네 오빠"
"1조 숙소에 승일이 있거든? 너가 승일이좀 데리고 갈래?
난 화장실이 급해서 화장실좀 들렀다가 갈게."
"제가 직접요?"
"응. 부탁할게 윤지야"
페이의 부탁이 떠올라서 넌지시 권유하고, 재빨리 화장실 쪽으로 모습을 감췄다.
이야기를 해뒀으니 윤지가 페이를 3조로 데리고 가겠지.
그렇게 되면 단둘이 있게 될테니할 이야기도 좀 있을테고 말이야.
============================ 작품 후기 ============================
왼족- 왼쪽 수정 완료
윤씨= 윤지씨 수정완료
진영이= 승일이 수정완요.
오타가 왜케 많은거ㅤㅈㅣ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