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나를 쓰레기라 부르라.
소요가 가라앉고, 집 안이 씻은 듯이 조용해졌다.
고풍스러운 벽지에다 치킨 튀김옷 에디션을 추가함으로서 감칠맛을 더했다.
모여 있던 놈들 모두 입만 벌리고 나를 쳐다보고 있다.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너네 때문에 내가 지현이 소설을 ‘그런 거’라고 해버렸단 말이다.
우리 딸, 미안해. 아빠가 본 뜻이 그런 게 아니었어.
속으로 지현이에게 사과하며 주먹을 쥐었다. 이놈들을 단죄하면 조금이나마 죄를 씻을 수 있겠지.
치킨 세 박스 먼저 받아뒀던 녀석이 떠듬떠듬 입을 연다.
“뭐야, 왜 이래요- 아악!”
인중에 주먹을 한 방 먹여줬더니 기절해버렸다. 자연스럽게 배달에 대한 클레임도 중단됐다.
놈이 들고 있던 치킨 박스를 뺏어들고, 치킨은 한쪽에 놓아두고 치킨무만 꺼냈다.
뚜껑을 따서 무 국물은 바닥에 흘려냈다. 그걸 보던 한 녀석이 안타깝다는 듯 눈가를 좁혔다.
왜, 뭐. 이거 버리는 게 뭐가 어때서.
그제서야 일제히 주섬주섬 일어선다.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일어난 것 같은데, 덤비지는 못하고 자기들끼리 눈치만 본다.
반응도 늦고 개판이네.
포텐셜은 있다고 쳐도 지금은 거진 다 일반인이니까. 이런 상황에 대한 대처는 생각해 본 적도 없겠지.
하지만 한 놈. 정파 에이스 이서준만은 눈빛이 다르다.
자세도 제법 잡혀 있고, 쟤는 지금 당장 강호무림에 떨궈놔도 절정고수 정도는 될 것 같다.
이서준이 차갑게 표정을 굳히고 입을 열었다.
“당신 누구야.”
“보면 모르냐, 배달 왔잖아.”
“오빠, 어떡해요?”
“저 사람 미친 거 아냐?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거-”
“신고는 무슨 신고야. 딱 봐도 우리 지금 좆된 것 같은데.”
“그래서 내가 그냥 살던 대로 살자고 했잖아, 아오.”
얘네 모임 인원수가 이게 다는 아닌 걸로 아는데······,
나머지는 어떤지 몰라도 최소한 여기 모인 오합지졸들은 완전히 전력 외다.
이서준이 재차 물었다.
“배달? 뭔 소리야. 마교의 자객이냐?”
“배달 온 거 맞다니까 그러네?”
못 믿겠으면 좀 더 증명해 줄 수도 있지.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치킨무 한 조각을 집었다.
목표를 겨냥했다.
던졌다.
입까지 직접 찾아가는 과잉친절 서비스.
감사인사는 필요없다.
“억!”
치킨무에 인중을 얻어맞고 다시 한 녀석이 쓰러졌다.
던졌다.
“꺄악!”
쓰러졌다.
던졌다.
“아, 존나 아파······.”
쓰러졌다.
던졌다.
눈깜짝할 사이에 이서준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를 제압했다.
급소에 맞고 기절한 놈도 있고, 혈도를 노리고 던져서 눈만 깜빡이는 애도 있었다.
그때까지도 이서준은 반응하지 않았다.
내가 이죽거리며 말했다.
“너무 냉정한 거 아니냐? 왜 안 막는데?”
“안 죽을 만큼 약하게 던진 걸 아니까.”
“오호.”
괜히 상황 복잡하게 만드는 것보다 나랑 둘이서 승부 보는 게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 건가.
판단력도 제법 괜찮고.
이서준이 엄지손가락만 세워서 현관문 쪽으로 손짓했다.
“나가자. 나 잡으러 온 건데 둘이서 해결 보면 되잖아?”
나는 답했다.
“싫은데?”
“뭐?”
“내가 굳이 왜? 귀찮게시리.”
치킨무 상자를 하나 더 깠다.
이번엔 국물을 버리지 않았다.
넓직한 거실 한 켠에 위풍당당하게 놓여 있는 대형 텔레비전을 향해 겨냥했다.
이서준이 당황해서 외쳤다.
“안 돼! 그거 저번달에 산-”
“훼이크다, 이 병신아!”
치킨무를 바닥에 내던지고 곧장 이서준을 향해 뛰어들었다.
텔레비전 쪽으로 간절하게 손을 뻗던 이서준은 미처 대응하지 못했다.
이 새끼 전생에도 잔대가리 쓰다가 나한테 몇 번 얻어맞은 적 있는데, 맞다 보면 기억이 나려나 모르겠네.
내공 빵빵하게 실어서 대여섯 번 두들겨주니 버티지 못하고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아직 줘야 할 게 하나 남았지.
이서준의 손을 쥐었다. 그대로 힘을 줬다.
“으아아악!”
가슴 벅찬 감격이 마음에 이는 것을 느꼈다.
우리 딸 마음고생했던 원수를 지금에서야 갚았군.
그걸로 모든 상황이 종료되었다.
***
“자, 지금부터 좌측부터 순서대로 이름, 나이, 직업까지 숨기지 말고 말한다. 실시.”
거실이 넓어서 편하네.
일렬로 무릎 꿇고 손들게 시킨 다음 신상정보를 들었다.
아까 신세기였나? 걔한테 들었던 것과도 일치하고.
전부 말한 녀석에게는 구석에 놔뒀던 치킨을 한 조각씩 꺼내줬다.
채찍이 있으면 당근도 있어야 하는 법.
아, 한 명은 제외다.
“아까 날개 다리 세트 좋다고 한 여자애는 누구야. 손 들어. 아니, 아니지. 지금 손 들고 있으니까 한 손 내려. 아, 너야?”
“네, 전데요······.”
손 내린 여자애한테는 특별히 가장 퍽퍽해 보이는 조각으로 골라서 줬다.
“먹어봐. 그것도 맛있다니까?”
여자애가 감동 받았는지 눈물을 글썽이며 치킨을 먹었다.
“네, 네에. 맛있어요, 흐윽. 흑······.”
자고로 딸한테 날개랑 다리 다 주고 먹는 퍽퍽살을 모르는 자와는 치킨을 논하지 말라고 했다.
이걸로 저 여자애도 조금이나마 사랑에서 우러나온 배려심이란 걸 깨우쳤을 터.
조용한 침묵 속에서 모두 한 조각씩 치킨을 먹었다.
아까 문 밖에서 들을 때부터 느꼈고 제압한 다음에도 이래저래 캐물어봤는데, 특별히 흉계를 꾸미고 있다거나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면 굳이 죽이는 것보다는······.
마음을 정하고 머릿속으로 계획을 생각해 봤다.
딱히 문제될 건 없군.
입을 열었다.
“일동 주목.”
모두 먹던 치킨을 내려놓았다. 나한테 시선이 쏠렸다.
“그래. 다소 평화롭지 못한 방식으로 첫 대면이 이루어졌는데, 그래도 이제는 좀 열린 마음으로 터놓고 대화를 할 필요가 있겠다. 먼저 질문 받을 테니까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봐.”
아무도 대답을 안 한다.
“한 명당 하나씩 안 물어보면 걔는 한 시간 동안 물구나무 서 있을 줄 알-”
그제서야 일제히 손을 번쩍 들었다.
제일 앞에 있는 애부터 지목했다.
“너부터 말해봐.”
“혹시 저희 이제 막 시멘트 공구리돼서 인천 앞바다로 가고 그런 건-”
굳이 내가 면박을 줄 필요도 없다.
‘저 눈치 없는 새끼······.’ 라는 다른 놈들의 한없이 싸한 눈초리가 대신해줬다.
나 없었으면 자기들끼리 모포말이라도 했을 것 같은데.
간단히 대답해줬다.
“안 해. 그럴 거면 치킨을 왜 먹였겠냐. 다음 질문.”
“지금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죠?”
“너희가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나대서 균형의 수호자인 내가 벌을 내린 거다. 다음.”
“세기 오빠랑 신지는요······?”
“가둬놨다. 못 움직이게 해놨는데, 그거라도 안 했으면 걔네 오늘 사고칠걸.”
“그 인간들 내가 그렇게 될 줄 알았-”
“지방방송 끄고. 그러면 다음.”
“혹시 전생에 마교 출신이신-”
“아냐. 다음.”
질문 세례가 끝나고 이제 마지막 남은 게 이서준이었다.
다른 애들은 멀쩡한데 쟤 혼자 얼굴이 엉망이다. 치킨 먹을 때 손도 떨던데. 자업자득이지.
이서준이 물었다.
“그러면······, 그쪽 정체가 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그래. 이 질문부터 했어야지.
내 입으로 먼저 말하기 뻘쭘하잖아.
“나? 나 스미스.”
“스미스요?”
“그래. 알지? 헌터 애들 가르치는.”
말하면서 얼굴을 손바닥으로 덮었다가 뗐다.
요즘 역용 많이 하다 보니 요령이 붙어서 변검하는 것처럼 빠르게 얼굴을 바꿀 수 있게 됐다.
조금 전까지 하고 있던 역용에서 혼혈 같은 얼굴 생김새로 순식간에 바뀌었다.
그제서야 탄성들이 터졌다.
“이제 좀 이해가 가냐? 갑자기 낙하산으로 몇 명 꽂았다길래 보니까 이게 보통 수상한 게 아니라서 뒤 좀 캐봤지.”
“이야기 들어보니까 전생이니 뭐니 황당하긴 했어.”
“그래도 그게 사실이라면 너네랑 나랑 한 팀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나도 게이트니 던전이니 하는 거에 관심 많거든. 가능하면 이 지구상에서 아예 없애버리고 싶고. 너네는 어떻게 생각하냐?”
답은 정해져 있으니까 대답이나 해라.
다들 눈치는 있었다. 아래위로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됐다. 이제 이놈들한테 나는 그냥 괴수를 싫어하는 스미스일 뿐이다.
내 전생이 무림맹주였다거나, 지현이와 관련이 있다는 것까지는 얘네가 알 필요 없으니까.
만족스럽게 말했다.
“그래. 잘 생각했어. 일단 오늘 일은 다른 친구들한테는 비밀로 하고.”
“너네야 말 잘 듣는 착한 친구들이지만 나머지는 다를 수도 있잖냐? 걔네랑은 또 한 자리에 모여서 대화와 소통의 시간을 가지는 걸로 하고 일단 너희부터 마무리 지어야겠다.”
이후 한 명 한 명씩 정신금제를 걸었다.
별 건 아니고 나와 오늘 겪은 일이나 우리 딸에 관한 정보, 전생 같은 일들에 대해 어디 가서 못 떠벌리게 하는 간단한 금제.
이러면 입막음은 일단락됐고, 이제 마지막 질문 하나 남았다.
“그러면 정철우? 걔는 뭐하는 놈이냐. 걔도 전생인가 뭔가 있어? 아는 거 있으면 다 말해봐.”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의문점이 완전히 풀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저도 잘 모릅니다.”
이서준에게서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철우 형이 제 사촌형입니다. 저랑 친해서 한 달에 한두 번은 꼭 같이 술 한 잔 하고 그러는데 철우 형이 저한테 먼저 털어놨습니다. 이상한 꿈을 자꾸 꾼다고.”
“그리고?”
“그런데 꿈에서 자기가 누구였는지는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저희 중에 그런 케이스도 더러 있긴 하고, 나중에 시간 지나서 알게 되는 경우도 있어서요.”
“알게 된다는 그 시기가 언제인데.”
“그건 사람마다 다릅니다. 대체로 뭔가 충격을 받는 일이 생기거나, 기시감 같은 게 느껴지다가 확 터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냐?”
뭐야.
걔가 제일 세잖아.
근데 흑막 같은 게 아니라고?
“거짓말일 가능성은 없냐?”
“철우 형이 그런 사람은 또 아니거든요······. 사람이 되게 착하고 정의롭고 그렇습니다. 저한테 굳이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고요.”
“걔는 오늘은 왜 안 왔는데?”
“오늘까지 던전 들어갔다 와서 지금은 집에서 쉬고 있을 겁니다. 워낙 바빠서 참석할 시간도 잘 안 납니다.”
“그래?”
갑자기 맥이 확 빠지네.
제일 중요한 놈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힘을 안 숨긴 찐따였다니.
“걔 내일은 다른 일 없냐?”
“네.”
내일이라.
“그럼 연락해서 걔도 훈련에 불러줘라. 내일 가능하냐?”
내가 직접 보고 판단해야겠다.
그러자 이서준이 답했다.
“안 그래도 자기도 거기 한 번 가보고 싶다고 말을 하긴 했는데.”
“그거 잘 됐네.”
흑막인지 깡통인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마지막 퍼즐까지 맞출 준비가 끝났다.
이제 타격감 좋은 인간 샌드백을 내 철저한 수족으로 승급시켜 줄 시간이었다.
***
“이 야심한 밤에 나는 왜 부른 건데.”
심각하게 불쾌한 얼굴로 이수민이 따져 물었다.
이 새끼 말하는 거 보게?
그러는 너는 왜 어제랑 오늘 연속으로 나한테 안부문자 보냈는데?
심지어 오늘은 답장 안 하니까 문자 말고 메시지 앱으로 한 번 더 왔다.
비단 우리 딸한테만 그런 게 아니라 이 새끼 기본적으로 스토커 기질이 있는 게 틀림없다.
길게 얘기할 것도 없다.
바로 본론부터 말했다.
“야. 천군아.”
이수민이 갑자기 얼굴을 확 일그러뜨렸다. 잔뜩 경계하는 몸짓을 하며 물었다.
“뭐야? 왜 그 이름으로-”
“너 거짓말 잘하더라?”
“거짓말?”
최대한 비열한 표정을 지었다.
“아아니. 내가 유지현 제자 삼고 싶냐고 했을 때 그러고 싶다는 식으로 말했잖아?”
“그 이야기는 갑자기 왜 꺼내지?”
“근데 있잖아······.”
이수민 쪽으로 얼굴을 갖다댔다.
나지막이 속삭였다.
“걔 너 전생에 제자라며? 나한테도 말해주지 그랬어.”
순간적으로 눈앞에 잔상이 일었다.
어느새 이수민이 거진 삼 미터 밖으로 물러나 있었다.
“뭐야. 어디서 그런 헛소리를 듣고-”
“속이려고 해도 소용없어. 내가 들은 게 있거든.”
그리고 요 며칠 내가 겪은 액션 스릴러에 관해 이야기해 줬다.
한 마디, 한 마디 할 때마다 이수민의 표정이 경악으로 무너져내렸다.
“그래서 걔네 말 들어보니까 유지현이 걔가 칠대째였다면서? 그럼 천군이 너 제자 맞잖아. 그러면 네가 정체 말해주고 싶은 애도 걔일 거고. 아니냐?”
“아니야! 분명 그 새끼들이 뭔가 잘못 알고-”
“왜? 내가 유지현 걔한테 가서 직접 확인이라도 해볼까?”
“······!”
앞으로 걸었다.
이수민 쪽으로 한 걸음씩.
이수민이 뒷걸음질쳤지만 내가 거리를 좁히는 속도가 더 빠르다.
우리 사이의 거리가 다시 제로가 됐다.
“걱정하지 마라. 내가 그 어린애를 해코지를 하겠어, 뭘 하겠어. 말했잖아? 나도 걔 착하고 귀엽다고. 그러니까 너는 그냥······, 그냥 하던 대로만 하면 돼.”
“제발. 제발······. 그 애는 아무것도 몰라. 고생만 하고 산 애야. 제발······.”
이수민이 내 어깨를 부여잡고 애원한다.
손을 떼어내고 과장된 몸짓으로 말했다.
“천군아. 너는 왜 자꾸 나를 나쁜 사람으로 만드냐. 응? 나 되게 섭섭하다야. 내가 걔한테 손댈 일이 없다니까 그러네? 그러니까······, 네가 내 말만 잘 들으면 말이지.”
“······정말인 거지?”
“그래. 그 어린애는 그냥 테두리 밖에 놔두자고. 너랑 나랑 둘이 해결하는 거야. 내가 들은 정보도 있고, 네 인맥에 내 실력에, 이거 완전히 살아 있는데. 안 그러냐?”
채찍과 당근.
“그리고 내가 그렇게 상도덕이 없는 사람도 아닌데 일만 시키면 미안하잖아? 혹시 아냐? 네가 내 말 따라서 잘해주고 일이 잘 풀려서 세상이 평화로워지면······.”
악마처럼 혓바닥을 놀렸다.
“내가 네 금제 풀어주고, 스승과 제자로 감격적으로 상봉할 기회가 있을지.”
“······!"
이수민의 얼굴로 분노와 경악, 환희와 기대감이 섞인 오묘한 표정이 스친다.
십 초. 이십 초. 일 분.
침묵이 흘렀다.
나는 조용히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체념하고 만 이수민이 말했다.
“내가 뭘하면 되는데?”
계획을 천천히 일러주었다.
이중생활, 삼중생활을 하다 보니까 머리도 아프고 이수민은 어차피 내 손바닥 안이다.
적당히 알려줄 건 알려주고 부려먹는 게 편하지.
협검무제 하무린, 그러니까 스미스가 사실 유수현이라는 것까지 알려줄 이유는 없지만,
내가 저놈에게 절대적인 우위에 서 있다는 걸 가르쳐줄 필요는 있었던 거다.
향후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
이수민은 몇 번이나 되물었다.
“약속한 거지? 지현이한테는 손 안 대기로. 하 대협. 대협. 정말로······.”
“어허. 어색하게 왜 존댓말 쓰고 그래. 그냥 평소처럼 해라. 평소처럼. 맹세한다니까? 손 안 대.”
“고맙, 고맙습니다······.”
이수민이 구십도로 고개를 숙였다.
치렁치렁한 머리카락이 흘러내린다.
나는 드디어 겸허한 자세로 인정하기로 했다.
나를, 나를 쓰레기라 부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