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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원-15화 (15/378)

< -- 15 회: 건드리면 안되는 사람 -- >

매의 눈빛으로 헨리와 솔비를 쳐다보는 한 무리가 있었다.

그들은 다름아닌 레드 길드에 소속되어 있는 길드원들이었다.

레드길드는 넘버원 내에서 악명이 자자하기로 유명한 길드였다.

그런 그들이 어째서 이곳 할란드 마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일까?

이유는 매우 간단했다. 할란드 마을에서 벌어지고 있는 드래곤볼 쟁탈전에 참여한 까닭이었다. 블랙드래곤 아르키우스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크라우드 길드는 레드 길드와 혈맹을 맺고 있다. 그래서 크라우드 길드를 돕기 위해 할란드 마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제법 빵빵한 몸매를 지니고 있는 여성유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의 이름은 레오나. 레드 길드의 부마스터직을 맡고 있는 고위급 간부였다.

실물이 매우 예쁜탓에 많은 남성 길드원들이 그녀를 따르고 있었다.

"저녀석 말야. 내가 보기에는 보통놈이 아닌거 같아."

"대호보다 빠른 녀석 말입니까?"

전사관리장으로 일하고 있는 소운이 대꾸했다.

레오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받았다.

"빛의 주문서를 사용해봤는데 레벨이 22였어.

지금 레벨업을 했으니 23이겠지.

23이 올덱스를 찍는다고 한들 대호보다 빠를수가 없는데, 저녀석은 대호보다 월등히 빠른 몸을 지니고 있어."

사실 헨리가 끼고 있는 아이템에는 이동속도가 모두 끼어있었다.

그것도 죄다 레어급에 속해 있는 아이템이었다.

거기에다가 덱스의 비율이 무척이나 높았다.

그런 이유 때문에 여타의 몬스터들보다 이동속도가 월등히 빨랐던 것이다.

"소운."

"네?"

"가서 저녀석좀 데리고 오지 않을래? 물어볼게 있어서 말야."

"데려와서 뭘 하시려고…"

째릿!

레오나가 흘겨보자 소운이 나지막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고집을 잘 알기 때문에 한번 말을 꺼내면 반드시 실행에 옮겨야 했다.

"그러니까… 저더러 부마스터님을 만나보라는 소리입니까?"

감히 레드 길드원 따위가 나를 오라가라 하다니!

만약 레오로 플레이 했다면 레드 길드원들을 싹 쓸어버렸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은 레오가 아닌 헨리로 플레이 하고 있다.

더욱이 온갖 레어아이템으로 도배를 한상태.

자칫잘못하면 눈앞에 있는 소운에게 죽임을 당할수 있기 때문에 경거망동할수 없었다.

(레오나라면 호기심이 무척 많다고 들었다.

아무래도 나의 이동속도 때문에 날 부르는것 같은데…)레오를 했을당시 레드 길드원들을 수없이 죽여왔고 레오나의 특성또한 잘알고 있었다.

길드마스터의 얼굴도 알정도인데 부마스터의 얼굴하나 모를까?

"지금 당장가야합니까?"

"반병신을 만들어서라도 너를 끌고 오라 하셨어.

순순히 오는게 좋을듯 싶은데?"

레오. 아니 헨리는 쓴웃음을 지었다. 만약 자신이 레오라는걸 알게 된다면 놈들이 어떤표정을 지을까? 심히 궁금할 정도였다.

(어쩔수 없지. 일단 한번 만나볼까?)뜻하지 않은 불상사가 생길지라도 레오로 복수하면 그만이었다.

헨리는 마음을 정한듯 레오나가 있는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헨리가 자리를 뜨자 소운의 시선이 뒤쪽으로 향했다.

두 여성이 바르르 떨고 있었다.

바로 헨리와 같이 사냥을 했던 솔비와 솔이였다.

'하,하필이면 레드길드원에게 걸리다니.'

'사냥에 너무 집중하느라 인기척을 감지하지 못했어.

크,큰일이야.'

그녀들 또한 레드길드의 악명을 잘 알고 있었다.

초보든 노인이든 눈에 보이면 닥치는대로 죽여버린다는 그 악명 말이다.

"흐흐흐 제법 예쁘장하게 생긴 계집애로군.

뭐, 그래봤자 성형으로 꾸몄을테지만"

소운의 눈에 살기가 번졌다. 그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애검인망자의검을 치켜세웠다.

"흐흐흐 우리는 우리들만의 시간을 가져보자고 흐흐흐!!"

"꺄아악!!"

'생각보다 청초한 여인인걸?'

레오를 플레이했을 당시 길드 마스터와 조우한 탓에 그를 호위하는 몇몇 길드원들만 봤을 뿐. 실제로 레오나를 보는건 처음이었다.

레오나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가까이서 보니까 더 잘생겼네?"

"저를 부르신 용건이 뭔가요?"

레오와는 달리 헨리는 약자다.

사회에서나 넘버원 세계에서나 약자는 항상 조심해야 한다.

강자에게 밉보이기라도 하면 득될게 없다.

그래서 헨리는 예의를 차려가며 존칭을 써주었다.

레오나는 당연하다는듯 헨리에게 반말을 찍찍 내뱉었다.

"급하기는… 너에게 물어볼게 있어서 불렀어. 그러니까 사실 그대로를 말해줬으면 해."

레오나는 헨리가 예상했던것 처럼 이동속도에 관한 질문을 퍼부었다.

헨리가 복잡한 심정으로 레오나를 쳐다보았다.

이걸 말해야할지. 아니면 숨겨야 할지 감이 오질 않았다.

헨리는 주변을 살펴보았다. 곁에 있는 레드 길드원은 정확히 4명.

끼고 있는 아이템을 보니 척보기에도 200-300레벨대의 고레벨 유저들이었다.

레오로 왔다면 충분히 제압할수 있는 숫자였지만, 현재 그는 헨리로 플레이하고 있기 때문에 몸을 사려야만 했다.

(마법사 하나가 끼어있군. 이렇게 되면 도주는 언감생심 꿈도 못꾼다.)제아무리 이동속도가 빠르다고 한들, 상대는 200-300에 달하는 고레벨유저.

더욱이 마법사까지 있는상태다. 상대가 헤이스트를 걸고 포위하면 얄ㅤㅉㅑㄹ없이 잡히고 만다. 더욱이 귀환스크롤(딜레이 5초)을 찢을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헨리는 도주를 포기하고 말았다.

괜히 놈들을 자극했다가 죽기라도 한다면 득될게 없다.

"이동속도에 관해서 물어보셨죠?"

"응. 사실대로 말해줘.그렇게만 한다면 너에게 해코지 하지 않을게."

"정말인가요?"

"난 약속은 반드시 지켜. 그러니까 안심해도 좋아."

헨리는 레오나의 말을 믿기로 하고 그녀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해주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레오나가 그럴줄 알았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구나."

"예상을 했었나요?"

"올덱스를 찍는다고 해도, 아이템에 이동속도가 붙지 않으면 그렇게 빠를수가 없지. 어느정도 예상은 했었어."

"그랬군요."

"칫. 나는 신기한 녀석인줄 알고 엄청 기대했는데 별볼일 없는 녀석이었잖아?"

헨리는 순간 움찔했다. 자신더러 별볼일 없다고 하니 괜시리 열이 뻗쳤다.

하지만 경거망동할순 없었다.

(이 망할년이 자꾸 날 자극하네?)레오의 레벨은 자그마치 550에 육박하고 있다.

만약 레오로 왔다면 한주먹거리도 안될 새끼들이었다.

그런녀석들에게 이처럼 농락을 당하고 있으니 분통이 치밀어 올랐다.

"너에 대한 용무는 끝났어. 그만 가봐."

궁금증을 모두 풀었기 때문에 더이상의 대화는 불가피했다.

레오나는 약속한대로 눈앞에 있는 헨리를 순순히 보내주었다.

(왠일이지? 레드 놈들이라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무조건 피케이를 시전하는 녀석들인데…)파티사냥을 같이했던 솔이와 솔비는 참혹한 시신이 되어 널브러져 있었다.

자신도 그꼴이 될줄 알았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헨리는 예의상 레오나에게 꾸벅 인사를 건넸다.

살려줘서 고맙다는것을 간접적으로나마 표현한 것이다.

약자이니만큼 어떠한 수를 써서라도 강자에게 잘 보여야한다.

수명을 늘리기 위해서는 그수밖에 없었다.

"그럼 돌아가볼게요. 수고하세요."

(일단 여길 빨리 벗어나야해!)

언제 뒤통수를 칠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헨리는 재빨리 귀환스크롤을 찢으려했다.

그때였다. 시퍼런 검날을 비롯해, 검붉은 화염구가 헨리에게 쇄도해 들어왔다.

사방에서 붉은빛이 번쩍거렸다. 데미지를 받았다는 메세지가 캡슐 내부에서 울려퍼졌다. 정확히 두번 들었을때 캡슐 내부가 급격히 어두워졌다.

캡슐안에서 안내멘트가 흘러나왔다.

[플레이어 <레오나>님에게 격살당하셨습니다.]

[경험치 3퍼센트를 잃으셨습니다.]

[쌀과자 40개를 드랍하셨습니다]

[사망패널티로 인해 12시간 동안 <헨리>를 플레이 하지 못합니다.]

[12시간 이후에 접속해주십시오]

그 메세지를 끝으로 헨리의 모습이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헨리가 처음으로 맞는 죽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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