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9년 8월 31일(심장이 잠든 계곡) >
[709년 8월 31일]
다시 현재로 돌아온 아라셀리는 눈을 떴다. 푸른색의 안광이 번쩍이며, 세상을 다시 그 선명한 눈동자에 담았다.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난 그녀는 창문가에 다가가 세상 밖을 바라보았다.
“······후우.”
뒤늦게 현재로 돌아온 사하르 공녀 역시 아라셀리를 향해 다가왔다.
“시간 여행 장치는······ 어디에 있죠?”
“스텔라 호라이즌.”
“···하늘의 절반을 덮은 그 거대한 함선의 이름인가요?”
“그래. 모든 과학의 중심지이자, 과학이 시작된 곳. 또한, 파르텔 리안 그 자체이기도 하지.”
“네? 그건 설마······.”
그런 주인공이라면, 일전에 겪어본 적 있다.
“···‘인공지능’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래. 정확히는 ‘전뇌(마인드 업로딩)’이라는······, 마법으로는 전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기술이라고 하더군.”
“전···뇌···?”
“인간이 만들어낸 또다른 가상 세계에 인간의 정신을 업로드하여, 영원히 살 수 있는 기술이라고 하더군. 파르텔 리안은 그 기술의 구현에 성공하였고, 인간의 육신을 버리고서 스텔라 호라이즌이라는 거대한 전함을 자신의 육체로 대체하였어.”
“맙소사······.”
정말로 저 전함 그 자체가 주인공이라면······ 자신과 유서담이 모두 힘을 합쳐도 결코 쓰러뜨리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대체 과학이 뭐길래······.”
마법으로도 아공간으로 통하는 통로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힘으로 또다른 가상세계를 만들고, 그 안에 들어가서 영생을 누리는 기술력이라니.
‘···파르텔 리안의 기술력은, 이미 내 마법의 수준을 아득히 초월했어.’
싸워서 이기는 건 역시 불가능하다. 과거의 유서담이 모든 일을 해주어야만 하는데, 심지어 저들은 시간 여행마저도 자유자재로 하고 있었다.
“아무리 파르텔 리안이라도 시간 여행을 그렇게 마구잡이로 사용할 수는 없어. F타입의 안드로이드 한 개체를 100년 전으로 이동시키느라 스텔라 호라이즌의 일부 기능이 작동을 정지했을 정도였으니까.”
“설마 그 잠깐 사이에 또다른 에너지원을 발견한 건 아닐까요?”
“아니. 그건 아니다. 스텔라 호라이즌으로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심장이 잠든 계곡’에서 여전히 행성 발전기가 작동하고 있는 걸 확인했으니까.”
심장이 잠든 계곡에는 거대한 발전기 하나가 세워져 있다고 한다. 비비안타라는 세계 그 자체에게서 에너지를 추출해내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만약 그곳을 무너뜨릴 수만 있다면 스텔라 호라이즌의 기능 대부분을 정지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들의 심장부를 과연 그들이 허술하게 방어할까?
“······가능성이 하나 있긴 있어요.”
“방법이라도 있느냐?”
“저들이 유일하게 정복하지 못한 과목, 차원학.”
아라셀리는 창문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공간이 뒤틀리고 또 비틀려 또다른 공간으로 연결되어있는 이 기묘한 창문은 마법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아라셀리는 그런 차원학의 정점을 찍은 마법사였다.
“시간을 지배하고 가상세계조차 만들어낸 저들이지만······.”
물룩! 아라셀리가 어루만지던 거울의 풍경이 바뀌었다. 순식간에 또다른 공간을 관통하여 비추기 시작한 것이다.
거울 속에 비춰진 세계는 다름아닌 ‘심장이 잠든 계곡’.
“···과연 저들이 이차원의 존재를 알고 있을까요?”
사하르는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거울에 다가섰다. 그녀 또한 비비안타 제국에 도착한 이후로 꽤 시간이 지났기에, 마법사들의 공간 마법에 대해서는 빠삭하게 잘 파악하고 있었다.
여타의 마법사들이 또다른 좌표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당 장소에 가서 장치를 설치해 최소 12시간 이상 좌표를 수집해야만 한다. 또한 두 공간에 서서 정확히 동시에 마법을 발동시켜야만 공간이 연결되거늘.
“······비록 임시로 시야만을 확보한 정도이기는 하지만, 정말 놀랍군.”
아라셀리는 눈을 감고 집중하였다. 나인 써클이 서서히 회복되고 있는 덕분에 공간 마법을 더욱 다채롭게 활용할 수 있었다.
비록 모든 써클이 봉인당한 채, 오로지 차원 이동에만 공간 마법을 활용해오던 아라셀리였지만 전성기의 그녀는 지금보다 훨씬 더 뛰어난 응용력을 선보인 바 있었다.
저 하늘 높이에 공간을 열어버린 뒤, 적에게 연결하여 그대로 우주 바깥으로 퇴출해 버린다던가 용암의 마그마를 소환하여 적을 담근다던가.
그녀에게 있어서 3차원은 더 이상 장벽이 되지 못했다. 아무리 먼 거리라도 눈앞에 있는 것처럼 가까웠으며, 그녀의 시야에 닿는 모든 것들은 곧 그녀의 손아귀 안에 들어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저기, 보이네요.”
마침내 거울 속에 ‘심장이 잠든 계곡’의 진짜 심장부가 비춰졌다. 거대하고 투명한 돔 형태의 유리관이 붉은색의 기묘한 건축물을 감싸고 있는 형태였는데, 그곳에서 푸른색의 빛무리가 안개처럼 어른거리고 있었다.
둥그런 타워만 해도 수십 개에 달했으며 안테나로 추정되는 기구들과 철골 등,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저 발전소가 곧 ‘심장’이라는 의미겠다.
“근처의 마나가 비틀리고 있어서 거울로 접근하는 건 여기까지가 한계인 것 같아요.”
“그래. 마나의 맥 위에 기지를 설치해놓고서, 주변의 마나를 모두 방출하고 있더군. 덕분에 저 근처에서는 마법을 사용하는 게 거의 불가능할 정도라고 하더군.”
일명, ‘안티 마나 필드’. 마나의 소용돌이를 발생시킴으로서 마법의 구현 자체를 무효화해버리는 과학 기술이었으나.
“그건 걱정마세요. 그 안에서도 마나를 컨트롤할 수만 있으면 얼마든지 마법의 구현이 가능하니까요.”
물론 말은 쉬우나 그게 어디 쉽게 되는 일이던가. 아라셀리는 그저 나인 써클의 마법사였으며, 컨트롤적인 면에서 자신이 있었기에 호언장담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아직 나인 써클이 전부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마침 사용할만한 에너지가 여기 준비돼 있네요.”
“에너지라면······?”
아라셀리는 타워의 꼭대기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기 있잖아요.”
200년 전 이 세상에서 자취를 감춰버린 위대한 영웅, 아라셀리 라인칼.
비비안타의 생존자들은 희망을 놓지 않고서 여전히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기대에 부흥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가치 있는 일로 만들 수는 있어요.”
그리 말한 뒤, 아라셀리는 가부좌를 틀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몰아치는 마나의 소용돌이. 그녀의 체내에서 흘러나오는 마나의 양은 그리 많지 않았으나, 타워의 꼭대기에서 발신되고 있는 ‘초공간 구조신호’의 에너지를 끌어오기에는 충분했다.
물그럭! 허공에 반투명한 눈알같은 것이 생겨나자, 아라셀리는 자신의 왼쪽 눈을 손바닥으로 가렸다.
“······지금 제 패밀리어의 시야를 거울과 공유했어요.”
거울 속에는 사하르 공녀가 비쳐지고 있었다. 아라셀리가 사하르 공녀를 바라보고 있는 탓이다.
“계곡으로 이동할게요.”
아라셀리가 허공을 휘젓자, 눈알의 위치가 순식간에 심장이 잠든 계곡으로 이동하였다.
아까는 확인하지 못했던, 거대한 유리관 내부의 전경이 거울 속에 선명히 담겼다.
“윽······.”
휘몰아치는 마나의 소용돌이. 아라셀리는 식은땀을 살짝 흘렸지만, 큰 문제는 없어보였다.
다만, 과학의 탐지 능력이 생각보다 대단하다는 점이 문제였다.
위잉!위잉!위잉!
-정체를 알 수 없는 마나가 포착되었다.
-근원을 찾아 제거하라.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는 아라셀리의 패밀리어를 찾아내지 못한 상태.
그녀는 힘겹게 패밀리어를 움직여 발전소의 내부로 이동하였다.
일전에 유서담과 함께 우주선 내부에 들어가 본 적이 있는 아라셀리였기에 온통 증기를 뿜어내는 배관과 전선, 모니터와 자동문 등의 기계로 이루어진 이곳이 크게 어색하지는 않았다.
“가까이에서······ 거대한 에너지의 파장이 느껴져요.”
아라셀리는 에너지의 근원지를 쫓아서 천천히 패밀리어를 이동시켰다.
위잉!치이익···!
사방에서 자동문이 개폐를 반복했으며 붉은색의 전등이 위협적으로 깜빡였고, 패밀리어 마법보다 더 상위의 기술인 CCTV라는 신묘한 기술이 사방을 탐지하고 있었다.
그것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아라셀리는 최대한 패밀리어의 모습을 숨겨보았지만, 결국 들통나고 말았다.
-마나로 이루어진 물질을 발견하였다.
-해당 물질은 물리력을 무시하고서 벽을 통과하는 것으로 확인.
-발전소 내의 모든 벽에 안티 마나 파장을 코팅하라.
-코팅을 진행하겠다.
우뚝, 아라셀리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처음으로 패밀리어의 움직임이 벽에 막혀버린 것!
“괘, 괜찮아요··· 이 정도의 벽은, 단거리 공간이동으로 뛰어 넘을 수 있으니까······.”
마나의 소용돌이 내부에서 패밀리어를 유지하는 것도 벅찬데, 스텔스와 텔레포트를 동시에 사용해야만 한다니.
주륵···!
코피를 흘리면서도, 아라셀리는 마법의 시전을 멈추지 않았다.
‘조금만, 조금만 더···!’
어떤 벽은 여전히 통과가 되었으며, 어떤 벽은 더 이상 통과할 수 없었다. 아라셀리는 최대한 효율적으로 움직이며, CCTV와 안드로이드 부대를 피해가며 움직였고.
마침내, 발전소의 심층부에 도달했을 때.
“···우윽!”
“이, 럴수가······.”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그런 끔찍한 광경을 마주하고 말았다.
“저게······ 대지의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발전소라고······?”
두근, 두근.
발전소의 중앙에는 거대한 심장 같은 것이 요동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거대한 눈알이 수백 개가 넘어갔으며, 팔과 다리로 추정되는 촉수들이 사방으로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뿐이랴. 벽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핏줄이 돋아있었는데, 움직이려는 것처럼 자꾸만 들썩였다. 천장을 지탱하는 기둥 역시 거대한 지렁이가 꼿꼿하게 서있는 것처럼 흐물거렸으며, 바닥은 수천 마리의 뱀 떼가 기어 다니는 것처럼 요동하고 있었다.
마치 수십 마리의 생명체가 그곳에 있는 것만 같았다.
뭔가가 잘못된 장소였다.
저건, 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공간이다.
턱끝까지 차오르는 구역질을 간신히 꾹 참아낸 아라셀리는 눈물을 찔끔 흘리며 패밀리어와의 연결을 해제하였다.
“허억, 허으윽······.”
“아라셀리. 괜찮은가?”
“네, 네··· 저는 괜찮아요.”
“···정신적인 타격이 큰 모양이군. 푹 쉬거라.”
“후우우······.”
사하르 역시 창백하게 질린 얼굴이었다. 그녀도 차원 여행을 직접 경험했을 정도로 온갖 것들을 보아왔지만, 이번처럼 끔찍한 광경은 난생 처음 보았다.
그리고 그건 아라셀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저게······ 대체 뭔지, 너는 알겠느냐?”
“네···. 대충은요. 하지만, 말이 되질 않는데······.”
“말이 되질 않는다니?”
아라셀리는 차가운 물로 머리를 적신 뒤 심호흡을 하였다. 여전히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저건······.”
아라셀리는 방금 전에 보았던 그 광경을 떠올렸다. 비록 이전에 직접 본적은 없지만, 유서담에게서 하도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에 어느 정도 머릿속으로 감은 잡고 있었던 바로 그 장소.
“···헬 게이트. 온 차원의 찌꺼기가 모이는 바로 장소의 일부가, 스텔라 호라이즌의 심장부에 자리 잡고 있어요.”
*
······헬 게이트 내부, 어딘가.
어떤 사내가 사무실에 앉아있었다. 유서담을 쏙 빼닮은 사내였다. 그는 무언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진정되지 않는 손가락으로 자꾸만 책상을 두드렸다.
“늦어지는군.”
그의 책상에는 평범한 최신식의 지구산 컴퓨터가 놓여있었는데, 모니터에는 온갖 활자가 가득 나열되어 있었다.
[지금까지『아무도 없는 거리에서』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에 에필로그가 연재됩니다.]
[지금까지『나는 회귀해서 최강이 된다』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에 에필로그가 연재됩니다.]
[지금까지『마법세계에 떨어졌는데 저는 검술밖에 쓸줄 모르는데요?』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에 에필로그가······.]
[지금까지······.]
온갖 작품의 완결 소식이 속속 들어오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헬 게이트의 풍경이 점차 바뀌어 갔다.
“······저런 잔챙이 세계의 이야기는 완결돼봐야 큰 도움도 안 된단 말이지.”
후우, 한숨을 푹 내쉰 사내는 마우스를 딸깍 클릭하였다.
『마법 세계, 과학으로 지배한다!』
하등 생물인 벌레조차도 각각의 개체마다 그 크기가 다르다. 키가 큰 인간, 작은 인간, 드넓은 대륙, 좁은 대륙, 거대한 행성, 작은 행성. 모든 것에는 크기가 있었고, 그건 차원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작은 차원은 보유한 에너지가 적다. 그래서 커다란 차원의 이야기를 마무리지어, 그 에너지를 흡수하는 편이 효율이 좋다.
특히, ‘비비안타’같은 초고도의 문명을 가진 거대한 차원은 굉장한 에너지를 빼내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유서담. 그놈이 비비안타에 왜 다시 돌아온 거지?”
유서담이 수많은 차원들 돌아다니며 이야기의 완결을 저지하는 것은 알고있다. 하지만, 그는 결코 비비안타로 돌아와서는 안 됐다.
그 사실을 너무나도 뒤늦게 알아차렸고, 황급히 자신의 ‘개연성’을 크게 소모하면서까지 [주인공 ‘파르텔 리안’은 결코 마법에게 패배하지 않는다.]라는 설정을 집어넣은 덕분에 아직까지는 주인공이 사망하지 않았지만······.
여태까지의 행보로 보았을 때, 저 주인공 또한 조만간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그는 짜증난다는 듯 거칠게 의자에 몸을 뉘이고서 누군가를 불렀다.
“레이나. 거기 있나?”
잠시 뒤 사무실의 문이 열리며, 금색의 머리칼에 금색의 눈동자를 가진 여인이 들어왔다. 어쩐지 우울한 인상을 하고있는 그녀는 차디찬 표정을 유지한 채 고개를 숙였다.
“······예.”
“편집자가 자꾸 비우면 쓰나. 내가 왜 불렀는지는 알겠나?”
“잘 모르겠군요.”
“유서담. 그놈이 비비안타로 가 있단 말이지. 내가 거기는 못가게 하라고 했잖아?”
“그게······.”
무어라 변명해봐야 의미가 없으므로, 그녀는 그저 고개를 숙이기로 했다.
“······죄송합니다.”
“후우···. 네가 무슨 꿍꿍이를 쓰려는 건지는 몰라도, 소용없다는 사실 정도는 잘 알고 있지 않나? 대체 왜 이렇게 반항하는 거야? 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줬잖아.”
“맞습니다.”
“그러니까 이제는 잘 좀 하자고.”
“······.”
사내의 말이 맞았다. 유서담은 결코 눈앞에 있는 저 사내를 죽일 수도, 막을 수도 없다.
그래서, 레이나 주는 유서담이 주인공 사냥꾼을 통해 얻은 것들로 그저 잠깐의 행복을 안위했으면 좋겠다고 여겼다.
어떻게 해도 저항할 수 없는 운명의 굴레에 얽혀버렸으니, 아주 조금이라도 주변인들과 함께 행복한 삶을 살다가, 그렇게 죽는다면, 유서담도 마음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는 그러지 않았다.
새로이 얻은 삶. 새로이 얻은 능력. 그는 그 모든 것들을 헬 게이트라는 단 하나의 목적만을 위해 사용하였다.
바로, 자신을 만나기 위해서.
그런데 어떻게 ‘너는 절대로 해낼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하겠는가.
“······편집자.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설마 네 정체를 그놈에게 밝힌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요. 그랬다가는 유서담 죽는다는 사실은 제가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 앞으로도 조심하고. 그놈이 죽으면 내가 제일 골치 아프니까.”
그리 말한 뒤 사내가 손을 휘 젓자, 레이나는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흐음. 아라셀리? 609년에서는 무슨 사건이 있었다고 했지?
그녀의 한쪽 눈에는 지금도 다른 세계를 여행하며 이야기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유서담의 모습이 비쳐보였다.
그 모습이 사뭇 행복해 보여서, 또 대견하고, 듬직하고, 너무나도 믿음직스러워서.
레이나 주는 사무치는 슬픔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 709년 8월 31일(심장이 잠든 계곡)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