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게 주인공은 살인이다-140화 (140/251)

< 너네 헬 게이트 가봤어? 난 가봤는데(1) >

치이이, 공압식 브레이크에서 압축 공기가 빠져나가는 소리가 울리며 붉은색 버스가 정차하였다. 첼레스테는 주머니에 손을 꽂아넣은 채 멍하니 서있다가, 열린 문을 통해 버스 기사가 소리를 지르자 퍼뜩 정신을 차렸다.

“거, 외국인 학생. 안 탈 거요?”

“······.”

뒤를 돌아보니, 다른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첼레스테는 교통 카드를 꺼내 버스에 올라탔다.

좌석에 착석하여, 블루투스 이어폰을 귀에 꽂은 뒤 창밖을 바라본다. 계절은 겨울. 도로에는 눈이 내린 뒤 얼어붙은 흔적이 만연하였다.

“야야, 저기봐. 첼레스테다.”

“오. 진짜네? 싸인 받을까?”

“싫어하면 어떡하지? 엄청 과묵하던데······.”

이어폰의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사용하였건만, 그녀는 A랭크의 강체 능력자였기에 별 의미도 없이 주변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죄다 들려왔다. 신체 강화 능력자가 가진 몇 안 되는 단점 중 하나였다. 초인 전용 노이즈 캔슬링 기술이 도입된다고는 했으나, 쓸데없이 비싸다는 이유로 폐지되어서 안타까울 따름이다.

첼레스테도 이제 나름 유명인이 되었다. 와이튜브를 통해 전 세계 모든 강체 능력자를 깜짝 놀라게 할만한 노하우를 전파하는 것은 둘째치고, 두 달 전에 있었던 사건 때문이었다.

[B랭크 초능력자 첼레스테, SSS랭크의 무림인 방호윈을 막아서다!]

당시 방호윈이 균열의 입구로 빠져나오기 직전, 누군가는 그 앞을 반드시 막아서야만 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러지 못했다. SSS랭크의 무림인에게 맞선 이가 어떻게 되었는지, 영상을 통해서 보았기 때문이다.

그때 나선 것이 바로 첼레스테. 그녀는 2m 남짓 작아진 균열의 틈새를 사이에 두고, 방호윈의 합을 무려 세 번이나 막아내었다. 결국 마지막에 큰 타격을 입고 날아가 버렸지만, 고작 골절상을 입었을 뿐 피해를 거의 입지도 않은 것!

방호윈이 지쳐있다는 점을 감안해야만 했지만······ 그런 건 별로 중요치 않았다.

B랭크의 초능력자가 SSS랭크를 상대로도 겁먹지 않고 맞서 싸웠다는 점.

심지어, SSS랭크를 상대로 세 합이나 버텼을 정도로 그녀의 실력이 출중하다는 점.

결정적으로 방호윈이라는 무시무시한 존재가 다시 현대로 나오지 못하도록 막았다는 점.

이에, 첼레스테의 유명세와 팬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제는 모두가 아는 것이다.

‘첼레스테의 강체술은 특별하다.’

그녀는 남들과는 다른 독특한 강체술을 사용하였고, B랭크의 능력치로도 S랭크의 강체 능력자를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강체 검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세상에는, 은근히 초능력자가 많다. 특히, ‘강체’ 능력자는 더더욱 많았다. 그 재능의 한계가 E~D랭크에 그쳐서 그저 일반인들 사이에 섞여 살기 때문에 잘 모를 뿐. 그런 그들에게 만약 첼레스테의 강체술이 전수된다면? 아니, 그뿐만이 아니라 기존에도 강했던 S랭크의 강체 능력자에게 그녀의 강체술을 가르친다면?

분명 무공, 마법과는 또다른 폭발적인 센세이션이 일어나리라.

거기에 한 달 전 그녀가 마침내 A랭크를 달성하자 아예 국가적 기업과 길드, 정부에서 러브콜이 무수히 쏟아졌는데······. 첼레스테는 그 모든 제안을 거절하였다.

‘저는 죽을 때까지, 어나더 리그에 남겠습니다.’

공식 석상에서 그리 선언한 것이다.

사람들은 그 이유를 잘 알지 못했지만, 첼레스테로서는 당연한 판단이었다.

아버지의 오른팔을 잘랐던 방호윈에게 복수하기 위해, 지금까지 수련에 수련을 거듭해왔고, 마침내 그 꿈을 이룰 수 있었다. 그놈의 오른팔을 잘라서, 외딴 이계에 던져놓은 것.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유서담 헌터 실종, 78일째······.]

[그는 균열 너머에서 돌아오지 못하는가.]

[“균열에서 돌아오는 건 불가능” 이상현상 협회의 의견이 분분한······.]

문득 스마트폰을 틀었다가 보게 된 기사에 첼레스테는 표정을 찌푸렸다.

그렇다.

금방 돌아오겠다고 선언한 유서담이, 두 달 넘도록 돌아오지 않고 있던 것. 평소에는 아무리 늦어도 한두 달에서 빠르면 일주일 안에 파견에서 복귀하던 유서담이었기에 더더욱 걱정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어디 계시는 건가요.’

첼레스테는 멍하니 창밖을 응시하였다.

*

그를 기다리는 사람은 첼레스테 뿐만이 아니었다.

“흰둥아. 걔 아직 살아있는 거 맞지?”

어나더 리그 길드 아지트.

테일러 나인이 소파에 누워서 다리를 꼬고 그리 말하자, 예카테리나가 대답했다.

“서담님이 사라지면, 저도 죽어요. 그대로, 픽. 꽥. 아시겠으면 이제 그만 돌아가서 일이나 하세요. 근데··· 언니 곧 출국시간 아니에요?”

“어, 그랬나.”

테일러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왜 꼭 일하는 시간은 빨리 다가오는 걸까. 유서담이 없는 시간은 매순간마다 느리게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그를 기다린 지도 어언 석 달이 다 돼간다. 테일러는 하루마다 예카테리나를 찾아갔다. 유일하게 ‘이계’로 파견을 나가는 유서담과 영적으로 연결되어있는 사람이 바로 그녀였기 때문이다.

뿐만이랴.

-오늘은 별일 없었느냐.

“저 죽었나 살았나 보려고 전화 거셨죠? 아까전에도 거셨잖아요.”

-그럴 리가. 건강해 보이니 다행이구나.

“···다크써클 안 보이세요? 피곤해 죽을 거 같은데······.”

-보약이라도 지어서 보내줘야겠군.

“그건 좋네요.”

설중연 역시 예카테리나의 영혼에 대하여 알고있기 때문에, 하루를 마다하고서 계속 전화를 걸었다. 유서담이 죽으면, 예카테리나도 죽는다. 그녀의 영혼이 유서담에게 속해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주 극소수였지만······. 그 극소수의 아는 사람들이 자꾸만 귀찮게 군다는 게 문제다.

그러나, 그녀들의 그런 심정을 예카테리나 또한 이해하고 있었기에 별달리 나무랄 수가 없었다.

“아, 그러고 보니 맹주님. 오늘 헌터 토론회 참석하신다고 하셨죠?”

-맞다.

설중연은 무림맹주로서 대외적인 이미지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었다. 무림맹주로서의 위엄을 버리지 않고서, 최대한 공식적인 자리에 자주 참여하는 편이었다. 헌터 토론회는 유서담에게도 중요한 부분이었기에 결코 빠질 수는 없었다.

“저희도 테일러 언니가 참석하거든요.”

-···그래?

설중연, 그리고 테일러.

그녀들은 서로에 대해 잘 알고있다.

설중연은 테일러가 유서담과 유난히 가깝게 지내는 것을 경계하였고, 테일러 역시 마찬가지로 최근 설중연이 자꾸만 유서담의 마음 속 빈틈으로 파고드는 것을 경계하였다. 그 사이에 낀 예카테리나는 어쩐지 마음이 불편해져서 서둘러 입을 열었다.

“아, 갑자기 급한 연락이 와서요. 이만 업무 보러 가야될 거 같아요.”

-바쁜 시간 빼앗아서 미안하다. 이만 끊도록 하지.

“네. 몸조심 하세요. 테일러 언니도 슬슬 준비하세요.”

“후···. 옘병. 유서담 얼굴 딱 한 번만 봐서 참석한다. 이 새끼 진짜 돌아오기만 해봐라···.”

길드에 소속되어있는 헌터가 헌터 토론회에 참석할 경우, 상당한 입김을 등에 업을 수 있다. 그 사실을 잘 아는 테일러였기에 평소 같았으면 결코 나가지 않았을 헌터 토론회에 참석하는 것이다.

물론, 유서담 또한 F랭크 헌터의 자격으로 참석 기회가 항상 주어지기는 했다. F랭크의 신분으로 그곳에 가봐야 무슨 꼴을 당할지 잘 알고 있기에 항상 불참했고, 올해에는 공석인 탓에 참석할 수 없었지만.

“에휴···. 이 새끼 진짜 돌아오기만 해봐라. 그럼, 언니도 가볼 테니까 집 잘 지켜라 흰둥아.”

“예. 몸조심이 다녀오세요.”

그렇게 테일러까지 헌터 토론회가 열리는 인도네시아로 향하자, 예카테리나는 컴퓨터 옆에 노트북과 태블릿까지 더 틀어서 밀린 업무를 해결하였다. 최근에는 일 잘하는 정직원도 상당히 뽑았으나, 업무는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지금 길드 아지트의 옆 빌딩에는 정령들의 호위를 받으며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학자들이 마법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을 것이고, 반대편 건물에서는 C랭크 이상의 내공을 쌓은 검술가들이 하선영에게 검술 지도를 받고 있을 것이며, 또 반대편 건물에서는 기계공학자 및 장인들이 마력(에센스)와 기력(에테르)를 조합한 새로운 디스펜서를 개발하기 위해 한창일 것이다.

그들을 총괄하는 사람이 바로 예카테리나였으므로, 한숨도 못 자고 일을 해야만 했는데 심지어 유서담이 두 달이나 자리를 비워서 체내의 활력이 거의 제로에 가까워진 상태였다.

‘서담님··· 언제 오셔요······.’

일하는 건 즐겁다. 하루하루, 치열하게, 피곤해서 죽을 것 같아서 코피를 쏟는 와중에도 예카테리나는 자신이 키우는 이 ‘어나더 리그’라는 길드가 성장해나가는 것이 너무나도 짜릿하였다.

그러나, 그녀는 결국 유서담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신체였다.

유서담 없이 평범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버틸 수 있는 최대 시간은 육 개월. 그러나 지금은 너무 무리를 했던 탓인지 그가 자리를 비운지 석 달도 되지 않았음에도 벌써부터 지쳐 쓰러질 것만 같았다. 현기증에 머리가 핑 돌고, 어질어질한 와중에도 꾸역꾸역 억지로 업무를 부여잡고 있는 수준이었다.

‘으, 머리야···.’

두통을 애써 꾹 참으며, 키보드에 다시 손을 대려는데.

“···아!”

익숙한 감각이 온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유서담이 지구로 돌아왔을 때 느껴지는 바로 그 ‘영혼 연결 현상’이었다. 유서담과 예카테리나라는 존재가 완벽히 연결되어, 멀리 있음에도 그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생생하게 전해져왔다.

‘서담님······!’

그가 돌아왔다.

*

헌터 토론회.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4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토론회로서, F랭크부터 SS랭크까지 다양한 랭크의 헌터들을 모아서 현 헌터 업계에 대해 토론하는 모임이다.

매년 토론회가 열리는 국가도 다르며, 주제도 다르다. 지난번에 열린 중국과 한국에서의 회의는 별다른 내용 없이 조용히 넘어갔다. 아주 간혹 핫이슈가 되는 토론 주제도 있었는데, 과연 특정 지역의 게이트와 던전을 특정 길드가 독점해도 되는가에 대한 내용이었다.

누군가는 던전과 게이트가 발생한 위치의 땅주인에게 일정 비용을 지불하여 길드가 독점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고, 누군가는 지역 독점 문화가 심해지면 결국 길드의 빈부격차가 심해지며 자칫 헌터 업계의 이미지를 망칠 우려가 있다고 난색을 표했다.

당연하지만 전자가 길드 업계에 종사중인 헌터였고, 후자는 개인으로 활동하는 헌터였다. 다행스럽게도 후자의 솔로 헌터가 SS랭크의 염동력자 ‘청’이었던 덕분에 길드가 지역을 독점하는 방식은 반대표를 우수수 받고 떨어져나갔다.

이렇든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헌터 업계에서 이런 토론 주제게 나와도 좋은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쓸데없는 주제가 하도 나오는 바람에 최근에는 상당히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고 한다.

헌터 토론회는 생방송을 통해 투명하게 전 세계로 송출되고 있었으니까. 덕분에 토론회에 나와서 말실수 삐끗 잘못했다가 그대로 질타를 맞고 은퇴한 헌터도 더러 있었다.

‘더럽게 귀찮네, 진짜.’

테일러는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다리를 꼰 채로 좌석에 착석한 채였다. 계단식으로 이루어진 이 좌석은 높은 좌석일 수록 랭크가 높았으며, 낮은 좌석일 수록 랭크가 낮았다. 철저하게 ‘계급제’를 보여주는 표본이었으나 아무튼 계급제가 맞기는 맞았으므로 누구도 이에 대해 반대를 하지는 않았다.

참여할 수 있는 인원 역시 제한적이었다.

SS랭크의 자리는 무려 5석이나 준비되어 있었으며, S랭크는 7석, A랭크가 10석, 그 아래부터는 고정적으로 20석이었다. 그러나 유독 눈에 띄는 좌석이 있었으니, 바로 F랭크의 좌석이었다.

F랭크는 단 3개의 좌석밖에 없다. 그 이유는 간단하게도, 토론회에 참석할 수 있는 최소 조건인 ‘10년 차 헌터일 것’을 달성한 자가 세상에 거의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

게다가 사지 멀쩡하게 정상적으로 활동하며, 정신병에 걸리지 않고서 제대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10년 차 F랭크 헌터는 사실상 유서담이 유일했다.

비록 지금은 신분증만 F랭크일 뿐 실제의 능력치는 그보다 높다는 사실을 전 세계 모두가 알고 있지만, 결국 그가 갱신하지 않고서 꿋꿋하게 F랭크를 고수하고 있었으므로 아직까지는 F랭크의 헌터였다.

테일러는 고개를 돌려, 상석을 바라보았다.

이 토론회를 주최하는 헌터 협회 관계자들과 인도네시아의 대통령 및 이상현상 협회의 관계자들. 그리고 몇몇 중국인을 포함하여 정치인들이 모여있었다. 헌터 토론회는 본래 헌터만이 참석할 수 있었거늘, 어느 순간부터인가 기업인과 정치인들이 얼굴을 비추는 장소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들의 한가운데에 떳떳하게 자리를 잡은 여인 하나.

설중연.

떠들썩하고 난잡한 이 분위기 속에서도, 홀로 차갑게 내려앉은 느낌이었다.

‘실제로 보니··· 뭐, 확실히 예쁘긴 하네.’

초능력자가 S랭크로 각성하는 순간, 일종의 ‘탈피’ 과정을 거치며 외모가 어려지거나 예뻐지는 등의 변화가 나타나는 현상은 유명하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전부 미인이 되는 건 아니다. 그저 피부가 좋아지고, 외모가 젊어지는 데에 그치는 경우가 대다수였으니까.

다만, 아주 간혹··· 안 그래도 미인이었던 이들이 S랭크로 각성하여 탈피 현상으로 더욱 미인이 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바로 테일러 나인과 설중연이 그런 타입이었다.

테일러는 31세의 나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번이나 탈피를 통해 외모가 미화되면서 물오른 미모로 최근 본인은 원치도 않았던 어마어마한 인기 몰이를 하고 있었데, 설중연은 거기서 한술 더 떴다.

S, SS, SSS랭크를 달성하는 모든 과정에서 ‘환골탈태’를 통해 얼굴에 꽃이 피어버려 현재의 미모가 완성된 것이다.

슬쩍 주위로 시선을 돌려보니, 누군가는 정신없는 시선으로 설중연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으며 몇몇 카메라맨은 본인의 업무조차 잃은 채 그녀의 얼굴만을 촬영하였고, 누군가는 아닌 척 하며 자꾸만 그쪽을 힐끗거렸다.

확실히, 그들이 넋을 쏙 빼놓는 것도 이해는 갔다. 테일러 나인 본인조차도 자꾸만 그녀에게 시선이 향했으니까. 그래, 거기까지는 다 좋은데······.

‘저 망할 여자, 왜 자꾸 눈마주치는 거야?’

테일러가 설중연을 신경쓰는만큼, 설중연 역시도 테일러를 신경쓰고 있었다.

‘저 여자가 서담의 17년지기 친구이자 동료라고 했던가······.’

친구라기엔, 그리고 동료라기엔 지나치게 유서담과 가까이 지내는 여인.

그렇게 설중연과 테일러가 서로를 힐끗 쳐다보며 무언의 견제를 하는 동안, 마침내 토론회의 사회자가 나타났다.

‘태오.’

테일러도 익히 아는 얼굴이었다. 그러나, 그는 헌터가 아니었다. 오히려 이상현상 전문가에 가까웠으니까.

“오늘 사회자를 맡게 된 태오입니다. 반갑습니다.”

그는 정중앙으로 나와, 양쪽으로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헌터들에게 하는 게 아닌, 시청자를 의식한 행위였다. 슬슬 졸리겠다 싶어서 테일러가 하품을 하는 그 순간, 사회자의 말에 그녀의 눈동자가 크게 떠졌다.

“오늘의 주제는 ‘헬 게이트’에 대해서입니다. 최근, 헬 게이트가 미세하게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내부를 서둘러 소탕해야한다는 의견이 분분하여 이렇게 업계의 헌터분들을 모셔서 토론을 나누고자 하는데······.”

헬 게이트.

그 민감한 주제가, 다시 한번 수면 위로 올라오려고 하고 있었다.

‘왜?’

7년 전, 그날 이후로 헬 게이트는 다시 건들지 않기로 했을 텐데.

“이에, 헬 게이트 관련 전문가 로스트 데이 길드 마스터이자 SS랭크의 헌터 ‘유하람’씨를 모셨습니다.”

이어서 유하람이 전문가 포지션으로 등장하자 테일러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어이가 없네.’

그래, 이 자리에서 헬 게이트에 다녀온 적 있는 사람이 없으므로 확실히 유하람이 제일가는 전문가이기는 했다. 그는 자신의 길드원들을 헬 게이트 내부로 파견보낸 적이 있었고, 심지어 그중 몇 명이 생환하여 내부의 정보에 대해 누구보다 낱낱이 밝혀내고 조사할 수 있었으니까.

7년 전, 그날 이후 유하람은 헬 게이트 관련 이슈가 있을 때마다 반드시 전문가 입장으로 참석하고는 했었는데······. 테일러는 그 사실이 영 꼴사나웠다. 그런 그녀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하람은 썩 당당한 얼굴로 헌터들을 향해, 그리고 카메라를 향해 인사하였다.

“예, 반갑습니다. 유하람입니다.”

토론이 시작되었고.

“네가 뭔데 전문가야?”

테일러가 다짜고짜 ‘전문가’에게 시비를 걸자, 좌중이 모두 침묵하였다.

토론이 시작된 지 불과 3초 정도가 흘렀을 무렵 벌어진 일이었다.

< 너네 헬 게이트 가봤어? 난 가봤는데(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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