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림회향회(武林懷鄕會)(2) >
어나더 리그 채널이라는 이름의 와이튜브 채널은 사흘만에 400만 구독을 찍은 이후, 순식간에 천만 구독자를 가볍게 돌파하여 지금도 꾸준히 쭉쭉 상승하고 있었다.
그 성장세가 어찌나 굉장하냐면, 실시간 영상 검색 순위에는 항상 어나더 리그의 채널로 빼곡히 메워졌으며 포털 검색 사이트에서도 그들의 이름이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는 하선영, 예카테리나, 테일러 나인, 첼레스테로 나누어진 4인의 와이튜버와 모든 채널에 동시에 등장하는 예사혜 본인들이 인지도를 실감하기에는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하루의 일과를 마친 하선영은 대충 츄리닝 반바지에 캡 하나만 달랑 걸친 채 동네 편의점으로 어슬렁어슬렁 향했다. 하루의 마무리를 맥주와 육포로 한다! 매끼를 컵라면(소형)으로 하루하루 간신히 연명하던 그녀였는데, 과연 이만큼이나 큰 사치가 과연 있을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과금을 하지는 않는다. 6,300원짜리 육포와 6,100원짜리 육포가 있다면 후자를 고르는 게 당연지사. 200원도 저축하고 아끼다 보면 결국 나중에 육포 한 봉지로 되돌아오기 마련이니까!!
띡!
“만오천 원입니다. ···어? 하선영 씨 아니세요? 와이튜버! 맞죠?”
“엉? 나 와이튜버 아니고 헌턴데?”
“앗! 맞잖아요! 헐, 대박. 저 하선영 씨 무공 강의 영상 구독하고 매일 챙겨보고 있어요! 자, 봐요. 지금도 보고 있었는데요!”
“오···?”
그저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우연찮게도, 자신의 영상을 보는 사람을 길에서 마주쳤다고. 하지만 하선영이 가진 파급력은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뭐야뭐야, 정말 와이튜버 하선영이라고?”
“아니, 나 헌터인데···.”
“헐 대박! 저 사진 한 장만 찍어도 돼요? 완전 예쁘시다···.”
분명히 모자를 썼음에도, 길을 지나는 사람들이 알아보고 말을 거는 건 물론이요 심지어 사인을 해달라는 사람도 있었고, 어떤 사람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한 무공의 초식을 물어보기도 했으며(눈총을 받았다) 또한 카메라 셔터가 쉴 새 없이 울리고 있었다.
“아···.”
지나친 관심에 당황하기도 잠시, 하선영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나쁘지 않다.
어렸을 적만 해도 하선영의 꿈은 아이돌이었다. 그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노래를 불렀고, 춤을 췄다. 훗날 무림에 가서 그 재능으로 말미암아 무공을 배웠으며, 춤사위를 추는 듯한 무공을 스스로 개발할 수 있게 되었지만······. 어쨌든 본연의 꿈이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최근 헬로니가 ‘저랑 걸그룹 해보실래요?’라며 장난스레 제안했을 때도 제일 혹했던 이가 바로 하선영이었다. 만약 나이만 아니었다면, 그 자리에서 양손 붙들고 바로 계약서에 서명하자고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선영은 나이가 많다. 꽤, 많다.
하지만 그녀는 여타의 무림인들은 도달하기도 극히 힘들다는 화경의 경지에 오른 고수였고 덕분에 반로환동하여 그 외모가 20대 초반에 가까웠다. 그리고, 지구는 외모지상주의였으므로 그녀의 실제 나이가 어떻든 신경 쓰는 사람은 적었다.
그저 미인이니까. 거기에 심지어 무공도 잘 쓰는 SS랭크 헌터에다가, 유명 와이튜버였으니까. 인기가 몰리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자연의 순리였다.
그래서 이런 관심을 받는 게 썩 어색하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드디어 살아가는 이유를 찾은 것만 같다.
“그래! 인마, 이 누나가 하선영이야!”
“학생, 저 서른 살인데요.”
“내가 너보다 두 배는 먹었어!”
슬슬 쌀쌀해지는 계절. 하선영은 난데없이 찾아든 팬들에게 선물까지 잔뜩 받아버렸다.
‘이거 흥분되는데?’
그녀는 콧김을 뿜었다. 화경을 달성하여 반로환동에 성공했을 때보다도 오늘이 더욱 즐거운 날로 기록될 것 같았다.
‘이 케이크는 맨날 서담이 무릎에 앉아있는 하얀 고양이한테 주면 되겠고······ 이건 맨날 서담이 쫓아다니는 병아리 주면 되겠구만?’
간식을 즐겨 먹는 그녀였기에 이제 어나더 리그 길드원들의 입맛은 죄다 꿰고 있다. 심지어 50인의 검술인들의 입맛까지도 말이다. 본래 돈이 없어서 사먹지 못했던 것들을 돈이 생긴 이후로 마구 사먹다가 생긴 버릇이었다.
자신을 알아보는 팬들과 헤어진 이후, 어두컴컴한 골목길로 들어선 하선영은 아이스크림을 크게 앙 베어물고서는 걸음을 멈추었다. 새콤한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서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말한다.
“스토커야? 내가 아무리 예뻐도 그렇지.”
그러자.
세 명의 검은 복면을 쓴 사내들이 앞뒤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전방에 한 명, 측면에 두 명. 하선영의 눈이 빛나더니 그들의 내공을 파악하였다.
셋 모두 초절정의 고수였다.
“왜, 사인이라도 해줄까?”
“···노래하는 검희, 하선영. 당신에게 볼일이 있어 찾아왔소.”
“야야, 낯간지러우니까 그렇게 부르지 말아줄래?”
“어나더 리그를 탈퇴하고, 당신이 있을 곳으로 돌아오시오.”
“어허. 아직 이적 시즌도 아닌데 왜 이러실까? 우리 길드장한테 민폐인 거 알지? 친구들.”
슬슬, 하선영은 상대방이 ‘무림맹’ 소속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유서담은 무림맹의 군사였으므로 사실상 하선영 역시 무림맹이었으니까.
“일단, 어디 소속인지 말해봐.”
“우리는 ‘무림회향회’요. 지구의 무림맹주가 만들어낸 가짜 무림이 아닌, ‘진짜 무림’으로 돌아가기 위한 연맹이지.”
진짜 무림. 그 단어가 나오자 하선영의 표정이 굳어졌다. 장난스럽던 그녀가 더없이 진지해지자 그들 역시 슬슬 대화가 통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했는지 말을 이어나갔다.
“하선영, 당신은 무림에서도 유명인이었지. 무림을 자유로이 활보하며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검희를 우리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소.”
그들 말대로 ‘검희’라는 존재는 무림에서도 상당히 파격적인 존재였다. 그 어떤 문파에서도 직속 제자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주워들은 얄팍한 무공을 모으고 모아서 자신만의 새로운 검법을 창안해낸 희대의 천재 검객. 만약 그녀가 제대로 된 검술 명가에서 태어났다면, 또다른 현경의 고수가 탄생했을 것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어딘가에 소속되기를 원치 않았다. 그저 드넓은 무림을 떠돌며 노래를 불렀다.
검희의 노래를 들은 이들은 결코 그녀의 노래를 잊지 못하였다고 한다.
어떻게 잊겠는가.
자유롭지만 외로웠으며, 행복했지만 우울했던 그 구슬픈 음색을.
“무림회향회의 회주께서 당신을 기다리고 계시오.”
“···정말 돌아갈 수 있는 게냐?”
“그렇소. 아직은 불가능하지만, 회주님께서 방법을 알고 계시지.”
“그 회주라는 분이··· 대체 누구더냐? 누구인데 고향으로 돌아가는 법을 알고 있지? 설마, 나보다 수준 낮은 자가 회주로 있지는 않겠지?”
“그럴 리가!”
가볍던 말투까지 무겁게 가라앉은 하선영을 보며, 그들은 말했다.
“우리의 진정한 회주는, 바로 ‘방호윈’님이오. ···당신이 아주 조금만 고생을 해주신다면, 얼마든지 무림으로 돌아갈 수 있소.”
현대인들은 잘 모를 수도 있는 그 이름, 방호윈. 하지만 하선영은 그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푸하하핫! 야, 그 거시기 잘못 놀리다가 병신된 남자 말하는 거 맞냐?”
“······!”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무림에서도 악명이 높았던 그 이름, 방호윈.
그는 마공을 이용하여 여고수들을 강제로 범하여 정기를 착취하며 누구보다도 빠르게 성장했는데, 지구 출신 무림인으로서는 달마지존 다음 두 번째로 화경(SS랭크)를 달성했을 정도로 그 성장세가 어마어마했다.
‘그 사내가 아직도 살아있었다니.’
겉으로는 실컷 비웃었지만, 속은 그렇지 않았다.
색공이라는 마공에 과연 그 실력 논하는 것조차 창피한 일이나, 방호윈의 실력은 진짜였다.
‘4년 전, 그 소식이 사라져서 달마지존에게 죽었다고 생각했거늘······.’
하선영은 애써 태연함을 가장하여 말했다.
“내가 병신도 아니고, ‘색마(色魔)’의 밑으로 제발로 잘도 걸어가겠다?”
색마가 강해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여고수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대에는 여고수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즉, 방호윈의 먹잇감이 터무니없이 부족한 것이다.
그런데 다른 누구도 아니고, 뻔히 여고수로 유명한 자신보고 그에게 가라니. 너무 속셈이 뻔했다.
“이제 슬슬 빨대 꽂아서 빨아먹을 여자친구가 필요해졌다 이 말이지? 그런데 이걸 어쩌나. 난 이미 헬로니의 애인이거든.”
희망사항이다.
“···회주님을 모욕한 대가를 반드시 치러야만 할 것이오.”
“어휴, 쯧쯧. 그리고 병신들아, 나는 현대가 더 좋거든? 내가 무림에서 맨날 부르고 다니던 노래 죄다 팝송이었어. 이 새끼들 진짜 빡통인가?”
하선영은 무림에서 살던 시절, 단 하루도 행복했던 적이 없었다. 그런 지옥으로 다시 돌아가라니. 차라리 접시물에 코박고 죽는다.
그런 무림으로 돌아가는 대가로 성노예짓거리나 하면서 평생 모은 내공을 갖다 바치라니. 이게 말인가 방귀인가. 만약 진짜로 무림으로 돌아가고 싶었다면 그에 혹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하선영은 지구에서의 삶이 더 행복했다.
배운 것도 없고 아는 것도 없어 아르바이트로 전전하던 인생이었지만, 유서담을 만나서 금제를 풀게 되었으며 자신을 이 꼬라지로 만들었던 달마지존에게 원수를 갚았고, 심지어는 평생의 꿈이나 마찬가지였던 유명세까지 얻게 되었다.
그저 거리를 돌아다니기만 해도 사람들이 알아보고 열광해주는 이 꿈만 같은 삶.
결코 버릴 생각이 없다.
“말로 해서 쉽게 되리라고는 생각 안 했소.”
“그래서 뭐, 무력 행사라도 하시게?”
“당신은 우리의 목적을 위해서 꼭 필요하오. 대단히 미안한 일이지만, 무력을 써서라도 데려가야겠소.”
“오? 너네 쫌 멋있다?”
세 명의 무림인이 각자 검을 뽑아드는 것을 보며 하선영은 씨익 웃었다.
초능력자 간의 대결에서 랭크의 차이는 절대적이었다. 3의 능력치를 가진 자와 5의 능력치를 가진 자가 충돌하면, 99%의 확률로 5가 이기는 것이다. 당연하다. 초능력자에게는 ‘수 싸움’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으며, 단순한 힘의 충돌로 승패 갈리기 마련이었으니까.
하지만 무림은 그렇지 않다.
무림초출의 절정고수가 삼류 잡배들에게 칼침을 맞아 비명횡사했다는 이야기가 빈번히 들려오는 곳.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은 반드시 있는 것이다.
파직, 파지직!
사방에서 자연 에너지, 내공이 요동친다. 뒤늦게 하선영은 사방에 부적이 잔뜩 설치되어있단 사실을 깨달았다.
“······.”
아랫배에 쌓여있던 내공이 불완전하게 출렁였다. 아무래도 꽤 제대로 준비한 도술인 모양. 화경의 고수인 그녀가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로 교묘했으니 말이다.
하선영의 표정이 굳어지자 세 명의 무림인이 살기를 내공을 형상화하여 그녀를 향해 검을 겨누었다. 제아무리 화경급의 고수라도 내공이 흐트러진 이 공간에서는 제 힘을 발휘할 수 없을 터. 그들은 이 도술과 독특한 진법을 이용해 절정고수였을 당시에 초절정고수를 여러 번 죽였던 적이 있었다.
도술과 진법을 연마하여 더욱 강력해진 데다가 초절정고수가 된 지금, 화경급의 고수를 상대하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스스로의 능력이 안 된다면, 상대방의 능력을 약화시킨다. 무림인이 자주 사용하는 전법이었으나, 상대방이 작정할 경우 피하기가 어려운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장난해?”
쿵!!
마치 거대한 돌덩어리가 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감각에 세 무림인이 눈을 부릅떴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싸늘해진다. 하선영은 여전히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똑같은 자세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어쩐지 그녀에게 다가갈 수가 없었다.
움직이면, 죽는다.
초절정고수의 본능이 경보를 거세게 울리고 있었다.
“나 참···. 뭔가 준비한 것 같아서 기대했더니······. 그런 게 정말로 나한테 통할 줄 알았어?”
통한다. 분명히 통한다. 실제로, 화경급의 고수 중 한 명에게 실험까지 해보았으니까.
그런데··· 눈앞의 저 여고수는 뭔가가 달라도 단단히 달랐다. 평범한 화경급의 고수라고 생각했으나, 아니었다. 무언가, 무공과는 다른······.
휘이이잉···!!
하선영의 몸을 중심으로 내공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그것은 너무 거칠었고, 규칙이 없었다. 모든 내공의 발산에는 반드시 구절과 규칙, 순서 따위가 존재하기 마련이거늘.
‘저게, 대체 뭐야?!’
저 여자에게서는 무공과는 전혀 다른······ 도저히 정체를 알 수 없는 새로운 방식의 ‘무언가’가 솟구치고 있었다.
그녀는 목걸이와 반지 등을 툭툭 치며 말했다.
“서담이가 유사시에 쓰라고 준··· 그, 뭐냐. 아이템? 하여튼 좋은 거라서 오늘 한 번 써보고 싶었거든?”
“······!!”
“그런데 너희들한테는 그럴 가치조차 없겠네.”
하선영이 나무 젓가락 두개를 꺼내서 던지자, 건물 벽에 붙어있던 부적 두 장이 찢겨 사라졌으며 초를 뽑아서 던지자 바람을 타고 날아가 저 멀리 담장과 기둥 뒤에 교묘하게 숨어있던 부적 세 장을 태웠다.
그러고선, 케이크 칼을 꺼내든다.
그것이 그녀의 무장이었다.
“덤벼.”
그 말과 동시에 세 무림인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아직 부적은 여러 장 더 붙어있다. 그녀가 더 이상 다른 부적을 찢어서 도술의 효력을 약화시키기 전에, 어떻게든··· 어떻게든 해야······.
‘어떻게?’
심장을 노리고 내지른 칼이, 케이크 칼의 끝과 맞붙는다. 마치, 자석처럼.
검끝과 검끝을 맞붙이는 기교는 결코 쉽게 할 수 없다. 상대방이 아주 천천히 눈에 보일 정도로 검을 내뻗는다면 또 모를까.
‘말도 안 돼······.’
하선영이 케이크 칼을 가볍게 퉁, 위로 쳐올리자 무림인의 검이 튕겨나가며 옆에서 달려오던 다른 무림인의 팔을 긁었다.
“까비, 팔목 자르려고 했는데.”
여유롭다는 듯, 장난스러운 말투까지 툭툭 내뱉어가며 그녀는 케이크 칼을 휘적휘적 휘둘렀다. 정말 성의도 없고 그 어떤 초식조차 섞여있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그 검술에는 압도적인 검로가 잠들어있었다.
어떤 때는 빠르면서도 무겁게, 어떤 때는 가벼우면서도 느리게. 그녀의 검술은 굉장히 변칙적이었고, 숱한 고수를 상대해왔던 무림인들조차 이러한 검술은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었다.
애초에 수많은 검술을 조합하여 장점만을 살린 데다가 유서담이 판타지 계열 이계에서 가져온 폭발적인 검술까지 합쳤으니 당연할 수밖에.
“이런······!”
잽싸게 무림인 한 명이 뒤로 성큼 물러나, 전봇대 위에 올라탔다. 그 직후, 전봇대가 두 동강나며 그의 복면이 찢어졌다.
“크아아악!”
“앗, 기물파손하면 안 되는데···!”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판단이 내려진다. 그렇다면 이후의 행동은 빠르다.
무림인들이 건물을 타고 도주하기 시작하자 하선영은 씨익 웃으면서 하늘로 날아올랐다. 건물의 벽면을 타고 질주하여, 케이크 칼을 휘두르자 무림인이 황급히 뒤돌아 막아내었다. 그는 현대식 에테르 블레이드를 들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하선영의 케이크 칼 하나조차 자르지 못했다.
‘믿을 수 없어······!’
하선영의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갔다. 여전히 도술의 범위 내였기에, 제 힘을 발휘할 수 없을 터다. 그렇다는 뜻은 저것이 그녀가 가진 모든 힘을 사용한 게 아니라는 의미.
‘그렇다는 건··· 내공을 떠나서, 순수한 실력으로 밀리는 거라고?’
분명히 하선영의 내공은 도술에 의해 방해를 받아, S랭크 수준으로 떨어졌다. 화경급의 고수가 선보이는 그 폭발적인 기세가 없었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순수한 검술만으로, 같은 S랭크의 고수 세 명을 가볍게 압도하고 있었다.
세 무림인의 합격기는 상당히 악질적인 것으로, 예로부터 자신들보다 한 단계 더 높은 고수들을 숱하게 사냥해왔다. 이번에도 역시, 그럴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전혀 아니었다. 그들은 그녀의 검을 보는 것조차 불가능했던 것이다!
“야! 그만 튀라고! 이 개새들아!”
달빛과 인공적인 조명이 한데 어우러져 탁한 빛을 머금은 강남의 늦은 저녁.
도시의 건물 사이를 질주하는 네 명의 무림인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날 아침, 대서특필되어 전 국민에게 공개되었다.
*
[속보! 어나더 리그 소속 하선영, 한국에 불법 체류한 무림인들 체포!]
[하선영 “해야 할 일을 했을 뿐”]
[무림인 하선영의 대활약!]
“정말 대단하군. 의뢰를 부탁한지 하루만에 무림인들을 체포할 줄이야.”
류경수는 내게 악수를 청하며 크게 웃었다. 한국의 전 병력이 무림인 세 명으로 인해 준 비상사태에 걸렸으니 그럴만도 했다. 그러나 의뢰한지 단 하루만에 유서담의 어나더 리그 길드원이 무림인 셋을 모조리 체포했으니, 한 시름 던 것이다.
이제 위험요소는 없기에 시민들에게 알려도 된다는 이유로 해당 내용은 뉴스로 크게 보도되었는데, 덕분에 안 그래도 최근 이목을 싹쓸이하던 어나더 리그가 또다시 주목을 받게 되었다.
“대체 어떻게 한 거요? 듣자하니 무공과 마법을 모두 사용할 줄 아는 데다가, 16년 차의 베테랑 헌터라더니 과연 뭔가가 다르긴 다르군.”
류경수는 그리 말하며 나를 극찬하였지만······.
‘나도 뭔 일인지 모르겠는데······?’
유감스럽게도,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생색을 낼 줄은 알았다.
“업계 비밀이죠. 다 베테랑만의 노하우가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과연!”
<서담님··· 양심은 있으십니까?>
내가 그런 거 있었으면 주인공 사냥꾼 안 했지.
< 무림회향회(武林懷鄕會)(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