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4 회: 소환수를 얻다 -- >
전후사정을 몰랐던 탓에 헨리는 움찔하며 한걸음 한걸음 뒤로 물러나기만 했다. 상대가 자신보다 레벨이 높았고 마법사이다 보니 절로 위축이 된것이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헨리의 모습에 리나는 급기야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뒤로 슬금슬금 물러나는게 그렇게 귀여울수가 없었다.
"헨리씨 오랜만이에요?"
친근한 어투에 헨리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나, 나를 아세요?"
어둠속에 가려져서 여자 마법사의 닉네임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형태만 조금 보이는 정도였다. 리나는 천천히 횃불이 있는쪽으로 다가갔다. 아이디를 보자 비로소 헨리의 얼굴이 밝아졌다.
"아~ 리나씨였군요? 오랜만이에요"
"그러네요~ 근데 헨리씨가 왜 이곳에 온거에요?"
근접캐릭은 묘지사냥을 극도로 꺼려한다. 좀비전사의 시독공격을 맞으면 거의 절반에 가까운 HP가 빠지기 때문이다.
헨리는 간략하게 백구 퀘스트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백구?"
"대호파티를 했는데 운좋게 영혼의 결정체를 먹었거든요.
소환수 퀘스트를 하고 있는데 묘지에서 백구를 찾아오라네요."
"아 그래요?"
"그나저나 여기에서 꽤나 오랫동안 사냥한 모양이에요?"
"호호 그렇게 오래 하진 않았어요."
"에이~ 끼고 있는 템을 보니 레벨이 40이 넘어섰는데여 뭘~"
리나가 끼고 있는 아이템은 40레벨이 낄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말인즉 리나의 레벨이 40 위라는 소리였다.
레오를 하면서 아이템이란 아이템을 전부 먹어봤기에(물론 애들을 죽여서)모르는 아이템이 없었다.
리나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생각보다 마법사의 아이템을 잘 알고 계시네요?"
"공부를 많이 해뒀으니까요. 그런데 저분은…"
아까부터 옆에 있던 여자가 신경쓰였던 헨리였다.
헨리의 시선이 옆에 있던 윤지에게 닿았다.
뻘쭘하게 앉아있던 윤지는 그제서야 헨리에게 꾸벅 인사를 건네왔다.
헨리 또한 덩달아 고개를 숙였다.
리나가 말했다.
"제 여동생이에요."
"아~ 그렇군요. 실제 여동생?"
"네. 그렇져"
(그랬군. 여동생에게 쩔을 해주려고 이곳에 온거였어) 어쩐지 레벨 40짜리가 왜 여기에 오나 싶었다.
막말로 레벨 40짜리가 묘지 던전에 올 이유가 전혀 없었다.
경험치는 경험치대로 안오르고, 템은 템대로 안나오는 이곳에서 뭣하러 사냥을 한단 말인가?
하지만 쩔을 해주기 위해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일단 묘지던전 몬스터들이 수정동굴보다 경험치를 약간 더 많이 주기 때문에 쩔을 해주기 위해선 이곳이 안성맞춤이었다.
더욱이 개미새끼 한마리 없지 않은가?
쩔을 해주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정말인가요? 정말 앞으로 쭉가면 백구가 있어요?"
"분명히 개가 있긴 있었어요.
그게 헨리씨가 찾는 백구인지는 잘 모르지만 말이에요."
생각치도 못한 정보를 얻었다. 다름아닌 백구의 존재 유무성이었다.
"마침 저희도 보스를 잡고나서 나가려고 했거든요.
저희가 봤던 개는 보스가 있는쪽에 있었으니까 다같이 한번 가봐요.
그러면 헨리씨도 쉽게 퀘스트를 완료하실수 있을거에요"
헨리는 이 어두컴컴한 곳을 어떻게 헤쳐나갈지가 걱정이었다.
더욱이 레벨이 25밖에 되지 않아서 간간히 전해져오는 묘지 몬스터들의 공격이 무척이나 아팠다. 이미 쌀과자를 50개나 섭취한 상태.
남아있는 쌀과자는 기껏해야 30개에 불과했다.
만약 이걸 다 쓰게되면 어쩔수 없이 귀환스크롤을 찢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리나가 구원의 손길을 뻗어온 것이다.
헨리는 기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녀의 두손을 덥석 잡아챈뒤격하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우와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리나가 살며시 손을 빼며 호호 거렸다.
"호호. 대신 보스는 우리가 잡을게요. 아시겠죠?"
애시당초 보스따윈 관심도 없었다.
그저 백구가 있는곳에 데려다주면 그걸로 족했다.
"당연하죠!"
"그러면 같이 이동 하도록 해요."
동굴 내부는 생각보다 무척이나 넓었다. 규모로만 따지자면 묘지 필드와 필적할만한 규모였다. 대략 10분정도 걸어가자 저 멀리 큼지막한 방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방안에는 무려 삼십마리에 달하는 몬스터들이 깔려있었다.
"백구다!"
헨리의 눈이 순간적으로 커졌다. 몬스터들 사이에서 하얀 개 한마리를 발견한 까닭이었다. 백구의 곁에는 제법 덩치가 당당한 해골 한마리가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었다. 녀석은 노란 투구를 뒤집어 쓰고, 시퍼런 검날을 치켜들고 있었는데 여타의 몬스터들보다 덩치가 무려 3배나 더 컸다. 척보기에도 저놈이 보스인듯 싶었다.
"녀석이 보스인가요?"
"그래요. 녀석이 묘지던전의 보스 스커드죠.
스커드 옆에 백구가 있으니 먼저 스커드를 처치하고 나서 퀘스트를 수행하셔야 할것 같네요."
좁아터진곳에 30여마리의 몬스터들이 몰려 있었다.
돌진했다가는 뼈도 못추릴 것 같았다.
더욱이 가지고 있는 쌀과자는 고작해야 30개.
버티는데도 한계가 있었다.
결국 헨리는 리나와 윤지가 몬스터들을 처리할때까지 기다렸다.
단 3분만에 30마리에 달하는 몬스터들이 증발해버렸다.
남아있는건 이제 스커드 한마리 뿐이었다.
"후우. 이제 스커드 한놈만 남았군요."
"저희가 빨리 처리해드릴게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말이 끝남과 동시에 윤지가 스커드를 바깥으로 유인하기 위해서 파이어볼을 구사했다.
파이어볼에 격중당한 스커드가 우어어! 하며 괴성을 내질렀다.
한방 맞아서 열불이 났는지 놈이 광망을 줄기차게 내뿜으며 윤지에게 달려들어왔다. 그틈에 헨리는 백구가 있는곳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그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설마하니 이렇게 쉽게 퀘스트를 클리어할줄은 꿈에도 몰랐다.
"위험해요!!"
리나의 뾰족한 일갈과 함께 스커드의 광휘의검이 헨리의 등허리를 쓱 훑고 지나갔다.
"크악!!"
눈앞에 있는 백구에게 정신이 팔려 있었던것이 화근이었다.
헨리는 그만 스커드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묘지의 보스 스커드에게 광휘의일격을 허용하셨습니다.]
[크리티컬이 발생합니다!]
[생명력이 250 감소 하였습니다!]
단 한방에 절반에 가까운 HP가 소모되자 헨리는 기겁을 하고 말았다.
그는 재빠리 스커드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났다.
다행히 이동속도가 빨랐던 탓에 스커드의 추가 공격을 간신히 피해낼수 있었다.
하지만 공격을 막아냈음에도 불구하고 HP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생명력이 단 20퍼센트 밖에 남질 않았다.
헨리는 재빨리 쌀과자를 복용하며 체력을 회복시켰다.
(역시 보스다 이건가? 제기랄 엄청 센녀석이군.)
"파이어볼!"
"파이어 에로우!"
콰콰쾅!! 퍼어엉!
발현시킨 마법들이 스커드에게 격중했다.
스커드 주위에서 새하얀 연기들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더니 사방으로 촤아악! 흩뿌려졌다.
"언니 해치운거 같아!"
윤지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제 아무리 보스몬스터라고 하나 파이어볼을 수십방 맞았고 파이어 에로우도 다섯방이나 맞았다.
이정도 공격을 받았으니 틀림없이 쓰러졌을 것이다.
윤지와는 다르게 리나는 별다른 표정 변화없이 연기속을 주시하고만 있었다.
놈의 시체를 확인한게 아니라서 조금이라도 방심할수 없었다.
"윤지야 방심하지말고 앞을 똑바로 쳐다봐!"
언니인 리나가 제법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윤지는 스태프를 고쳐잡고 언니의 말대로 연기 속을 주시했다.
시간이 지나자 연기들이 조금씩 걷히기 시작했다.
"마,말도 안돼!"
놀랍게도 스커드의 모습은 말짱했다.
솔직히 말해서 빼다구 하나쯤은 떨어져 나갈줄 알았다.
그런데 아무런 데미지도 없다니!? 두 여자가 경악성을 토해냈다.
스커드의 HP가 얼마나 많기에 데미지조차 입히질 못한다는 말인가!?
오히려 스커드는 붉은 광망을 줄기차게 내뿜으며 광휘의검을 휘둘러왔다.
리나는 재빨리 자신의 몸에 헤이스트를 걸며 방 바깥쪽으로 도망쳤다.
어그로 상대가 없어지자 스커드는 아무 망설임없이 백구가 있는쪽으로 걸어갔다. 마치 백구를 호위하는듯한 제스쳐였다.
윤지와 리나는 또다시 스커드에게 맹공을 취했다.
하지만 결과는 아까와 똑같았다. 스커드를 피하기 위해 방안을 한번 빠져나가면 놈은 다시금 멀어지면서 백구의 곁을 지켰다.
그러기를 어언 수차례. 윤지가 질린다는듯 혀를 내두르기에 이르렀다.
마음같아선 저걸 꼭 잡아야 하나 싶을정도였다.
그만큼 그녀는 많이 지쳐있었다. 헨리는 배워두었던 활력 스킬을 윤지에게 시전해준뒤 잠시 생각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