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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주인공은 살인이다-100화 (100/251)

< 차원 유랑자 그녀, 아라셀리(2) >

명예와 전사의 도시, ‘다르티콘’.

“오··· 엄청 멋있는 도시네요.”

“그렇지.”

아라셀리는 활짝 미소 띤 얼굴로 도시를 돌아다녔다. 새하얀 타일로 포장된 도로, 알록달록한 색으로 예쁘게 칠해진 거리, 거리에는 전사들의 결투를 구경하기 위해 찾아온 관광객으로 가득했으며 그런 관광객을 노리고 호객 행위를 하는 상인들로 인해 활기가 넘쳤다.

“도시는 처음 오는 거야?”

“아뇨? 저 완전 도시 사람인데요?”

“···그냥 도시 사람도 아니고 완전 도시 사람은 뭐야?”

파시오스는 반짝이는 푸른색 눈동자에 도시를 담는 아라셀리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고작 10대 중반밖에 안 되어 보이는 신체와는 달리, 저 눈동자에는 수십 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온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그녀는 거리를 활보하며 노점상에서 파는 꼬치나 과자 등에 눈독을 들였는데, 방금까지 어른스럽다고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별개로 어쩐지 여동생을 보는 것 같은 귀여운 느낌이 들어 레두룬은 군것질거리를 한가득 사주었다.

그러자 아라셀리는 전부 먹을 수 있을지도 의문인 어마어마한 양의 군것질거리를 양손에 들고 우걱우걱 먹기 시작했다.

레두룬이나 파시오스는 모르겠지만, 아라셀리는 간만에 아주 큰 행복을 누리고 있었다. 음식다운 음식이라고는 제대로 먹질 못하는 인생을 살아오던 그녀에게 혀를 자극하는 군것질거리는 아주 천상의 음식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러던 와중, 행상인 한 명이 떡꼬치를 주문하는 아라셀리에게 물었다.

“음? 학생. 그 거적데기는 안 답답하나? 이렇게 더운 날씨에······.”

“옷이 없어서요.”

“저런, 쯧쯔······.”

아라셀리가 별 생각 없이 말하자 사방에서 안쓰럽다는 눈빛이 쏟아졌고, 그것을 보다 못한 레두룬은 내친김에 옷까지 한 벌 뽑아주었다.

“나중에 성공해서 갚을게요!”

과연 언제 성공할지는 의문이지만.

“정말 좋은 도시네요. 사람들도 많구요.”

“그치? 예전에는 더 많았어.”

“지금보다요?”

“응. 올해부터는 영 아니지만.”

“왜요?”

“뭐, 어쩔 수 없지. 플레이어가 도시의 ‘시장’직을 차지한 뒤로 법이 이상해졌거든.”

다르티콘은 동부 마로돈 제국의 도시 중에서도 가장 문화적으로 번화했다고 볼 수 있겠다. 사실 이곳은 문화와는 거리가 먼 야만인, 즉 ‘전사’들의 도시였지만 언제든 세월이 흐름에 따라 바뀌는 법이 아니겠는가?

도시 다르티콘의 지배자(시장)은 그해에 가장 강한 전사가 되는 것이 룰이었으며, 거기에는 마로돈 제국 또한 터치를 하지 않는다.

강함을 추구하고, 명예를 아는 자가 다르티콘을 대대로 지켜오는 것이 바로 이 도시의 역사였으며 여태껏 단 한 번도 문제가 발생한 적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올해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어지간해서 다르티콘의 챔피언을 따내고, 시장이 될 정도라면 그 강함과 함께 따라오는 ‘깨달음’ 덕분에 현명한 눈을 갖게 되거늘 플레이어에게는 그런 것이 전혀 없는 것이다.

그저 3년이 채 되지 않는 사이에 갑작스레 강력한 힘을 얻은 플레이어는 오만했고, 가장 강한 도시의 시장이 되었다는 자만심으로 서서히 이상한 정책을 펼치기 시작한 것. 그래서 매년 사람이 붐비던 이 도시도 올해에는 이상하리만치 썰렁했고 거리를 오가는 대부분의 사람은 플레이어 뿐이었다.

“명예의 도시 다르티콘마저도 이세계인이 먹어버리다니. 나로서는 착잡할 따름이야.”

언제나 싱글벙글 미소를 짓는 레두룬조차 이번에는 기분이 결코 좋지 않았는지, 착잡한 표정이었다.

레두룬의 이야기를 듣고서, 아라셀리는 ‘플레이어’에 대해 다시 한번 상기하였다.

‘단순히 몬스터를 때려잡는 행위만으로도 빠르게 강한 힘을 얻을 수 있는 자들······.’

자신이 9써클이라는 위대한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 얼마나 뼈와 살을 깎는 노력을 했던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깨달음을 얻었던가. 그런데 만약, 그런 ‘깨달음’조차 없이 무작정 빠른 시일 내에 강한 힘을 얻은 자들이 이 대륙에 즐비한다면······.

‘······좋은 도시야. 좋은 사람도 많고. 하지만, 나는 이런 세계에서 살고 싶지 않아.’

하루라도 빨리 목적을 달성하고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한 아라셀리는 뒤돌아서 레두룬과 파시오스에게 말했다.

“저, 사실 찾아야 할 사람이 있어요.”

“응? 찾을 사람? 누군데? 부모님? 친구? 가족? 동생? 오빠? 언니? 아니면···.”

“시끄럽다, 레두룬. 누굴 찾고 있지?”

“아, 그게······. ‘유서담’이라고. 혹시 알고 계시나요?”

그러자.

레두룬과 파시오스 둘 다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다.

“알지. 하지만 찾고 싶어도 못 찾을 거다.”

“무슨 소리에요?”

“너 말고도 그 남자를 찾는 사람은 널려있거든.”

그러면서, 사람들이 모여있는 벽보를 가리키며 말했다.

“가봐. 저기에 그 사람의 소식이 걸려있다.”

“정말요? 어디······.”

전혀 기대하지 않았건만, 예상외의 반응이 돌아오자 아라셀리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파시오스가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았고.

[WANTED]

[연쇄 살인 ★★★★★]

[플레이어 유서담]

[Dead Or Alive]

[1,000,000 G]

···거기에는, 극악무도의 범죄자만이 받는다는 5성급의 현상 수배에 걸린 유서담의 사진이 떡하니 있었다.

“어···?”

결코 동명이인이 아니었다.

저 얼굴, 저 콧대, 저 얄밉지만 해맑은 미소, 저 맑은 눈동자, 저 꿍꿍이를 감춘 듯한 입술까지.

어떻게 잊겠는가. 수십 년의 세월을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잊지 않았던 바로 그 사내였는데.

“어째서······.”

그녀는 천천히 벽에 붙은 현상 수배지에 다가갔다.

“네가 찾는 그 사람이 맞나?”

파시오스가 묻자, 아라셀리는 고개를 멍하니 끄덕였다.

“플레이어 전문 킬러인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저 남자도 상당히 극악무도한 연쇄 살인마다. 이 도시, 다르티콘에서도 원로회를 모조리 죽인 죄로 주목을 받고 있지.”

범죄 항목을 읽어본다.

암살, 암살, 살해, 암살 등.

그리고 그 피해자의 대부분은 귀족이거나 정치인이거나 상인이거나, 하여튼 중요 인사였다. 대륙 전체에 현상 수배서가 흩뿌려진 건 당연한 일.

파시오스는 수십 장이나 걸려있는 유서담의 현상 수배서 중에서 한 장을 거칠게 뜯어낸 뒤 말했다.

“그래서, 내가 죽여야만 하는 놈이기도 하지.”

“네, 네에?”

흑기사 길드의 파시오스라고 하면, 어지간해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

최초로 레전더리 등급의 무기를 7강까지 강화한 플레이어이자, 최초로 200레벨을 달성한 랭커였으며, 현재는 길드를 탈퇴하고서 솔로로 활동을 하며 PK(플레이어 킬)을 일삼는 아주 악질적인 플레이어였으니까.

최고의 플레이어라 불리던 파시오스의 타락!

그러나, 거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플레이어가 설치고 다니면, 결국 이런 꼴이 된다는 거다. 강한 힘에 취해서 경거망동하게 되지. 플레이어에게는 제약이 필요해. 자신들의 힘을 남용할 수 없도록 브레이크를 밟아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 역할을, 파시오스 씨가 하겠다는 뜻인가요?”

“그래. 유서담은 이미 선을 단단히 넘었다. 활동을 시작한 지 고작 한 달 만에 수많은 현지인들의 반감을 사고 있어.”

어쩐지 기분이 참담해진 아라셀리는 축 늘어진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걱정은 마라. 저놈은 아직 2순위일 뿐이니까.”

“네?”

“맞아. 파시오스가 제일 죽이고 싶어하는 친구는 따로 있거든. 페루티우스라고······. 운이 기똥차게 좋은 플레이어가 있지. 장차 이 세계를 혼란에 빠뜨릴 거라나 뭐라나. 뭐, 나도 딱히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다만. 플레이어에게 직장을 빼앗기고 나서 원한이 아주아주 깊거든! 하하, 사실 백수가 된 이후로 자유로워져서 좋은 점도 있지만.”

거기까지 듣자, 아라셀리는 뭔가, 뭔가 위화감을 느꼈다.

그녀는 여태 수많은 차원을 다녀왔으며, 유서담이 거쳐간 발자취를 뒤늦게 쫓아 많은 것을 보고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유서담은 자신이 거쳐간 모든 차원에서 ‘세계의 사랑을 받는’ 아주 특별한 이들을 사냥하여 그 세상의 밸런스를 맞추고는 했다.

‘혹시······.’

아라셀리는 레두룬에게 재차 물었고.

“페루티우스라는 플레이어에 대해 더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아, 그 친구 말이지······.”

이윽고 모든 설명을 들은 아라셀리는 확신할 수 있었다.

‘틀림없어. 교수님은 페루티우스를 노리고 있어.’

*

그날 저녁, 아라셀리는 파시오스와 레두룬을 이끌고서 유서담이 다녀갔다는 사건 현장으로 향했다. 벌써 일주일도 더 전에 벌어진 사건인 데다가 어째서인지 제국에서 파견 나온 조사대가 쉬쉬하며 넘겨버려서 아무것도 알 수 있는 건 없었지만 결국 중요한 건 ‘플레이어가 제국의 귀족을 죽였다’라는 점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무고한 귀족을 살해한 혐의로, 플레이어라는 존재가 반감을 사고있다.

하지만.

그들이 사실 무고한 귀족이 아니었다면?

‘틀림없어. 내가 여태 쫓으며 알아왔던 교수님이라면, 결코 무고한 사람을 죽이지 않아.’

그래서, 아라셀리는 파시오스와 레두룬의 도움을 받고자 유서담의 결백함을 증명해보이기 위해 얼마 남지 않은 마력을 사용해가며 디르티콘의 내성에 잠입을 하였다.

“···대단하군. 대체 무슨 마법이지?”

“난, 이런 건 처음 봐···. 단순 ‘투명화’ 마법과는 차원이 다른데······.”

파시오스와 페두룬은 뻣뻣한 표정으로 자신들의 몸을 두르고 있는 반투명한 막을 바라보았다. 마법으로 몸을 숨기는 것 정도는 3써클의 ‘인지 저하’ 마법이나 4써클의 ‘광역 인지 해제’ 그리고 6써클의 ‘투명화’ 마법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이건 결코 인지를 저하한다거나 몸을 투명하게 만드는 수준이 아니었다.

마치, ‘다른 왜곡된 차원’ 속으로 빠져들어 걷는 것만 같은 이 마법은 최소한 7써클의 마법사인 레두룬조차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최상위 티어의 마법이었다.

바로 옆으로 소드 엑스퍼트급의 경비대가 지나간다. 하지만, 그 앞에서 손을 흔들고 펄쩍 뛰고 소리를 질러도 경비대는 그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이쪽이에요.”

눈을 감고 양손을 모아 내성 곳곳에 마력을 세심하게 흘려보내 내부 구조를 전부 꿰뚫어 본 그녀는 두 사내를 안내했다. 그녀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회복되지 않는 마력을 억지로 사용해서 그런 모양. 오전에 레두룬이 사주었던 흰색의 블라우스가 축축하게 젖어가고 있었지만 아라셀리는 애써 마법을 유지하였다.

‘교수님에게는 도움이 필요해.’

그러나 회복되지 않는 마력량과 연약하고 어린 몸뚱이로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만약, 과거 흑기사의 마스터이자 최고레벨의 플레이어인 파시오스와 한때 수석 마법사였던 레두룬의 도움이 있다면.

‘내가 도와드릴 수 있어.’

자신이 이 세계에 도착하자마자 이들을 만난 것은, 분명히 운명적인 엮임일 것이다. 아라셀리는 그렇게 생각했고.

[클리셰가 흘러갑니다.]

그것은 꽤, 정확한 판단이었다.

끼이익···쿵!

마법으로 가로막혀있던 육중한 철문이 열리며 스산한 내부가 드러났다. 레두룬은 즉시 코를 틀어막았고, 파시오스는 눈살을 찌푸렸으나 아라셀리는 아무렇지도 않는 듯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미친······. 이게 다 뭐야···?”

“지하에 이런 공간이 있었다니···.”

온 사방이 피투성이였다. 여기저기 널려있는 썩지 못한 시체와 붉은 살점, 그리고 검붉은색의 마법진.

레두룬은 마법으로 불길을 일으켜 시체를 모조리 소각하였다. 안타깝지만, 이들의 시체는 정상적인 장례를 치러줄 수 없었으니까. 왜냐하면······.

“···썩지 않는 시체. 검붉은 마법진. 어느 세계에서나 항상 통용되는 규칙에 따르면, 이건 ‘흑마법’이겠네요.”

마로돈 제국 황제의 가호를 받는 전사들의 도시 디르티콘, 그 중심에 있는 원로회가 머무는 내성 지하에서 흑마법이 발견되었다. 그리고 그 흑마법의 원천은 ‘흑룡왕’. 즉, 유서담이 죽인 원로회는 사실 인류의 숙적에게 달라붙은 배신자들이라는 말이 되겠다.

“결국, 죽일만한 놈들을 죽였다는 말이군.”

파시오스의 말에 레두룬은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그럼···. 이 사실을 밝히기만 하면 영웅이 될 수도 있는 거잖아. 그런데 왜 그러질 않지? 다른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거 아니야?”

분명 그의 의문은 타당했기에 파시오스 또한 여전히 겸연쩍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에, 아라셀리가 말했다.

“파시오스 씨. 당신은 플레이어들이 이 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제약이 필요하다고 하셨죠.”

“그래.”

“그런 생각을 한 사람이 당신뿐만이 아니라면, 어떨까요?”

“뭐?”

여태 그런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모든 플레이어는 결국 쉽고 빠르게 얻은 자신의 힘에 심취해서 폭주를 할뿐이었으니까.

“당신이라는 예외가 있듯, 유서담이라는 예외도 있는 거예요. 파시오스 씨는 일부러 플레이어들을 죽이고 다니면서, 스스로 공포의 존재가 되어 그들을 제약하려고 했었죠?”

단순하지만 확실한 방법.

분명 플레이어들은 파시오스를 두려워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제 생각에, 당신은 머지않아 페루티우스에게 죽음을 맞이할 거예요.”

그것은 여태 수많은 세상의 수많은 ‘에피소드’를 간접적으로 경험해왔던 아라셀리의 직감. 비록 세계의 개연성이나 클리셰, 에피소드와 주인공의 존재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그녀였으나 차원과 차원을 건너다니며 9써클 대마법사의 통찰안이 세상의 본질을 꿰뚫기 시작한 것이다.

“플레이어를 사냥하는 플레이어. 당신은 결국 개인일 뿐이고, 오히려 플레이어들을 연합하도록 만들겠죠.”

아라셀리는 흑마법의 희생양이 된 처참한 시체들을 안쓰러운 눈으로 힐끗 쳐다본 뒤 말을 이었다.

“유서담 교수님은 아마 거기까지 생각했을 거예요. 그래서 다른 방법을 택했죠. ···이를테면, 플레이어의 위험성을 만천하에 드러내어 일부러 반감을 사게 만든다거나.”

지금은 아직 아는 사람이 드문, 훗날 플레이어가 강력한 힘을 보유하게 되었을 때 벌어질 일을 미리 보여준다거나.

“허, 그래서 사회에 암약해있는 곰팡이 같은 놈들을 골라서 죽이되 그 비밀을 드러내지 않고서 일부러 스스로 욕을 먹고 있다는 거야?”

파시오스와 레두룬은 그런 유서담의 생각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애초에 그런 생각을 하더라도 그것을 이렇게 실천한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았다. 자신의 인생을 희생해가면서까지,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단 말인가?

“···생각보다 거물이었군.”

“만약 정말이라면···. 이대로 가만히 두기에는 아까운 인물이야.”

아마 유서담은 암살을 멈추지 않을 것이고, 온 세상의 욕이란 욕은 바가지로 얻어먹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는 스스로를 희생하여 악질 플레이어와 함께 자멸할 것이고, 선한 플레이어들이 이 세상에 자연히 동화되어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 것이다.

······라고. 그들은 생각했다.

‘사실 교수님이 정말로 스스로를 희생할 리는 없지만······.’

어쩐지 유서담의 얄미우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그 행실이 떠오른 아라셀리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이제, 진짜로 만날 수 있어.’

이내 파시오스와 레두룬은 고민을 끝내고서 결정을 내렸다.

“마침 상황에 딱 맞는 플레이어 집단을 내가 잘 알고 있다. 다음 유서담의 행선지로 데려가도록 하지.”

“···나는 황녀님께 연락을 드려야겠어. 염치는 없지만, 대륙의 미래를 위하는 일에 낯짝을 구기는 정도는 어려운 일도 아니지.”

“정말 고마워요!”

그들의 긍정적인 결정에 그녀가 환한 미소를 짓자, 진정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레두룬이 물었다.

“그런데···. 너는 어째서 이렇게까지 해가며 그 남자를 도우려는 거야?”

그에, 아라셀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교수님이 보고 싶어서요.”

< 차원 유랑자 그녀, 아라셀리(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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