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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은 국힙원탑-118화 (118/135)

내 딸은 국힙원탑 118화

우리는 무사히 3박 4일간의 제주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만 배장훈과의 녹음은 향후에 진행하기로 했다.

왜냐하면 그가 아직 다른 회사 소속 가수이기 때문이다.

‘5월에 회사를 옮긴다고 했으니 그때 녹음하면 되겠지.’

괜히 그가 다른 회사에 있을 때 녹음해서 저작권 관련 분쟁을 일으키고 싶진 않았다.

제주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돌아온 나는 영상 제작에 총력을 기울였다.

“김 과장님. 지금 한신그룹 50주년 기념 영상에 몇 명 투입되었죠?”

“20명이요.”

“마감까지 기한 충분하죠?”

“네, 사장님. 5월까지니까 넉넉해요.”

“오케이. 이상한 부분 없는지 여러 번 검토해주시고, 이창돌 회장님 인터뷰는 제가 직접 진행할게요.”

“네, 알겠습니다!”

곰도리형제단은 한신 그룹 창립 50주년을 맞아 기념 영상을 제작하고 있었다.

이세미와 정성수 부장님의 부탁이기도 하고, 나 역시 한신 그룹에는 그동안 많은 덕을 보았다.

그만큼 좋은 영상으로 보답하고 싶었다.

영상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만들고 있었는데 가장 늦게 들어온 신입사원부터 이창돌 회장까지. 한신 그룹 구성원들의 인터뷰가 포함되어 있다.

‘저번에 한초랑 인터뷰하면서 배운 것도 있고. 이창돌 회장은 내가 직접 인터뷰하는 게 좋겠지.’

나는 정성수 부장님에게 연락해서 이창돌 회장의 인터뷰 가능 일자를 물어보았다.

“안녕하세요, 부장님. 혹시 50주년 기념 영상 관련해서 이창돌 회장님 인터뷰를 제가 직접 하려고 하는데. 회장님 가능한 시간을 알 수 있을까요?”

- 잠시만요. 확인하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오래지 않아 그에게 전화가 왔다.

- 대표님. 회장님은 아무 때나 상관없으니까 미리 연락만 주시면 시간을 내주시겠다고 합니다.

“감사한 일이네요.”

- 그런데 그전에 혹시 한신 타이거스 구단 인터뷰도 대표님이 직접 해주실 수 있을까요?

“한신 타이거스 구단 인터뷰요?”

- 네. 하연이 덕분에. 하하. 한신 타이거스가 작년 KBO 포스트시즌 우승을 하지 않았습니까? 감독님도 그렇고 선수들도 그렇고. 다들 대표님과 하연이를 만나고 싶어 하고 있어요.

오호라. 그들과 폭탄주를 마신 이후로 따로 야구 경기를 챙겨보지 않아서 몰랐는데 한신 타이거스가 정규리그 1위는 물론이고 한국시리즈에서도 우승을 차지했구나.

인연이 있는 팀이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하니 괜히 기분이 뿌듯하다.

나는 흔쾌히 이에 동의했고, 촬영팀과 함께 시범경기를 준비 중에 있는 한신 타이거스 구단을 방문했다.

김재호 감독이 버선발로 뛰어나와 우리를 반갑게 맞았다.

“어서 오세요! 정말 오랜만입니다, 대표팀.”

“반갑습니다, 감독님. 늦었지만 한국시리스 우승 축하드립니다.”

“하하. 다 대표님과 하연이 덕분이죠. 이쪽으로.”

그는 나를 자신의 방으로 안내하더니 촬영팀을 살펴보았다.

“하연이는 같이 안 왔나 보죠?”

“네. 지금 어린이집에 있거든요.”

“그렇군요. 얼굴 봤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네요.”

“다음에 또 축하공연에 불러주세요. 하하.”

“어이쿠. 와주시기만 하면 저희가 감사할 일이죠.”

촬영을 세팅한 다음 김재호 감독부터 인터뷰에 들어갔다.

“감독님. 올해가 한신 그룹 창립 50주년이 되는 해인데요. 이와 관련해서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영광스럽게도 모기업 창립 50주년을 맞아 제가 인터뷰를 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아시다시피 한신 그룹은 국내 최고의 기업입니다. 그룹은 투자야말로 미래 성장의 원동력이라는 마음가짐으로..”

그와 한참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그의 입에서 하연이의 이야기가 나왔다.

“저번 시즌에는 페넌트레이스는 물론이고 한국시리즈에서도 팀이 우승을 차지했는데요. 한신 그룹의 창립 50주년을 맞아 뜻깊은 일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습니다. 따님이신 하연이의 공이 정말 컸습니다.”

“하하. 그럴 리가요.”

“아니요. 이건 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고 모든 팀의 구성원. 그리고 그룹에서도 공통적인 의견입니다.”

“그래요?”

내가 놀랍다는 표정을 짓자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하연이가 개막전 축하공연을 해줘서 팀이 초반에 빠르게 치고 나갈 수 있었죠. 그러다 슬럼프로 힘들어하던 중 다시 하연이의 응원 덕분에 힘을 얻을 수 있었으니까요.”

“하연이가 팬들 사이에선 한신 타이거스의 승리 요정이라는 말을 듣는 것 같더라고요.”

“맞아요. 하연이 노래를 개사해서 팀 공식 응원가로 부를 만큼 팬들도 하연이를 높게 평가하고 있죠. 하연이는 정말 저희 한신 타이거스의 은인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이번 정규시즌 개막전에서는 하연이가 직접 시구를 해보면 어떻겠냐는 말까지 꺼냈다.

“하연이가 시구를요?”

“네. 가능하다면 축하공연에 이어 시구까지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하연이는 올해 5살인데요?”

“가까운 곳에서 던지면 되니까요. 문제없습니다.”

이건 하연이랑 따로 상의를 해봐야겠다.

이후 몇몇 선수들을 추가로 인터뷰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촬영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승리 요정 하연이라.

하긴 나 역시 하연이가 곁에 있어 줬기 때문에 이만큼 성장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하연이 덕이 컸지.

하연이 아빠라는 사실이 참 자랑스럽다.

#

우리 가족은 모두 거실에 앉아 TV에 집중했다.

오늘은 하연이가 출연한 <환생자를 주웠습니다> 마지막 방영일이었으니까.

지금까지는 도대체 누가 환생자인지 전혀 정보를 주지 않는 통에 알 수 없었지만, 오늘은 막방인 만큼 이에 대한 김수진 작가의 생각을 알 수 있을 터였다.

마지막 방송답게 드라마는 시종일관 긴장감을 유지하며,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극 중 류하선의 친부이자 하연이의 조부로 등장하는 박 회장이 주인공의 편을 들어주었지만, 하연이의 친모가 갑작스레 등장하면서 갈등 상황이 극에 달했다.

“얘는 내 딸이야. 그러니 은영이는 내가 데려가겠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은영인 내 딸이야!”

“이게 언니한테 못 하는 소리가 없네. 법정까지 끌고 가고 싶다 이 말이지?”

하연이의 친모로 등장하는 이는 놀랍게도 재벌가와 결혼한 이후 오랫동안 활동을 쉬고 있던 전 S급 여배우, 고민경이 카메오로 출연하였다.

그녀가 출연한다는 사실은 전해 들어서 이미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TV에서 접하니까 새롭기도 하고. 신기했다.

유주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와. 진짜로 고민경이 나오는구나. 대박.”

그녀는 왕년에 탑급 여배우였던 만큼 악역 연기를 200%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었다.

그래서 너무 얄미웠지만, 이제는 결말이 어떻게 날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오늘 종영일인데, 결론 나오는 건 맞지?’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류하선이 그녀의 얼굴에 찬물을 끼얹는다.

절대로 하연이는 건네줄 수 없다면서 말이다.

과연 김수진. 막장 드라마의 클리세를 거하게 쏟아붓는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차분하게 차를 마시던 고민경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나는 모든 걸 다 알고서 은영이를 떠난 거야. 이렇게 하면 은영이가 아빠의 인정을 받을 수 있을 테니까. 은영이에게도 유산을 상속해주겠다고 허락받은 거 다 알고 있어.”

“뭐?”

“혼외자인 내가 자식을 가졌다고 하면 아빠는 결코 나를 인정하지 않았겠지. 나는 물론이고 은영이까지 없애는데 전혀 거리낌이 없는 사람이니까.”

“그게 무슨 뜻이야?”

“하지만 결국 내가 은영이를 버렸기 때문에 너랑 그이가 이어질 수 있었지. 설마 네가 그를 만난 게 그저 인연이었단 생각 따위를 하는 건 아니지?”

“뭐, 뭐라고?”

화면이 바뀌면서 고민경의 시점에서 빠르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녀는 박 회장이 자신과 딸을 죽이자 다시 환생하여 이와 같은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이 모든 것이 환생자인 고민경의 빅피처였다니. 어처구니가 없네.’

그녀는 피식 웃더니 남은 차를 마저 마셨다.

“경고했다. 법정까지 가...커억. 으윽. 이거 뭐야.”

그런데 갑자기 고민경이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고, 이내 쓰러졌다.

벙찐 표정의 류하선.

‘뭐지? 갑자기 왜 저러는 거야? 등장한 지 7분도 안 됐잖아?’

나 역시 황당하기는 매한가지.

갑자기 배경이 바뀌더니 류하선과 이동혁이 하연이와 함께 발리에서 신혼여행을 즐기고 있다.

나랑 하연이가 이전에 놀러 갔었던 한신 그룹의 발리 리조트다.

하연이는 수영장 안에서 튜브를 탄 채 물장난을 즐기고 있고, 이동혁과 류하선은 수영복을 입고는 선베드에 누워 담소를 나눈다.

“그녀에게 땅콩 알레르기가 있을 줄이야. 정말 사람 일이라는 건 알다가도 모르겠어. 그런데 자기는 이걸 다 알고서 그랬다니. 도대체 무슨 뜻이었을까?”

“됐어. 그 얘긴 더 이상 꺼내지 마. 덕분에 우린 무사히 결혼할 수 있었잖아.”

“알았어. 그리고 내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워.”

“나야말로. 사랑해.”

드라마는 하연이를 사이로 두 사람이 입맞춤하는 것을 끝으로 대망의 막을 내렸다.

<그동안 환생자를 주웠습니다를 사랑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라는 자막과 함께.

“허허. 진짜로 이게 끝이야?”

내가 허탈한 표정으로 중얼거리자 유주도 한마디 보탰다.

“역시 김수진이네. 고민경을 겨우 7분 쓰고 버려?”

하지만 하연이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끝났다아!!”

나와 유주는 그런 하연이를 바라보며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 황당한 드라마를 찍기 위해 그간 가장 고생한 건 다름 아닌 하연이 본인이었을 거다.

우리는 하연이를 꼭 끌어안아 준 다음 자체적으로 드라마 종영 축하 파티를 열었다.

다음엔 절대로 김수진 작가의 작품에는 하연이를 출연시키지 않기로 굳게 다짐하면서.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지금까지 대체 뭘 본거지?

└ 김수진 작가 작품답다. 이걸 이렇게 끝내네? ^^

└ 와씨. 어떻게 이런 결말이 있을 수 있지? 여러분. 이거 해피 엔딩 맞죠? 분명 주인공네랑 하연이가 행복하게 맺어진 걸로 끝냈는데 왜이리 뒤가 찝찝하죠?

└ 환생자를 주운 게 아니라 환생자를 죽였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은영이 친모 7분컷 실화냐 ㅋㅋㅋㅋㅋㅋㅋㅋ 고민경 배우님 RIP...

└ 그래도 지난 3달간 열연해주신 배우님들 덕분에 매일 웃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번 작품의 최고 수혜자는 류하선 배우님이랑 하연이 같은데. 다들 어떠신가요?

└ ㅇㅇ 류하선이야 인생작이었고, 하연이도 연기 진짜 잘하더라. 앞으로 가수 말고 배우만 파도 대성할 듯

└ 강은석도 오랜만에 안방 스크린에 복귀한 것 치고는 묵직한 연기를 잘해주더라. 앞으로는 꽃길만 걸으시길!

나는 아이패드로 시청자들의 의견을 하나하나 확인한 다음 침대에 누웠다.

김하연으로 환생한 뒤로는 처음 찍었던 작품이니만큼 애정도 깊었다.

물론 이렇게 황당하게 결말을 낼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과연 김수진 작가다운 엉뚱한 엔딩이었다.

7분컷을 흔쾌히 수락한 고민경도 참 대단하다 싶고.

‘이만하면 연기는 충분히 감을 잡은 것 같고. 다시 음원 제작에 공을 들여야겠어.’

전생에서 국민가수 반열에 올랐지만,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었다.

빌보드 차트에선 그다지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국내 한정 톱가수랄까. 해외에서는 그다지 인기를 누릴 수 없었다.

물론 핫레스트와 협업한 <위아더원>이 빌보드 차트 1위는 물론이고 지금도 여전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었지만, 그건 나 혼자 만든 곡이 아닌 협업곡이었다.

‘핫레스트의 위광을 빌리지 않고서도 나 혼자 힘으로 꼭 빌보드 차트 1위를 달성하고야 말겠어.’

그러려면 지금부터라도 부지런히 곡을 준비해야 했다.

그 사이에 배장훈 선배와의 듀엣곡을 먼저 선보일 예정인데 배우에서 다시 가수로 복귀하기 위한 좋은 창구였다.

설마하니 제주도에서 그를 만나게 될 줄이야.

사실 전생에서도 그와 함께 부른 듀엣곡이 있었다.

그가 제대하자마자 내놓은 곡이었는데, 큰 화제를 모으며 차트 1위를 찍었던 곡.

‘듀엣곡은 이미 준비되어 있다고 그랬지?’

그가 직접 만든 곡이라고 하니까 가사는 내가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그나저나 스위스 은행에서 잠자고 있는 내 돈 말이다.

이제 슬슬 꺼내오면 좋을 것 같은데 이걸 어떻게 하면 좋을까?

갑자기 내 계좌에 엄청난 돈이 들어왔다고 하면 아빠도 이상하게 생각할 거고.

머리 좀 굴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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