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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원-14화 (14/378)

< -- 14 회: 건드리면 안되는 사람 -- >

1부터 20까지는 거의 초보자용 퀘스트가 이루어져 있다.

25가 되어야 돈될만한 퀘스트가 생겨나는 것이다. 그래서 헨리는 25까지 파티사냥을 하는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여우와 늑대를 잡는것보다 대호 파티가 레벨업이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지금 상태로는 여우를 잡는다고 해도 2-3시간 투자해야 레벨업을 할수 있다.

그럴바엔 30분동안 몸을 사리면서 대호 파티사냥을 하는것이 훨씬 이득이다.

물론 파티원들이 자신을 죽이지 않는다는 전제조건이 깔려야 하는것이 문제지만.

'왠만하면 마법사 계열과 파티를 맺어야겠군.'

마법사들의 스플래쉬 데미지로 속성저항을 익힐수 있다.

그 때문에 불속성저항을 쉽게 익힌 헨리가 아니던가?

'불은 익혔으니 전격계를 익혀봐야겠다.'

전격계 마법은 거의 99퍼센트가 스플래쉬로 이루어져 있다.

불속성저항보다는 쉽게 익힐수 있을것이다.

생각이 미치자 몸이 쉽게 반응했다.

헨리는 중앙광장에서 마법사들을 두루 찾아다녔다.

운좋게도 전격계 마법사 두명을 발견할수 있었다.

헨리는 재빨리 그들에게 다가갔다.

마법사들은 신규직업군으로 분류되어 있던

[인트 마스터]와 [매디컬 서포터]로 이루어진 파티원이었다.

둘의 닉네임은 솔비과 솔이였다. 아무래도 같이 넘버원을 플레이하는 자매인듯 싶었다. 헨리는 그녀들에게 다가가 꾸벅 인사를 건넸다.

제법 예쁘장하게 성형한 솔비가 헨리를 보며 물어왔다.

"누구죠?"

"혹시 대호 파티원을 구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10분전부터 대호 파티원을 구한다고 고래고래 소리쳤다.

아무래도 그걸 보고 온듯싶었다. 솔비가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런데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저를좀 끼워주실수 있습니까?"

솔비는 눈앞에 있는 헨리를 요목조목 살펴보았다.

척 보기에도 레벨이 낮아보였다.

그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거부의사를 밝혔다.

"아쉽지만 저희보다 레벨이 낮으면 파티원으로 받아줄수가 없어요."

"실례지만 레벨이 몇이신가요?"

"저희는 둘다 22랍니다."

"그럼 저랑 레벨이 똑같네요."

"예에?"

레오로 돈을 옮겨오면서 레벨 1때 아이템을 샀다.

그래서 아이템은 거의 초보자가 끼는 아이템으로 도배가 되어있었다.

솔비는 그 아이템을 보고 헨리를 판단했기에 자신보다 레벨이 낮다고 단정지어버렸다. 그런데 자신과 레벨이 똑같다니?

그녀가 믿을수 없다는듯 고개를 저었다.

"에이 거짓말!"

"빛의 주문서를 한번 사용해보세요."

빛의 주문서는 플레이어의 레벨을 확인시켜주는 주문서다.

솔비 또한 그럴생각이었는지 배낭에서 빛의 주문서를 찾고 있는중이었다.

"어? 저,정말이네요?"

빛의 주문서를 사용한 솔비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곁에 있던 솔이가 알수 없다는 눈길로 물어왔다.

"레벨이 22이신데 왜 초보자용 아이템을 끼고 계세요?

저희는 그것때문에 당신이 초보인줄 알았어요."

넘버원의 아이템은 일반 아이템을 비롯해, 레어아아템과 에픽아이템, 그리고 유니크 아이템으로 나눠진다. 초보자용 아이템이라고 하지만 헨리가 끼고 있는 아이템은 죄다 레어로 도배 되어 있었다.

그 때문에 일반아이템 들보다 능력치가 월등히 좋았다.

적어도 레벨 40까지 입고 있어도 별 지장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같은 사실을 발설해서는 안된다. 자칫 잘못했다간 파티원들이 뒤통수를 칠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헨리는 돈이 없다는 핑계를 대며 그녀들에게 거짓말을 했다.

"레벨이 똑같다곤 하지만, 아이템이 안좋으면 사냥하기가 어려우실거에요. 그런데도 괜찮아요?"

"스태프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전격계열은 전기 이펙트가, 불계열은 화염 이펙트가 스태프를 통해 전해진다) 저희는 둘다 전격계열 마법사예요.

스플래쉬 데미지가 계속 들어갈텐데 버틸수 있겠어요?"

헨리가 염려 말라는듯 호탕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쌀과자 200개를 사들고 왔습니다. 버티는건 자신있으니까 맡겨주세요."

여타의 플레이어들보다 이동속도도 월등히 빠르다.

도망치는데는 자신이 있었다.

눈앞에 있는 남성이 기세좋게 소리치자 그녀들은 한번 믿어보기로 했다.

'큰소리 치는걸 보니 뭔가 있다는 거겠지?'

'잘못하면 그때 자르면 돼. 일단 두고보지 뭐.'

광장에 어그로꾼이 많이 있는게 아니다.

그녀들도 장장 10분만에 헨리를 구하지 않았던가?

더이상 시간을 허비할순 없는 노릇이었다.

산맥에 도착하자 저 멀리 대호의 모습이 들어왔다.

일반 호랑이보다 1.5배나 큰 커다란 몸집.

이빨사이로 비집고 나온 두개의 송곳니! 보기만 해도 오줌을 지릴 정도였다.

"생각보다 세니까 한마리씩 유인해서 잡도록 할게요.

먼저 헨리님이 한마리씩 어그로를 끌어주세요."

"무조건 한마리씩 끌어야 해요. 알겠죠!?"

대호의 레벨은 자그마치 25다. 그에 반해 플레이어들은 죄다 22를 형성하고 있었다. 두마리 이상 달려들면 사냥하기 힘들어진다.

"알겠습니다."

헨리가 기세좋게 대답한뒤 대호쪽으로 달려들었다.

"크르르릉!!"

대호 한마리가 헨리를 발견했다. 선공형 몬스터라 그런지 대호는 일체의 망설임 없이 헨리에게 달려들었다. 어그로가 헨리에게 꽂히자 솔이와 솔비는 전격계 마법을 캐스팅했다.

"에너지 볼트!"

"라이트닝 볼트!"

콰콰콰콰!

두개의 마법이 대호쪽으로 날아들었다. 마법 명중률이 높았던 까닭에 두개의 마법은 그대로 대호의 몸통을 비집고 들어갔다.

파지직! 파지지직!

새파란 이펙트가 눈이 부실 정도로 세차게 빛났다.

그와 동시에 대호의 털이 바싹 곤두섰다.

전격계 마법에 격중당해 잠시나마 빈사상태에 빠진것이다.

"크르르릉!!!"

"크윽!"

대호곁에 있던 헨리도 신음을 토해냈다.

마법의 스플래쉬 뎀지가 전해져서였다.

생명력을 보니 25의 생명력이 줄어 들어 있었다.

실로 엄청난 파괴력이었다.

리나와 사냥했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헨리는 다른 대호가 끼어들지 않게끔 거리유지에 각별히 신경썼다.

그틈에 솔비와 솔이는 빠르게 대호를 처리해 나갔다.

생각보다 셋의 호흡은 매우 좋았다.

먼저 헨리가 어그로를 끌면 두 여자가 전격마법을 날린다.

그러면 대호가 10중 팔구는 빈사상태에 빠져버린다.

헨리는 그틈에 다시 대호에게 검을 휘둘러 어그로를 고정시켰다.

그렇게 되면 대호는 다시금 헨리에게 달려들었다.

그틈을 놓치지 않고 두 여자가 마무리를 가해오면 대호는 배를 까뒤집고 죽기 일쑤였다. 그렇게 사냥을 시작한지 어언 50분이 흘러갔다.

캡슐 내부에서 안내멘트가 흘러나왔다.

[플레이어 헨리님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23이 되었습니다!]

[스탯 포인트 3개가 생성되었습니다.]

헨리는 스탯포인트 3개를 모조리 덱스에 투자했다.

스플래쉬 데미지를 줄이기 위해선 덱스를 올리는것이 가장 현명했다.

"우와 축하해요!"

"축하해요 헨리님!"

사냥을 통해 비로소 헨리의 진가를 알아보게 되었다. 그래서 그녀들은 처음과는 사뭇 다르게 공손히 그를 대하고 있었다.

사실 그녀들은 헨리를 무척이나 얕잡아 보고 있었다.

무엇보다 대호의 이동속도를 감당할수 있을지가 걱정이었다.

여우와 늑대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대호의 이동속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냥 맞으면서 버텨만 주면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눈앞에 있는 초보 어그로꾼의 이동속도가 대호보다 월등히 빠른 까닭이었다. 헨리는 대호에게 단 한대도 맞지 않았다.

그저 마법사들의 스플래쉬 데미지로 피해를 받는게 전부였다.

'왠만한 탱커보다 훨씬 효율적인걸?'

'저 사람 정말 신기한 능력을 지니고 있어.

덱스가 아무리 높다고 한들 저렇게 빠를수가 없는데…

도대체 어떻게 한걸까?'

솔비는 문득 궁금증이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잠시 사냥을 중지하고 헨리를 불러들였다.

"갑자기 사냥을 중지시킨 이유라도?"

헨리의 물음은 당연했다. 한창 분위기를 잘타고 있는데 사냥을 중지했으니 말이다. 솔비가 떠듬떠듬 변명했다.

"호호 마나홀이 고갈되서 말이에요."

물론 거짓말이었다. 그저 헨리에게 궁금한게 있어서 잠시 사냥을 중지한것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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