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림회향회(武林懷鄕會)(1) >
그 일은, 예카테리나의 사소한 한 마디에서 시작되었다.
-네. 마법과 과학을 접목하여 ‘에센스 디스펜서’를 제작하실 헌팅 서포터 기술자분들을 내일부터 모집하려는데······.
그녀는 정말로 별 생각 없이 했던 말이었다. 내일부터 기술자를 모집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겠다, 아직 계획 단계였다, 뭐 이런 의미로 말이다. 하지만 ‘마법’이라는 신기술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기업들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로 들어왔다.
‘에이, 일반 모집 요강을 먼저 공지하겠지.’
‘아닌데? 내일부터 바로 기술 테스트 들어가겠다는데?’
‘뭐? 예시로 제출해야 하는 디스펜서를 들고 가야한다고?’
‘허어, 하루 만에 원···. 그쪽이 갑이니까 뭐라 할 수도 없고. 안 되겠군, 있는 거 다 들고 가!’
처음에는 기업들도 눈치만 살살 살폈으나, 어느 한쪽에서 에테르 디스펜서를 통째로 들고 어나더 리그 길드 본부로 향하는 것을 보고 난 이후로는 더 이상 그럴 수 없었다. 어찌 되었든 다른 기업에게 빼앗길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리하여 에테르 기술력에 자신있는 기술자들이 너도나도 어나더 리그의 본부로 향하게 되었으며, 다음 날 아침에는 전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 에테르 과학 기술의 대가들이 모여버린 것이다.
“이렇게나 많이···!”
수많은 사람들이 강남 광장에서 북적대는 것을 가만두고 볼 수 없었던 예카테리나는 결국 한 명씩 전부 어나더 리그의 아지트, 공중정원으로 안내할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차고 넘치는 게 건물이었으며, 공중정원 내에는 정령들이 무려 50마리나 엄중한 경비를 서고 있어서 안전했다. 막 공중정원에 처음 입장했을 당시에는 생기가 없어 흐느적거리던 정령들도 이제는 생명력 보충(농사)를 통해 충분히 이전의 힘을 회복하여, 공중정원 안에서라면 얼마든지 예전의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들의 힘은 평균적으로 A랭크였으며 심지어 S랭크의 정령도 여럿 있었으니 어지간한 헌터 부대가 출동해도 함부로 굴지는 못할 것이다. 정령들로서는 외부인이 들어오는 것 자체가 달갑지 않았기에, 눈에 불을 켜고(진짜 켰다) 출입자들을 엄중히 검사하고 또 감시하였다.
“어마어마하구만.”
나는 그러한 과정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허어, 쟁쟁한 기술자들이 모였구먼. 이거 좀 위축되는데.”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당신은 제가 아는 한 최고의 총기류 에테르 기술자니까요.”
“거 참 과찬도.”
이복정. 용산에 위치한 ‘공방의 골목’에서 고작 3등급의 에테르 장인 자격증을 달고있던 노인의 이름이었다. 이곳에 모인 기업의 기술자들과 명인들이 죄다 최소 1등급에서 심지어 네임드까지 달고있는 것을 생각하면 그의 경력은 초라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내가 가장 애용하는 에센스 마법 탄환을 그 누구보다도 정교하게 조립할 수 있는 사람은 최소한 한국에서 이복정, 이 사람밖에는 없다.
일평생을 총기류만 다뤄왔다고 한다. 누군가는 미련한 짓이라고 말했고, 누군가는 옛것을 못 잊었다며 나무랐다. 그럼에도 이복정은 총기류 에테르 디스펜서의 장인으로 꿋꿋이 남았다.
왜? 이유는 터무니없이 단순했다.
그저 총이 좋아서 그랬단다.
그리고, 내게 있어서 가장 울림이 컸던 대답이기도 했다.
나 또한 총이 좋았기에.
당연하지만 그러한 이유 하나만으로 데려오지는 않았다. 그는 ‘메가 슈터’를 개발하였으며, 이후 에센스라는 난생 처음 보는 에너지 자원을 그대로 탄환에 접목하여 매직 인챈트 건의 시제품인 ‘윈체스터 777’을 개발했을 정도로 뛰어난 기술자였다.
화약 냄새가 퀴퀴하게 올라오던 조그마한 골목 공방에서 그러한 물건을 만들었던 이복정 기술자에게 만약 제대로 된 환경과 보조가 주어진다면?
나는 그를 위해 최고의 공방과 단 섭씨 1도조차 오차를 내지 않는 화염의 정령들을 보조로 붙여줄 생각이었다. 일전에 사용했던 ‘윈체스터 777’조차 꽤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보여주었는데, 만약 제대로 된 총기류를 개발하기 시작한다면 그 가능성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솔직히, 이런 지원이 나로서는 참 고맙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단 말이지. 내 힘이 닿는 한 ‘에센스’ 에너지를 이용한 디스펜서 장비 개발에 최대한 지원해보도록 하겠네.”
“그럼 저야 고맙죠.”
아마도, 이복정에게는 선천적인 마법사의 재능이 있었을 것이다. 마력을 처음 보자마자 디스펜서에 접목시키는 그 기술력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다른 기술자들을 돕는다면 분명 에센스 디스펜서의 개발도 수월해질 것이다.
-형님, 이쪽 서류 정리 끝났습니다!
“어. 그래?”
이복정이 자신의 새로운 공방으로 돌아가고 난 뒤, 나는 사무실로 돌아왔다. 사무실에는 스물다섯의 정령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컴퓨터를 두드리거나 서류를 정리하거나 심지어는 커피를 홀짝이고 있었다.
정령들은 뭐든 빠르게 배운다. 심지어 수십에서 수백 살 먹은 정령들이라면 더더욱. 예카테리나가 업무의 무게에 짓눌려 죽어가는 와중, 장난스레 심부름을 시켰던 결과가 이렇게 될 줄이야.
“안 힘드냐?”
-그렇습니다!
“···그러시겠지. 넌 왜 처놀고 자빠졌어?”
-현장 지휘 감독을 하는 중입니다!
공중정원에는 모든 정령들을 지배하던 정령왕이 있었다. 본래는 최소 SS랭크 이상의 힘을 소유하고 있었을 그 정령은 자신의 생명력마저 다른 정령들에게 분배하고 있어서, 아직까지도 본래의 능력치를 되찾지 못한 상태라고 한다.
그 점이 꽤 기꺼웠고, 또한 그가 실제로 놀고 있는 게 아니라 ‘정신파 교류’를 통한 감독을 하고 있단 사실을 알고 있기에 더 나무라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는 정령왕에게는 나름대로 대우를 해주는 편이었다. 값비싼 원두커피를 대접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오오, 과연. 굉장하군요! 이게 바로 지구의 원두커피! 잠이 확 깨는 맛입니다!
“너는 잠 안 자잖아.”
-오늘은 밤을 새워도 될 것 같습니다!
“원래 밤새잖아.”
-사람마다 관점이 다 다른 법이군요. 좋은 걸 배웠습니다.
그는 활활 타오르는 불의 정령이자 얼음의 정령이었기에, 기본적으로 푸른색의 불꽃이 쉴새없이 타오르는 형태였다. 만약 그에게 얼굴이 있었다면 주먹을 한 대 날렸으리라. 주둥이가 어딘지를 알 수 없으니 때릴 곳을 찾는 데에도 영 대단한 수고를 들여야만 했다.
“내가 말을 말지.”
그래도 정령들 덕분에 월급도 굳었고, 일의 수고도 상당히 덜었다. 그들로서는 이성을 되찾아주고 공중정원의 수명을 연장시켜준 것으로 감사하다며 일을 하는 모양이었지만. 언젠가 공중정원에 생기가 완전히 돌기 시작하면, 또다른 정령이 태어날 수도 있다고 한다.
“이건 뭐야?”
-마님께서 애지중지하시는 갑옷입니다!
“아, 그랬나.”
나는 예카테리나의 책상 위에 올려져있던 검은색의 뭔가 굉장히 수상쩍은 갑옷을 바라보았다. 일전에 신혜지가 갖다줬다고 듣긴 했는데··· 도깨비의 물건이라나 뭐라나. 마법사인 예카테리나라면 어떻게든 처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갖다 놨더니 매일 몸에 붙들고 있단다.
자신의 몸에 맞지도 않는 갑옷을 꼭 껴안고 사무실을 뽈뽈거리며 돌아다닐 예카테리나를 생각하면 그것도 그것대로 귀여웠으나, 나로서는 영 웃길 뿐이다.
“창고에다가 가져다 놔.”
-알겠습니다 형님!
정령왕은 그리 씩씩하게 답한 뒤, 갑옷을 향해 손을 뻗었고.
-오? 오오? 제 몸이 갑옷으로 빨려들어갑니다! 오오!
“무, 뭐야?”
갑작스레, 정령왕의 푸른색 불꽃이 갑옷에게 스며 들어가 동화되더니, 그 마디마디 스며들기 시작하였다. 갑작스러운 광경에 내가 얼떨떨한 눈으로 뒷걸음질을 치자 화분이 말했다.
-정령···동기화···.
“정령 동기화? 그게 뭔데?”
-말 걸지마···.
“···아니, 네가 걸었잖아?”
요즘 따라 계속 졸리다며 잠만 자더니만, 갈수록 얘가 성격이 제멋대로다. 정령들은 원래 다 저런가?
그 동기화인지 뭔지가 끝난 정령왕은 갑옷의 크기에 맞춰, 덩치가 상당히 커졌다. 키가 190에서 200은 되는 것 같고 어깨가 아주 빵빵해졌다. 어깨빵하면 내가 질것 같다.
<해당 정령에게서··· 차원 결속이 느슨해졌음을 확인했습니다.>
‘그게 뭔 소리야?’
<정령들은 공중정원 외부로 나가지 못하잖습니까. 저 정령에게는 이제 해당 사항이 없다는 말입니다.>
‘뭐야, 진짜로?’
자신의 주먹을 움켜쥐며, 헬스인들이 흔히 취하는 포징을 하기 시작한 정령왕을 바라본다.
-음! 온몸에서 힘이 넘칩니다! 지금이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군요.
병신같은 성격은 여전하지만, 그는 실제로 대단한 힘을 갖추고 있었다. 지금은 비록 S랭크 수준이지만······. 원래의 힘을 되찾을 경우에는 SS랭크에 도달할 수도 있을 테니까. 그런 그가 외부로 나갈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은 즉.
‘···S랭크의 공짜 인력을 얻었다는 말이잖아?’
길드 내에 SS랭크의 테일러 나인과 화경의 하선영이 있어서 언뜻 S랭크가 별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대한민국 간판 헌터가 S랭크의 이준석이라는 점을 떠올려야 한다. SS랭크가 지구상에 60명도 안 되는 괴물들이라 그렇지, S랭크도 굉장히 대단하다는 것이다.
생각 외의 수확에 나는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당장 내가 데리고 다녀도 좋을 것이고, 외부에 나갈 일이 잦은 예카테리나의 호위로도 충분했다.
“좋아. 너는 지금부터 예카테리나 전용 보디가드다.”
*
그로부터 사흘이 지났다.
공중정원에 남아도는 건물 한 채를 통째로 개조하여, 기술자들의 공방으로 개조를 하고있었으며(대부분 기업에서 후원을 해주었다) 수십 명의 엘리트 기술자들과 헌팅 서포터들이 50인의 검술 사범들에게 최소 1등급의 신 기술을 적용해보는 등의 여러 가지 실험을 하는 와중, 군인이 찾아왔다.
베레모에 반짝이는 스타 하나를 달고있는 그 군인의 이름은 류경수. 아직 40대라는 젊은 나이인 것으로 보아, 그의 초능력 랭크가 S임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이제 별을 달기 위해서는 정치적인 능력에 더해 실질적인 전투력을 갖추고 있어야만 했으니까.
“만나서 반갑습니다, 유서담 헌터. 듣기로는 16년차 헌터에, 올해로 서른이라고 들었는데 외견은 거의 20대 초중반이라 놀랐습니다.”
“그러는 류경수 준장님도 정정하시잖습니까. 저와 동갑내기로 보입니다.”
S랭크에 도달한 인간은 그 나이를 역으로 주행하기 시작한다. 하선영처럼 수십 년의 세월을 살고도 20대 초반에서, 마음만 먹으면 10대처럼 꾸밀 수 있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럭저럭 동안처럼 보일 수는 있다는 의미.
류경수는 허공을 날아다니는 자그마한 불꽃들이 커피를 타주거나 다과를 가져오는 게 썩 신기한 모양이었지만 티를 내지는 않았다.
일전에 ‘백색 마녀의 도서관’을 인테리어 했을 때부터 알아보았지만, 예카테리나는 자신만의 공간을 꾸미는 것을 좋아했다. 그리하여 어나더 리그의 길드 사무소 역시 마법으로 꾸며져 있었는데, 솔직히 나도 도대체 무슨 원리로 작동하는 건지 알 수 없는 것들이 사방에 한가득이었다.
자동으로 접혀서 바닥으로 들어갔다가 다른 형태로 솟아나오는 소파라던가, 스스로 공중부양을 해서 다가오는 주전자라던가, 허공에서 형태가 변화하는 샹들리에라던가, 시시각각 외부를 다른 스크린으로 비추는 창문이라던가.
···솔직히 내가 보기에도 완전 신기했는데 익숙한 척 하느라 상당히 애를 먹는 중이었다.
‘근데 생각해보니 도서관이나 사무소나 둘 다 내 공간인데······.’
죄다 예카테리나 향기로 채워진 공간들을 생각하니, 어쩐지 주객전도를 당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 본론부터 들어가도록 하지요. 유서담 헌터, ‘무림맹의 군사’로서 한국 정부의 의뢰를 하나만 받아주실 수 있습니까?”
“···군사로서,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헌터로서가 아니라, 군사로서. 이 의뢰는 무림맹에게 직접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내용을 들어보겠습니다.”
“한국에······. 무림인이 잠입했습니다.”
“무림인? 맹주께서 철저히 무림맹 소속 무림인들의 동향을 낱낱이 파악하고 있는 바···. ‘잠입’이라는 단어는 옳지 않습니다.”
“무림맹 소속이 아닙니다.”
류경수는 침음을 흘리더니 말했다.
“무림맹에 소속되지 않은, 무림인입니다.”
“······.”
그 말에, 나는 표정을 서서히 굳혔다.
무림맹에 속하지 않은 무림인. 그 말이 의미하는 바를 모르지 않기 때문이었다.
“빌런 무림인들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예.”
무림인들이 지구로 되돌아온 지도 벌써 4년을 넘어서 5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5년 사이, 꽤 많은 무림인들이 현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날뛰었다. 당연하지만 대부분···, 수치적으로 따져서 90% 이상의 사건은 ‘지존’이 직접 나서서 해결하였고 금제를 어기고서 사고를 친 무림인은 그 자리에서 즉결처형하였다.
하지만 ‘지존’도 완벽하지 않았고, 모든 사건을 막을 수는 없었다.
달마지존이 활동하지 않는 시간. 그러한 공백 사이에 사고를 친 무림인들은 아직까지도 잡지 못하였다. 내공을 운용하지 않을 때는 금제를 건 장본인인 지존조차 그들의 위치를 파악할 수 없던 이유에서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무림회향회(武林懷鄕會)’라는 단체명을 붙이고서는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무림인들 이라는 뜻이군요.”
과거, 달마 지존은 ‘금제’를 걸어두었다. 하지만 피가 들끓던 무림인들은 가만히 당해주는 척, 그 분노를 삭혔다. 그리고 본능보다 이성이 앞서던 몇몇 무림인들은 최대한 본능을 숨죽이고서 아예 집단을 형성하였다. 그렇게 그동안 한참이나 숨죽이고 있다가, 한꺼번에 금제 당한 분노를 제대로 폭발시켰던 것이다.
실제로 활동을 개시한 직후 자그마한 나라 하나를 통째로 멸망시키거나 테러리스트 집단을 도와서 혁명에 가담하기까지 하는 등 어마어마한 일들을 벌이고서는 사라졌다.
뉴스에조차 잘 나오지 않았던 이야기들.
그래서, 평소에는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
대부분은 지존이 해결했으나, 그러지 못했던 정말 극소수의 사건들.
나는 그 이유를 안다.
금제를 걸어두었던 달마지존에게도, ‘일상’이라는 게 있었다. 그리고 그 일상을 지키는 도중에 하필 무림인들이 날뛸 경우에는 잡을 수가 없던 것이다.
“최근, 뉴스 보셨습니까?”
“아···. 중국에서 무공의 소유권을 주장했더라죠.”
“예. 언뜻 근거가 없어 보이지만, 무림맹에 소속되지 않은 이들이 죄다 중국으로 몰려가서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류경수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한숨을 내쉬었다.
신 무림맹에 가입하지 않은 무림인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무공 그 자체에 PTSD가 생겨 사용하기를 꺼려하는 자, 무공을 거의 익히지 않고서 귀환한 자를 포함하여······.
무림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자, 그리고 무림의 법칙대로 힘으로 모든 것을 지배할 수 있는 세상을 원하는 자들이 바로 그러했다.
한쪽은 무림에 두고 온 것이 너무 많아서, 그리고 한쪽은 지구에 적응하지 못한 탓에 그러했다. 이전까지는 그들을 잘 어르고 달래는 팀이 따로 있었으나, 이제는 그러지도 못하게 되었다. 아예 그들마저도 빌런 무림 연합에 가담하여, 중국으로 붙어버린 것.
그 수가 가히 몇백 명은 될 것이니, 중국의 어깨가 올라간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결국 그래봐야, 현경의 고수인 연이 누님이 맹주로 있는데···. 소유권 주장에 의미가 있나?’
심지어 신 무림맹주 설중연은 전 세계적으로 강력한 지지를 받기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미국 대통령과 협상을 하기도 했다. 비록 삼천 명밖에 안 되는 작은 숫자이지만 무림맹의 힘을 더욱 견고하게 굳혀나가고 있다는 의미.
그런 와중에 굳이 억지로 소유권을 주장하는 이유와 근거는 대체 뭐란 말인가?
“예. 그 부분을 저희가 알 수 없어서, 의뢰를 드리는 겁니다. 중국에서 뭘 믿고 그리 당당하게 굴 수 있는지. 아무리 덩치 큰 족속들이라지만, 무대포로 우겨봐야 할 수 있는 건 없지 않겠습니까?”
“그렇죠.”
“거기에 더해··· 한국으로 잠입한 무림인 세 명을 붙잡아주셨으면 좋겠군요.”
“음.”
무림맹의 일이니, 무림맹의 군사인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꽤 옳은 일이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내공을 사용하지 않고서 잠적해버리면, 제아무리 달마지존이라도 그 행방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거기에 나는 탐색이랑은 영 거리가 먼 능력을 소유하고 있었으니······.
“일단은, 받아들이겠습니다. 맹주님께 말씀을 드려봐야겠군요.”
“감사합니다. 이 일은 비밀리에 진행해주시기 바랍니다.”
“예. 칼 찬 초인들이 길거리를 배회한다면 민간인들이 기겁하겠죠.”
류경수는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돌아갔고, 나 역시 꽤 뻣뻣해진 뺨을 어루만졌다.
‘무슨 이유로 한국에 무림인들이 잠입한 거지?’
그리고, 대체 어떻게 무림인들을 잡는단 말인가?
< 무림회향회(武林懷鄕會)(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