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색마(色魔) 방호윈(2) >
20년 전의 일이다.
국적, 인종, 나이, 성별을 막론하고서 전 세계 인구의 수만 명이 갑자기 실종되었다. 훗날 지구 최초의 ‘차원 전이’ 현상으로 기록된 그 사건은··· 아주 많은 사상자를 남겼다.
무림이라는 세계로 끌려가게 된 비운의 귀환자들은 그 ‘사상자’에 포함되지 않는다.
귀환자들이 이계로 납치되는 순간, 반경 3m로 퍼져나가던 그 ‘정체불명의 파동’에 노출되었던 이들이 바로 그 사상자들이었다.
인류는 아직 차원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어째서 던전과 균열이 발생하는가. 그들은 어디에서 왔는가. 헬 게이트의 정체는 대체 무엇인가. 그래서, 그날 발생한 ‘정체불명의 파동’이 대체 무엇이었는가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알아낸 게 없었다.
다만, 그 파동에 노출된 존재는 말 그대로 소멸되어 사라졌다.
육상 달리기 선수의 꿈을 가졌던 누군가는 다리를 잃었다. 현역 헌터로서 활동하고 있던 누군가는 양팔을 잃었으며, 결혼의 꿈에 부풀어 올라 애인의 손을 잡고서 데이트를 즐기던 이는 오른팔과 함께 애인을 통째로 잃었으며, 심지어는 건물을 지탱하던 주요한 뼈대를 소멸시켜 수백 명의 사상자를 내기도 했다.
과연, 가해자는 누구인가?
하필 그 자리에 서 있다가 무림으로 납치된 귀환자의 잘못인가?
재수 없게도 근처를 지나가다 피해를 입은 이들의 잘못인가?
누구도 모른다.
잘못한 이가 없기에, 누군가를 나무랄 수도 없었다.
*
중간 과정부터 말하자면, 하선영이 ‘초능력자 전용 심법’을 개발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제아무리 무공 개발에 천재인 그녀라지만 결국 한계는 있던 것이다.
꼬박 석 달 동안이나 밤을 새워가며 연구를 했거늘, 애초에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객관식 문제를 풀고있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왜 결론부터 말하지 않았느냐면.
“······흐읍!”
첼레스테의 전신에서 에테르가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나는 눈을 살짝 찡그리고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눈에 실핏줄까지 돋아났으며 피부가 새빨개졌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고통이 그녀를 잠식하고 있을지언대, 꾹 참고서 ‘심법’을 성공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것이다!
“믿을 수 없군.”
내 바로 옆에서, 금강 체육관의 관장이자 C랭크의 강체 능력자인 김관장님이 중얼거렸다. 그는 한국에서 ‘강체이론’과 ‘강체 컨트롤’에 가장 빠삭한 사람으로서, 석 달 전부터 초청하여 함께 심법의 이론을 파헤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때, 김관장이 내린 결론은 ‘불가능’이었다.
기본적으로 에테르는 에센스보다 컨트롤 난이도가 최소 100배 이상 어렵다고 봐야 하는데, 거기에 ‘기맥’조차 없이 ‘혈맥’만으로 내공을 타동한다? 대체 얼마나 극악의 난이도로 내공을 운용하겠다는 말인가?
결코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러나, 나는 여태 그녀의 재능을 몰라보았다.
처음 첼레스테를 만났을 때, 어린 나이에 D랭크의 헌터라고 해서 단순히 ‘재능이 출중하다’ 정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그녀의 숨겨진 진짜배기 재능이었던 검술이 드러났으며, 거기에 더해 강체 컨트롤에 한해서는 국가적으로 꽤 알아준다는 김관장조차 능가하는 완벽한 에테르 컨트롤을 성공해내다니.
현경이라는 지고의 경지에 도달한 설중연, 무공을 제 입맛대로 개조하고 창조해낼 수 있는 화경의 고수이자 무공 개발자 하선영, 길이 뚫리자마자 자기 마음대로 초능력의 모든 형태를 구현해낼 수 있게 된 SS랭크의 초능력자 테일러 나인까지.
이미 완성된 천재들이 주변에 있는 탓에, 완성되지 못했던 첼레스테의 재능이 두드러지게 드러나지 못했던 것이다.
게다가, 단순한 재능의 문제가 아니었다.
필사적으로 강해지기 위해 이를 악무는 저 의지가, 나는 솔직히 부럽다 못해 두려웠다. 어떻게 인간이 저렇게까지 노력할 수 있단 말인가? 사실, 내가 16년 동안 해왔던 노력은 사실 제대로 된 노력이 아닐 수도 있는 게 아닐까?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서 그저 무능력자라는 신세에 한탄만 하고 있던 게 아닐까? 그런 생각마저 들게 만들었다.
<그럴 리 없습니다, 서담. 당신은 당신이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모든 노력을 다 하셨습니다.>
‘···그래, 위로 고맙다.’
하선영조차 착잡한 눈으로 첼레스테를 바라보았다.
“···이야, 놀라운데. 어떻게 저게 가능한 거야?”
에테르를 이용한 심법으로는 자연 에너지를 끌어올 수 없지만, 놀라운 속도로 체내의 기력을 순환시켰으며 또한 아직 소화하지 못한 에테르까지 몸에 녹아들고 있었다.
“진짜 괴물이군.”
무공은 연약한 사람의 신체에, ‘내공’을 부여하여 강력한 힘을 낼 수 있게 해준다.
강체는 사람의 신체 그 자체를 강화하여, 강력한 힘을 낼 수 있게 해준다.
그런데 만약, 그 두 가지가 합쳐진다면?
“그 상태로, 걸을 수 있겠어?”
하선영이 묻자 첼레스테가 이를 악물고서 발을 내디뎠다. 처음에는 그저 걷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첼레스테가 지금 보여준 것은 선영이 가르친 ‘보법’.
···투슝!!
마치, 대포알이 발사된 것마냥 폭발적으로 도약한 첼레스테는 쏜살같이 하선영에게 달려들어 목검을 내질렀다.
퉁!!
가볍게 막아내었지만, 하선영은 여전히 입을 쩌억 벌리고 있었다.
“순간적인 속력은··· 거의 S랭크에 맞먹는군.”
고작 B랭크의 헌터인 그녀가, 순간이지만 S랭크의 출력을 내었다.
“저기서 더 성장한다면······ 대체 어떻게 될지. 살바토레 그 양반의 자식이라길래 호랑이 새끼일 줄 알았더니, 용의 새끼였어.”
털썩! 단 한 번의 도약과 단 한 번의 칼질을 끝낸 뒤 첼레스테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기절하였다.
“······.”
“······.”
우리는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
첼레스테가 피땀 흘려가며 노력하는 동안, 나 역시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정령의 공중정원과 도깨비들의 도원 사이에는 자그마한 통로 하나를 내어놓았으니, 언제든 설중연 누님을 찾아갈 수 있다는 의미. 앞으로 나는 SSS랭크의 무림인을 상대할 예정이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또다른 SSS랭크의 무림인을 상대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한 나는 누님께 찾아가 대뜸 말했다.
“저와 대련해주십시오.”
대련이 시작되었고.
패배하였다.
“어···?”
그것은 단 0.3초도 채 되지 않아서 일어난 일이었다. 바닥에 누워서야, 나는 내가 무언가에 얻어맞았음을 인지하였다.
육감? 직감? 기민? 통찰?
내가 가진 모든 종류의 본능은, 설중연의 단 일격조차 따라갈 수 없었다.
‘이게, 진짜배기 SSS랭크.’
새삼 그녀와 나 사이에 있는 거리를 실감하였으나, 당연한 결과였다.
나 자신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해보자.
레벨 152, S랭크.
그러나 과연 검술 실력도 S랭크일까?
재능과 스킬은 S랭크로 표기될 수 있어도, 실력은 아니다.
나는 그동안 검술 수련을 상당히 게을리하였고, 진짜 ‘검술’을 사용하는 동급의 검사와 겨루게 되면 반드시 패배할 것이다. 그런 와중에 검 하나로 현경에 오른 누님과 대련을 하겠다니. 어리석고, 또 오만했다.
그 옛날, F랭크의 신체 능력으로 SS랭크의 살바토레를 제압하였던 때를 떠올려본다. 그때는 전차와 탱크를 활용하여 살바토레를 발전소로 유인한 다음, 발전소를 통째로 무너뜨리는 것으로 어찌저찌 이길 수 있었지만···. 중요한 부분이 있다면, 사실 나는 그와 직접 검을 맞댄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것.
그 당시 살바토레와 함께하며 나는 SS랭크라는 존재에 대해 아주 잘 알았고, 그리하여 그에게서 승리를 쟁취해낼 방법을 떠올릴 수 있었다.
이번에도, 그럴 수만 있다면 좋을텐데.
검을 맞대는 것조차, 아니 그 검을 보는 것조차 불가능하다니.
굉장히 암담해진 기분이 스멀스멀 올라오려고 할 때쯤, 누님이 말했다.
“그렇다면, 천천히 보면서 생각해보는 건 어떻겠느냐?”
“네?”
그리 말하고선 그녀는 사뿐사뿐 나와 거리를 벌리더니 허공에 검을 겨누었다. 그러자, 허공에 분홍색 벚꽃같은 것들이, 분홍색 연꽃같은 것들이, 분홍색 매화같은 것들이 휘날리기 시작하였다.
휘이잉···!
살랑살랑 그녀의 치맛자락이 흔들리며, 검이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설중연의 검에서는 연꽃의 향기가 났다. 그녀가 발을 내디딜 때마다 그곳에서는 연꽃이 피어난다. 나도 안다. 저것에 닿으면, 죽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손을 뻗게 되었다.
어떻게 저게 천마신공이란 말인가. 어떻게 저게 세상에서 가장 악한 마교의 검술이란 말인가.
믿을 수가 없다.
뺨을 스치는 그 아름다운 노래의 향기에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만약 그녀에게 죽는다면, 그건 그 검술이 날카로워서 죽은 게 아니라 아름다움에 현혹되어 죽을 것이다.
어느 사이엔가 주변에는 다른 무림인들이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하였다. 화경의 경지에 올라 전 세계 상위 0.000001%의 초인이 된 그들조차 설중연의 검술은 결코 따라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최고의 검사인 설중연의 연무를 보고 배우려고 찾아온 것 같지는 않았다.
그저 설중연이 춤사위를 펼치는 이 진귀한 장관을 보고자 하여 찾아온 게 아닐까.
“아···.”
누군가가 탄식을 내뱉었다. 안타깝게도 그녀의 연무가 그리 길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가 짧게 느꼈던 것일 수도 있다.
설중연은 조용히 검을 늘어뜨리고서는 나를 바라보더니, 정말 연꽃이 만개하는 것처럼 화사하게도 웃었다.
“어찌, 공부는 되었느냐?”
그 말에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검술에 전혀 집중을 할 수 없었으니까.
*
그렇게, 석 달쯤 흘렀을 무렵.
쩌어어엉!!!
마치 거대한 징을 거세게 후려친 것만 같은 효과음과 함께, 오른팔에서 뚜둑! 하는 소리가 났다. 플라스틱 검이 합금으로 이루어진 검을 때렸다기에는 너무나도 웅장한 소리.
팔이 나가버릴 것 같다. 설중연 누님의 검을 막아낸 대가였다.
“윽···!”
욱씬거리는 오른팔. 사실 이건 내가 잘 막은 게 아니었다. 팔이 부러지지 않도록 누님이 힘 조절을 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뿐이랴. 변칙을 섞어가며 전력을 다하면 정말로 즉사를 할 수도 있다는 이유로 내공을 담아서 검을 대충 휘두를 뿐, 진짜 실력은 거의 드러내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상대하기가 버거웠다.
“허억, 헉!”
숨이 가파르게 차오른다. 시야가 암전을 반복하며, 세상이 자꾸만 비틀거렸다. 벌써 몇 시간째, 그녀의 검을 받아내고 있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조금 쉬었다 하자꾸나.”
“안 됩니다. 이 정도로는······.”
하다못해 지금 첼레스테도 그 고통을 스스로 인내해가며 처절하게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는데 헌터로서 선배가 되어서 쉬엄쉬엄할 생각은 없다.
누님이 걱정스러운 듯 물어왔다.
“이렇게까지 해야 되는 이유라도 있느냐?”
“예. 그놈은 반드시 거대균열로 올 겁니다.”
어림짐작이지만 확신이기도 했다. 만약 방호윈에게 정말로 무림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술력이 있다면, 여태까지 그러지 않은 이유는?
바로 ‘에너지’가 부족해서 그럴 터.
달마지존의 경우에는 그 에너지원이 자기 스스로였으니, 분명 무림의 차원이동 방식은 그와 비슷할 것이라고 의뢰인이 말해주었다.
“그놈을 불러낼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입니다. 그 자리에서 처리를 해야됩니다.”
“···강자와의 대련은 실력증진에 분명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고작 몇 개월로 현경의 고수를 상대하기에는 너무나도 이른 시간이다. 서두르지 말거라.”
“아뇨, 충분해요.”
그녀를 향해, 다시금 합금도를 겨누었다.
“저는 이길 수 있습니다.”
이 대련은 오로지 ‘강자를 상대하는 법’을 연구하는 데에 치중되어 있었다.
검술의 증진? 모르겠다. 그런 거야 나중에 해도 된다.
당장에 그 섹스 중독 강간마를 죽여놓지 않으면, 도저히 설중연을 비롯하여 내 길드원들을 두고 어딜 돌아다니기조차 불안하단 말이다.
“하지만······.”
누님은 영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럴만하다. 설중연과 방호윈의 실력은 거의 동급이거나, 상성 문제를 제쳐두더라도 방호윈이 더 강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나는 누님의 일격조차 제대로 받아낼 수 없으니, 그놈을 죽인다는 내 말에 신빙성이 전혀 없어 보이는 것도 이해는 갔다.
그래. 나도 안다.
이건 평범한 인간이 총알을 피하는 연습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결코 S랭크에 불과한 나는 현경의 고수가 진심으로 휘두르는 일격을 막을 수 없다. 아무리 연습하고, 연습하고, 또 연습해도 평범한 인간이 총알을 피할 수 없는 것처럼.
하지만······. 최소한 나는 대상을 ‘총’에서 ‘총을 든 인간’으로 바꿔볼 생각이다.
여전히 상대하기에 절망적이지만, 최소한 총을 든 인간은 그 준비 동작이 있기에 이길 수는 없더라도 연습을 통해 빠르게 반응하여 몸을 날려 장애물 뒤로 숨거나 은폐를 하는 식으로 도망치는 것 정도는 가능하지 않겠는가?
내 목표는 방호윈을 일대일로 쓰러뜨리는 게 아니다. 그저, 그의 공격을 피해서 살아남을 수 있기만 하면 계획을 실행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아주 오랜만에 온몸이 흙투성이가 되도록 구르고 또 굴렀다. 주인공 사냥꾼이 되기 전, 심장에 병을 얻기 직전까지도 나는 원래 이렇게 살아왔다. 그때는 보상도 없고, 성장 가능성도 없었기에 그저 절망의 구렁텅이 속에서 굴렀지만 지금은 다르다.
후웅···!!
“······!”
기습적인 일격을 피해내자, 누님이 눈을 크게 떴다. 물론 이 역시도 진심을 담은 일격은 아니겠지만, 어찌되었던 모든 초식을 ‘최선의 검로’로 휘두른다는 현경 고수의 검을 피해냈지 않은가?
조금씩 조금씩 내가 성장하고 있음을 온몸으로, 뼈로, 살로, 피부로, 혈액으로, 머리와 가슴과 영혼으로 느낀다.
예전과는 다르다. 이제 꽤 많은 것들을 훔쳐 왔으니까. 여태 이용할 시간이 없어서 그러지 않았을 뿐, 나는 얼마든지 더 강해질 수 있었다.
허공에 손을 뻗어, 인벤토리를 개방하였다.
이전까지는 장착할 수 없었으나, 레벨 150이 넘는 순간부터 사용할 수 있었던 바로 그 아이템들이 소환되기 시작하였다.
[아이템 <광휘의 계절>을 장착합니다.]
[아이템 <빛을 잃은 샛별>을 장착합니다.]
[아이템 <바람의 발걸음>을 장착합니다.]
새하얀 빛을 내는 새하얀 갑주가 내 몸 주변에 생성되더니 자동으로 장착되었으며, 흰색의 아름다운 검신에 붉은색의 불길한 글자가 새겨진 검이 손에 들린다. 마지막으로 갑주에 어울리는 새하얀 부츠가 나타나 발목과 종아리를 따뜻하게 감싸더니 순식간에 몸이 가벼워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애초에 경갑옷인지라 갑옷 자체는 내 체형에 딱 알맞게 날렵하였으며, 검 또한 새하얀 색이었기에 여태 칙칙한 어두운 색으로 칠하고 다니던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여태까지는 신체 능력치와 검술의 향상을 위해 검 하나만을 사용해왔지만, 이제는 정말로 실전처럼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도구를 이용해볼 생각이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으로 버티고 또 버텨본다.
“이제부터는 진짜 진심으로 해주세요.”
“나는 너에게 언제나 진심이다.”
“···아니, 그건 저도 아는데.”
그러더니, 설중연은 훈련하느라 이미 잔뜩 지친 내 몰골을 보고서는 갑작스레 웃었다. 즐겁다는 듯이, 행복하다는 듯이. 그저 그렇게 웃었다. 그녀가 왜 그러는지 나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기분이 좋아 보였기에, 나 역시도 좋았다. 그래서 나도 따라서 웃었다.
그날, 나는 천마지존과의 대련에서 무려 3분하고도 17초나 버텨낼 수 있었다.
< 색마(色魔) 방호윈(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