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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은 국힙원탑-30화 (30/135)

내 딸은 국힙원탑 30화

통화음이 들리고 오래지 않아 상준이가 전화를 받았다.

“상준아. 좋은 소식이라니? 그게 뭐야?”

“흐흐. 듣고 놀라지 마라.”

“뭔데 그래?”

상준이는 한참 뜸을 들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연이 출생신고. 성공했다.”

“뭐? 진짜로?”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지면서 스마트폰을 귀에서 떼어 한참을 바라보았다.

멀리서 상준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응. 가정법원으로부터 아이의 출생 확인을 받았거든.”

“고맙다, 상준아!!”

“뭘. 축하한다, 진형아.”

드디어 하연이가. 우리 딸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게 됐다.

나는 진심을 담아 상준이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다 네 덕분이야.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은혜는 무슨. 하연이 영상이나 더 많이 찍어서 올려주라.”

영상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나와 하연이가 부른 미리 크리스마스가 패밀리레스토랑이 주최한 유튜브 노래대회에서 1등을 했다.

2등과는 압도적인 차이로 우승을 차지. 레스토랑 1년 무제한 이용권을 부상으로 받은 게 생각났다.

한 명만 공짜가 아니라 같이 온 세 사람까지는 전 메뉴가 무료!

완전 꿀이다.

“고기 썰고 싶은 일 있음 언제든지 연락해. 내가 살 테니까.”

“고기? 알겠다. 하연이한테도 축하 전해주고.”

“그래.”

나는 전화를 끊자마자 하연이에게 달려가 그녀를 번쩍 들어 올렸다.

“하연아!!”

“앗! 아빠아 왜 그래에요? 어지러워어요!”

“너 드디어 대한민국 국적자가 되었어! 우리 하연이 이제 대한민국 사람이라고!”

“내카요? 와아! 잘돼엤다아아!!”

하연이가 대한민국 국적자라는 의미를 이해했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우리는 한동안 부둥켜안고는 이 소식을 자축했다.

그런데 갑자기 욕심이 생겼다.

이 기쁜 소식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 주고 싶었던 것이다.

왜 기쁨은 나눌수록 커진다고 하지 않나.

그동안 HiYeom하연 채널에는 내가 미혼부라거나 하연이가 아직 출생신고를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는데 오늘만큼은 이 사실을 모두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황태진 회장도 뉴스에서 보고 내가 미혼부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했으니까. 눈치 빠른 사람들이라면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을지도 몰라.’

현모가 리포터한 KBC 뉴스에는 내 얼굴과 이름이 그대로 실려있었다.

하연이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가 되었지만, 이름은 그대로 노출되고 있었고.

하연이에게 물어봤더니 하연이도 괜찮단다.

그러고 보면 하연이는 내게 단 한 번도 자기는 왜 엄마가 없는지. 혹은 엄마가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마치 자기에게는 아빠가 유일한 부모라는 것처럼.

그게 고마운 한편 미안하기도 하다.

나는 하연이와 함께 컴퓨터 앞에 앉아 웹캠을 켜고는 라이브 방송을 준비했다.

유튜브는 미성년자가 혼자서 라이브 방송하는 걸 제한하고 있었는데 보호자가 함께 출연하는 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모니터에 비친 내 모습이 조금 어색하다.

‘드디어 내 얼굴도 여기서 드러나게 되는구나.’

그러니까 HiYeom하연 채널에선 처음으로 내 얼굴이 정면에 등장하는 방송이다.

실시간 스트리밍 시작을 클릭한 뒤 제목에 [모두 축하해주세요! 하연이 출생신고에 성공했어요!] 라고 적었다.

사람들이 하나둘 접속하기 시작한다.

방송 설명에 아빠와 함께하는 첫 라이브 방송이라고 적었더니 사람들이 반응을 보인다.

└ 앗! 하연이 아버님이 나오셨네요? 반갑습니다, 아버님!

└ 오! 하연이 아버님도 일반인 얼굴이 아니시네요. 역시 하연이 예쁜 건 유전자의 힘인 듯

└ 그런데 제목 저거 뭐예요? 하연이 출생신고 성공?

└ 설마 지금까지 하연이 출생신고도 안 한 건가요?

└ 해명하라! 해명하라!

나는 댓글 창을 보며 목을 가다듬었다.

“아아. 안녕하세요, 여러분. 이 채널에서는 처음 인사드립니다. 하연이 아빠이자 채널 관리자인 김진형입니다.”

└ 오 아버님 목소리도 좋으시다! 직업이 성우이신가요?

└ 아버님 빨리 저 제목 무슨 뜻인지 알려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댓글 대다수가 제목의 의미에 대해 알려달라는 내용이다.

나는 뒷머리를 긁으며 수줍게 말했다.

“아. 사실 제가 미혼부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하연이 출생신고를 못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지인의 도움으로 드디어 하연이 출생신고에 성공하게 되었습니다.”

└ 으아아아아! 그게 진짜인가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 ㅊㅊㅊㅊㅊㅊㅊㅊㅊㅊㅊㅊㅊㅊㅊㅊㅊㅊㅊ!!!!!! 경축드리옵니다아!! 그런 일이 있는 줄 꿈에도 몰랐네요!

└ 미혼부 출생신고가 어렵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정말이었나 보네요 그간 고생 많으셨습니다 ㅠㅠ

나는 예전에 현모가 취재해주었던 KBC 뉴스 클립을 찾아 화면에 띄웠다.

“이거 보이시나요?”

└ 네! 보입니다!

“이거 전에 KBC 9시 뉴스에 나왔던 건데 저랑 하연이 사연이에요.”

다시 보니까 감회가 새롭다.

하연이가 그 짧은 사이 무척 많이 큰 것 같기도 하고.

뉴스 클립을 모두 본 시청자들이 폭풍 댓글을 남긴다.

└ 우리 하연이에게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ㅜㅜ 이 무슨 고난이란 말인가..

└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꽃길만 걸으세요 두 분!

└ 하연아 삼촌이 사랑한다. 하연이 아버님도 고생 많으셨어요!

어느덧 동시 접속사 수는 3천여 명 수준으로 늘어났고, 나는 시청자들의 축하를 받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간 미혼부로 살면서 힘들었던 점.

하연이가 얼마나 의젓하고 대견스러운지.

이제 출생신고에 성공했으니 조금 더 나은 삶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도중에 울컥할뻔한 적이 몇 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하연이가 내 손을 꼬옥 잡아주면서 힘을 주었다.

그 모습을 본 시청자들도 함께 울컥했나 보다.

└ 크으으으 ㅜㅜ 왜 눈물이 앞을 가리지

└ 하연아! 아빠 많이 응원해주렴! 우리 하연이, 하연이 아버님 모두 최고다!!

└ 아버님 울지 마세요! 아버님 손 꽉 잡아주는 하연이 보니까 내가 다 눈물이 나네 ㅠㅠㅠㅠㅠㅠㅠ

그런데 라이브 방송 시작하자마자 접속한 내꿈은한신사장님께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건넨다.

└ 아버님! 전에 분식집 앞에서 뵈었던 내꿈은한신사장입니다. 혹시 후원 계좌 받으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후원 계좌요?”

└ 네! 알아봤더니 유아 콘텐츠는 슈퍼챗 후원이 안 되더라고요. 그러니까 별도의 후원 계좌 만들어서 후원받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그 말에 사람들이 동조하고 나선다.

└ 옳소! 하연이 아버님은 당장 후원 계좌 개설해라!

└ 개설만 해주세요. 당장 돈쭐을 내줄테니깐!!!!

└ 개설해! 개설해!

후원 계좌라는 건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채널을 운영하다 보면 광고 수익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하연이가 방송을 하길 원했고 많은 이들이 하연이를 그저 좋아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거였으니까.

“의견 감사합니다. 내꿈은한신사장님. 그런데 조금 갑작스러워서 이 건은 조금 더 고민해볼게요.”

나는 십여 분간 더 이야기를 나눈 뒤 라이브 방송을 종료하였다.

‘후원이라.’

나는 고개를 들어 천정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아는 블로거 중에 후원으로 먹고사는 양반이 한 명 있었는데 그의 삶이 그다지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았다.

처한 상황에 따라 들어오는 후원금이 들쭉날쭉했기 때문이다.

후원이 많이 들어올 때는 비싼 음식을 시켜 먹다가도 후원이 들어오지 않을 때는 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다.

그런 점에서 후원이라는 건 마약과 같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감사히 받던 돈이 시간이 흘러 당연시되면 거기에 얽매이게 되고, 다른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는 생각을 못 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

그러다 보면 후원이 줄었을 때 제대로 대처하기 힘들어지지 않을까.

‘게다가 사람들은 내가 아니라 하연이게 돈을 주는 건데 그걸 운영하는 사람이 나라는 사실이 조금 걸리네.’

한편으로는 받아서 손해보는 일은 아니란 생각도 들었다.

내가 먼저 후원 계좌를 연 것도 아니고 후원 계좌를 개설하라는 이야기를 꺼낸 건 시청자들이었다.

유튜브가 키즈 채널에는 후원을 받지 못하도록 막고 있으니 말이다.

‘사람들이 하연이한테 용돈을 준 거라고 생각하면 나쁘지 않을 것 같긴 하네.’

이참에 하연이 은행 계좌도 하나 만들어주면 좋을 것 같고.

하지만 이때의 나는 몰랐다.

후원 계좌에 꽂힌 액수가 단순히 용돈 수준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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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참 기자 하기 쉬운 것 같다.

HiYeom하연 채널의 구독자가 그리 많은 것도 아닌데 이번 라이브 방송 건이 인터넷 기사로 나왔다.

<인기 유튜버 하연. 알고 보니 무국적자?>

<인기 유튜버 아빠..미혼부로 힘들었던 삶 고백하며 시청자들 눈물 쏙>

<미혼부 출생신고 쉽지 않아..인기 유튜버 아빠의 눈물>

<4살에 출생신고? 김하연은 누구?>

<[영상] 엄마 없이 자란 4살 딸이 아빠를 위해 라이브 방송에서 한 행동>

나는 하나하나 기사를 살피며 속으로 혀를 찼다.

내용은 별것 없으면서 제목만 아주 자극적으로 뽑아 넣었다.

새삼 현모가 참기자처럼 느껴진다.

기사에 달린 댓글을 읽으니 눈살이 찌푸려지는 내용도 있었다.

└ 도대체 김하연이 누구길래 이 지랄임?

└ 유튜브 구독자 2만 명 수준인데 애가 나름 귀엽긴 함

└ 씨발 ㅋㅋㅋㅋㅋㅋ 구독자 2만이면 인기 유튜버 실화냐?

그래도 네거티브도 일종의 전략이라고 하더니 나름 이슈가 되면서 구독자 수가 죽죽 오른다.

‘1만에서 2만으로 늘어난 게 고작 1달 정도 걸리더니 이후 가속도가 이전과는 달라.’

구독자 1만 명 달성하는 건 꽤 긴 시간이 걸렸는데, 이후로는 폭풍처럼 늘어나고 있었다.

이제는 3만 명을 향해 가파르게 오르는 게 한눈에 보였다.

라이브 방송을 올리기 직전에 올렸던 아쿠아리움 영상도 반응이 제법 괜찮다.

└ 뭔가 자꾸 흔들거리는 게 아마추어틱하긴 한데 어째 계속 보게 되네?

└ 아이의 시점에서 수족관에 가면 이런 느낌이구나. 신선하다잉!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애보다 아빠가 더 좋아하네. 하연이가 아빠 데리고 아쿠아리움 간 듯

자막이나 화면전환 없이 무편집으로 은은한 음악만 배경으로 깔고 내보낸 영상인데 이런 것도 사람들이 좋아해 주는 걸 보면 참 신기하단 생각이 든다.

‘하연이가 그냥 길을 걷거나 뭘 먹는 것만 올려도 좋아해 주고. 이런 게 팬덤이라는 걸까?’

한편, 하연아빠 TV 채널 역시 빠르게 구독자가 늘고 있었다.

특히 이번에 라이브 방송을 하며 하연이 채널에 얼굴을 드러낸 게 도움이 되었던지 구독자 수가 5천 명을 돌파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유튜브에만 올인했던 건 아니었다.

나름 꾸준하게 외주 영상 제작도 맡아서 하고 있었으니까.

레퍼런스 기재란에 미래 그룹 홍보 영상 제작을 입력하니까 미팅에 나가면 다들 자기네 영상 이야기는 뒷전이고 그것만 물어본다.

확실히 대기업의 네임밸류가 좋긴 좋다.

선종이 형 말처럼 이 바닥은 오래 버텨서 많은 영상을 쌓다 보면 결국 위로 올라가게 돼 있는 것 같다.

메일함에 영상 제작 의뢰 주문이 쌓여있는 걸 보니까 밥을 먹지도 않았는데 배가 다 부르다.

클라이언트가 나를 택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클라이언트를 택하는 구조.

그러고 보니 언젠가 회식 자리였나?

비디오쉐어 동료 중 한 명이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했던 게 떠올랐다.

“내가 최근에 유심히 보고 있는 유튜버가 한 명 있는데, 나름 본받을 게 많더라.”

“왜요?”

“보통은 클라이언트들이 해달라는 데로 영상을 수정하게 되잖아?”

“당연한 거 아니에요? 남의 돈 받고 만드는 건데.”

“그런데 걘 달라.”

“어떻게요?”

“자기만의 확고한 철학이 있어서 자기랑 생각이 다르면 주문을 안 받더라고. 자기가 생각해서 아니다 싶으면 클라이언트 측의 수정 요청도 거절하고. 그런데도 아무도 그와 비슷한 영상을 만들지 못하니까 녀석에게 제작 의뢰하려는 대기업이 줄을 섰다더라. 지금 주문하면 1년을 기다려야 한다던가?”

“그 정도예요? 영상이 엄청 좋은 가 보죠?”

“그게 좀 애매한데, 기교보다는 콘텐츠의 본질에 충실한 느낌이야. 아무튼 중요한 건 클라이언트가 아니라 영상 제작자가 중심을 잡으니까 이런 대박이 나왔다 이거지.”

일리가 있다.

영상도. 영상 제작자도 차고 넘치는 세상이다.

조금 불친절하고, 불편하더라도.

자기만의 색을 고집하는 게 무기가 된다.

그때는 그저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바로 그 길이 아닐까 싶다.

‘단순히 외주를 많이 받아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나만의 색깔을 만들어서 그 어디에도 없는 독보적인 존재가 된다면. 그게 더 대단하고 지속가능한 일이 아닐까?’

오래 버텨서 살아남는 것도 능력이겠지만, 결국은 자기만의 색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닌가 싶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 고민을 이어가다 달구어진 머리도 식힐 겸 평소보다 훨씬 더 이른 시각에 하연이를 데리러 어린이집에 갔다.

그런데 마침 민규 어머니도 이른 시각에 어린이집에 와 있었다.

그녀는 나를 보더니 조금 놀란 것 같은 얼굴을 하고서는 무슨 말을 할까 말까 주저하는 눈치다.

내가 먼저 그녀에게 물었다.

“민규 어머니. 혹시 저한테 하실 말씀 있으세요?”

그녀는 조심스럽게 내게 물었다.

“혹시 지금 시간 괜찮으세요?”

“시간이요?”

“네. 차 한 잔 마시며 이야기 좀 나눴으면 해서요.”

으흠. 평소보다 2시간 정도 일찍 온 거라서 차 한 잔 마실 시간은 충분한 것 같다.

나는 알겠다고 하고는 그녀와 함께 인근의 카페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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