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1 회: 윤지 -- >
하루만에 캡슐장치가 도착했다. 이윤지는 언니가 알려주는 주의사항들을 전부 숙지한뒤 캡슐 내부로 들어갔다.
생전 처음 접하는 게임이라 그런지 왠지모를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그녀는 애써 침착한 표정을 지었다.
턱!
캡슐 장치를 닫고, 구동을 시키니 캡슐 내부에서 안내멘트가 흘러나왔다.
-넘버원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초기 가동 중입니다. 홍채 인식과 더불어 지문 인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위이이잉!
맞은편에서 인식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윤지는 언니가 말해준대로 인식란에 손을 얹은후 홍채인식까지 완료했다.
그러자 캡슐안에서 다시금 안내멘트가 흘러나왔다.
-신규 유저로 확인되었습니다.
넘버원 세상에 오신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신규 캐릭터를 생성해 주십시오.
신규 생성창이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자신과 똑같이 생긴 여성이 화면에 나타났다. 플레이어 인식 장치 덕분에 자신의 모습이 형상화 된것이다.
-플레이어 인식 장치로 플레이어님의 모습을 스캔화 하였습니다.
원하신다면 생김새를 변형시킬수 있습니다.
주변사람들로부터 예쁘세요~ 몸매 쩌러여~ 라는 소리를 주구장창 듣는 이윤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좀더 예쁜모습을 원했다.
그녀는 마치 성형외과에서 성형을 받듯 이것저것을 건드려보았다.
"됐다. 이게 제일 좋겠어!"
이윤지가 만족스러운 빛을 띄며 말했다.
캐릭터는 실제 모습과 별반 다를게 없었다.
단지 앳된 모습이 조금 사라지고, 성숙한 모습이 자리를 잡은게 전부였다.
얼굴색도 너무 밝은것 보다는 약간 홍조가 띈 얼굴로 살짝 바꿔주었다.
-하나의 계정으로 두개의 캐릭터를 만드실수 있습니다.
현재 플레이어님이 첫번째 캐릭터를 생성하셨습니다.
한번 캐릭터를 구현화 시키면 더이상 성형수술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현재의 모습을 구현화 시키시겠습니까?
이윤지는 망설임없이 대답했다.
"네."
그러자 다시금 안내멘트가 흘러나왔다.
-캐릭터의 모습이 형상화 되었습니다.
닉네임창에 닉네임을 설정해 주십시오.
여타의 게임과 마찬가지로 넘버원에서도 닉네임이 필요하다.
이윤지는 미리 생각해둔 닉네임을 차례차례 입력했다.
하지만 등록되는 닉네임은 단 하나도 없었다.
넘버원을 플레이 하는 사람의 수가 무척이나 많았기 때문에 어지간한 닉네임들은 중복이 된다.
이윤지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뭔가가 생각난듯 음성장치에 대고 한자한자 또박또박 말을 이어 나갔다.
"윤지"
그냥 별생각없이 이름의 일부분을 말했다.
-닉네임 중복 조사중입니다.
사용 가능한 닉네임입니다.
닉네임 < 윤 지 > 를 적용시켰습니다.
이제부터 넘버원 세계에서 < 윤 지 >로 플레이 하실수 있게 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다행히 중복 사용자가 없는 모양이었다. 윤지가 어이없다는듯 피식 웃었다.
설마하니 윤지가 없을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래도 예쁘니까 괜찮은거 같아. 윤지로 하지 뭐.'
-종족을 선택해 주십시오.
이윤지가 생각할것도 없다는듯 휴먼을 선택했다.
-휴먼이 선택할수 있는 마을은 총 153가지가 있습니다.
마을마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으며,
던전에서 출몰하는 몬스터의 난이도는…
"로하스 마을로 데려다주세요."
윤지는 안내 멘트를 다 듣지도 않고 로하스 마을이라고 대답했다.
사실 그녀는 게임을 시작하기전 언니가 있는 할란드 마을로 이동하려 했다.
하지만 이윤정은 여동생에게 로하스 마을을 추천해줬다.
바로 비너스 신관의 버프를 받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이윤지는 로하스 마을을 선택했다.
찬란한 빛무리와 함께 신규 유저가 넘버원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의 이름은 윤지였다.
제법 귀여우면서도 성숙미가 조금 섞여있는 여성유저였다.
"우와~! 여기가 넘버원 세상인가?"
주변에 있는 산과 마을, 그리고 돌아다니고 있는 NPC들을 보면 저것이 정말일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섬세한 그래픽이었다.
마치 현실안에서 또다른 현실을 접하는 그런 느낌이 들 정도였다.
윤지는 한발자국 걸어보았다. 그리곤 폴짝 폴짝 뛰어보기도 했다.
그녀가 감탄사를 터뜨렸다.
"와~!정말 신기하다. 진짜 이런 게임이 있었구나."
언니가 왜 넘버원에 빠져 사는지 알것 같았다.
그녀는 다시한번 폴짝 폴짝 뛰며 넘버원 세상에 적응하려고 노력했다.
대략 5분간의 스트레칭이 이어졌다.
"음 이제 로하스 성에 가면 되겠지?"
언니에게 신신당부를 들었던 터라 윤지는 언니가 가르쳐준대로 텔레포터쪽으로 걸음을 옮긴뒤 로하스 성에 가서 비너스 신관에게 버프를 받았다.
[비너스의 축복을 받으셨습니다!]
[비너스의 축복: 생명력 20 상승]
[비너스의 축복: 마 나 20 상승]
[비너스의 축복: 공격력 5, 방어력 5 상승]
<<비너스의 축복은 3시간 동안 지속됩니다.>>
'아직 레벨이 1이야. 레벨이 2가되면 편지 기능이 되니까, 그때 언니에게 편지를 보내봐야겠어.'
넘버원에는 귓속말 기능이 없다.
오로지 서찰을 통한 편지기능만 있을뿐이다.
윤지는 먼저 퀘스트를 하기 위해서 중앙광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저 멀리 카룬이라는 NPC가 시야에 들어왔다.
윤지는 카룬에게 다가가 공손히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보아하니 신규유저인 모양이로군!
나에게 가르침을 받기 위해서 온것 같은데 내말이 맞나?"
노인NPC 카룬이 웃으며 말했다.
윤지가 또한 배시시 웃으며 대꾸했다.
"네 할아버지."
"헐헐. 손녀뻘 되는 아이에게 할아버지 소리를 들으니 무척이나 기분이 좋군."
"헤헤."
"좋아좋아.
그렇다면 본론으로 들어가서 자네가 이곳에서 뭘 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도록 하지."
카룬은 지난번 헨리에게 그랬던 것처럼, 초보자들이 숙지해야할 사항들을 전부 말해주었다.
그는 윤지에게 퀘스트를 하라고 권유까지 해왔다.
윤지는 망설임없이 퀘스트를 하겠다고 말했다.
"퀘스트를 한번 해볼게요. 혹시 제가 할만한 퀘스트가 없을까요?"
"퀘스트를 하겠다고 했으니 내가 퀘스트를 나열해 줌세.
여기서 골라보게나."
그말을 끝으로 윤지의 눈앞에 퀘스트 창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을에 있는 퀘스트는 정확히 13개였다. 카룬이 말했다.
"13개중에 먼저 하고자 하는 퀘스트를 골라보게."
윤지는 목록에 뜬 퀘스트를 하나하나 살펴보더니 맨 마지막에 있는 열세번째 퀘스트를 선택했다.
"햄스터 생포작전 해볼게요."
카룬 NPC가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흠… 나는 별로 추천해주고 싶지가 않군.
차라리 첫번째 퀘스트인 보수공사 퀘스트를 하는것이 어떤가?"
만류하는 카룬 NPC의 말에 윤지가 되물었다.
"왜그러세요 할아버지?"
"햄스터 퇴치작전은 DEX에 관련된 퀘스트라네.
자네는 아직 초심자라서 DEX가 무척이나 낮아.
그 말인즉 햄스터를 쉽게 잡을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지.
어떤 플레이어는 3시간동안 그 퀘스트만 수행했다네.
그만큼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퀘스트지.
내가 자네를 무시하는것은 아니네만, 퀘스트를 하려면 차례차례 하는것을 권장하는 바이네."
보수공사 퀘스트는 힘이 들어가는 퀘스트다.
힘이 약한탓에 보수공사는 그렇게 끌리지가 않았다.
윤지는 어떻게 해서든 햄스터를 먼저 상대해 보고 싶었다.
'아무리 봐도 귀여운 햄스터가 가장 쉬워보이는데.'
여성들은 귀여운것을 매우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윤지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그녀는 햄스터 생포작전을 매우 만만하게 보고 있었다.
"그냥 햄스터 하면 안되요?"
윤지가 고집을 부렸다. 그러자 카룬 NPC가 못말리겠다는듯 고개를 내저었다.
"지난번에 만났던 그 플레이어와 비슷한 친구로군. 뭐 어쩔수 없지."
카룬은 속주머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들더니 윤지에게 내밀었다.
"이걸 가지고 마을 동쪽으로 쭉 이동하게. 그러면 곡물상가가 보일걸세.
곡물상가 NPC인 제이슨에게 이 서찰을 전한다면 퀘스트를 받을수 있을것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