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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원-1화 (1/378)

< -- 1 회: 대학교 면접을 보다 -- >

"아 삶이여…"

오늘도 살아가기 위해 쌀을 씻었다. 현대의 삶에서 돈이 가장 중요하다곤 하지만 뭐라도 먹어야 돈을 벌수 있는법이다.

벌써 저녁 6시.

아침 점심을 굶고 계속 [넘버원]만 플레이 한탓에 배에서 끊임없이 천둥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넘버원은 대한민국 최초의 가상캡슐게임으로 여타의 게임과는 달리 pc가 아닌 가상캡슐장치를 사용해서 하는 게임이다.

게임상의 돈이 한국에서 쓰는 원화로 통일된다는 장점이 있었는데 쉽게 말해 게임의 돈 만원이 현실에서 쓰는 만원과 똑같다는 소리였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재미로 pc게임을 하던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넘버원에 뛰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간단하게 결정할 일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캡슐의 가격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쌌기 때문이다.

캡슐의 가격은 무려 천만원.

더욱이 한달 정액값만 해도 50만원이나 들어간다.

이 때문에 넘버원 유저들은 거의 성인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배도 채웠겠다. 다시 일을 시작해볼까!?"

간단하게 끼니를 떼우고 넘버원 캡슐장치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배도 든든하게 채웠으니 다시 게임을 하는일만 남았다.

우우웅~우우웅~

막 캡슐장치에 몸을 실으려던 찰나.

갑자기 핸드폰 벨소리가 울려왔다.

발신자번호를 보니 나에게 있어 몇 안되는 친구중 하나였다.

이름은 강진영. 성격이 좋고 매우 착한 녀석이다.

[어 왜?]

[뭐하냐?]

[그냥 TV 보고 있다]

[병신아 언제까지 그렇게 살거야? 직장은 안 알아보냐?]

내가 넘버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친구들은 나를 맨날 놀고 먹는 백수로만 알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놈은 항상 나한테 잔소리만 해댄단 말이야?

[또 잔소리 할려고 전화했냐?]

[뭐 잔소리까진 아니고, 할거 없으면 튀어 나와라.

밥이나 먹고 술이나 한잔하자.]

밥먹은지 고작 10분 지났다.

타이밍 한번 기가 막히는군.

[망할. 나 방금 밥먹었는데 어쩌냐?]

[그래? 그럼 술이라도 먹게 나와. 오늘은 내가 거하게 한턱 쏜다.]

전혀 개의치 않고 지 할말만 하는녀석.

그나저나 한턱 쏘겠다는데 오랜만에 술집이나 한번 가볼까..?

"뭐야 이거? 사람이 왜 이렇게 많아!?"

불금이라 그런지 호프집 안에는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거의 발 디딜틈이 없을 정도였다.

"저쪽 사람들 자리에서 일어나네. 저쪽으로 가보자"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는 진영이.

테이블에 당도하니 알바생 하나가 황급히 자리를 치우고 있는 모습이다.

"아 죄송합니다. 다 치웠으니까 이제 앉으셔도 돼요."

"네 그럼."

"뭘로 주문하실건가요?"

"자이언트(3000cc)랑 양념 순살 치킨 주세요"

"네 바로 갖다드릴게요"

간단하게 주문을 끝낸 진영이가 날 쳐다본다.

표정을 보니 뭔가 심오한 표정이다.

"갑자기 부른걸 보니 나한테 뭔가 할말이 있는것 같은데?

툭 까놓고 말해봐라."

눈치빠른 나의 물음에 진영이가 제법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물어왔다.

"너 임마 언제까지 그렇게 살거야?"

"무슨 소리야?"

"이제 너도 나이가 있으니까 슬슬 취업도 하고 돈도 벌어야 하지 않겠냐?"

"뭐 그렇긴 하지. 근데 갑자기 왜 그런말을 하는거냐?"

내가 수긍하는 빛을띄자 진영이가 가방을 뒤적거리더니 무언가를 책상위에 턱하고 올려놓았다. 자세히 보니 책장 맨앞에 [넘버원]이라고 씌어 있었다.

나는 넘버원 책자를 유심히 쳐다보며 심드렁하게 말했다.

"넘버원 게임마스터 모집이구나?"

"어? 별로 안놀라네?"

진영이가 내민 서류는 넘버원 게임마스터 공개채용에 관련된 문서였다.

사실 나는 이 공개채용에 대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넘버원을 플레이 하기 때문에 모를래야 모를수가 없었던 것이다.

내가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자 진영이가 조금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너 알고 있었냐?"

"임마 나도 놀고 먹지만은 않는다고. 취업하기 위해서 다방면으로 알아보고 있는중이야."

물론 거짓말이었다.

"오 그래? 그럼 모집에 응할생각은 있는거냐?"

나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채용 기본조건이 4년제 대학 졸업이잖아? 너도 알다시피 난 고졸이다.

고졸이 무슨 게임마스터를 신청해?"

"임마 공문을 자세히 보면 특별전형도 있다고!

특별전형은 폼이냐? 그리고 내가 어느정도 힘을 실어줄수 있으니 날 믿고 한번 신청해봐라"

진영이는 넘버원 기획부에서 일을 하고 있다.

비록 주임 직책에 머물고 있지만 기획부의 힘이 상당한만큼 녀석의 입김이 어느정도 작용할순 있을것이다.

"너 그리고 게임에 상당한 재능이 있잖아?

프로그래머 일도 좀 할줄 알고 말야. 좌우지간 한번 해봐"

어려서부터 안 해 본 게임이 없을 정도로 게임을 좋아했다특히나 컨트롤의 비중이 높은 게임은 적수가 없을 정도였다.

친구들과의 컨트롤 대전에서는 단 한번도 진적이 없었다.

또 한때는 게임에서 얻은 아이템을 팔아 짭짤한 용돈 벌이까지 해봤다.

물론 생각처럼 쉽진 않았다. 거의 밤샘작업을 했을 정도니까.

"너는 게임마스터 일을 잘 해낼수 있을거다. 그러니까 한번 해봐라"

만약에 내가 넘버원을 하지 않았다면 친구의 빽을 믿고 이력서를 넣어봤을거다.

하지만 나는 이미 넘버원을 플레이하며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상태였다.

물론 눈앞에 있는 진영이가 그 사실을 알 턱이 없었다.

그래서 친구인 나를 위한답시고 두팔을 걷어붙히고 있는게 아니던가?

"어때?"

"너의 제안은 고맙지만, 된다는 보장도 없거니와, 내가 하고 싶은건 게임이지 게임마스터 일이 아니야. 좌우지간 제안은 고맙다."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나의 고집을 잘 알고 있어서 진영이는 입을 꾹 다물수 밖에 없었다.

"쳇. 친구끼리 같은 회사에서 일할수 있을까 싶었는데 아쉽게 되었구나."

"그나저나 기획부 일은 할만해?"

진영이가 생각할것도 없다는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휴 말도 마라. 밸런스 맞추는데 힘들어 죽겠다."

"밸런스?"

"기획부에 속한팀은 총 10팀인데, 내가 속한 기획팀은 게임에 관련된 스토리텔링과 아이템을 새롭게 만들고 밸런스를 조절하는 일을 하고 있어.

그런데 밸런스를 맞추는게 상당히 힘들어.

밸런스 문제 때문에 골치 썩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라니까?

오죽했으면 스트레스성 탈모가 올 지경이다."

PC게임과 마찬가지로 캡슐게임 또한 던전이 계속 나오고 그에 따라 신규아이템이 등장한다.

이 과정에서 게임회사측은 밸런스에 심혈을 기울인뒤에 아이템을 유저들에게 선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플레이어들의 원성을 살수있다.

특히나 직업에 관련된 밸런스 문제는 더욱더 심사숙고 해야했다.

"그놈의 레오 새끼만 아니었어도…"

"레오? 그게 누구냐?"

"너는 넘버원을 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넘버원 내에서 매우 악질적인 놈이야. 얼마나 유명한지 회사 간부진들도 그놈을 전부 알고 있다니까?"

"그놈이 그렇게 유명하냐?"

"말도마라. 온갖 악행이란 악행은 다 저지르고 다닌다."

"악행?"

"우리 회사가 만든 넘버원은 pk시스템을 성립화하고 있거든.

때문에 마을을 벗어나면 무조건 pk가 가능해져.

레오는 그걸 노리고 기습을 해서 사람들을 마구 죽이는거야.

그것 때문에 골머리가 아파 죽겠다"

"한심하긴..레오라는 놈이 쌔면 얼마나 쌔길래 하나한테 당하냐?

그리고 놈이 노린다고 사람들이 막 죽지는 않을거 아냐?"

"상식적으론 그렇지. 하지만 그건 니가 잘 몰라서 하는 소리야."

"잘 모른다니?"

"녀석은 넘버원 랭킹 10위거든. 그래서 레벨이 무척 높아.

게다가 스킬트리가 워낙 생소해서 녀석의 공격을 플레이어들이 막아내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상태야."

"그런데 놈이 왜 사람들을 죽이는거야?

사람들을 죽여서 지가 무슨 이득을 취하겠다고…"

"아 그건 말야 넘버원에서 죽으면 아이템이 드랍되거든. 드랍되는 확률은 플레이어들마다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꽤나 높은축에 속해.

그리고 너도 알다시피 넘버원은 현실돈과 게임돈이 유통된다는 커다란 장점이 있어. 그것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넘버원을 플레이 하는거지.

어찌보면 레오가 행한 행위는 범죄와도 같은거야.

사람을 죽여서 그로 인해 이득을 취하는 거니까."

"흐음. 그렇구나."

"정보부에서 레오의 집주소와 캡슐 아이피를 알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 주의사항을 줄수있어. 하지만 그렇게 하진 않고 있지. 어찌되었건 이건 게임이니까 말야. 게임에서 pk를 만들어 놨는데 그걸 사용했다고 주의를 줄순 없는 노릇이잖아? 그 때문에 정보부도 일단 사태를 관망하는 추세지.

좌우지간 그놈 덕분에 우리 회사가 지금 무척이나 바빠졌어"

"회사가 바빠졌다고?"

"말단 주임이라서 자세한 사항은 모르지만, 곧 대대적인 패치가 이루어질듯 싶어."

"패치?"

"아직 발표가 나지 않아서 자세한 패치내용은 몰라.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건 패치로 인해 귀속시스템이 등장한다는 거지. 이건 아마도 99퍼센트 정확할걸?"

"귀속시스템이라고?"

"아까도 말했다시피 레오 때문에 넘버원 플레이어들의 불만이 엄청 많아.

특히나 고렙 플레이어들이 하루에 수천통씩 문의를 해오곤 하지.

그 때문에 회사에서 귀속시스템을 추진하는 모양이야.

레오 그녀석이 독 마스터리를 알리고 나서부터 사람들을 습격하는 무리가 상당히 많아졌거든.

뭐… 쉽게 말해서 밸런스를 조절한다고 생각하면 편해.

귀속시스템을 도입시키면 드랍율 문제는 해결될테니까 말야."

"음…하지만 귀속을 시키면 거래가 안되는거 아냐?"

"아마도 선택사항으로 분류될거 같아."

"선택사항?"

"귀속시스템이 나온다고 한들, 귀속시키느냐, 시키지 않느냐는 플레이어가 정할수 있는거지. 단 귀속을 시키면 그 아이템은 절대로 드랍을 하지 않아.

물론 거래자체도 불가능으로 바뀌지.

나도 자세한건 아직 몰라.

그저 귀속시스템이 나온다 라는것밖에는 말이야.

너는 넘버원을 하지 않으니까 내가 특별히 말해준거야.

이 사실을 절대로 입밖에 내서는 안돼.

자칫 잘못하다간 나 회사에서 잘릴수도 있어."

"그.그래."

갈증이 났는지 진영이가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켜더니 나에게 보여준서류뭉치들을 가방속에 밀어넣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서류뭉치들 속에서 대학 입시 관련 내용들이 눈에 들어왔다.

============================ 작품 후기 ============================

대폭 수정된 넘버원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복귀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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