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넘버원-23화 (23/378)

< -- 23 회: 소환수를 얻다 -- >

천장에 매달려 있던 무언가가 갑자기 헨리쪽으로 날아갔다.

푸드득! 푸드득!

"으악!"

헨리가 볼썽사납게 뒤로 발라당 넘어졌다. 느닷없이 나타난 박쥐의 등장에 소리까지 빽 지르고 말았다.

헨리의 비명소리가 동굴 내부를 강타하면서 메아리가 울려퍼졌다.

비명소리가 너무 컸던 탓에 귀를 막지 않곤 못배길거 같았다.

헨리는 얼른 귀를 틀어막아버렸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소리가 잦아들었다.

헨리는 주먹으로 애꿎은 벽을 한방 후려쳤다.

퍽소리와 함께 바위의 파편들이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망할놈의 박쥐새끼! 하마터면 간 떨어질뻔 했네!)생명력을 보니 스쳤음에도 불구하고 hp가 그대로였다.

다행히 몬스터로 등록된 박쥐가 아니어서 HP손실이 없는듯 싶었다.

헨리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자리에서 일어나 조심스럽게 한발짝 한발짝앞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제기랄! 길도 잘 모르겠고, 도무지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오질 않네)동굴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다면 수색이 편하겠지만, 아쉽게도 헨리는 동굴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였다.

무슨 몬스터가 나오는지도 몰랐고, 몬스터의 레벨이 몇인지는 더더욱 알수 없었다.

그저 1년동안 레오를 해왔던 감으로 유추해 내기만 할뿐이었다.

(동굴이니 만큼 박쥐나 뱀 , 해골 따위가 전부겠지.)박쥐와 뱀은 철저히 기습형 몬스터다.

그렇기 때문에 기습에만 조심하면 된다.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쉬운게 아니었다. 무엇보다 동굴이 무척 캄캄한 탓에 제대로된 위치파악이 매우 어려웠다.

헨리는 몸을 사리면서 천천히 이동했다.

그러다보니 수색시간이 생각한것 이상으로 길어졌다.

헨리의 표정에 불만이 어렸다.

이렇게 힘든 퀘스트인줄 알았다면 진작에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익스플로젼!"

성인 머리통 두배 크기에 달하는 검붉은 화염구가 박쥐들이 몰려있는 곳으로 날아가면서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그 충격에 동굴 전체가 흔들렸다.

천장에서 바위조각들이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바위조각에 맞으셨습니다. hp가 10 감소합니다.]

"윤지야. 제발 부탁인데 익스플로전은 자제해주면 안되겠니?"

익스플로전.

파이어볼보다 훨씬더 강력한 화염계 마법으로 최대 15명에게 피해를 가할수있는 범위형 공격마법이다. 마나 소모량은 500이며 쿨타임은 1분에 달한다.

윤지가 배시시 웃으며 뒷머리를 살짝 긁적였다.

"헤헤 미안. 나도 모르게 자꾸 익스플로전을 사용하고 있었네."

"바보야 여긴 좁아터진 동굴안이라고. 그러다가 동굴이 무너지면 우리 둘다 끝이야. 끝."

익스플로전은 대인공격마법이라서 구사하는 범위가 상당히 넓다.

그 때문에 좁은공간에서 쉽게 사용할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특히나 동굴안에서의 사냥이라면 더욱 그러했다.

"알았어. 이제 안쓸게."

"그냥 파이어볼로 한마리씩 잡자. 오히려 그게 더 안전하니까 말야."

"응 언니."

윤지는 언니 윤정의 말대로 파이어볼을 구사하면서 좀비전사와 박쥐들을 차례차례 쓰러뜨렸다. 10분이 지나자 반가운 메세지가 흘러나왔다.

[플레이어 윤지 님의 레벨이 35가 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레벨업으로 인해 스탯 3개가 생성되었습니다.]

윤지는 아이처럼 좋아라 하며 3개의 스탯을 모조리 INT 에다가 투자했다.

윤지의 레벨업 이펙트를 본 윤정이 여동생을 보며 축하의 말을 건넸다.

"우와 축하해. 이제 35지?"

"응. 언니는 몇퍼센트야?"

"나는 41에 94퍼센트야."

"그러면 언니 레벨업 하고 다른 사냥터 가보자."

윤지는 레벨 25때부터 이곳에 와서 언니인 리나에게 쩔을 받으며 사냥을 했다.

처음에는 경험치가 쑥쑥 올랐지만, 레벨이 35가 되자 한마리를 잡아도

0.05퍼센트밖에 주질 않았다.

"하긴 너도 벌써 35니까 슬슬 여기서 나가야겠다."

"그런데 언니 정말 대단하다. 이렇게 좋은 사냥터를 어떻게 안거야?"

묘지던전에서 출몰하는 몬스터는 좀비전사와 좀비, 그리고 스켈레톤과 박쥐등이 있었다.

이 몬스터들은 근접캐릭터에게 강한 면모를 보이는 반면 마법사들에게는 약한 모습을 보였다.

이유인즉 멀리서 공격하는 마법사들의 특징 때문이었다.

제 아무리 좀비전사가 강하고, 시독을 사용한다고 하나 공격을 적중시켜야 시독을 걸수 있는거다.

마법사들이 멀리서 때리면 접근하기도 전에 데미지를 입고 만다.

더욱이 상대는 리나와 윤지였다. 현질로 아이템을 도배한터라 그녀들의 공격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던전 몬스터들은 그녀들에게 검한번 놀리지 못하고 땅바닥에 눕고 말았다.

간혹 박쥐가 기습공격을 한두방 먹이긴 했지만 체력이 워낙 낮은탓에 윤지의 파이어볼 한방만으로도 빈사상태에 빠져버렸다.

"그런데 여기 사람이 엄청없다. 왜 사람이 없는걸까?"

"간단해. 아이템 드랍율이 무척낮고 나오는 아이템도 거의 쓰레기라서 사람들이 안오는거야. 게다가 근접 캐릭터들은 좀비전사에게 시독을 맞으면 피가 거진 반이상 빠지거든.

그럴바엔 수정동굴에서 파티사냥을 하는게 훨씬 효율적이지"

"아 그렇구나."

"그리고 여기가 그렇게 약한 던전은 아냐. 우리 아이템이 워낙 좋아서 몬스터들이 약해보이는것 뿐이지. 이녀석들은 원래 엄청 센 녀석들이야"

아직 넘버원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터라 아무것도 모르는 윤지였다.

"그러면 근접캐릭터들은 거의 안오겠네?"

"골이 비었다면 모를까. 제정신이라면 100퍼센트 안오지."

리나는 거의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때였다. 무언가를 발견한듯 윤지가 리나의 뒤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저사람은 골빈 사람이야?"

눈앞에 두명의 마법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헨리의 눈에 경계심이 깃들었다. 넘버원 내에선 몬스터들보다 플레이어들을 더 경계해야만 한다.

사람의 천적은 사람이라는 말에 괜히 있는게 아니었다.

특히나 이렇게 외진 던전에선 더욱 그러했다. 도와줄 사람도 없고 기습을 당해 피케이를 당하기라도 한다면 최악의 경우 레어아이템을 드랍당할수도 있다. 더욱이 불과 하루전에 레드놈들에게 당해 12시간동안 뻘짓을 한 그가 아니던가?

헨리는 한껏 긴장한채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 던전 방안에 횃불이 밝혀져 있었던 탓에 시야확보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어? 당신은?"

리나의 눈이 순간적으로 커졌다. 안면이 있는 남자였다.

예전에 한번 할란드 성에서 늑대와 여우를 같이 잡았던 기억이 났다.

"우와 반가워요. 여기서 만나게 될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리나가 미소를 지으며 헨리에게 다가갔다.

헨리는 당혹스러웠다. 생전 처음보는 여자 마법사가 자신을 아는척하면서 조금씩 걸어오고 있으니 어떻게 대해야할지 감이 오질 않았다.

(이상한데? 저 여자가 어떻게 날 알고 있는거야?)분명히 처음보는 여자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마치 난 당신을 잘 알아요하면서 슬금슬금 걸어오는게 아닌가? 어둠속에 가려진 터라 아이디도 잘 보이지 않았다.

사실 리나는 레벨업을 하면서 아이템을 제때제때 맞추었고 지금은 레벨에 맞는 40대 아이템을 착용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모습이 조금 변한 상태였다.

리나와는 달리 헨리는 여우와 늑대를 잡았던 템셋팅 그대로였다.

예전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었고, 더욱이 횃불이 있는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던 상황이라 리나만 그를 알아본 것이다.

반면 리나는 어둠속에 몸을 감추고 있는 포지션이었다.

헨리의 시야에는 그저 고레벨의 마법사로만 보일뿐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