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6 회: 소환수를 얻다 -- >
"언니 스커드랑 헨리씨 지금 뭐하고 있는거야?"
넘버원 경험이 미천한 탓에 도무지 이 상황을 이해할수가 없었다.
리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스커드를 쓰러뜨리면서 경험치가 올랐다는 메세지를 받긴 받았다. 그렇다면 의당 놈이 쓰러져야 정상이다.
처음에는 분명히 쓰러지긴 쓰러졌다.
하지만 곧바로 벌떡 일어나더니 공격불능 상태가 되어버렸다.
헨리 또한 마찬가지였다. 무어라 말을 건네도 대꾸조차 하질 않았다.
"아무래도 퀘스트 문제 때문에 그런모양이야. 일단 기다려보자. "
스커드를 잡기전 헨리에게 들은 소리가 있어서 리나는 어느정도 상황을 파악한 상태였다.
"어 언니! 저기 뭐 떨어졌다!"
대략 3분정도가 지나면서 갑자기 스커드가 픽하고 쓰러졌다.
스커드에게 드랍된 아이템은 총 4가지였다.
스커드의 넝마와, 스커드의 망자로브. 스커드의 가죽갑옷과 강화주문서였다.
소프라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캡슐내부에서 안내멘트가 흘러나왔다.
헨리는 두귀를 쫑긋 세웠다.
띵!
[백구를 데려가기 위해선 스커드의 넝마를 반드시 걸치고 있어야 합니다.
스커드의 넝마가 없으면 백구를 데리고 나갈수 없습니다.]
스커드의 넝마에는 소프라노의 온기가 담겨있다. 그 온기를 느끼게 해야 백구가 비로소 따라 나서는 것이다. 그 때문에 헨리는 리나와 윤지에게 양해를 구하기에 이르렀다.
"예? 그게 무슨소리에요?"
"스커드의 넝마라뇨? 그런게 어디있는데요?"
"에엥? 두분의 눈에는 안보이는거에요?"
리나와 윤지의 눈에는 오로지 스커드의 가죽갑옷과 강화주문서, 그리고 스커드의 로브만 보일뿐이었다. 스커드의 넝마는 애시당초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헨리는 그제서야 스커드의넝마가 퀘스트 아이템이라는걸 눈치챘다.
"하하 아무래도 이건 퀘스트 아이템인가 보네요.
그럼 전 스커드의 넝마만 챙길게요."
"다른템은 안가지세요?"
"잡기전에 약속드렸잖아요. 아이템은 하나도 안가지겠다고 말이에요."
윤지와 리나는 괜시리 미안해졌다. 사실 눈앞에 있는 헨리가 없었더라면 스커드를 잡지 못했을거다. 그가 어그로를 끌어준 탓에 간신히 놈을 잡았다.
그런 상황에서 아이템을 독식하려니 미안한 감정이 생겨났다.
결국 리나는 강화주문서를 헨리에게 건네기에 이르렀다.
현 시가로 15만원에 달하는 고가주문서였다.
"에이 됐어요. 그냥 리나님 가져요."
"그,그래도…"
"전 퀘스트를 깬것만으로 만족해요. 그러니까 신경쓰지 마요."
그저 백구만 가로채는 퀘스트인줄 알고 얕잡아 봤는데 알고 보니 스커드를 처치해야 하는 퀘스트였다.
만약 리나와 윤지가 없었더라면 퀘스트를 절대 깨지 못했을 것이리라.
그때문에 헨리는 한사코 그녀들에게 주문서를 내밀었다.
결국 리나는 주문서를 다시 받아들고 말았다.
"헤헤 고마워요"
"서로 상부상조 한건데요 뭘. "
헨리는 스커드가 남긴 뼈들을 추슬린후 배낭속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스커드의 넝마를 망토 휘두르듯 몸에 장착시켰다.
그러자 백구가 왈왈 거리며 헨리의 품에 파고들어왔다.
"휴우 이제 퀘스트가 끝났네요."
"정말 축하해요."
"스루나에게 간다고 했죠? 틀림없이 좋은 소환수를 얻을수 있으실거에요!"
"하하 그냥 보통놈만 걸려도 좋겠네요."
헨리는 그말을 끝으로 귀환주문서를 꺼내들었다.
윤지가 살며시 그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저기요."
"네에?"
"실례가 안되면 친추좀 가능할까요?"
헨리는 씨익 웃었다. 눈앞에 있는 섹시한 여성이 친추를 원하는데 거절하는건 예의가 아니었다. 그는 윤지를 친구추가 한뒤 다음을 기약하고 귀환스크롤을 찢었다.
새하얀 빛무리들이 헨리의 몸을 감싸더니 하늘위로 솟구쳐 올랐다.
헨리의 모습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휴우. 간신히 스커드를 잡았구나."
"그런셈이지 뭐. 그런데 언니"
"응?"
"스커드를 잡아서 아이템 세개가 나왔잖아. 그거 얼마나 해?"
아이템에 절로 관심이 갔다.
리나는 아이템을 하나하나 쳐다보며 값을 매겼다.
스커드의 로브는 시중에서 많이 유통되고 있었고, 더욱이 자신이 마법사라서 아이템의 시세를 정확히 알고 있었지만, 스커드의 가죽갑옷은 경매장에 가봐야 알수 있을것 같았다.
"확실히는 모르겠는데, 강화주문서는 15만원이고 스커드의 로브는 한 45만원정도 할거 같아."
"우와 정말!?"
윤지의 입이 귀에 걸렸다. 보스 몬스터 한마리로 60만원 이상을 뽑은 까닭이었다.
"와 정말 돈이 잘 벌리는구나!?"
"사실 헨리씨가 아이템을 안가져가서 그런거지.
3분의 1로 나눴다면 얼마 가지지도 못해."
"헤헤 그런가? 그래도 이게 어디야!"
"아무튼 헨리씨는 참 좋은사람인거 같아. 왠만하면 아이템 하나정돈 달라고 했을텐데 말이야."
"정말 그러네. 여태 파티한 사람들중 제일 착했던 사람같았어."
파티사냥을 하면 아이템이 드랍될때가 가장 난감하다.
무엇보다 아이템을 먹고나면 서로 팔아서 돈을 나눠 주겠다고 큰소리를 빵빵치면서 소유권을 주장하곤 한다.
그렇게 해서 아이템을 맡기면 10중 팔구는 잠수를 타버린다.
그런 경우가 넘버원에서는 허다했다.
오죽했으면 아이템을 먼저 먹는 사람이 임자라고 정해놓기까지 했겠나?
그 때문에 몬스터 한마리가 죽으면 서로 아이템을 먹겠다고 몬스터 위로 올라가기 일쑤였다. 파티사냥을 하는건지 먹자를 하는건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헨리와 사냥을 할때는 달랐다. 헨리는 돈에 욕심이 없는건지 아니면 착해서인지 아이템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원하는걸 하나만 던져주면 나머지는 다 가지라고 하는것이다.
지금상황도 다른 플레이어였다면 내 도움이 컸으니까 내 몫을 어느정도 챙겨 달라고 졸랐을 것이다. 하지만 헨리는 약속한대로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다. 단지 스커드의 넝마라는 퀘스트 아이템만 챙기고 떠났을 뿐이다.
윤지와 리나는 헨리의 그같은 씀씀이가 너무도 고마웠다.
게다가 어그로 또한 얼마나 잘끌던가?
컨트롤 솜씨가 보통을 넘어서고 있었다.
컨트롤만 따진다면 랭커에게도 뒤지지 않을 신의 컨트롤이었다.
"아무튼 정말 착한 플레이어야."
"레벨이 비슷하면 고정 파티를 제안했을텐데…"
"차라리 우리가 그사람 쩔해주고, 고정파티 하자고 말해볼까?"
윤지가 기발한 생각을 떠올렸다. 리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헨리같이 착한 사람과 파티를 하는건 많은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아이템 소유권으로 파티원들과 얼굴 붉힐일이 없어진다.
더욱이 헨리만한 사람을 넘버원에서 찾아보기도 힘들었다.
컨트롤 또한 예술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쉽게 답이 나왔다.
"차라리 그러자. 우리가 쩔해주고 헨리씨의 레벨을 올려주는거야.
그리고 고정파티를 하는거지!"
"그래? 그럼 이럴게 뭐있어? 지금 당장 쩔해주러 가자!"
"그러자!"
그 시각 헨리는 할란드 마을에 도착해 있었다.
헨리는 보무도 당당하게 스루나가 있는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꺄아! 고마워요! 고마워요 헨리님!"
스루나는 헨리 곁에 있던 백구를 보자마자 헨리에게 진심어린 감사를 건네왔다.
[띵! 할란드 NPC 스루나와의 친밀도가 50 상승하였습니다!]
[소환수 퀘스트.<저주서린 묘지> 퀘스트를 완료 하셨습니다!]
"아참 이럴게 아니지. 이건 몬스터의 정령이 깃들어 있는 정령석이에요.
정령석을 클릭하면 여기에서 소환수가 나타나죠. 이걸 받으세요!"
[스루나 NPC에게 정령석을 받으셨습니다.
정령석을 파셔도 되고, 클릭해서 소환수를 만들어 내셔도 됩니다.
선택은 자유이며, 어떤 소환수가 걸릴지는 랜덤으로 적용됩니다.
S급 소환수가 걸릴수도 있으며, Z급 소환수가 걸릴수도 있다는점
다시한번 말씀드리며, 소환수의 성격도 랜덤으로 적용됩니다.]
헨리는 바로 소환수를 생성하지 않고 소프라노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함에 담겨 있는 유골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스루나에게 그간 있었던 일들을 전부 말해주었다.
소프라노의 이야기가 들려오자 스루나의 눈시울이 조금씩 붉어졌다.
급기야 그녀는 참았던 눈물을 펑펑 쏟아내고 말았다.
5년전 죽었던 오빠가 그렇게 고생할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녀는 헨리에게 건네받은 소프라노의 유골을 잠시 바닥에 내려놓은뒤헨리에게 90도로 인사를 건네왔다.
"오빠의 유골을 찾아주신데 대해서 감사를 표해요. 이건 제 성의이니꼭 받아주세요!"
[스루나 NPC와의 친밀도가 200 상승하였습니다!]
[스루나 NPC로 부터 환수의 먹이 [대] 100개를 얻으셨습니다.]
환수의 먹이 [대]는 소환수의 포만감 50 충족시켜줍니다.
아무래도 소환수에 대한 퀘스트를 전해주는 NPC 이다보니 소환수에 관련된 아이템을 보상으로 지급해 주는듯 싶었다.
(어차피 곧 소환수가 생길테니 오히려 잘됐군)z급 퀘스트라서 애시당초 별다른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헨리는 그 상황을 가볍게 넘겼다.
그의 시선은 이미 정령석에 고정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