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 회: 대학교 면접을 보다 -- >
"휴! 드디어 한고비를 넘긴건가?"
생전 처음 접해보는 면접을 어렵사리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땀이 흥건하다. 그만큼 긴장을 많이 했다는 증거였다.
하지만 면접을 끝내고 나니 홀가분한 마음이 가득했다마치 산 하나를 넘은 느낌이랄까?
"일단 샤워나 좀 하고 넘버원에 대해 조사나 해봐야겠다"
간단하게 샤워를 마치고 점심을 차려먹은뒤 넘버원 사이트를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진영이가 말해준 귀속시스템에 관련된 내용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살펴보아도 진영이가 말해준 패치내용은 보이지 않았다.
"이상해. 녀석이 거짓말 할리는 없을텐데…
왜 공지사장이 안 뜨는거지?
아직 계획단계라서 발표를 뒤로 미루고 있는건가?"
만약 귀속시스템이 도입된다면 정말 큰일이다. 특히나 나의 경우는 더욱그러했다. 레오로 사람들을 죽인후 그들이 드랍한 아이템으로 생계를 꾸려가기 때문이다. 현재 키우고 있는 [레오]는 몬스터 사냥에는 취약한 스킬트리를 가지고 있다. 철저히 PVP를 위해 만든 캐릭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오가 랭킹 10위에 올라설수 있었던 이유는 넘버원의 경험치 시스템 덕분이었다.
넘버원은 유저들을 죽임에 따라 플러스 경험치를 얻게 된다. 이 경험치는 몬스터를 죽이는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경험치를 제공하고 있다.
때문에 사냥을 하지 않고 사람만 죽여도 레벨을 올릴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에 따른 패널티도 함께 부여된다.
사람을 죽일경우 악명이 증가한다는게 가장큰 패널티였다.
악명이란 그 사람의 존재성을 말해주는것으로 ,높으면 높을수록 친밀도 형성에 애로사항을 겪게 된다. 말 그대로 NPC를 비롯해 타 유저들과 쉽게 친해질수 없다는 소리였다.
넘버원에서 NPC와 친해지면 많은 이득을 볼수 있다. 친밀도에 따라 퀘스트의 보상이 판이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오는 악명이 워낙 높은탓에 특정 퀘스트를 제외하곤 다른 퀘스트를 받을래야 받을수가 없었다.
NPC들이 레오를 믿지 못하고 퀘스트를 주지 않으니 레오로서는 퀘스트 자체를 수행할수 없게 된 것이다.
때문에 레오는 넘버원에서 가장 중요한 연계퀘스트와 돈이 될만한 퀘스트를 단 하나도 클리어 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지금와서 악명을 낮출수도 없고…"
퀘스트를 받기 위해선 악명을 낮추면 된다. 하지만 악명을 낮추는게 여간힘든일이 아니다. 그 첫번째 방법중 하나가 신관에게 세레를 받는 것이었다.
하지만 레오로서는 신관에게 접근조차 하질 못한다. 접근을 시도하기도 전에 경비병들의 창칼이 날아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단 한가지였다.
바로 마족 퀘스트를 수행하는 방법이었다.
마족 퀘스트는 넘버원에서 제공하는 퀘스트의 일종으로 악명이 높은 플레이어들을 대상으로 만든 시스템이다. 이 퀘스트를 수행하면 마족 몬스터를 잡아야한다. 즉 마족 몬스터를 일정량 이상 잡으면 악명을 조금이나마 낮출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상 두번째 방법도 힘든건 매한가지였다.
이유인즉 레오의 특성이 [독]이었기 때문이다.
자고로 마족이란 언데드를 비롯해 마계의 생물들을 지칭한다.
특히나 마계 1층에는 언데드 몬스터들이 득시글 거리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언데드와 독은 극상성 관계이다.
말그대로 레오로서는 기본데미지를 제외하곤 마족 몬스터들에게 독에 부여된 추가데미지를 전혀 입히지 못한다는 말이된다.
마족 몬스터를 잡으려면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기 때문에 이 방법도 썩 좋은 방도는 아니었다.
"제발! 제에바알! pleaes!!(플리즈!!)"
며칠이 지나고 고대하고 고대하던 합격자 발표날이 찾아왔다.
핸드폰을 보니 메일로 합격여부를 전송했다고 연락이 와서.
황급히 네히버에 들어가 메일을 확인해보았다.
메일 제목부분에 보이는 한마디.
잊지 못할 그 한마디가 내눈에 선명히 비춰졌다.
[S대 프로게이머 학부 <넘버원> 학과에 최종 합격되셨습니다!!]
"우하하하하!!!!!"
설마 싶었는데 정말로 합격을 해버리고 만것이다.
게다가 S대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이름있는 S대를 내가 들어갔다!
반에서 17등! 전교 45퍼센트인 내가 말이다!!!
하늘에 계신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할매!!
봤능교? 내 지금 서울에서, 아니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S대에 들어갔다 아입니까!
할매! 내가 S대에 들어가따꼬!!
펑펑 울었다.
슬퍼서가 아니라 감격 그 자체라서 울컥한 마음을 참지못하고 화장실에 틀어박혀 30분 내내 펑펑 울었다.
할매를 비롯해 돌아가신 부모님에게 효도를 한것 같아서…
기분이 너무 좋아 웃으면서 실컷 울고 또 울었다.
살아있었더라면… 부모님과 할매가 살아서 나의 S대 합격 소식을 들었더라면 칭찬을 많이 해줬을텐데…
왠지 모르게 오늘따라 돌아가신 부모님과 할매가 너무도 그리웠다.
* * *
"오티식이 정확히 일주일 뒤네?"
메일과 핸드폰을 통해 오티에 참석하라는 메세지가 전해져왔다.
내용은 무척이나 간단했다.
신설된 프로게이머 학부의 넘버원 학과생이니 만큼 제1기 멤버가 되었으므로 꼭 오티에 참석해서 친목을 다져보자는 식의 내용이었다.
이번 오티에는 모든 교수들도 다함께 참석한다.
교수들에게 얼굴을 알리고 미리 친해지는것도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닐것이다.
그러므로 오티에 가긴 가야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오티에 가면 동기생들끼리 아이디가 뭔지, 또는 레벨은 몇인지, 그리고 서로의 직업이 뭔지를 물어보면서 서로 신상파악에 나설것이다.
그때 멋모르고 레오라고 말을 했다간 엄청난 사단이 일어날터였다.
더욱이 진영이의 말마따가 귀속 시스템이 패치된다 하지 않던가?
그렇게 되면 레오로 사람들을 죽이고 다녀도 많은 돈을 벌지 못할것이다.
이렇게 된이상 이제는 정공법으로 돌을 벌어야만 한다.
그렇게 하려면 세컨 아이디를 만드는것이 최상책인듯 싶었다.
"후..이 기회에 세컨 아이디를 한번 만들어 봐야겠다."
생각을 정리하고 넘버원에 몸을 실었다. 캡슐이 가동되자 우웅 하는 기계음과 함께 눈앞에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바로 넘버원 세상이었다.
-넘버원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초기 가동 중입니다. 홍채 인식과 더불어 지문 인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위이이잉!
맞은편에서 인식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여태껏 해왔던것처럼 지문인식란에 손을 얹은후 홍채인식을 완료했다. 그러자 캡슐안에서 다시금 안내멘트가 흘러나왔다.
-기존에 플레이 하던 캐릭터가 있습니다. 이어서 접속을 하시겠습니까?
생각할것도 없었다. 레오를 잠시나마 내버려두고 신규캐릭터 창을 생성시켰다.
플레이어 인식 장치 덕분에 나와 비슷한 모습의 캐릭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플레이어 인식 장치로 플레이어님의 모습을 스캔화 하였습니다.
원하신다면 생김새를 변형시킬수 있습니다.
누구에게라도 나라는 존재를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캐릭터의 모습을 대폭 바꾼후 다음 페이지로 넘어갔다.
-하나의 계정으로 두개의 캐릭터를 만드실수 있습니다. 한번 캐릭터를
구현화 하면 삭제가 불가능 하오니 신중하게 선택하십시오.
여타의 게임은 아이디가 삭제 되지만 넘버원은 그런게 없다.
두개를 생성하면 죽을때까지 그 두개만을 키워야 한다.
때문에 신중해질 필요가 있었다캐릭터를 선택하자 다시금 안내멘트가 흘러나왔다.
-캐릭터의 모습이 형상화 되었습니다.
닉네임창에 닉네임을 설정해 주십시오.
미리 생각해둔 닉네임을 차례차례 입력했다. 하지만 등록되는 닉네임은 단 하나도 없었다. 넘버원을 플레이 하는 사람의 수가 무척이나 많았기 때문에 어지간한 닉네임들은 중복이 되고 만다.
"흠.뭘로 할까…?
고민끝에 한 닉네임이 떠올라서 음성장치에 대고 말했다.
"헨.리."
Henry.
<헨리> 는 프랑스어로 가장을 뜻한다.
한국어로 풀이하자면 한 가정을 이끌어 나가는 사람을 의미하는데 어찌보면 나와 어느정도 연관성이 있는 닉네임이었다.
비록 외톨이 가장이지만 말이다.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답변을 기다렸다.
-닉네임 중복 조사중입니다.
사용 가능한 닉네임입니다.
닉네임 < 헨 리 > 를 적용시켰습니다.
이제부터 넘버원 세계에서 < 헨 리 >로 플레이 하실수 있게 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다행히 중복 사용자가 없는 모양이었다.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종족을 선택해 주십시오.
[휴먼!]
-휴먼이 선택할수 있는 마을은 총…"
[로하스 마을]
안내 멘트를 다 듣지도 않고 로하스 마을이라고 소리쳤다.
예전에 레오를 생성했을때 한번 겪어봤기에 더 들을 필요가 없었다.
더욱이 공짜 게임도 아니고 돈을 내고 하는 게임이다.
그것도 한달에 무려 50만원이나 하는 고가의 게임!!
그런만큼 일분 일초가 아쉬운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