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 외전/ 천마대전 ~고난의 시간~
영겁과도 같은 일 초의 적막이 흐른 후, 유수현이 차수희를 바라봤다.
살풋이 미소를 지은 차수희가 이어서 말했다.
“오빠 괜찮아. 있는 그대로 말해주면 돼. 별로 어려운 질문도 아니잖아?”
둘 중에 누구를 더 좋아하느냐 하는 질문.
자신을 택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듯이, 승리선언을 미리 해두는 것처럼 여유로운 어조였다.
한편 백운상은 자신이 크나큰 위기에 직면해 있음을 알았다.
자칫 잘못하면 발렌타인 데이까지 끌고 갈 것도 없이 이대로 결판이 나버릴 수도 있었다. 그것도 승부에 나서자마자 KO패한다는 참담한 결과로.
그녀는 소리 내지 않고 이를 악물었다.
‘인정 못 해.’
이제 겨우 대등하게 전장에 올랐을 뿐이다. 잽만 몇 번 날려봤지 아직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했는데 이대로 패배한다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하지만 현 상황을 타개할 방도가 없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었다.
분하긴 하지만 백운상은 스스로가 열세에 처해 있다는 걸 인정하고 있었으니까.
이렇게 앞뒤 가릴 것 없이 ‘나야, 저년이야?’라고 급발진을 해 버리면 대처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설마 조사님이 이러실 줄은 몰랐어.’
기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믿는 구석이 있었다.
차수희가 당장 강하게 나올 리가 없다는 확신이랄까.
백운상의 인생을 빼앗고 말았다는 죄책감을 아직도 마음에 담고 있었으니까.
그런 게 아니라고 아무리 부정해도 들어주지를 않았고, 그렇다면 굳이 언더독으로서의 이점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해서 마음껏 도발한 것이었는데.
‘내가 너무 심했나?’
그리고 백운상에게만 보내온 차수희의 한 마디가 그런 판단에 신빙성을 더했다.
<야옹.>
‘저거 때문이었어!?’
아무래도 도둑고양이 발언이 단단히 심기에 거슬리고 말았던 것 같다.
백운상이 서둘러 전음을 보냈다.
<진짜 이러기예요?>
<야-옹.>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차수희가 천연덕스럽게 답했다.
백운상은 다시금 화해의 손길을 건넸다.
<내가 말이 너무 심했어요. 그거 취소할 테니까 우리 잠깐만->
<냐아옹?>
그 말이 백운상에게는 이렇게 들렸다. ‘이제 와서?’라고.
막막한 심경으로 생각했다.
‘안 돼. 글렀어. 완전히 삐쳤다고.’
그리고 유수현이 품에 안겨 있는 유지희가 관조적으로 평가했다.
‘말이 심하긴 했어.’
이 상황이 유치하고 한심하기 그지없다는 건 부정할 수도 없고 부정하고 싶지도 않지만, 그것과 별개로 도둑고양이라는 표현은 유지희가 보기에 좀 과했다.
차수희야 스스로가 백운상의 삶을 빼앗았다고 여기고 있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니까.
‘차수희’라는 존재는 본래부터가 업을 마친 일월령이 살아갈 생애였다.
시작을 백운상에게 양보하지 않았다면, 빙의라는 방식으로 혼이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는 첫 순간부터 반려로서 유수현과 함께했을 것이다.
그리고 시작을 양보한 이유는 오직 하나.
백운상이 있을 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해서.
그렇게 함으로써 세 사람의 인연을 한 데 엮었고, 본래라면 나탈리야로만 환생해 주어진 책무를 끝내고 사라졌어야 할 백운상이 현세에 계속 존재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들이 지금처럼 마주 볼 수 있는 데에는 일월령의 그런 노력이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이다.
해서 유지희가 판단하기에 도둑고양이라는 표현은 상당히 어폐가 있었지만, 솔직히 차수희가 그런 걸 다 생각해서 화를 내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기분 나빠서 저러는 거지.’
그것이 유지희가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 이유였다.
둘 다 똑같이 유치하고 한심했으니까.
가능하다면 백운상과 차수희 두 사람 모두에게 다그치고 싶었다.
그때 선계에서 내가 느꼈던 감동과 안타까운 마음을 돌려달라고.
‘아빠만 중간에서 난처하게 됐잖아. 싸우려면 둘이서 싸우지 왜 아빠를 못살게 굴어?’
차수희는 여전히 여유롭게 유수현을 바라보고 있었고, 이미 협상하기는 틀렸다는 걸 안 백운상 역시도 한껏 애달픈 시선을 보냈다.
‘왜 가만히 있는 사람을 괴롭히냐고.’
유수현의 얼굴로 복잡한 갈등이 스쳐 지나가는 걸 예리하게 파악한 유지희가 속으로만 한숨을 내쉬었다.
신의 체통에 걸맞지 않은 일이긴 하나 이번만은 원만하게 수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생각이었다.
물론 계속해서 이런 추태를 벌인다면 그때는 지금처럼 좋게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지만.
‘어쩔 수 없네.’
더 이상 대답을 지체할 수 없어 유수현이 입을 떼려고 한 순간이었다.
“으아아앙! 으아앙!”
유지희는 집이 떠나가라 목청껏 울었다.
엄마와 엄마와 아빠. 세 사람이 동시에 놀라서 어르고 달랬지만 그칠 생각은 당연히 참새 눈물만큼도 없었다.
안 되겠다 싶었는지 유수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애가 갑갑해서 우는 거 같은데 나 잠깐 지희 데리고 밖에 좀 나갔다 올게.”
그렇게 말한 뒤 곧바로 유지희를 품에 안고 현관을 나섰다.
달칵, 하는 문 소리가 들렸고 집 안에는 다시 침묵이 감돌았다.
아직 김이 모락모락 나는 달걀프라이와 파스타를 앞에 두고 차수희와 백운상이 서로를 흘겼다.
“조사님 때문이잖아요.”
“······야옹.”
웃기는 소리 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
우리 둘째가 참 효녀야.
품에 안고 그네 태우듯이 팔을 움직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지희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지.
“아하. 꺄아!”
애가 그네 타는 게 재밌는지 방긋방긋 웃는다.
아직 겨울이라 찬바람이 쌩쌩 불긴 해도 기막을 펼쳐서 꽁꽁 감싸줬으니 춥진 않을 거다.
“아부! 아우우!”
지희의 예쁜 눈이 반달을 그렸다. 집 대문을 나서자마자 울음을 그치더니 지금까지 계속 신난 상태였다.
나를 향해 팔을 뻗더니 꾸욱, 하고 뺨을 손으로 누른다.
너무 귀여워서 저절로 웃음이 났다.
“우리 공주님 이제 집에 갈까?”
벌써 집 밖에 나온 지 삼십 분 가까이 되어서 그렇게 물은 것인데······, 어림도 없지!
내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건지 애가 곧바로 얼굴을 찡그리며 울음소리를 일발 장전했다.
“끄, 끄으-”
“어어, 아냐. 아빠랑 더 놀다가 들어가자? 슈우웅!”
“꺄아!”
애 몸을 양손으로 붙잡고 비행기를 태워주니 팔다리 흔들거리면서 좋아서 난리가 났다.
물론 해 주는 내 입장에서도 즐거워하니까 좋았다.
순수하게 우리 딸이 웃는 게 좋기도 했고, 실은 나도 아직 집에 들어가기 싫거든.
아까 전의 살벌한 분위기가 완전히 흐지부지된 다음에 들어가고 싶었다.
둘이서 ‘내가 더 좋지?’라고 묻는데 거기다 대고 뭐라고 할 거야.
애 엄마가 더 좋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똑같이 사랑한다고 해야 하나?
나는 대답 못한다. 뭐라고 답하든 지뢰 밟는 거잖아.
그렇다고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 이럴 수도 없고.
아무튼 오늘을 어떻게 넘긴다고 해도 일시적인 평화일 뿐이다.
무언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지현이 돌아올 때까지만 버티려고 했는데 그런 미적지근하고 안일한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으니까.
오히려 애 오기 전에 마무리를 지어놔야지.
“우리 공주님은 아빠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부우?”
지희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소리를 냈다.
미안하다, 우리 딸. 아빠가 전생부터 지은 죄가 많아서 그래······.
그대로 지희를 안고 느린 걸음으로 동네를 산책했다.
다행히 집에 들어갔을 때는 애 엄마와 백운상도 조금 자중하는 듯했지만 그날뿐이었다.
날이 갈수록, 느리지만 착실하게.
사태는 점입가경으로 치달아갔다.
***
2월 10일, 오전 8시 10분.
“오빠, 여보! 일어나요.”
“하 가가. 기침하셔야지요.”
“······둘이 지금 뭐하는 거야?”
“왜애? 가끔은 이런 것도 좋지 않아?”
“옛 추억을 떠올려서 한 번 입어보았다. 잘 어울리지 않느냐.”
“그러네. 운상이도 잘 어울리긴 해. 내가 더 낫긴 하지만.”
“조사님 아직 잠이 덜 깨셨어요? 혹시 그런 거면 사흘쯤 주무시고 오셔도 되는데.”
“응. ‘손님’만 배웅하고 나면 오빠랑 같이 한숨 더 자려구. 빨리 좀 가줄래?”
티격태격하는 건 좋은데 내 말은, 둘 다 아침부터 왜 무협 코스프레를 하고 있냐는 거지······.
백운상은 푸른색의 정갈한 한복漢服을 입고 있었고, 애 엄마는 대조적으로 붉은색의 궁장이었다.
어젯밤에 둘이 함께 사온 것이라는데 심지어 내 것과 지희 것까지 네 벌이었다.
내가 놀라는 얼굴을 보고 싶어서 백운상 집에다 놔뒀다고.
이쯤 되면 둘이 사실은 사이 좋은 거 아닌가?
나와 애 엄마, 백운상과 지희까지 넷이 함께 중국 옷을 입고 거실에서 무협 영화를 한 편 봤다.
2월 11일, 정오.
“하가야. 아- 해보거라. 옛 추억을 되살려서 만들어보았단다.”
“오빠 기억나? 우리 신혼 때는 이거 많이 만들어 먹었잖아. 생각나서 한 번 만들어봤어.”
지금 내 입 앞에는 젓가락 두 쌍이 대기하고 있다.
백운상이 내민 건 닭요리. 기억이 난다.
처음 얼굴을 맞댄 다음날, 내가 예약해 뒀던 누각에서 먹었던 요리 중 하나였다.
그리고 애 엄마가 만든 건 가지튀김.
내가 가지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튀긴 건 맛있더라고.
맛있다고 하니까 애 엄마가 기뻐하면서 자주 만들어줬지.
“하가야. 어서 먹어보거라. 그때와 같은 맛인지 감상이 궁금하구나.”
“오빠. 가지튀김은 식으면 맛없는 거 알지? 이거부터 먹어.”
물론 나는 둘 다 거부했다.
가지튀김과 닭고기 조각이 두둥실 떠올랐고, 내 입 안으로 동시에 들어왔다.
허공섭물을 이용한 묘리였다.
무공 뒀다가 국 끓여 먹을 것도 아니고, 이럴 때 써야지.
그대로 우물우물 씹고 있으니 애 엄마와 백운상이 허망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아랑곳하지 않고 꿀꺽 삼킨 후에 양손으로 쌍따봉을 날려줬다.
“같이 먹으니까 닭고기의 감칠맛과 가지튀김의 부드러운 식감이 잘 어우러져서 너무 맛있어. 둘 다 엄청 맛있어서 내 미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극치를 넘어선 것만 같아.”
그러니까 어느 게 더 맛있냐고 묻지 마······.
2월 12일, 오후 9시 30분.
지희가 태어난 후로는 우리 집 취침 시간이 조금 당겨졌다.
애가 낮에 깨어 있고 밤에 잠을 자긴 한데 아무래도 갓난아기라 그런가 잠이 많다. 보통은 9시가 되기 전에 자야 아침에 다른 가족들이랑 함께 깬다.
해서 지희는 이미 꿈나라로 떠났고, 나는 지금 침대에 누워 있다. 매트리스를 새로 바꾼지 얼마 안 돼서 아주 푹신하고 눕는 감촉이 좋았다.
왼쪽에는 애 엄마, 오른쪽에는 백운상이 내 가슴에 머리를 기댄 채로 있다는 게 문제 아닌 문제였지만.
문득 백운상이 아련한 어조로 말을 꺼냈다.
“이렇게 있으니 옛 추억이 생각나는구나.”
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말하면 안 되는 종류의 추억이라는 것만은 알겠다.
하지만 내가 말릴 새도 없이 애 엄마가 말을 받았다.
“뭔데 그래? 그거 참 궁금하네?”
“그때도 하가 네 가슴에 기대어 여운에 젖어 있었지.”
“여운?”
되묻는 애 엄마 목소리가 이미 극도로 차가운데도 백운상이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네, 처음 밤을 보냈을 때 말이에요.”
“처음, 밤······.”
백운상은 내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로 시선을 올려다보고 있어서 못 봤겠지만, 나는 똑똑히 목격했다.
애 엄마가 입 모양으로만 중얼거리는 걸 본 거다.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분명 이렇게 말했다. ‘선 넘네?’ 라고.
백운상이 이번에는 전음으로 내게만 들리게 말을 걸어왔다.
<현세에서 조사님의 생을 빌렸을 때까지 센다면 처음이 두 번이구나.>
그야말로 기적과도 같은 계산법이었다.
<곧 이 몸으로 세 번째 처음이 될 테고.>
<······.>
<어떠냐, 하가야. 이틀 후가 이 몸으로 너와 만난 일 년째 되는 날이니 나는 그날이 좋겠는데. 내일 밤이 지나고 날이 바뀔 때부터 말이다.>
지금 답하기는 상당히 곤란한 제안이었고, 심지어 백운상과 내가 간과한 것까지 있었다.
애 엄마의 입에서 귀기 어린 음성이 흘러나왔다.
“미안한데, 무슨 얘기 하는지 알겠거든?”
맹점은 두 가지였다.
지금 주위가 굉장히 조용하다는 것.
우리 셋 중에서 애 엄마가 가장 신기한 능력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
“정확히는 못 들었는데 두 번째가 어쩌구 세 번째는 내일 밤부터 어쩌구 하는 거 보니까 ‘그거’ 말하는 거지?”
이미 들통이 나버린지라 백운상도 지지 않고 대꾸했다.
“그렇다면요? 조사님이 뭘 어쩔 건데요?”
“흐응. 내일 밤부터라는 건 일단 차치하고. 오빠?”
“응?”
최대한 침착한 목소리로 답했다.
애 엄마가 손을 올리더니 내 목덜미를 훑어냈다.
“우리 이제 마음 편히 할 수 있겠다. 그렇지 않아?”
속삭이듯이 말이 이어진다.
“지금까지는 운상이 ‘배려’하느라 제대로 못했잖아.”
저레벨 캐릭터 세 개 키우는 거보다 레벨 높은 주 캐릭터 하나가 압도적으로 낫다는 말이지.
백운상이 애 엄마와 함께 있으면서 경험한 것보다도 훨씬 어마어마하게 지난 십수 년 동안 애 엄마와 내가······. 아무튼 그런 뜻이었다.
그리고 무슨 말인지 이해한 백운상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지금 나한테 자랑하는 거예요?”
“네가 ‘그거’ 무기로 쓰길래 나도 똑같이 한 건데 왜 화를 내고 그러니?”
“조용히 해요! 이 도둑고양이!”
“야아옹!”
아주 대환장파티가 따로 없었고, 더 이상은 참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바로 지금이 기회였다.
나는 외쳤다.
“꾸짖을 갈!”
“하가야.”
“오빠?”
두 사람이 놀라서 나를 쳐다봤다.
담담히 답했다.
“본 중대장은······, 여러분에게 실망했다.”
내 품에 안겨 있던 두 사람이 동시에 흠칫 몸을 굳혔고 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엄밀히 말하면 내 원죄라고 할 수 있으니 내가 화낼 일은 아니었지만 지금만은 명분이 있었다.
기막 펼쳐둬서 지희한테 안 들린다고는 해도 옆에 지희 자는데 싸우는 건 좀 아니지.
애 엄마도 백운상도 할 말이 없었는지 반성하는 기색이었다.
그리고 나는 상당한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이유는 달리 없다.
왜냐하면, 둘이 이렇게 대놓고 싸우도록 유도한 사람이 나였으니까.
며칠 전부터 계획하던 일이었다.
누구의 편도 확실하게 들지 않으면서 두 사람의 텐션을 높였다.
본인들도 눈치채지 못하게 점차 감정을 고조시킨 거다.
바로 지금 이 말을 하기 위해서.
“둘이 차분하게 대화할 시간이 좀 필요한 것 같네. 나는 지희랑 잘게.”
허공섭물로 지희가 누워 있는 요람까지 부드럽게 들어 올린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방을 빠져나왔다.
***
그리고 같은 시각.
강원도로 떠난 이수민 역시도 만만찮게 고난에 처해 있었다.
“수민 언니······.”
평소에는 볼 수 없는 표정을 한 채로 유지현이 말해왔다.
한 침대, 이수민의 바로 곁이었다.
유지현의 손끝이 이수민의 팔을 스쳤다.
왠지 모르게 끈적한 감각에 이수민은 자세를 바로 하는 척 몸을 살짝 뒤척였다. 팔에서 어깨로 올라오던 손가락이 갈 곳을 잃었다가, 다시 어깨에 닿았다.
이수민은 차마 유지현의 얼굴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 천장만 쳐다봤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