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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원-25화 (25/378)

< -- 25 회: 소환수를 얻다 -- >

(아무래도 방 바깥으로 나가면 스커드에게 가해졌던 데미지가 초기화 되는 시스템인거 같은데?)

호시탐탐 백구를 노리면서 스커드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그러다보니 어느순간부터 놈의 패턴이 눈에 들어왔다.

리나와 윤지가 마법을 구사하면 스커드가 그녀들에게 다가갔다.

HP가 적었던 그녀들은 최대한 바깥쪽 지형지물을 이용하면서 싸웠다.

그러다보니 방 바깥에서 공격을 가하는 패턴을 구사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그녀들이 방 바깥으로 나가서 공격을 취할때였다.

그때마다 스커드의 몸에서 푸른빛들이 방출되어 쏟아져 나왔다.

아마도 푸른빛이 스커드가 입은 데미지를 초기화 시켜주는것 같았다.

"아무래도 데미지가 초기화 되는거 같아요."

"뭐,뭐라고요!?"

헨리는 윤지와 리나에게 자신이 분석한 놈의 행동패턴을 상세히 말해주었다.

리나의 얼굴이 살며시 일그러졌다.

"그러면 방을 나가지 말아야한다는 건데 …"

무엇보다 그녀들이 마법사라는게 문제였다.

HP가 적은건 물론이고 헤이스트를 펼쳐서 놈의 이목을 끈다고 해도 녀석의 공격을 100퍼센트 피한다는 보장이 없었다.

더욱이 스커드의 공격력이 무시무시하게 강하다.

리나와 윤지는 마법사이기 때문에 2-3방 맞으면 바로 황천길이었다.

방 안쪽에 숨을수 있는 지형지물이라도 있다면 한결 수월하게 스커드를 상대하겠지만 아쉽게도 숨을수 있는 공간 자체가 없었다.

말그대로 텅빈 공간이었다.

헨리가 나선것은 그때였다. 그가 제법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앞으로 나섰다.

"제가 어그로를 끌어보죠. 그 틈에 두분은 스커드를 때리세요."

어찌된 영문인지 백구에게 계속 말을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백구는 시종일관모르쇠로 헨리를 대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스커드를 쓰러뜨려야 뭐라도 될것 같아서 헨리는 먼저 스커드를 잡는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래서 스스로 나선것이었다.

헨리가 돕겠다고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리나의 얼굴은 전혀 밝아지질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걱정하는듯한 눈초리로 헨리를 바라보았다.

"레벨이 25라면서요? 놈의 공격을 회피할수 있으시겠어요?"

100퍼센트 장담은 못하지만 어그로 만큼은 충분히 끌수 있을거 같았다.

무엇보다 스커드를 분석하면서 놈의 이동속도가 그렇게 빠르지 않다는걸간파했다. 더욱이 리나는 헤이스트까지 배운 마법사가 아니던가?

헤이스트를 걸어만 준다면 어찌어찌 될것 같았다.

"헤이스트만 걸어주세요. 그럼 제가 어그로를 끌어볼게요"

둘이서는 절대로 스커드를 잡지 못한다. 하지만 어그로 꾼이 어그로를 끌어준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래. 헨리님이라면 이동속도가 빠르니 어그로를 끌수 있을거야)헨리와 한번 사냥을 해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리나는 헨리를 단단히 신뢰하고 있었다.

"헤이스트!"

리나가 헨리에게 헤이스트를 걸어주면서 제 2차 스커드 퇴치작전이 시작되었다.

"쿠어어어!!"

스커드가 입을 열때마다 시퍼런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바로 광휘의 검에서 나오는 일격 데미지였다.

헨리는 종이 한장 차이로 간신히 일격을 피해냈다.

콰콰쾅!!

스커드의 일격데미지는 엄청났다. 방 안에 있던 바위덩어리가 대번에 조각이 나버렸다. 실로 무시무시한 파괴력이었다.

만약 저걸 정통으로 맞았다면 뼈도 못추렸을 터였다.

"파이어볼!!"

"파이어 에로우!!"

헨리가 어그로를 끌어준 덕분에 두명의 마법사는 프리가 되었다.

그녀들은 불꽃마법들을 난사하며 스커드에게 데미지를 입혔다.

연속해서 터져나오는 마법 공격에 스커드도 데미지를 입었는지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놈이 데미지를 받았어요! 얼른 마무리 하세요!"

스커드의 어그로가 리나에게 꽂혔다. 리나에게 크리티컬 데미지를 받아서 헨리의 어그로가 풀려버린 것이다.

헨리는 재빨리 스커드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공격명령이 리나에게 전달되었기 때문에 스커드는 눈앞에 있는 헨리를 인식하질 못했다.

그틈에 헨리는 녹슨 철검으로 스커드의 눈깔을 인정사정없이 찔러댔다.

"크에엑!!"

스커드가 괴성을 내지르며 검을 휘둘렀다. 워낙 가까운 거리에 있었던터라헨리는 스커드의 공격을 완전히 피해내질 못했다.

[묘지의 보스 몬스터 스커드에게 데미지를 받았습니다.]

[생명력이 87 줄어 들었습니다]

띵!

[축하합니다! 플레이어 헨리님의 맷집이 +1 만큼 상승하였습니다.]

공격력이 강한 스커드에게 몇방 맞다보니 맷집이 상승되어 버렸다.

헨리는 기뻐할 새도 없이 스커드의 뒤로 멀찌감치 물러났다.

스커드는 또다시 헨리쪽으로 달려갔다. 어그로가 다시 헨리에게 꽂히자 리나와 윤지는 또다시 프리상태가 되었다.

그녀들은 기세좋게 파이어볼을 두방 날렸다.

마법에 격중당한 스커드의 몸이 기역자로 꺽였다.

뿐만아니라 놈의 이동속도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엄청난 데미지를 받았다는 증거였다.

"놈의 생명력이 얼마 남지 않은것 같아요!"

리나와 윤지는 스커드에게 마지막으로 일격을 가했다.

스커드는 경련을 일으키더니 무릎을 털썩 꿇으며 목을 축 늘어뜨렸다.

스커드의 목덜미가 완전히 노출되자 헨리는 놈의 숨통을 끊기 위해 녹슨철검을 치켜들고 놈의 목을 향해 검을 내리꽂으려 했다.

그때였다.

"왈왈왈! 왈왈!"

가만히 있던 백구가 난데없이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백구는 헨리를 보며 계속해서 짖어댔다.

뿐만 아니라 스커드를 보호하려는듯 스커드의 앞에 서서 헨리에게 으르렁 거렸다.

헨리는 백구에게서 스커드를 죽이지 말아달라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아,아니!?"

그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갑자기 스커드가 자리에서 스르르 일어나는게 아니던가?

엄청난 데미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놈은 상처하나 없는 모습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깜짝 놀란 헨리는 재빨리 녹슨 철검을 빼들고 자세를 고쳐잡았다.

그때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스커드의 몸에서 무언가가 빠져나온것이다.

하얀 영혼이었다. 헨리의 시선이 영혼에게 꽂혔다.

공중에 치솟은 영혼은 헨리를 무뚝뚝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띵! 저주 서린 묘지 퀘스트가 발동되었습니다.]

[저주 서린 묘지의 보스몬스터 스커드와 대화를 하십시오.]

헨리는 얼떨떨했다. 백구를 데려오는 퀘스트인줄 알고 백구에게만 신경을 ㅤㅆㅓㅅ는데 스커드를 잡자마자 퀘스트가 진행되서였다.

그는 정신을 가다듬고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반갑습니다 플레이어님. 저는 소프라노 폰 아르님이라고 합니다.]

[아 예. 그,그런데 당신이 어째서 스커드의 몸속에서 빠져나온 겁니까?]

[간단합니다. 스커드가 바로 저였기 때문이죠.]

[예에? 당신이 스커드라고요?]

[사실 저는 5년전 이곳 저주서린 묘지를 찾아낸 최초의 모험가였습니다.

저는 운좋게도 묘지에 있었던 묘지던전도 손쉽게 발견할수가 있었죠.

호기심이 강했던 저는 묘지던전을 한번 탐방해보고자 들뜬 마음에

이곳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화가 되고 말았지요.

처음 와보는 이곳은 미로와도 같아서 도무지 출구를 찾을수가 없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가지고 있던 식량마저 바닥을 드러내고 말았고.

결국 5일을 버텼지만, 저는 끝끝내 죽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영혼이 하늘위로 올라가질 못하더군요.]

저주서린 묘지에서 죽었을땐 영혼이 하늘위로 빠져나가질 못한다.

때문에 시체를 모셔와 영혼이 빠져나갈수 있는 곳에서 제를 지내야지만 하늘로 올라갈수 있었다. 눈앞에 있는 소프라노가 하늘나라로 가진 못한것도 바로 그 이유에서였다.

[아무래도 이곳이 저주서린 묘지라서 영혼이 빠져나갈수 없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 시체에 잠식해 들어가 스커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을 기다렸고, 보이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들에게 다가가

말을 건네려고 했지요. 하지만 말을 할수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죽은 몸이었고, 상대는 산 사람이기 때문에

대화 자체가 되질 않았으니까요.]

[그럼 저 개는 왜 이곳에 있는건가요?]

[간단합니다. 저녀석의 주인이 바로 저이기 때문이지요.

몸은 죽었지만 아직까지 스커드에 담긴 제 영혼이 이승에 남아 있어서

저를 종종 찾아오는듯 싶습니다. 가라고 손짓을 해도 끙끙 거리기만 할뿐

도무지 돌아가지를 않네요.

스루나 녀석이 걱정을 많이 하고 있을텐데 말입니다.]

[혹시 저녀석이 백구입니까? 진도에서 유명한…]

[저래 보여도 혈통있는 진돗개지요.]

그제서야 모든 정황이 이해가 갔다.

진돗개 백구가 주인을 잊지 못하고 머나먼 이곳 저주서린 묘지까지 와서 주인 곁에 머물고 있었던 것이었다. 간혹 배가 고플때면 집에 돌아가 밥을 먹는게 전부였고 식사를 마치면 다시금 저주서린 묘지던전에 와서 주인의 곁에 머물렀다.

할란드 마을에서 묘지까지 꼬박 2시간을 이동해야 하는거리다.

그런 먼 거리를 마다하고 주인을 보기 위해 대륙을 거의 횡단하다시피 하는 진돗개를 보자 헨리는 그만 울컥하고 말았다.

[감동이군요.]

[하하 원래 진돗개들의 충성심이 유명하질 않습니까?]

스커드가 뿌듯하다는듯 미소를 지었다.

[저기 헨리님에게 부탁이 있습니다.]

[무엇인가요?]

스커드는 잠시 망설이는 빛을 띄더니 이내 마음을 정한듯 했다.

그가 헨리를 쳐다보며 말했다.

[이곳에 머물러 있으면 백구는 계속 이곳으로 올테고,

그로 인해 스루나의 근심은 날로 늘어만 가겠죠.

그래서 말인데… 저를 저승의 세계로 인도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두녀석에게 더이상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서 입니다.]

[띵!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망자 스커드의 부탁!

5년동안 묘지던전에서 스커드로 활동하던 소프라노를 저승 세계로

인도해 줘야 합니다. 망자 스커드의 뼈를 추스린후 스루나에게 건네주면

퀘스트가 완료됩니다.

퀘스트 난이도:Z (매우간단)

[알겠습니다. 스커드님의 부탁을 들어드리죠.]

[하하 감사합니다. 이제 마음편히 잠을 청할수 있겠군요.]

그 말과 동시에 소프라노의 영혼이 다시금 스커드에게 잠식해 들어갔다.

그러자 스커드가 스르르 쓰러지며 모습을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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