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은 국힙원탑 116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형님 왜케 웃겨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다음 편이 너무 기대되네요♥♥♥
└ 반응 진짜 무쳤네 ㅋㅋㅋ
└ 진형님 앞으로 공포 겜방을 전문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 17:21 진짜 소름이다 ㄷㄷㄷ
└ 이거 진짜 무서운 게임임. 그래도 저렇게까지는 안 놀램 ㅋㅋ
└ ㅇㅇ 나 이 게임 여러 번 깼는데 다시 봐도 잼나네 ㅎㅎ 김 대표님이 하시니까 더 웃긴 듯
└ 여고생 김진형. 매력 터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진형님. 담부터는 가발이랑 교복도 준비해주시죠.
이 죽일 놈들. 내가 무서워하는 게 그리도 재밌더냐.
아무튼 시청자들의 도움을 받아 어찌어찌 게임의 엔딩을 보았다.
‘휴. 십년감수했네. 게임이 뭐 이리 무서워?’
그런 생각을 하며 헤드폰을 벗고 의자 뒤로 등을 기대는데.
무언가 뒤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순간 온몸에 털이 빳빳하게 서면서 등 뒤로 식은땀이 한 방울 흘렀다.
뚜둑.
돌아보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나를 용기를 내어 조심스럽게 뒤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누군가 거기 서 있었다.
“허억! 뭐, 뭐야! 유주야. 네가 여기 왜 있어? 응? 하연이까지?”
두 사람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유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
“방에서 고래고래 비명을 질러대니까 무슨 일인지 하고 왔지.”
“어, 언제부터?”
“30분 전부터?”
30분 전이면 내가 한참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을 시간인데. 그걸 지금까지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던 건가?
“인기척이라도 내지 그랬어?”
“네가 너무 진지하게 하니까 말 걸 생각을 못 했지.”
“안 무서웠어?”
“무섭긴. 무서워 지려고 하면 네가 먼저 소리를 질러주니까 무섭긴커녕 웃기더라. 너 여고생이야?”
“아빠아 진짜아 웃겨요. 히히.”
하연이까지 날 보고 웃는다.
가장으로서의 내 권위와 체면이. 우르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안 되겠다. 다음에 할 때는 유주랑 하연이 너도 너랑 같이 플레이하자. 이게 얼마나 무서운지 모니터 앞에서 보면 느낌이 다를걸?”
“그래? 난 하나도 안 무서울 것 같은데?”
“나도!”
후후. 이게 멀리서 볼 때랑 바로 앞에서 볼 때는 느낌이 완전 다를 거다.
기저귀 차고 오는 걸 조언하지. 두 사람 모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유주가 하연이 어린이집 수료식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내일 하연이 수료식인데 올 거야?”
“아.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팬데믹 때문에 대면으로 진행하지 못했지만, 이번 행사는 오랜만에 부모들을 어린이집으로 초대해서 대면으로 진행한다고 그랬다.
“알았어. 시간은 오후라고 그랬나?”
“응. 하원 시간은 평소랑 똑같고, 수료식과 졸업식은 오후 3시부터야.”
“오케이. 늦지 않게 갈게.”
수료식을 한다고 하더라도 같은 어린이집에 계속 다니게 되겠지만, 아이가 하나의 클래스를 마치고 다음 등급으로 나아간다는 건 의미 있는 일이었다.
벌써 하연이가 5살이다.
‘시간 참 빠르네.’
#
다음 날.
수료식에는 나 혼자 갈려고 했는데 곰도리형제단 사람들이 자신들도 가고 싶다며 떼를 쓰기 시작했다.
강성식은 자신은 하연이 매니저니까 가야 한다고 그랬고, 강은석은 그녀의 연기 선생님이라 가야 한다고 그랬다.
류하선은 하연이와 유주와 같은 소속사 배우인데 자신이 빠지면 섭섭하다고 그랬다.
다른 직원들까지 따라오겠다고 나서는 통에 나는 김소라 과장까지만 동행을 허락하고선 길을 나섰다.
난리 통에 딱 맞춰서 어린이집에 도착했더니 벌써 졸업 및 수료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강은석과 류하선이 모습을 드러내자 학부모들이 다들 어쩔 줄 몰라 하며 장내가 소란스러워진다.
“와! 하선 씨. 실물이 훨씬 더 예뻐요!”
“어릴 때부터 은석님 팬이었어요. 사인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덕분에 잠시 어린이집이 팬 사인회 현장으로 변했지만, 유주가 한 마디 주의를 주면서 다시 행사가 재개되었다.
“잠시만요, 학부모님들. 지금 소중한 아이들의 졸업 및 수료식이 진행 중입니다. 조금만 더 집중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방송인으로서 그녀는 막장 춤의 대명사였지만, 어린이집 선생님으로서의 그녀는 남다른 카리스마를 발휘하고 있었다.
그제야 시선을 아이들에게 돌리는 학부모들.
역시 내 아내다.
어린이집에서 마련해준 졸업식 복장으로 갈아입은 아이들은 정말이지 무척이나 귀여웠다.
원장 선생님의 축사에 이어 하연이가 직접 자신의 곡인 <어떤 두 사람>을 라이브로 불러주었다.
어째 애들보다 학부모들이 더 좋아하는 느낌이다.
“하연이 진짜 노래 잘한다. 천상의 목소리가 따로 없어.”
“라이브로 들으니까 유튜브로 보는 거랑은 차원이 다르네. 이제 여기 졸업하면 저 귀여운 모습을 못 봐서 어쩌나.”
“어쩜. 어떻게 저렇게 예쁘고 깜찍한지. 어머머. 고음 올라가는 것쯤 봐. 소르음!”
하연이 공연을 끝으로 졸업증과 수료증이 전달되었다.
그러고 보니 민규는 이제 8살이 되면서 어린이집을 졸업하게 되었다.
나는 민규 어머니에게 다가가 가볍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민규 어머니.”
“오랜만이에요, 대표님.”
“대표님은 뭘요. 그냥 전처럼 하연이 아빠라고 불러주세요.”
그녀는 방긋 웃음을 짓더니 그동안 도와줘서 고맙다는 말을 건넸다.
“그동안 하연이에게도. 대표님에게도 많은 신세를 졌네요. 정말 감사드려요.”
“아니에요. 민규가 하연이 많이 챙겨줘서 제가 좋았죠. 뭐.”
“아 그리고 말이죠.”
“네.”
그녀는 주변을 슬쩍 둘러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저희 이혼 안 하기로 했어요.”
“앗! 정말요?”
“네. 민규도 있고. 그이도 진심으로 저한테 사과했어요. 다시는 그러지 않기로 약속도 했고요. 그래서 그냥 용서하려고요.”
“정말 잘됐네요! 축하드려요!”
민규네는 몇 달 전부터 이혼을 준비 중이었다.
민규 아빠가 바람피운 게 민규 엄마에게 딱 걸렸기 때문이다
이혼하느냐 마느냐는 내가 함부로 관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어린 민규도 있는데, 부모가 이혼하면 아이가 너무 안 됐으니까.
아무튼 민규도 이곳에 있으면서 처음과는 많이 달라졌다.
오만하고 자기밖에 모르던 녀석이 이제는 제법 듬직해졌달까. 나를 보면 먼저 인사하기도 하고 주변 친구들에게도 잘한다고 유주한테 전해 들었다.
PKT 엔터에서도 민규를 적극적으로 밀어주면서 각종 드라마와 영화에 감초 역할로 종종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이번 작품에선 함께 하지 못했지만, 언젠가 하연이와 만나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르지.’
민규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민규가 졸업증을 받을 차례가 되었다.
우리는 무대로 시선을 옮기고는 흐뭇한 표정으로 민규를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당당하게 졸업증을 받아들이는 것 같더니.
이내 민규가 작은 어깨를 떨면서 눈물을 보였다.
“흐흐흑. 감사합니다. 여기가 무척 보고 싶을 거예요. 모두.”
민규의 담임선생님도 울컥했는지 민규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민규가 말썽꾸러기라는 이미지가 있어서 민규 어머니도. 민규 본인도 제법 스트레스가 있었을 텐데, 씩씩하게 잘 견디어 주었다.
7세 반 아이들의 졸업증 전달이 끝나고 나이순대로 차례대로 진행되면서 이제 4세 반 아이들의 수료증이 전달되었다.
하연이가 수료증을 받기 위해 무대로 나오자 많은 이들이 자기 일처럼 크게 소리를 지르며 축하해주었다.
“와! 하연이다!”
“하연아 수료 축하해!”
“김하연! 김하연!”
누가 보면 하연이 콘서트에 온 걸로 오해하겠다.
하연이는 환하게 웃는 동시에 가볍게 손을 흔들며 자신들을 축하해주는 이들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누가 월드 스타 아니랄까 봐. 팬서비스도 격조 있다.
하연아 행복반 수료 축하해.
앞으로도 지금처럼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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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히 수료식이 끝나고 어린이집은 일주일 동안의 봄방학을 맞았다.
작년에는 이때 하연이 반 친구들과 춘천으로 글램핑을 떠났는데 말이다.
그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내가 유주와 결혼했다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어디로 가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하연이가 뜬금없이 제주도에 가고 싶단다.
하연이 3살 때 갔던 곳인데 설마하니 그때 기억이 남아있었던 걸까.
“하연아. 왜 제주도에 가고 싶다는 거야?”
“잠수함 타고 시포요.”
잠수함이라. 나도 한 번도 타 본 적이 없는데 하연이는 그런 이야기를 어디에서 들었을까?
아무튼 유주도 제주도가 좋다고 하니 우리는 빠르게 비행기 티켓을 끊고는 제주로 이동했다.
검색해봤더니 잠수함은 서귀포항이라는 곳에서 출발한다고 그랬다.
그래서 거기서 그리 멀지 않은 중문단지에 숙소를 잡고, 잠수함은 다음 날 타기로 했다.
‘저번에 왔을 때는 호텔 비교 사이트에서 가장 저렴한 호텔로 방을 잡았는데. 격세지감이네.’
이번에 잡은 숙소는 중문단지에서도 가장 비싼 호텔인 제주 한신 호텔이었다.
1박에 가장 저렴한 가격이 50만 원을 훌쩍 뛰어넘었지만, 우리는 이를 공짜로 이용할 수 있었다.
이세미 덕분에 한신 호텔과 리조트는 평생 무료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그냥 평범한 방이 아닌 VVIP 룸으로.
방이 대체 몇 개인지. 유주는 여전히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방을 구경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 사이 하연이는 5살이 됐고, 나는 회사 대표가 됐구나. 유주랑도 결혼하고.’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내가 이렇게 될 거라는 건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하연이가 오고 나서 정말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정말이지 하연이는 내게 복덩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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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한테 제주도에 오자고 한 것은 별 건 아니었다.
전생의 나는 스쿠버다이빙을 무척 좋아했는데, 오랜만에 바닷속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스쿠버 다이빙하려면 최소 10살은 돼야 했고, 10살이 됐다고 하더라도 지금 같이 추운 날씨에 바다에 들어가는 것은 무리가 있었으니까.
그래서 잠수함을 타고서라도 바닷속을 보고 싶었다.
내가 스쿠버다이빙의 매력에 빠진 것은 아마 20대 초반 무렵이었을 것이다.
모 정글 탐험 예능 프로그램에 초대받아 갔는데 그때 처음으로 바다가 이렇게나 아름다운 곳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이후 자격증을 따고 틈만 나면 바다로 놀러 왔다.
깊은 바닷속으로 들어오면 무언가 마음이 차분하고 안정되는 기분이 들었다.
특히 물속에서 물 위를 올려다보면 하늘거리며 반짝이는 수면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주변을 유유히 헤엄치는 수중생물들도 환상적이고, 끝이 보이지 않는 넓디넓은 공간에 있노라면 나라는 인물이 지구적인 관점에서 볼 땐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좋았다.
나를 비난하는 사람들도. 아빠도. 이곳에 있으면 내게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했으니까.
물론 지금은 다르다.
내겐 나밖에 모르는 아빠와 나를 누구보다 사랑해주는 엄마가 있었으니.
그래서 나중에 크면 이분들과 함께 스쿠버 다이빙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
다음날 우리는 오전 일찍 잠수함을 타러 서귀포항으로 떠났고, 잠수함은 생각보다 만족스러웠다.
고정된 유리창을 통해서만 밖을 볼 수 있어 시야가 제한되는 건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바닷속으로 들어올 수 있어 좋았다.
물고기도 많고, 산호도 아름답다.
물고기에게 손을 흔들고 있는데 아빠가 이런 말을 꺼냈다.
“와. 저거 돌돔 아냐? 뭐 이렇게 커? 시가로 50만 원은 훌쩍 넘겠는데?”
엄마인 유주 샘은 한술 더 떴다.
“돌돔이 그렇게 맛있다며? 오늘 저녁으로 돌돔 어때?”
“좋지. 크으. 벌써 식욕이 당기네.”
“하연이는 아직 회 먹을 줄 모르나?”
“아니. 잘 먹어.”
“잘 됐다. 그럼 오늘 저녁을 돌돔 당첨!”
이런 소리나 하고 있고 말이다.
두 사람과 나중에 스쿠버다이빙을 하겠다고 한 건 취소다.
물고기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들과는 같이 스쿠버다이빙을 할 수 없었으니까.
그런데 어째서일까.
눈앞에 보이는 커다란 돌돔을 보니 나도 모르게 입에 침이 고인다.
어. 이러면 안 되는데.
겉은 5살이지만 나는 너무 속세에 물든 성인이었다. 물고기야.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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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의 가족이 서귀포 매일올레시장에서 회를 먹고 숙소로 돌아온 그 시각.
한신 호텔 제주의 직원들은 비상이었다.
저녁 공연이 잡혀 있는데 노래를 부르기로 했던 가수가 불과 공연 1시간 전에 연락을 주면서 배탈이 나서 도저히 노래를 부를 수 없다는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곳저곳에 급히 연락을 돌렸지만 다들 곤란하다는 이야기만 했다.
그러다 직원 중 누군가 이런 말을 꺼냈다.
“지금. 저희 숙소에 김하연이 묵고 있잖아요? 그녀에게 부탁하면 어떨까요?”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제안을 수긍했다.
이는 즉시 위로 보고되었고, 한신 호텔 제주의 총지배인이 직접 그녀가 있는 방문을 두드리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