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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은 국힙원탑-69화 (69/135)

내 딸은 국힙원탑 69화

- 그러니까 하연이를 너희 회사 소속 연예인으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거지?

“응. 우리 회산 영상 만드는 회사지 연예 기획사는 아니잖아. 그래도 괜찮나 싶어서.”

- 가만있어보자. 잠시만 있어봐.

녀석은 인터넷으로 뭔가를 뒤적거리는 것 같더니 곧 다시 말을 걸어왔다.

-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제26조에 따르면 다음 두 가지 요건을 다 갖춰야 한다고 하네?

“그게 뭔데?”

- 첫 번째는 대중문화예술기획업에서 2년 이상 종사한 경력. 그리고 독립한 사무소.

“독립한 사무소는 있으니까 됐고. 대중문화예술기획업은 또 뭐야?”

- 대중문화예술인. 그러니까 하연이 같은 가수나 연예인 관련 영상 콘텐츠를 만들거나 기획, 관리를 하면서 매니저 역할을 해준다 이거지.

“아하! 그럼 나는 거기 해당 되는 건가?”

- 음. 예전에 너 비디오쉐어 다닐 때 연예인 관련 영상도 만들었냐?

“가끔?”

- 그리고 하연이 유튜브 시작한 지는 얼마나 됐지?

“계정 만든 지는 좀 됐지.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1년쯤 됐으려나?”

- 그럼 합쳐서 2년은 넘지?

“대략?”

- 오케이. 이걸로 경력 인정받거나 아니면 6시간의 교육 과정을 이수하거나 둘 중 하나만 이행하면 문제없다.

“그래? 생각보다 쉽네?”

- 조사해보니까 이것저것 낼 서류들은 많은데 그건 내가 정리해서 알려줄게.

“응. 고맙다, 상준아!”

- 뭘. 술자리 같은데 적당히 마시고.

“그래. 금방 마시고 갈 거다.”

그러려고 2시간 일찍 회사를 나온 거니까.

아무튼 하연이가 우리 회사 소속 연예인이 되는 건 큰 문제가 없다 이거구나.

물론 그렇게 되면 회사의 방향성이 영상 제작과 함께 대중문화예술기획을 병행하게 되겠지만, 메인을 영상 제작으로 잡고 가면 괜찮을 것이다.

나는 이 사실을 직원들에게 알렸고, 모두 좋다고 환호성을 질렀다.

“오오! 그럼 저희 이제 곰도리형제 엔터테인먼트가 되는 건가요?”

“그거 이름이 좀 이상하지 않아요? 곰도리엔터가 더 나을 것 같은데.”

“노노! 이 기회에 곰도리예술단으로 이름을 고치는 게 어떨까요?”

이 사람들이 왜 자기 멋대로 회사 이름을 바꾸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잠시만요 여러분. 회사 이름은 앞으로도 계속 곰도리형제단으로 갈 겁니다. 그러니 진정들 하세요.”

내 말에 실망감을 보이는 신입사원 셋.

아니, 그거 너희가 정한 거잖아. 만든 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렇게 또 바꾸려고 하는 거야. 근본 없는 녀석들.

아무튼 하연이를 우리 회사 소속 연예인으로 데리고 있으면 나도 좋고 하연이도 좋겠지. 적어도 사기 당할 일은 없을 테니까.

지금은 뭔가 나 혼자 하연이를 담당하다 보니까 가끔은 부담스럽기도 하고 아마추어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하연이가 조금 더 크고, 유명해지면 상황을 봐서 매니저를 뽑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르겠네. 열심히 일하자.’

나는 남아있는 술잔의 맥주를 깔끔하게 들이켰다. 그래. 이 맛이 맥주지.

#

“뭐? 연예기획사도 병행해서 하겠다고?”

말도 안 돼!

그동안 어디 촬영할 일이 있으면 내 손으로 직접 하연이 머리를 손질해주고, 옷도 골라주고, 기본적인 화장도 시켜주곤 했는데.

하연이가 기획사 소속이 되어버리면 그 재미가 모두 사라지지 않을까?

그나마 다행인 점은 PKT 엔터와 같은 대형 기획사가 아니라 진형이가 하는 회사에서 업종을 추가하는 거라고 한다.

“그럼 코디나 매니저 같은 사람도 새로 뽑는 거야?”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 그럴 수도 있겠지?”

“그렇구나. 알았어.”

그럼 당장은 문제가 없겠지.

아마도 자신이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진형이의 입에서 나를 긴장케 하는 말이 나왔다.

“우리 회사에 새로 들어온 친구 중에 조유리 씨라고 있는데, 키가 엄청 작고 귀여운 친구가 있거든.”

“그래? 그런데 그분은 갑자기 왜?”

“사실 연예 기획사 같이 하자는 게 그 친구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거거든.”

“응?”

“자기가 어릴 때부터 남 화장해주고 옷 입혀주고 이런 게 취미였대. 거기서 보람도 느낀다고 하고. 그래서 혹시 하연이를 우리 회사 소속으로 할 수 없나 해서 찾아봤던 거였어.”

“그래?”

이런. 생각지도 못한 라이벌이 등장했다.

그건 그렇고 내 앞에서 감히 다른 여자 칭찬을 하다니. 키가 작아서 귀엽다고? 그럼 나는 키가 커서 싫다 이 말이냐?

예전 같으면 반쯤 죽도록 패줬을 텐데 이제는 그러지도 못한다.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

신유주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은근슬쩍 물어보았다.

“그런데 그 조유리라는 직원 분. 솔로야?”

“유리 씨? 그런 걸로 알고 있는데. 왜? 누구 소개해주려고?”

“아니. 그냥 물어봤어.”

“유리 씨 사람 괜찮아. 4차원이지만 아이디어도 좋고, 만능형 인재랄까? 이것저것 다 할 줄 알아서 회사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어.”

괜찮아, 진형아. 그 이상은 별로 알고 싶은 내용이 아니구나.

괜히 기분이 울적해져서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그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아. 맞아. 사실은 오늘 이거 상담하려고 특별히 집으로 불렀어.”

“뭐?”

“하연이랑 베트남 한 달 살기 브이로그 찍는 거 말이야. 그거 최종 합격하였거든.”

“와? 정말! 진짜 잘됐다. 축하해!”

“그런데 거기 가면 한 달간 어린이집을 빠져야 하는데 그래도 괜찮은 건지 싶어서.”

“응. 괜찮아. 수업료는 환불받지 못하겠지만 그것 말곤 특별히 문제 될 건 없어.”

녀석은 그 외에도 아빠랑 딸이 해외에서 한 달간 체류할 경우 문제가 될만한 건 없는지를 물어왔다.

“특별한 건 없지 않을까? 애초에 너랑 하연이 같은 집에서 서로 잘 지내고 있고.”

“그래도 이렇게 오랜 기간 집 떠나 해외에서 보낸 적은 없었으니까.”

“음. 필요한 예방주사나 현지 병원이나 약국. 그리고 대사관 등 주요 정보는 한국에서 미리 알아보고 가는 게 좋겠지?”

“응. 그런 건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어.”

“또 뭐가 있으려나? 더운 나라니까 냉방병 조심하라 정도? 베트남이면 그래도 위생적으로 깨끗한 나라잖아? 인프라도 나름 잘되어있고.”

“그런가? 나는 안 가봐서 몰라.”

“몇 년 전에 부모님 모시고 가족이 모두 갔다 왔었거든. 물가 싸고 사람들 친절하고 경치 예쁘고. 좋은 나라였어.”

“글쿠나. 고맙다.”

“뭘.”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저녁은 우리 집에서 먹고 가. 아직 저녁 안 먹었지?”

“그래 주면 고맙고.”

진형이는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쏜살같이 부엌으로 들어간다.

오늘은 뭘 만들어주려나.

예전에는 요리에 전혀 무관심한 남자였는데, 하연이 키우면서 완전히 변해버렸다.

오래지 않아 향기로운 냄새가 코끝을 찔러왔다.

“와. 냄새 좋다. 뭐 만드는 거야?”

“이북식 찜닭이라고 알아?”

“이북식 찜닭? 그게 뭔데?”

“옛날에 6.25 전쟁 터지고 이북에서 피난민들이 약수동 쪽에 많이 내려와 정착했대.”

“그래?”

“응. 그러니까 북한식 찜닭인데 부추가 들어가서 그런지 나는 깔끔하고 좋더라고.”

“그렇구나. 너는 도대체 어디서 그런 정보를 얻는 거야?”

“하하. 요즘 인터넷에 찾으면 안 나오는 정보가 어딨어. 너무 많아서 탈이지.”

그러게. 어렸을 때는 책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인터넷이 등장하고서는 그 끝이 어딘지 도통 모르겠다.

너무 많으니까 오히려 적당히 보는 것만 보게 된달까.

그런 점에서 진형이는 진취적인 면이 있었다.

뭐가 됐든 끝까지 찾아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만다.

녀석과 요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테이블 위에는 커다란 접시에 담긴 닭 한 마리가 대령해 있었다.

“자 먹자!”

“네에에!!”

하연이도 냄새에 이끌렸는지 벌써 자리에 앉아있었다.

도대체 언제 방에서 나왔는지도 모르게 말이다.

진형이의 친절한 설명이 이어진다.

“살점을 부추에 싸고 여기 양념장 있잖아? 거기에 찍어서 먹어 봐. 겨자랑 식초가 들어가서 톡 쏘는 맛이 일품이거든.”

“응.”

신유주는 빠르게 그가 알려준 대로 양념장을 살짝 묻힌 뒤 한 입 집어 먹었다.

와! 별세계도 이런 별세계가 없다.

맨날 먹는 닭이 이렇게나 맛있어도 되는 건가? 아니다. 치느님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구나.

그녀는 엄지를 치켜올리며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진심! 진심으로 맛있어!”

“흐흐. 많이 먹어. 우리 하연이도.”

옆을 돌아보았더니 하연이가 커다란 가슴살을 조그마한 입안으로 욱여넣고 있다.

그 모습이 장난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이렇게 예쁜 천사들을 매일 볼 수 있는 직업을 택한 건 정말 잘한 일인 것 같다.

그런데 저번에 왔을 때보다 집안에 무언가 새로운 물건들이 많다.

거실에는 엄청나게 큰 TV랑 대형 스피커도 보이고.

부엌에는 정체불명의 조리기구들이 자기를 봐주라는 듯 아우성치고 있다.

요즘 밑에 직원도 뽑고 열심히 일하는 것 같더니.

괜히 내가 다 뿌듯하다.

진형이랑 하연이의 앞길에 좋은 일들만 가득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

놀이를 싫어하는 인간이 있을까.

그건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원초적인 행위였다.

나는 물론이고 하연이도 마찬가지.

지금 우리는 카메라를 앞에 두고 웃음 참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다음번 유튜브에 올릴 콘텐츠인데, 몸에 직접적인 터치만 없으면 뭘 해도 상관없다.

내가 시도한 첫 번째 방법은 조금 고전적인 방법이었다.

일명 안면 랩 뚫기.

빈 액자에 장착된 랩을 얼굴에 대고 사력을 다해 뚫는 것이다. 순전히 얼굴 힘으로만.

분명 우스꽝스러운 얼굴이 나오겠지.

하지만 나는 진심이었다.

왜냐하면 이긴 사람은 진 사람에게 원하는 소원을 한 가지 요청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뭘 요청할 생각이냐고?

그거야 당연히 뽀뽀 아니겠는가.

하연이는 요즘 들어 내 뽀뽀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었다.

뽀뽀뿐만 아니라 포옹조차도 때로는 싫다면서 빠져나가는 게 아니겠는가.

벌써 이러면 나중엔 몸에 손도 못 대게 할 거 같다.

그러니 하연이가 잠이 들 때가 아니면 좀처럼 하연이의 토실토실한 두 볼에 뽀뽀하기가 쉽지 않았다.

나는 하연이의 볼에 뽀뽀하겠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최선을 다해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런데 이거 왜 이렇게 안 뚫리냐.

으으.

그렇게 한 5분 여를 낑낑댔을까?

나는 결국 랩 뚫기에 성공했다.

“으아!! 뚫었다! 하연아! 아빠가 드디어 성공했드아!!”

얼굴 가득 기쁨을 안고 하연이를 돌아보았더니.

이 녀석.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한심한 듯 쳐다보고 있다.

마치 자신은 단 한 번도 나를 보고 웃지 않았다는 것처럼.

허허. 그게 말이 되나. 이게 좀 오래된 수법이긴 하지만 예능계에 내려오는 전설의 아이템.

“너 아까 웃어놓고 안 웃은 척하는 거 아니지?”

“아니인데에~”

나는 카메라를 중지하고 촬영한 영상을 확인했다.

확실히 하연이는 소리 내 웃지 않았다.

‘소리 내지 않고 입만 웃는 건 괜찮다고 했으니까.’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이걸 참을 수가 있지?

인상을 찡그리며 애써 웃음을 참는 하연이가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하아. 아무튼 이 방법은 실패. 요즘 애들은 이런 걸로 통하지 않는구나. 사전 준비가 부족했음을 통탄한다.

이어서 하연이 차례가 되었다.

하연이는 카메라 앞에 당당히 서서는.

갑자기 두 팔과 두 다리를 쭈욱 펴고선.

천천히 서로 대칭으로 흔들며 허리를 튕기는 게 아니겠는가.

서, 설마 하연아. 그건 아니겠지? 그것만큼은 절대로 안 된다, 아가!

나는 경악하며 카메라를 끄려고 했다.

하지만 하연이는 웃는 얼굴로 내게로 다가오더니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카메라를 끄는 건 불가하다는 듯이.

처음에는 너무 충격적이었던지라 머리가 새하얗게 새는 것 같았는데 어쩐지 자꾸 보니까 웃음이 나올 것 같다.

하지만 이런 걸로 웃을 순 없지.

나는 숨을 꾹 참으며 버티기를 시전했다.

그렇게 하연이의 차례가 끝나고.

다시 나의 순서가 되었다.

후후. 김하연. 그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아빠가 감춰두었던 비장의 수를 보여주지.

나는 각오를 다지며 카메라 앞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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