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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은 국힙원탑-115화 (115/135)

내 딸은 국힙원탑 115화

갑자기 류하선이 1:1 면담을 요청하기에 시간을 잡았다.

‘무슨 고민거리라도 있나?’

최근 <환생자를 주웠습니다>는 연일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우며 지상파를 포함한 모든 채널에서 1위를 기록하는 등 큰 인기를 누렸다.

주연 여배우인 류하선을 물론이고 모든 출연진이 열연을 펼쳐준 데다 언어의 마법사 김수진의 밀당 연출이 제대로 시청자들의 가슴을 후벼판 것이다.

└ 도대체 다음 스토리는 뭐지? 이거 일일드라마로 해주시면 안 되나요? 네? 너무 궁금해요!!

└ 류하선은 어째 갈수록 연기를 잘하는 것 같지? 어제 표정 연기 죽이더라

└ ㅇㅇ 얼굴만 예쁜 게 아니라 연기도 수준급이야. 이번 드라마 끝나면 몸값 천정부지로 치솟을 듯

└ 결국 류하선을 잡은 곰도리형제단이 최종승자네 ㅋㅋㅋ

└ 강은석 눈에서 레이저 나올 때는 진짜 황당하긴 했는데. 그래도 잼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그런데 아직까지 환생자가 누군지 안 나오네. 누굴까? 처음에는 하연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류하선이나 이동혁도 의심스러워

└ 설마 모두가 환생자였다 이 지랄 하고 끝나는 건 아니겠지?

└ 말도 안 돼. 나 그럼 다시는 이수진 드라마 안 볼거임

└ 그래도 너는 또 그녀의 드라마를 보게 될 것이다. 지금껏 그랬듯 앞으로도 영원히 계속~

└ 저기요 이수진이 아니라 김수진인데요...

연기에 대한 이야기겠거니 싶었는데 그녀의 입에서 나온 건 전혀 다른 주제였다.

“대표님. 혹시 저희 계약조건에 연애를 금지하는 조항이 있나요?”

“응? 연애 금지요? 그런 건 없을걸요? 다 큰 성인인데 그런 게 있으면 곤란하겠죠.”

“그렇죠?”

“네.”

그녀는 강하게 콧방귀를 내뿜더니 내게 말했다.

“그럼 같은 회사 직원하고 연애하면 안 된다는 그런 조항도 없겠네요?”

“네?”

같은 회사 직원하고 연애라니.

도대체 누구지? 이동혁?

그러나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인물은 내 예상을 깬 사람이었다.

“강성식 씨 있잖아요?”

“하선 씨 매니저요?”

“네. 제 매니저 강성식 씨요.”

“강성식 씨가 왜요?”

나도 모르게 침이 꿀꺽 삼켜진다.

설마. 아니겠지.

하지만 그녀는 끝내 저질렀다.

“저 강성식 씨가 마음에 들거든요.”

“..그래서요?”

“혹시 그와 사귀게 된다고 해도. 괜찮겠죠? 저도. 성식 씨도요. 설마하니 대인배이신 대표님이 그런 하찮을 일로 저와 계약을 끊고, 성식 씨를 회사에서 내쫓는. 그런 비열한 짓을 하리라고는 절대 생각할 수 없잖아요? 제 말이 맞죠?”

“으으음. 그게.”

너무 갑작스러워서 뭐라고 답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류하선과 강성식이 사귀겠다니.

아니 뭐 한창 좋을 나이고, 배우와 매니저는 항상 붙어있으니까 인간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거야 뭐 그렇다 치자.

그래도 이게 회사에 좋은 일일지는 잘 모르겠다.

뭣보다 류하선은 여배우였다.

남자친구가 있다는 외부에 사실이 알려지면 여배우로서 좋을 건 하나도 없었다.

‘남자 팬들이 실망했다면서 안티팬으로 전락할지도 모르지.’

그녀는 이번 <환생자를 주웠습니다>를 통해 이미지 변신에 성공. 이제는 단순히 예쁘기만 한 배우가 아니라 연기도 잘하는 배우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 않던가.

이번 결정이 그녀의 앞길을 막지나 않을까. 그런 걱정이 앞섰다.

나는 당사자인 강성식 역시 자리에 불렀다.

“찾으셨습니까, 대표님. 응? 하선 씨도 계셨네요.”

그는 다소 껄끄러운 표정으로 류하선을 바라보았다.

‘둘 사이에 뭐가 있긴 있었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그에게 돌직구를 날렸다.

“성식 씨. 말 돌리지 않고 바로 물을게요.”

“네네, 대표님.”

“하선 씨 좋아해요?”

“네?”

그가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나와 류하선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마치 세상 다 산 사람처럼.

그는 갑자기 바닥에 무릎을 꿇더니 내게 석고대죄했다.

“대, 대표님! 저는 하선 씨와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진정하고 여기 앉아봐요.”

“아닙니다! 저는 제 무고가 밝혀질 때까지 이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을 겁니다!”

이 녀석 어제 사극을 봤나.

나는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하선 씨는 성식 씨가 좋다고 하던데?”

“저, 저는 아닙니다, 대표님!”

“성식 씨 입장은 이런데. 어떤가요?”

내가 류하선을 바라보자 그녀는 무척이나 실망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강성식을 노려보았다.

“성식아. 아니. 강성식 씨. 그 말 진심인가요?”

“네! 저는 하선 님에게 일말의 감정도 없습니다. 그러니 제발 이 이야기는 없었던 걸로 해주세요! 네? 저 여기서 오래도록 일해야 합니다. 제 동생들 먹여 살려야 한다고요.”

“하. 저희 둘이 사귀어도 대표님은 성식 씨를 여기서 내쫓을 생각이 전혀 없다고 하시는데도요?”

“네?”

그러자 강성식이 얼굴을 들어, 내 표정을 조심스럽게 살핀다.

요것 봐라.

나는 능청스럽게 입을 열었다.

“맞습니다. 두 사람 다 성인인데 연애한다고 해서 불이익을 줄 순 없죠. 암요.”

“지, 진짜요?”

“네. 대표의 명예를 걸고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거라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런.”

그는 고민스럽다는 얼굴을 하더니 다시 고개를 숙였다.

‘뭐야. 강성식도 류하선이 마음에 든 거였어?’

하긴. 나 같아도 이렇게 예쁜 사람이 옆에 있다면 마음이 흔들릴 터.

류하선은 그냥 예쁜 정도가 아니라 아주 아주 예뻤으니까.

그는 한참 동안 고민하는 것 같더니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내 눈치를 살피며 입을 열었다.

“사실.”

“사실?”

“저도 이걸 어떻게 말씀드리면 좋을지 모르겠는데.”

“괜찮으니까 해봐요.”

그는 두 볼을 붉히며 수줍게 말했다. 덩칫값도 못 하고선 말이다.

“하선 님에게 아주 마음이 없던 건 아니에요. 아니. 사실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요?”

마귀 같았던 류하선의 얼굴이 그제야 밝게 펴졌다.

이제는 인자한 관세음보살이 따로 없다. 류하선 뒤로 후광이 비치는 것만 같다.

강성식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저기. 대표님만 괜찮으시다면. 그리고 제가 여기 계속 있을 수 있다면. 그녀와의 교제를 허락해주시겠습니까?”

“하하. 제가 뭔데 두 사람 교제를 허락하고 말고 하겠습니까. 둘이 좋다면 사귀어야죠. 대신.”

“대신?”

강성식과 류하선이 동시에 내 입을 주목했다. 침을 꿀깍 삼키며 말이다.

“당분간은 외부에 절대 알리지 말 것. 그리고 내부에도 두 사람이 사귄다는 사실은 비밀로 합시다. 괜찮죠?”

“음, 이유가 뭐죠?”

류하선이 다소 불만스럽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하선 씨는 여배우잖아요? 이미지에 치명적인 악영향이 갈 수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이런 걸 비밀로 하고 싶진 않은데요. 저는 전혀 부끄럽지 않은데 뭔가 숨기는 것 같고. 이상해요.”

“회사도 입장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요즘 한창 하선 씨에 대한 좋은 평이 나오고 있고, 저희 계약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런 이야기가 언론에 나오면 곤란하지 않겠어요?”

류하선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당분간은 비밀로 할게요. 그런데 언제까지 이 사실을 숨겨야 하나요?”

“하선 씨 다음 작품은 드라마 말고 영화는 어떠세요?”

“영화요?”

“네. 드라마로 좋은 인상을 보여줬으니 이 기세를 모아 영화도 하나 찍어봅시다. 그리고 거기서 천만 관객 찍으면 그땐 외부에 알려도 상관하지 않을게요.”

“그 말 진심이시죠?”

“네.”

류하선은 주먹을 강하게 쥐면서 알겠다고 말했다.

팬데믹 이후 가장 잘 팔린 영화가 이동혁이 <환생자를 주웠습니다>를 찍기 직전 상영된 <마약상의 하루>였다.

그것조차 800만 명을 간신히 넘었을 뿐 천만 관객을 돌파하진 못하지 않았나.

그러니 만약 그녀가 다음 작품에서 천만 관객을 찍는다면.

그건 충분히 그녀의 공로를 인정할 수 있을 터이다.

‘그 이후로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건 본인의 몫이고.’

류하선이 연애한다고. 그것도 소속 회사 매니저와 사귄다는 말이 나왔을 때 그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남녀가 서로를 사랑하는 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지 않나.

내가 무슨 로맨스 장르의 악역도 아니고 회사 이익을 위한답시고 그걸 가로막을 권리는 없었다.

지금도 보라.

류하선과 강성식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말이다.

나는 어쩔 수 없다는 웃음을 짓고는 두 사람에게 다시 한번 주의를 당부했다.

#

“뭐? 두 사람이 사귄다고?”

“쉿. 조금만 목소리 낮춰주세요. 밖에 들리겠어요.”

“흠흠. 그게 진짠가?”

“네. 강 배우님. 그렇게 됐어요.”

“하하. 대단하구먼.”

“뭐가요?”

“인기 있는 여배우가 당당히 자기 사생활을 밝히겠다니. 쉽지 않은 일이야. 하선이는 여장부 스타일인가 보군.”

그는 오랫동안 연예계에서 활동하면서 수많은 여배우를 보았지만, 한창 인기가 있을 때는 어떻게든 남자가 있단 사실을 숨기려고 하지 이렇게 대놓고 이야기하는 케이스는 처음 본다고 그랬다.

“그러니 강 배우님도 당분간은 모른 척해주세요.”

“그래야겠지. 그나저나 성식이 그놈도 참 대단하네. 역시 진주 강씨 박사공파의 핏줄이야. 하하.”

그는 뭐가 그리 좋은지 큰 소리로 웃어댔다.

“사실은 내가 먼저 여배우를 소개해줄까 싶었거든.”

“네?”

“성식이 그놈이 열심히 하잖아. 괜찮은 녀석 같았어. 그래서 괜찮은 여배우가 있으면 한 명 소개해주려고 했더니. 알아서 잘하는군. 하하.”

“아니 여배우가 연애하면 곤란하다는 사실을 잘 아시면서도 그러셨어요?”

“이쪽 생리를 빨리 깨우치려면 여배우와 연애만 한 게 없거든.”

“그래요?”

“그럼. 사실 매니저랑 여배우과 썸을 타는 경우는 굉장히 흔한 일이라고. 외부에 잘 안 알려져서 그렇지.”

오호라. 그런 뒷이야기가 있단 말인가.

나도 모르게 귀가 쫑긋거렸다.

“그런데 뭐 하선이랑 그렇게 되었다니. 잘된 일이야.”

“나중에 천만 관객 모으면 외부에 공표해도 좋겠다고 했습니다.”

“지금 시국에 천만? 하선이 늙을 때까지 연애 사실은 못 밝히거 아냐? 김 대표도 장난이 짓궂네. 하하.”

그런가? 나는 진짜로 그걸 해내면 둘이 뭘 하든 내버려 두려고 했는데 말이다.

그는 한참 동안 웃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도 요즘은 시대가 달라져서 팬들도 자기가 좋아하는 배우가 연애한다는 사실을 좋게 받아들여 주니까 말이지. 난 꼭 천만 관객을 모으지 않더라도 괜찮을 것 같네.”

“그래도 너무 쉽게 오케이하면 곤란하니까요. 하선 씨에게 자극도 줄 수 있으니 괜찮을 거라고 봅니다.”

“그래. 그거야 대표 입장에서야 충분히 그럴 수 있고, 좋은 당근이기도 하겠지.”

그나저나 요즘 내 주변을 돌아보면 온통 커플 천국이다.

세 얼간이도 그렇지, 나도 얼마 전에 결혼했지.

요즘 젊은이들은 초식남을 넘어 절식남이 되고 있다는 기사는 본 적이 있는데.

내 주위는 무언가 딴 세상 같기만 하다.

#

요즘은 어떻게든 짬을 내서 내 개인 채널에 영상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동안 너무 소홀히 했던 게 사실이지.’

이전까지는 요리 영상 위주로 올렸는데, 대마법사와의 합방을 계기로 나는 게임에 눈을 떴다.

게임이 은근히 스트레스를 푸는데 참 좋은 것 같다.

그래서 어떤 게임을 하면 좋을지 고민해봤는데, 아무래도 내가 게임에는 크게 소질이 없는 것 같아서 어려운 게임은 됐고 호러 게임 위주로 플레이하기로 했다.

이건 특별히 게임에 대한 재능이 없어도 플레이를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거. 진짜 무섭다.

너무 무서워서 오금이 저릴 정도다.

나는 플레이를 하다가 무서운 장면이 나오면 여자 고등학생처럼 비명을 질러댔다.

“으아아아아아악!!! 이게 뭐야!!”

하지만 극도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나와 다르게 댓글 창은 온통 웃음바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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