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7 회: 소환수를 얻다 -- >
(과연 뭐가 나올까?)
"헨리씨!!"
막 헨리가 정령석을 까려던 찰나였다. 그의 등뒤에 낯익은 두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는 리나였고, 또 하나는 윤지였다.
두 여성의 등장에 헨리의 눈이 살짝 커졌다.
"어,어떻게 오신거에요?"
"아까 스루나 NPC에게 간다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찾아왔지요."
"저를요?"
"네!"
"왜 저를…"
헨리는 조금 황당한 표정이었다. 자신에게 무슨 용무가 있기에 또 찾아왔단 말인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나랑 윤지는 헨리님이 맘에 들어요.
그래서 말인데 우리랑 같이 고정으로 파티사냥을 하는게 어떤가요?"
생각치도 못한 제의였다. 마음같아선 두말할것 없이 수락을 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레벨이 현저히 못미쳤다. 그래서 그는 공손히 그녀들의 제안을 뿌리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래서 결정을 내렸어요."
"뭘요?"
"헨리씨에게 쩔을 해주기로 말이죠. 나랑 윤지가 쩔을 해줄테니까우리랑 고정파티 해요. 어때요?"
헨리는 조금 놀란 표정이었다.
그도그럴것이 쩔을 공짜로 해준다는 말 때문이었다.
말이 쉽지 쩔을 해주겠다는건 쉽사리 내뱉기 어려운 말이다.
막말로 돈을 내고 하는 게임인만큼 사냥에 열을 올려서 돈을 벌어야 본전치기 라도 할수 있는 거다. 그런데 그 시간을 버리고 생판 모르는 자신에게 쩔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전화번호도 모르고 사는곳도 모르고 얼굴도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쩔을 해주겠다니? 헨리가 말도 안된다는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것들이 나를 죽이려고 수작을 부리나?)레오를 하면서 뒤통수를 너무 많이 맞은 까닭에 괜한 의심까지 일었다.
헨리가 조금 의아한 표정을 짓자 리나가 다 안다는 표정으로 헨리의 의심을 지워주었다.
"괜한 호의 때문에 헨리씨를 죽일까봐 걱정하는것 같으신데 그것도 이해가 되요. 하지만 한가지만 확실히 말해줄게요.
우린 헨리씨가 마음에 들어서 이렇게 호의를 베푸는거에요.
그러니까 의심하지 말아주세요. 원한다면 제 핸드폰번호도 알려줄수 있어요.
사는곳도 말이죠. 아니면 이참에 한번 만나실래요? 호호호"
당당한 리나의 말에 헨리는 급기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당차도 저렇게 당찰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만큼 나를 믿는다는건데…)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매번 파티사냥을 하면서 아이템을 가지고 싸우는것도 진절머리가 나던 찰나였다. 그런 상황에서 믿을수 있고 성실한 마음을 가진 헨리라면 충분히 좋은 파티를 구성할수 있을터였다.
"그럴바엔 차라리 길드에 들어가시는게 낫지 않아요?"
어찌보면 그게 정답이었다. 자신에게 호의를 베푸는것보단 길드에 들어가서 끼리끼리 어울리면서 마음편하게 사냥하고, 아이템을 나누면 되니까 말이다.
"그,그게…"
무언가 안좋은 추억이라도 있는듯 리나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눈치 빠른 헨리가 그걸 모를리가 없었다. 그는 재빨리 말을 돌렸다.
"좌우지간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그러면 지금당장 쩔을 부탁해도 될까요?"
쩔을 받아서 손해볼건 없었기에 헨리는 수긍하는 빛을 띄었다.
리나는 편지기능을 이용해 헨리에게 자신의 번호를 알려주기까지 했다.
헨리의 의심을 막고자였다. 리나에게 번호까지 받은 마당이라서 이제 더이상 망설일게 없어졌다.
리나와 윤지가 헨리의 손을 덥석 잡아당겼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지금당장 쩔을 해주기 위해서였다.
"저기 잠깐만요. 일단 소환수 하나만 만들어볼게요."
"아직 안만드셨어요?"
"소환하려던 찰나에 리나님이 오셔서 말이죠."
"호호 그렇구나. 그럼 지금당장 까보세요."
헨리는 심호흡을 한번 크게 하고 정령석을 깠다.
새하얀 빛과 함께 나타난 소환수는 그냥 하얀 강아지였다.
강아지가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곁에 있던 윤지를 발견하고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에게 폴짝 달려들었다.
헨리는 재빨리 정보창을 열어 소환수의 능력치를 확인해 보았다.
화이트드래곤 에레니아의 사촌뻘 되는 아기 드래곤입니다.
화이트 계열 속성인만큼 얼음마법을 주로 구사하지만 드래곤종족의 특성상 모든 마법을 소화할수 있으므로 성향(속성)은 TOTAL에 가깝습니다.
아직 나이가 어려 생각이 짧고, 수컷 몬스터이다보니 여성을 매우 밝히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소 변태스러울수도 있으니 그점 참고 바랍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능지수가 급격히 상승되며, 능력치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언제 포텐이 터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사랑으로 아기드래곤을 감싸주세요.
종족:드래곤
레벨:1
속성:TOTAL 등급:Z(성장능력치에 따라 수시로 변함)
생명력: 300
마나력: 500
충성도: 10 (MAX:100)
힘:1
민첩:1
체력:1
지혜:50
지능:50
(이녀석이 드래곤이라고?)
드래곤이라고 하면 비늘에 휩쌓여 있는 몬스터가 아니었나?
놈을 보면 틀림없이 털을 가지고 있다. 척보기에도 강아지처럼 보일정도다.
가까이 다가가 털을 만져보니 개털과 진배없다. 그런데 저녀석이 어떻게 드래곤이라는 거지?
헨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암만봐도 드래곤과는 거리가 먼녀석이다.
(한번 물어봐야겠군.)
지능과 지혜지수가 높기 때문에 대화는 쉽게 이루어질터.
헨리가 아기 드래곤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얌마"
설명글을 보니 수컷이라고 나왔다. (설정상 수컷 암컷 분별가능)그러다보니 절로 말투가 거칠어 졌다.
헨리가 자신을 쳐다보며 말을 걸어왔지만 아기 드래곤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저 윤지의 풍만한 젖가슴에 파묻혀 부비부비만 하고 있을뿐이었다.
문득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 중요한건 녀석과의 대화였다.
헨리는 재빨리 아기 드래곤을 윤지에게서 떼어놓았다.
[아앙! 뭐하는거냐 주인!]
"이자식좀 보게? 주인에게 다짜고짜 성질을 내네?"
[오랜만에 세상에 나와서 기분이 매우 좋았다!
조금더 주위의 경치를 감상할수 있게 해달라!]
"야이 변태 드래곤새끼야! 니가 감상하는건 경치가 아니라 인간 여자의 가슴이겠지! 그리고 너를 세상밖에 꺼내준건 나란 말이다!
그럼 나한테 잘 보여야지 왜 여자들한테 다가가서 변태짓을 하는거냐!"
헨리와 드래곤은 현재 영의대화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즉 마음속의 생각으로 나누는 대화이기 때문에 리나와 윤지는 그들의 대화를 듣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수컷 드래곤이다 주인!
남자가 여자를 좋아하는게 뭐가 그리 큰 잘못인지 모르겠다!"
놈의 당당한 말투에 헨리는 할말을 잃고 말았다.
어찌되었건 놈의 말이 맞는말이긴 했으니까.
"그래봤자야 임마! 어차피 넘버원은 성형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슴을 키우고 얼굴을 고칠수가 있다고!
그러니까 너무 그래픽을 믿어선 안돼!"
그러자 아기 드래곤의 눈이 반달처럼 휘어짐과 동시에 놈의 표정이 대번에 음흉하게 변했다.
100퍼센트 야한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리라.
"헤헤헤. 윤지라는 여자의 풍만한 가슴은 진짜배기다 주인.
저 가슴은 설정으로 바꾼게 아니라 모습 그대로를 스캔화 한거다.
말그대로 현실 그대로의 가슴이라는거지!"
"무슨 소리야 임마?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헨리가 믿을수 없다는 표정을 짓자 아기드래곤이 윤지를 가리키며 말을 받았다.
"윤지라는 여자는 얼굴을 조금 수정했다.
그러니까 뭐랄까.. 원래는 저 얼굴이 아니었다.
가서 한번 물어봐라 주인. 내말이 맞을거다."
호언장담하는 녀석의 말에 헨리는 급기야 윤지에게 다가가 얼굴을 조금 성형했냐고 물어보기에 이르렀다. 실례되는 질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윤지는 별생각없이 사실 그대로를 말해주었다. 역시나 털털한 유전자다.
"사실 조금 성숙해 보이게 할려고 얼굴만 아주 살짝 고쳤어요."
헨리는 깜짝 놀랐다. 녀석의 말이 거짓인줄 알았는데 기가막히게도 맞아떨어지고 만것이다. 아기 드래곤이 기세좋게 말을 이었다.
[저기 있는 리나라는 여자는 가슴을 부풀렸다. 얼굴은 거의 그대로다.
나는 가슴이 큰 여자가 좋기 때문에 윤지여자가 더 좋다.]
"너 탐색기능을 쓸수 있는거냐?"
[물론이다 주인. 아직 레벨이 낮아서 범위는 넓지 않지만 탐색스킬을 쓸수있다. 더불어 플레이어들이 어디를 성형했는지도 확인가능하다.]
플레이어 성형여부는 알바 아니지만 탐색 스킬을 사용한다는 점은 뜻밖의 수확이었다. 레오로 인해 독공유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버렸고, 그로 인해 스캔마법사라는 신규직업이 생겨나버렸다.
스캔마법사가 있어야 편하게 사냥할수 있으므로 레벨 70이 넘어가면 스캔마법사를 고용하면서 파티사냥을 해야만 한다. 그렇게 되면 돈이 무진장나간다. 하지만 환수에게 스캔 능력이 장착되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굳이 스캔마법사를 고용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헨리의 표정이 대번에 밝아졌다.
"오오 정말이냐?"
"반경 1미터 까지는 탐색이 가능하다."
"고,고작 1미터라고??"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법. 헨리의 표정이 급격히 굳어졌다.
"레벨 1에게 뭘 바라는건가 주인?"
"…"
하기사 레벨 1짜리 드래곤 녀석에게 뭘 바란다는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헨리는 그나마 드래곤이 소환수로 걸렸다는것을 위안삼고 리나와 윤지에게 다가갔다. 본격적으로 쩔을 받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환수의 이름은 정하셨어요?"
윤지가 대뜸 물어왔다.
그러고보니 녀석의 이름을 아직 짓지 않았다.
[윌리엄스로 지어주라 주인!]
아까부터 생각하고 있었는지 아기 드래곤이 대뜸 자기주장을 내세우며 요구해왔다. 헨리가 살며시 눈을 흘겼다. 처음부터 녀석이 못마땅했다.
무엇보다 윤지의 풍만한 가슴에 부비부비를 한게 무척이나 불쾌했다.
이유는 모른다(아마도 부러웠을거라고 짐작됨) 그냥 불쾌하더라.
그래서 헨리는 놈의 요구를 철저히 무시하고 자신이 생각한 닉네임을 놈의 닉네임창에 입력시켜 주었다.
띵! [ 아기 드래곤의 이름을 <ㅤㅂㅞㄺ구>로 명명하였습니다.]
[ 닉네임을 변경하려면 변경아이템을 사용해 주세요]
[아아아악! 이름이 이상하다 주인!!!]
"ㅤㅂㅞㄺ구가 뭐가 어때서? 정감있고 좋기만 하구만!"
[윌리엄스! 윌리엄쓰로 해달라고 내가 말했잖나!!]
"너의 주인은 나야 이놈새꺄! 닥치고 그냥 ㅤㅂㅞㄺ구로 살아!!"
[으아아앙!!!]
띵!
[소환수 ㅤㅂㅞㄺ구의 충성심이 1 하락하였습니다. 충성도가 0이 되면
환수가 떠나버리니 이점 유의해 주시길 바랍니다.]
(뭐야 환수가 떠나는것도 있었어?)놈은 드래곤이다. 더욱이 스캔마법까지 가지고 있다.
아직 레벨이 낮아서 구사하는 범위가 짧지만, 레벨이 높다면 범위또한 늘어날터였다. 그렇기 때문에 환수를 떠나보낼수는 없었다.
(그렇다는건 녀석에게 좀 잘해줘야 한다는건데…)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구사해야 놈이 안떠난다.
헨리는 어쩔수 없이 놈을 달래기위해 스루나에게 받았던 환수의 먹이[대]
를 ㅤㅂㅞㄺ구에게 먹였다. 음식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ㅤㅂㅞㄺ구의 충성심은 돌아오질 않았다. 문득 걱정이 된 헨리가 ㅤㅂㅞㄺ구에게 물었다.
"얌마 삐졌어?"
"…"
[소환수 ㅤㅂㅞㄺ구가 우울증 상태에 빠졌습니다. 아직 나이가 어려서
조금만 상처를 입어도 우울증에 빠지곤 합니다. 우리 ㅤㅂㅞㄺ구를 좋은말로
달래주세요]
[우울증이 지속되면 소환수의 능력치가 조금씩 하락하게 됩니다.
최악의 경우 죽을수도 있으니 따뜻한 보살핌으로 소환수를
보듬어 주세요.]
생전 처음 다뤄보는 소환수였다.
뭔놈의 손이 이렇게 많이 가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