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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주인공은 살인이다-151화 (151/251)

< 괴담 사냥꾼(1) >

신성력은 오래 사용할 수 없으므로 신성력 변환을 해제한 뒤, 귀신을 쳐다본다. 찌걱! 바닥이 피같은 것들로 흠뻑 젖어있다. 이것이 열세 번째 계단. ‘영적’인 힘으로 만들어져, 아예 새로운 공간 그 자체를 창조해낸 무시무시한 힘.

S랭크의 초인으로서 마법과 무공에 지식이 해박한 나조차도 속아넘어가버렸다.

‘이게 대체 뭐지?’

<겹차원으로 보입니다. 환영으로 현실에 또다른 현실을 덧씌웠군요.>

이내, 내가 거짓이라고 인지해서 그런지 열세 번째 계단이 서서히 사라졌다. 바닥에는 에테르 블레이드에 꽂혀서 안그래도 비틀렸던 몸을 더욱 뒤틀고 있는 귀신밖에 없었다. 흑색 산발머리에 새하얀 피부, 쫙 찢어진 입술. 꿈에 나올까 두려운 비쥬얼아파아아아아아아!!

깡!

“이 새끼가 자꾸 문단 스틸하네.”

신성력을 두른 에테르 블레이드의 옆날로 머리를 후리니 조용해졌다. 죽은 건 아니다. 붉은 눈사위를 희번뜩 뜨고서 나를 노려보는 게, 기회만 있다면 달려들 것 같다.

‘이걸 이제 어떡하지?’

신성력으로 타격은 가능하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이 열세 번째 귀신은 현실을 조작하는 능력을 가졌을지언정 전투력 자체는 형편없다. 아니, 사실 대부분의 귀신은 능력이 형편없다.

그러나 골치아픈 점이 있다면, 그 체력이 무한하다는 점. 방어력이 약하고 공격력이 쓰레기라 언뜻 잡몹처럼 보이는데 HP가 줄어들지를 않아서 죽일 수가 없다는 게 귀신이 가진 가장 큰 공포였다.

여기서 내가 백날 신성력 두른 검으로 북북 찢어봐야 결국 또 다음날이면 다른 학생들 노릴 거다.

그렇게 잠시 고민하고 있자니, 누군가가 계단의 아래에서 걸어 올라왔다.

다크써클이 깊게 내려앉은 음침한 인상의 소녀.

아히날이었다.

그녀는 살짝 가라앉은 눈으로 말했다.

“너··· 귀신을 보고서도 겁먹지 않은 거야? 그걸 공격할 생각을 하다니······.”

그에 나는 고개를 털었다.

“그냥, 어쩌다보니.”

“게다가 ‘영력’도 어느 정도 있나본데···.”

그러면서 계단을 천천히 올라오더니, 열세 번째 귀신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일전에 만났을 때와는 달리 침착함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성불 방법은 모르는 것 같네. 그렇게 해서는 의미가 없어.”

그녀는 일기장을 펼쳤다. 표지가 죄다 낡아서 뭐라고 적혀있는지 모르겠다. 본인의 것이 맞기는 한가? 고작 중학생의 일기장이 저렇게 낡았다고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뭔가 요사스러운 기운이 느껴져 빼앗기도 찝찝했다.

“여기··· 적혀있네.”

“뭐가.”

“저 귀신을 성불하는 법.”

XX년 Z월 Y일.

존재하지 않는 열세 번째 계단이 나타났다. 이것을 목격한 자는 반드시 죽는다는 소문이 나돌았고, 하루하루 학생들이 실종되어갔다. 그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이 귀신의 키워드는 열세 번째 계단이다. 열두 개의 계단에, 하나의 계단을 더 추가하여 공포심을 자극해 힘을 얻는 것. 그래서 나는 그 점을 이용하기로 했다.

계단에 푸른색으로 X를 그려넣은 발판을 세워서 열네 번째 계단을 만든 뒤 그곳에 올라서서 발바닥으로 바닥을 세 번 두드린 다음 양손을 모아 주문을 외웠다. ‘나희달, 나희달아 나는 당신이 두렵다.’ 그랬더니 귀신이 일기장에 봉인되었다.

다시는 깨어나지 말아야 할 텐데······.

이윽고, 아히날은 일기장에 적혀있는대로 계단에 X자를 발판을 올려놓고서 주문을 외웠다.

“나희달, 나희달아 나는 당신이 두렵다.”

그러자, 새하얀 빛이 번쩍이더니 관절 꺾인 귀신이 비명을 고래고래 지르기 시작했다. 놈이 또다시 문장을 스틸하기 전에 입에다가 에테르 블레이드를 처박으니, 조용해졌다. 이윽고 관절 꺾인 귀신의 에너지가 빛으로 화하더니.

쑤우우욱!

···모조리 일기장으로 스며들었다.

[주인공 ‘아히날’이 ‘존재하지 않는 매뉴얼’ 귀신의 능력을 획득합니다.]

[주인공 ‘아히날’의 능력치가 소폭 상승합니다.]

“······.”

무언가 개운한 표정을 짓고서 한동안 귀신의 기운을 만끽하던 아히날. 그녀를 말없이 쳐다보고 있자, 이내 눈을 뜨고서 내게 말한다.

“너··· 생각보다 담력이 대단한데, 혹시 심령연구부에 들어와서 나랑 같이 귀신을 사냥할 생각 있어?”

“···귀신 사냥?”

“응. 학교를 떠도는 귀신을 사냥해서, 우리 학교를 지키는 거야.”

학교를 지킬 생각은 없었으나, 굴러 들어온 복을 걷어찰 생각은 없었기에 나는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

“10학년, 아히날. 심령연구부의 부장이면서 1써클의 마법사라고 나와있네요. 5학년 때 편입왔고, 성적은 그럭저럭 평범. 특출난 면도 없고 친구도 적어서 이렇다할 성격이나 특징은 잘 모르겠어요.”

다음날 점심. 아라셀리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내 앞에 앉아 밥을 먹으며 알아낸 사실을 브리핑해주었다.

“특이한 점이 하나 있다면······. 귀신이 나타나기 시작한 시기, 즉 일기장이 사라진 시기가 아히날의 전학 시기와 겹친다는 점일까요.”

“그렇겠지.”

스킬 [주인공 사냥꾼]을 통해 대충의 줄거리를 파악했다. 물론, 듬성듬성 알아낸 것이 전부라 추측을 섞은 것들이었지만 이 학교의 귀신들은 아마 아히날이 들고있던 ‘일기장’에 봉인되어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아히날이 일기장을 건드렸고, 귀신들은 봉인이 해제되었다.

그날 이후로 아히날의 목표는 이 학교에 퍼진 귀신을 모조리 봉인하는 것!

언뜻 보면 학교의 귀신들을 모조리 잡아서 학교를 지키는 것 같지만······.

‘아히날, 이 새끼가 원인이잖아?’

지가 싼 똥을 지가 치우는 것 뿐이다. 학교를 지키고 말고 할 것도 없다. 피해자가 나타나면 엎드려서 사과해도 모자랄 판에······. 뭐, 이제 와서 그런 건 상관없다. 이제부터 아히날을 어떻게 죽이느냐가 문제다.

“그냥······. 죽이면 안 되겠죠?”

“그럴 거 같아. 아히날은 이미 귀신과 엮일대로 엮였어. 죽으면 귀신이 된다는 설정으로 부활할 수도 있고···. 꼭 그렇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죽음을 비껴갈 거야.”

회귀나 전생 등의 개연성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세계라 저런 부분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다만, 이번 경우에는 귀신이라는 게 문제다.

‘어떻게 죽인다······.’

이미 단서는 충분히 주어졌다.

첫째, 귀신이 봉인되어있던 일기장.

저 일기장에는 왜 귀신과 괴담이 봉인되어있었으며, 왜 풀려났는가? 그리고 과거에 누가 저 귀신들을 봉인했는가?

둘째, 아히날의 능력.

그녀의 마법 수준은 화분이 없을 때의 나와 비슷한 수준. 그리 똑똑한 편은 아니다. 그러나, 영적인 능력이 상당히 막강했으며 심지어 귀신의 능력을 흡수하는 것으로 보인다.

레벨은 내가 더 높지만······. 상성이 좋지 않다. 영혼을 타격할 수단이 기껏해야 에테르 블레이드에 신성력을 부여하는 것 외에는 없는 나로써는 전투가 벌어지면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

어젯밤 마주쳤던 귀신은 능력이 약한 놈이라 큰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그 이상으로 가면 ‘정신파’라는 것을 사용하여 사람을 미쳐버리게 만든다고 하였다.

실제로 아라셀리가 살던 세계에서는 7써클의 대마법사로 불리던 어떤 마법사도 고작 귀신 하나에 홀려 목을 매달아 자살했다고 했을 정도이니 귀신이라고 무시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귀신을 다루는 영술사라고 해서, 귀신에게 당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내가 괴물 사냥꾼으로서 괴물을 사냥하다 몇 번이고 죽을 뻔했던 것처럼, 아히날 역시 귀신에 대해서는 만능이 아니다. 같은 귀신이라면, 아히날을 공격할 수 있다.

“···방법은 하나뿐인 것 같네.”

괴담을 역으로 이용하는 것.

샌드위치를 우물거리던 아라셀리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 학생은 모든 괴담에 대한 대처법을 알고 있다지 않았나요?”

“아니. 모든 괴담은 아니야. 모든 ‘귀신’일 뿐이지.”

“네? 같은 말 아닌가요?”

“달라. 귀신은 귀신일 뿐이지만······. 괴담은 이야기거든.”

존재하지 않는 열세 번째 계단 귀신만 해도 그렇다. 나는 이번 에피소드의 키워드를 ‘나폴리탄 괴담’이라고 단정지었다. 어느날, 메뉴얼에 추가된 7번 항목. 그리고 이것을 본 자는 열세 번째 계단을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아니었다. 그것은 귀신에게 부여된 괴담이었을 뿐, 귀신의 본질 자체를 가리키지는 않았다. 나폴리탄, 즉 7번째 항목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고 ‘열세 번째 계단’에 집중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귀신이라는 건 애초에 특정 키워드로 존재하고 있어. 열세 번째 계단이라는 키워드. 성불하는 법은 열네 번째 계단을 만드는 것. 여기에 나폴리탄 매뉴얼 괴담은 전혀 연관이 없지.”

“그렇군요······.”

“하지만 이야기가 아예 중요하지 않냐면, 그건 또 아니야. ‘괴담’이라는 것 자체가 귀신에게 힘을 부여해주고 있어.”

이제부터 나는, 그 괴담을 이용해먹는다.

“지금 이 학교에는 봉인에서 풀려난 무수히 많은 귀신이 존재해. 하지만 아직 괴담이 존재하지 않아서 나오질 못하고 있지. 이제부터 나는 그 괴담을 만들어서 키워드를 뒤덮을 거야. 아히날이 귀신의 정체를 눈치채기 힘들도록.”

“괴담을······ 하루아침에 만드는 게 가능한가요?”

“가능해.”

왜냐하면, 나는 지구라는 다른 세상의 괴담을 무수히 알고 있으니까. 비록 세세한 건 모르지만······. 유명한 것들이라면 얼마든지 이용해먹을 수 있다.

지구 사람이라면 진부하다 못해 지겨울 정도라서 전혀 무서울 것도 없지만, 이세계 사람이라면 살짝 정도는 오싹할 수도 있는, 그런 괴담들.

“그러니까, 내가 받아 적어준대로 네가 소문 좀 퍼뜨려줘.”

친구가 한 명도 없는 나와는 달리, 아라셀리는 이 학교 내에서 인기스타다.

“담배는 안 피니까 그냥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이야기 나눠도 좋고, 수업 끝내고 5분 정도 짬짬이 시간 내서 학생들에게 말해도 좋고, 선생님들이랑 밥먹으면서 대화해도 좋고-”

“밥은 안 돼요.”

“-어?”

아라셀리가 딱 잘라서 말했다.

“밥은··· 안 돼요.”

“왜?”

“하루 중에 유일하게 교수님과 함께 있는 시간이잖아요.”

“······.”

밥먹는 시간, 평균 10분에서 15분 정도. 아라셀리는 나를 쫓아 이 세계로 왔지만, 정작 나와 함께하는 시간은 24시간 중에 고작 15분밖에 안 된다. 그러나 그녀는 단 한 번도 불평하지 않았다. 고작 15분 뿐일지라도, 그것에 만족했다.

그런데.

내가 지금, 그것을 침범하려고 했다.

뒤늦게 잘못을 깨닫고서는 입을 다물었다.

“···미안. 밥은, 계속 같이 먹도록 하자.”

그러자 아라셀리가 다시 빙그레 웃는다.

“네!”

*

심령연구부. 겉은 번지르르하지만 사실상 부원도 거의 없어서 폐부가 되기 일보직전인 그저그런 부라고 한다.

“그래서··· 부원을 구하고 있던 참이야. 똘똘하고, 깡따구 있고··· 으음, 너처럼 귀신을 상대로도 용기를 낼 수 있는, 그런 부원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네···.”

“······.”

달이 휘영청 떠오른 밤. 태양은 이미 자취를 감춘 뒤였지만, 여전히 세상은 밝다. 달빛이 워낙 강렬했기에.

“이런 괴담은 또 처음이네···. 무용실 괴담이라니.”

늦은 밤, 나는 아히날과 함께 폐건물로 향하고 있었다. 벌써 십년도 더 전에 버려져 쓰지이 않는 폐건물의 무용실에 괴담이 하나 있었기 때문이다.

‘보름달이 떠오른 자정, 무용실에 가서 춤을 추면 귀신이 나타난대!’

지구에서는 흔하다 못해 낡아빠진 괴담이지만, 여기서는 아니었는지 역시나 아히날이 흥미를 보였다.

“아히날. 너는 귀신이 안 무서워?”

“···글쎄.”

1써클 마법 ‘빛의 구체’에 의존한 채 걷는다. 폐건물은 여기서 조금 멀다. 적막함이 어쩐지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용기를 내는 거지. 나는, 귀신을 사냥해야만 하니까.”

“······.”

아마도, 아히날 역시 귀신이 무서울 것이다. 이건 그녀의 성격이나 관념을 관찰한 뒤 내가 내린 추론이 아니었다. 단지, ‘클리셰’였다.

학교괴담물의 클리셰.

주인공 역시, 귀신을 두려워한다. 불빛만 깜빡거려도 ‘헉!’ 숨을 내뱉고 손을 덜덜 떨면서 중요한 순간에 실수를 할 뻔하기도 하지만, 결국 용기로 극복해낸다.

용기. 귀신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용기.

귀신이 두렵지 않을 수는 없다. 공포를 상실한 사이코패스가 아니라면 말이다. 그리고, 아히날은 사이코패스가 아니다.

“···다 왔어. 으스스한 건물이네.”

폐건물은 낡고 낡아서, 쓰러지지 않은 게 용할 정도였다. 외벽에는 잔뜩 금이 가있었고 그 틈새 사이로 넝쿨같은 것들이 자라서 파고들었다. 옥상에는 이끼인지 잡초인지 어두워서 구분이 잘 안 가는 녹색의 식물들이 뒤덮고 있었고, 창문은 대부분 깨져있다.

끼이익···!

정문을 열고 들어서자, 바람이 휘이잉 들어찼다.

‘바람 소리를 귀신 울음으로 착각해서 만들어진 괴담도 많다고 했던가······.’

그렇게 들으니 꼭 바람소리가 귀신소리처럼 들리기도 했다.

솔직히, 조금 무섭다. 열세 번째 계단 귀신도 생긴 건 진짜 더럽게도 무섭게 생겨서 나도 모르게 에테르 블레이드를 휘두르긴 했다만, 만약 그게 통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나는 직관적인 공포에 대해서는 아주 잘 알고 있다. 공포를 잃은 사냥꾼은,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목숨을 잃게 될 테니까.

나보다 강한 괴수에 대한 공포, 나보다 강한 주인공에 대한 공포.

그 끝없는 공포심을 원동력으로, 상황을 극복한다.

그러나······.

귀신은 극복할 방법이 없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미지의 무언가에 대한 공포. 그건, 나조차도 익숙하지 않았다.

“여기야. 무용실···. 생각보다 평범한 곳이네.”

“······.”

무용실의 내부는 대략 50평 정도일까. 본래는 매끈했을 터인 마룻바닥이 삐걱거린다. 아히날은 살짝 문을 열고서, 내게 말했다.

“너는 여기서 기다려. 무용실 귀신은 혼자 들어가야 나온다니까.”

“그래.”

무용실 귀신을 불러내는 방법은 간단하다. 자정에 춤을 추기 시작하면, 귀신이 따라 나와서 춤을 춘다는 것.

이윽고, 아히날은 홀로 무용실로 들어가서 문을 닫았다.

이제부터 귀신을 불러낼 차례다.

*

‘생각보다 낡은 곳이네······.’

아히날은 무용실을 천천히 걸었다. 미리 준비해온 수정구를 천장에 던지자, 불빛이 밝아졌다. 이윽고 다른 수정구를 바닥에 내려놓고서 만지자 은은하게 음악이 흘러나왔다. 예체능 시간에 배우는 댄스곡이었다.

‘거울.’

무용실 벽의 한 면을 그대로 차지하는 거울 앞에 선 아히날은 자세를 취했다. 거울 속의 자신도 똑같이 자세를 취한다.

춤을 추는 건 어렵지 않다. 그저, 음악에 심취하면 될 뿐이다.

한 발을 내딛고, 팔을 번쩍 들어올려, 회전.

거울 속의 자신을 보며 스스로의 춤이 엉망인지 아닌지 확인한다. 어차피 곧 있으면 축제가 다가올 터, 그때의 연습을 미리 한다는 생각으로 춤을 췄다.

째깍, 째깍, 시간이 흐르고, 어느덧 자정이 넘었음에도 아히날은 춤을 췄다.

‘귀신은, 나타나지 않았나?’

째깍, 째깍, 시간이 계속 흐른다. 아히날은 여전히 춤을 추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것도 없다. 낡은 마룻바닥, 두 개의 수정구, 거울.

‘······헛소문이었나.’

모든 괴담이라고 해서 반드시 귀신이 나타나지는 않는다. 어느덧 동이 터오르고 있었고, 아히날은 한숨을 내쉬며 춤을 멈추었다. 땀이 뻘뻘 흐른다. 마력이 다 되어 불꺼진 수정구를 챙겨든 아히날은 힘없이 걸으며 무용실을 나섰다.

‘유서담은?’

없다.

밤새, 혼자 이곳에 있었다는 생각이 들자 오싹해졌으나 그녀는 입을 꾹 다물었다. 이런 걸로 겁먹지는 않는다. 고작 혼자 있었을 뿐이다.

정문으로 천천히 걸어나가자, 그곳에서 유서담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이상하게도 피곤해 보이지 않았다.

“어땠어?”

“···귀신은 없었어.”

“정말? 밤새 존 건 아니고?”

“그럴 리가. 밤새 춤 췄어. 거울 보면서.”

아히날은 대수롭지 않게 그리 내뱉었다. 은근히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말투가 기분이 나빴기에. 하지만, 아히날의 말을 듣고서, 갑작스레 유서담의 인상이 창백해졌다.

“빨리 돌아가자···.”

“갑자기 왜 그러는데?”

“됐으니까. 나중에 다시 오자고.”

유서담은 아히날의 팔을 우악스럽게 이끌었다. 그녀는 짜증을 내려고 했지만, 그보다도 먼저 유서담이 말했다.

“······밤새, 거울을 보면서 춤을 췄다고?”

“그렇다니까.”

“그럴 리가 없어.”

그는 여전히 앞만 바라보면서 걸었다.

“무용실에는······. 거울이 없거든.”

어?

< 괴담 사냥꾼(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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