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게 주인공은 살인이다-179화 (179/251)

< 튜토리얼의 거탑(10층) >

3193년의 메트로 시티에는 해가 뜨지 않는다. 참 SF적인 설정이기에 나 또한 믿을 수는 없었으나, 애초에 60층은 [태양이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달이 추락한 그 날, 영원한 밤이 도래하였다.]라는 문구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태양이 없으면 행성이 얼어붙을 정도로 추워진다는 기본적인 상식 정도는 나도 알고 있다. 그러나 메트로 시티는 그 모든 ‘상식을 과학으로 커버한다는 설정’이었으므로 무어라 태클을 걸 수도 없었다. 애초에 튜토리얼의 거탑에 존재하

는 모든 세계는 허구였으니까 굳이 그럴 생각도 없긴 하다만.

거리에는 기계들이 돌아다니고, 새파란 네온사인으로 죽 이어진 도로에는 홀로그램으로 [오늘의 날씨]나 [오늘의 소식] 따위가 홀로그램 안드로이드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하늘에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별빛이 세상을 밝게 비추었고, 골목길에는 [인간에게 자유를!]이라는 문구가 새빨간 스프레이로 휘갈겨 있었다.

모든 생명이 죽어버린 도시.

그 끝에 존재하는 보스룸, [마지막 요람의 노래]로 향하는 포탈 앞에는 내가 떡하니 자리를 잡고서 버티고 있었다.

-아앗~! 도전자 유~서담! 드디어 60층의 마지막 스테이지에 도전하러 가시는 겁니까~?! 기다리고 기다렸답니다!

뒤에서는 반투명한 여인이 내 귀에 대고 무어라 쫑알거렸다. 60층을 총괄하는 튜토리얼의 요정이었다. 지금은 저렇듯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지만, 실제로 내가 스테이지에 도전하기 시작하면 얼마나 악독한 성격으로 변하는지 잘 알고 있기에 속아 넘어가지는 않았다.

“아닌데. 다른 볼일있어서 찾아온 거야.”

-아~ 왜요~! 지금 ‘관리자’분들이 도전자 유서담의 행보를 얼마나 기대 중인데요!

“관리자들이 60층에 관심주니까 좋냐?”

-아무렴요~ 그러니 어서 도전해주시면 안 될까요?

이 튜토리얼의 거탑을 세운 ‘관리자’라는 놈들이 나에게 관심을 두고 있단 사실은 잘 알고있다. 인간들이 꿈틀대며 발버둥치는 것만큼 그들에게 재미있는 요소는 없을 테니까.

일종의 ‘성좌’와 비슷하다면 비슷했다. 하지만 이들은 성좌보다 더욱 절박하다. 관리자들은 수명을 늘리기 위하여 반드시 ‘격’을 높여야만 했고, 그 방법이 바로 뛰어난 도전자에게 자신의 ‘스킬’과 ‘가호’를 부여하여 그 명성치를 흡수하는 것이었으니까.

-그나저나~ 도전자 유서담께서는 ‘스폰서’를 정하시지 않는 건가요~? 아직 가호도 없지 않으십니까~? 관리자분들께 많~은 사랑을 받으실 텐데요~!

나는 꽤 빠른 속도(2등)로 거탑을 올라왔고, 관리자들의 수많은 컨택을 받았지만 모두 거절하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의 꼭두각시가 되기 싫어서. 만약 내가 관리자의 계약자가 된다면 모든 행동에 제약을 받을 터. 그래서는 결코 위젠을 사냥할 수 없다.

게다가 그 가호인지 뭔지, 지구로 돌아가면 싹 사라져버려서 나한테는 크게 의미도 없다.

“내가 가호가 없지 가오가 없냐. 난 혼자 알아서 할 테니까 전부 꺼지라고 그래.”

-히, 히익! 관리자님들게 그게 무슨 말버릇인가요! 그러다 죽는 수가 있습니다!

“죽여보시던가.”

이 세계의 신과 다름없는 관리자에게 막말을 내뱉자 요정이 지레 겁을 먹고서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나를 죽이지 못한다. 지금도 나에게 가호를 부여하고 싶어서 애간장 태우는 관리자가 어디 한둘이던가.

“어휴······.”

튜토리얼의 거탑에 입성한 지도 어언 반년.

이 세상의 시간은 15배속으로 흐르기 때문에 지구에서는 고작 12일이 흘렀을 것이다.

‘슬슬 시작하긴 해야 하는데······.’

60층으로 오르는 과정에서 나는 아라셀리와 교류하며 마법 교재를 제작하였고, 당초의 목적은 달성하였다. 하지만 주인공 ‘위젠’을 사냥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으므로 살짝 초조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달리 생각나는 방법은 없으십니까?>

무려 육 개월이나 내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으니, 의뢰인 또한 불안했는지 걱정어린 말투로 물어왔다. 그럴 만도 하다. 단순히 ‘세계’의 사랑을 받는 정도가 아니라, 튜토리얼의 요정들에게 사랑을 받는 위젠은 그녀가 보기에도 사냥하기 버거운 존재로 보일 테니까.

“글쎄. 있기는 있지.”

문득, 1층에 처음 입성했을 당시를 떠올렸다. 최초로 마주한 튜토리얼 스테이지.

-게임을 통과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당신들의 뒤에 펼쳐진 저 미로를 통과하는 것! 어때요, 참 쉽죠?

나에게는 정말로 쉬운 일이었다. ‘말레아의 일기장’에 그 미로를 통과하기 위해 필요한 덕목과 요정들이 알려주지 않은 함정들이 세세하게 적혀있었으니까. 그러나, 나보다도 더 빨리 도착한 사내가 있었다.

주인공 위젠. 요정들의 비호를 받는 그 남자였다.

나는 미래의 말레아가 남긴 기록을 따라서 행동한다. 그러나, 과연 그녀가 나아갔던 길이 100% 옳은 정답일까? 일기장에는 [나는 실패했다.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라는 문장이 자주 등장하였고, 올바른 해답이 등장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또한, 그녀가 나아갔던 길은 이리저리 헤매다가 간신히 도달한 결론일 뿐이다. 요정들의 안내를 받으며 그 누구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동하는 위젠을 따라갈 수는 없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나는 탑을 올라야만 한다. 튜토리얼의 요정과 계약한 위젠을 죽일 수 있는 단 한 가지 방법이, 바로 탑을 오르는 것이었으니까.

과연 요정들이 위젠이라는 뭣도 모르는 도전자와 다짜고짜 계약을 해주었을까? 그럴 리가. 스킬 [주인공 사냥꾼]의 능력 중 하나인 <스토리>를 이용하여 위젠이 튜토리얼의 요정들과 계약을 하게 된 경위를 살펴본 결과, 각자의 사정을 알아낼 수 있었다.

요정들은 관리자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한다. 그리고, 관리자들이 뛰어난 도전자를 원하고 있으니······ 만약 자신들이 그런 도전자를 많이 발굴해낸다면? 분명 관리자들의 ‘격’을 나눠받을 수 있을 터.

위젠은 그런 요정들의 사정을 눈치챘고, 그들에게 먼저 ‘계약’을 요구한다.

‘훌륭한 도전자를 탄생시킨 요정이라면, 어쩌면 저들과 같은 관리자가 될 수 있지 않겠나?’

솔깃한 제안이었으나, 저 싸가지없는 요정들이 뭘 믿고 위젠과 계약을 했겠는가? 그래서 요정들은 단 하나의 조건을 내걸게 된다.

[반드시 가장 높은 층에 오를 것. 만약 누군가에게 추월당한다면, 그 즉시 사망한다.]

아마도 주인공에게 [위기]를 부여하기 위해 생긴 조건인 듯싶지만, 사실상 요정들이 알려주는 정보는 치트키나 다름없었고 여태 단 한 번도 위젠이 누군가에게 추월당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다를 거다.

‘드디어 말레아를 찾았어.’

아라셀리와의 마지막 연락을 통해, 말레아를 10층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그녀가 탑을 등반하기 시작하면 상황이 많이 달라질 것이다. ‘미래 지식’을 선점할 수 없다는 이유로 여태 건들지 못했던 수많은 히든 피스들, 그리고 고층으로 올라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물건들을 말레아가 가지고 올 테니까.

“······유서담. 여기서 뭘 하는 거지?”

“어, 왔냐. 보스룸 도전하려고?”

어느 사이엔가 이곳까지 찾아온 위젠. 그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반응이 썩 마음에 들었기에, 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스테이지 도전.”

[60층의 최종 관문으로 향하는 도전이 시작되었습니다!]

[향후 일주일 간, 다른 도전자들의 도전이 불가능합니다.]

-아앗~! 도전자 유서담~!! 드디어 도전할 마음이 생기신 겁니-

“도전 포기.”

[도전을 포기하였습니다.]

-···유, 유서담~?

그러니까 그때까지는, 최대한 트롤짓 하면서 위젠이 올라갈 수 없도록 방해할 생각이다.

“일주일 동안 죽이나 쑤다가 와라, 위젠.”

*

말레아는 착잡한 표정으로 앞서나가는 자그마한 소녀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나이는 10대 후반 남짓이었으나, 어째서인지 맑게 빛나는 눈동자가 아라셀리의 현명함을 증명해주었다.

성큼성큼 나아가는 저 소녀는 어째서인지 처음 와보았을 이 던전의 구조를 너무나도 섬세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아냐고 물어보면, ‘교수님이 알려주셨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대체 그 교수님이 누구란 말인가? 그리고, 대체 왜 자신을 돕는단 말인가?

한참을 생각했으나, 역시 답을 낼 수 없었다.

“여기에요.”

“······.”

마침내 도착한 목적지. 여타의 문과 별다를바 없이 평범하게 생긴 문짝이었으나, [서담 다녀감]이라는 문구가 삐뚤삐뚤 적혀있었다.

꿀꺽, 침을 목으로 넘긴 말레아는 아라셀리의 눈을 바라보았다. 여태까지의 기행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믿음직스럽기는 했으나, 이 문을 여는 행위는 목숨이 걸린 일. 과연, 그녀를 믿어도 좋은가?

만약 일반인이었다면 ‘네가 여기까지 안내했으니, 네가 열어라.’라는 배은망덕한 소리가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말레아는 자신이 직접 문고리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믿을게요. 당신의 말.”

“제 말이 아니라, 교수님의 말을 믿으시는 거예요.”

아라셀리는 그리 말하며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섰고, 말레아는 눈을 질끈 감고서 그것을 확! 열어젖혔다.

그러자.

차랑-! 황금 동전 떨어지는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퍼지더니 빵파레가 터졌다.

-빠바밤~! 축하드립니다! ‘진실의 문’을 찾는 데에 성공하셨군요!

[‘거짓의 문’이 모두 소멸되며, 진실로 향하는 문이 개방됩니다!]

“아······!”

진짜다. 진짜 문을, 찾아내고야 말았다.

이건, 단순히 ‘살아남았다’라는 의미와는 조금 다르게 와닿았다. 10층에서 얼마나 오랜 기간 허송세월 했던가. 하지만, 이 던전에서 1레벨 이상의 장비를 구할 수 있다면 11층으로 올라갈 수 있을 터. 그렇게만 되면 쭉쭉 위층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나도, 나도··· 드디어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고양감이 머리를 가득 메워, 제정신을 유지하는 것조차도 버거웠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며 헛웃음을 치고 있자니 아라셀리가 웃으며 다가왔다.

“잘 됐네요.”

“네, 네··· 덕분에······.”

무어라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전에, 멀리서 뚜벅뚜벅 발소리가 울렸다. 천상의 날개 길드원들을 포함하여, 그녀가 빠르게 문을 발견한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 백 명이 넘는 도전자들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원정대장은 활짝 열린 문을 보더니 별다른 내색조차 하지 않고서 고개만을 끄덕였다.

“잘 찾았군.”

퍽 싸가지 없는 행동이었음에도 누구도 지적하지 않았다. 아니, 이 자리에 있는 모든 무소속 도전자들은 오히려 그를 대인배라고 여길 것이다. 어쨌든 자신들은 살아남았고, 1레벨의 장비를 공짜로 받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러나.

-안타깝게 됐군요~? 진실의 문에 입장할 수 있는 인원은 단 40명밖에 없다는 사실을 모르고 계셨나요?

“······뭐, 뭐라고?”

“잠깐. 40명이라니, 그게 무슨······.”

40명이라면, 정확히 천상의 날개 길드원들의 숫자와 일치한다. 즉, 저들은 이미 이 사실을 요정에게 듣고서 인원을 맞춰왔다는 의미. 그렇다는 건······.

“그렇게 됐으니, 너희는 모두 여기서 죽어야겠다.”

······이런 뻔한 시나리오대로, 흘러간다는 이야기.

말레아는 창백하게 물든 표정으로 입술을 꽉 깨물었다. 최소 3레벨에서 4레벨의 장비를 착용한 저들에게서 도망치거나 맞서 싸우는 건 결코 불가능.

‘여기까지 왔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죽으라고······?’

그녀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다른 무소속 도전자들 또한 슬금슬금 물러나고 있었으나, 폐쇄된 던전에서 빠져나가기란 불가능. 저들은 ‘증거 인멸’이라는 이유 하나로 이곳에 있는 모든 도전자들을 죽일 것이다.

“불만이 있는 놈들은 지금 나오도록.”

그러나 모든 도전자들은 조금이라도 늦게 죽고 싶은 건지, 모두 고개를 숙이거나 외면하였다. 겁쟁이라고 비난할 이유는 없다. 누구라도 저렇게 할 테니까.

“비켜라.”

방해꾼이 아무도 없자 원정대장이 검을 뽑아들고서 다가왔다. 4레벨의 검은 휘황찬란하게 번쩍였고, 그것에 닿는 즉시 0레벨의 하찮은 로브 따위는 가차없이 찢겨나갈 것이다.

그럼에도, 말레아는 억지로 무거운 발을 떼어 한 걸음 나섰다. 비록 만난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자신을 위해 여태까지 노력해주었던 아라셀리라는 소녀를 지키기 위해.

“제가 막아볼 테니까, 어서 안으로 들어가봐요. 당신의 지식이라면 던전을 순식간에 해치울 수 있겠죠?”

“···네?”

그러자 그녀는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문과 말레아를 번갈아보았다.

“빨리요! 정원이 40명이라 저놈들, 아무도 안 들여보내려고 할 거예요!”

“그래. 잘 아는군.”

“······윽!”

어느 사이엔가 가까이 다가온 원정대장. 말레아는 서둘러 마법을 펼쳤다.

“매직 실드!”

쩌엉!

푸른색의 장벽이 생성되자, 원정대장이 흥미로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마법? 너, ‘이레귤러’였군.”

이곳 거탑에는 평범한 인간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스펙의 차이라고 해봐야 그저 운동을 조금 더 했니 안 했니의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단 말이다. 그러나 수많은 차원에서 인간들이 모이는 만큼, 아주 간혹 ‘이레귤러’라는 이들이 등장하고는 했다.

바로 말레아처럼 마법이나 무공, 혹은 초능력을 익힌 존재들.

대표적인 이레귤러로서는 ‘유서담’이라는 랭커가 존재했는데, 그들은 거탑의 시스템과 스킬 및 가호를 받지 않더라도 아주 강력한 힘을 구사할 수 있었다.

비록 말레아는 고등과정을 조금 공부했을 뿐이고, 그마저도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그나마 알고있던 마법을 숱하게 갈고 닦아서 유사시에 사용할 정도의 수준은 되었다.

“어서, 어서 들어가세······!”

쩌엉-!!

그러나 그녀는 말을 끝까지 이을 수 없었다. 그녀가 펼친 회심의 마법은, 원정대장의 가벼운 칼질에 처참하게 부서졌기 때문.

“하지만 약하기 짝이없군. 마법이라고 해봐야 별볼일 없는 수준이야. 고작 이 정도로 덤비려고 들다니······.”

“아, 아으···.”

미숙한 마법 실력 탓에, 실드가 부서지며 심장에 무리가 와서 마법을 한 번 더 펼치는 건 무리다.

‘40층의 랭커는, 잠깐 막아세우는 것조차도 불가능하구나······.’

어쩐지 처참한 기분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죽는 순간마저도 굴복할 생각은 없었다. 말레아는 그를 죽일 듯이 쏘아보았고, 원정대장은 무신경한 눈으로 검을 치켜들었다.

···뎅겅!

무언가 새하얀 빛살이 스쳐지나간 것만 같은 착각이 들더니, 4레벨의 검이 두동강나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어?”

이윽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원정대장이 바닥에서 뒹굴고 있었다.

양팔과 양다리가 모두 잘려나간 채로.

“무, 슨······?”

뚜벅, 말레아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아라셀리가 두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러고선 미소지으며 말한다.

“용감하시네요. 그렇게 무리하실 필요까지는 없으셨는데.”

“그···당신도, 이레귤러였나요···?”

“아마 맞을 거예요. 그러니까 어서 들어가보세요. 저는 저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까지는 모르거든요.”

그리 말한 뒤 아라셀리가 길드원들을 향해 손을 뻗자, 말레아는 굳은 얼굴로 잠시 망설였다. 그러나 이내 무언가를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서 진실의 문을 향해 나아갔다.

“···네, 믿을게요.”

훗날, 최초로 100층에 도달하였다고 알려진 말레아의 탑등반이 지금 이 순간 시작되었다.

< 튜토리얼의 거탑(10층) > 끝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