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SS급 운빨로 먹고사는 플레이어(4) [수정] >
“드디어······!”
내 두손에 들려있는 순백색의 새하얀 부츠.
마치 알루미늄 혹은 스뎅 재질처럼 보이지만, 사실 하늘에서 내려온 금속을 이용해 만들었다는 설정의 신발이었다.
신어도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으며, 방어력 또한 굉장히 높은 데다가 특수 효과까지 있는, 다름아닌 ‘히어로’ 등급의 아이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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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갈망하는 ‘바람의 발걸음’의 염원 +5>
등급: 히어로
*제한
근력 100↑
민첩 150↑
마력 90↑
*효과
물리 방어력 +155BP
마법 방어력 +135BP
바람 속성 대항력 +85
바람 속성 효율 +70
*접두 부여 옵션
하늘을 갈망하는: 순간적으로 바람을 분사하여, 강하게 도약한다.
*접미 부여 옵션
염원: 접두의 옵션을 한 단계 강화한다.
*특수 스킬
바람의 도약: 바람의 발판을 생성한다.
(1회 사용할 경우, 반드시 바닥에 발을 딛어야 재사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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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에게 업혀다닌지도 어언 2달 째.
그동안 수많은 아이템을 공급받았으나, 대부분은 뭔가가 살짝씩 아쉬운 것들이었다. 지구로 들고 돌아가기도 참 애매모호하고, 옵션이 분명 좋은데 더 좋은 걸 구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와중, 드디어 나에게도 히어로 등급의 신발이 주어진 것!
물론 페루티우스의 레전더리 등급 신발 <전설 속에 잠들었던 ‘신의 첫걸음’의 기적 +8>에 비해 한참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으나, 애초에 나는 레전더리 등급을 가지고 돌아갈 수도 없을 뿐더러 극한의 운빨 영역인 6강 이상 강화가 된 아이템을 지구로 가져갈 경우 개연성이 극소량이지만 쌓일 위험이 있다고 한다.
어차피 먹지도 못할 떡, 부럽지도 않다. 나는 지금 내 신발이 페루티우스의 신발보다 훨씬 더 소중하게 느껴졌으니까.
‘으흐흐······.’
웃음이 절로 새어나오는 걸 틀어막는다.
이 신발은 정말 나만을 위해 존재한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스킬 ‘달마풍천신법(SS+)’과 안성맞춤이었다. 그간 이 스킬의 효과를 받아 강풍이 불 경우에는 공중에서 어느 정도 기동하는 것도 가능했으나, 그건 진짜 재앙급의 어마어마한 강풍이 불 때만이다.
평상시에는 그저 바람을 타고 빠르게 질주하는 평범한 보법이라는 의미.
하지만 이 아이템을 사용할 경우 공중에서 단 한 번이지만 허공을 딛고 강하게 도약할 수 있다. 게다가 바닥을 밟을 때마다 쿨타임이 초기화되니, 여태 조건적이고 느릿느릿했던 ‘매그네틱 그래플링 건’이 아니고서야 기동이 불가능했던 내게도 공중기동이 가능해졌단 말이다!
정식으로 무공을 배우지 않아 하늘을 날아오르는 ‘천상비’의 경지에 결코 도달할 수 없는 내게는 그야말로 딱 안성맞춤이었다.
게다가, 그건 부가적인 옵션일 뿐 진짜는 따로있다.
바로 장벽 게이지(BP)였다.
이 세계의 플레이어들은 BP라는 게이지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공격을 받아 이것이 동날 경우 평범한 일반인의 신체가 그대로 노출되어 사망에 이르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장비나 스킬의 도움을 받아 BP를 올려야만 했기에 방어구가 비싸고 희귀한 것은 당연한 사실.
물론 나는 기본적인 신체 능력이 플레이어들보단 월등히 높아서 BP가 까인다고 픽 죽거나 하지는 않지만, ‘에테르 코팅’과 마찬가지로 BP는 내게 추가적인 방어력이 되었다.
비록 신발이라 그 방어력의 수치가 3등급의 에테르 슈트밖에는 되지 않지만 달리 말하자면, 고작 신발에 3등급 에테르 슈트의 방어력이 붙어있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아직은 민첩이 낮아서 착용할 수 없지만······.’
바람의 발걸음을 인벤토리에 고이 모셔두자, 어쩐지 마음마저도 든든해진 느낌이다.
그 외에도 <빛나는 에쉬탕카의 팔목 보호대>나 <물빛 호수가 잠든 목걸이> 등의 에픽 등급의 악세서리를 추가적으로 얻었으니, 이쪽 세계에 와서 아이템 파밍을 아주 성공적으로 끝마쳤다고 봐도 좋았다.
무기와 슈트를 구하지 못한 건 아쉬웠지만, 솔직히 이대로 돌아가도 딱히 상관은 없을 것 같다.
물론, 그러려면 주인공을 사냥해야겠지만 말이다.
이제 슬슬 주인공과 함께 한지도 두 달째. 그러나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정확한 약점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큰 '이벤트'를 기다려야만 했으니까.
*
이런 경우는 정말 흔치 않았다.
페루티우스는 걸림돌이 전혀 없이 쭉쭉 일취월창하고 있었고, 오지를 탐험하여 간혹 ‘흑룡왕’의 간부들을 만나더라도 충분히 처치할 수 있는 수준이었기에 위기를 겪을 일은 없었다.
[에피소드 ‘검은 꽃 샤이란이 피어올린 죽음의 화원!(4)’이 종료되었습니다.]
지금도 흑룡왕의 부하라며 어느 마을을 점령하고 있던 악당 간부를 페루티우스가 성공적으로 해치우지 않았는가?
운빨과 강력한 무기, 초희귀 스킬과 레전드 클래스를 보유하고 있는 주인공의 앞을 가로막을 것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오늘은 카메룬 성채에서 하룻밤을 묵읍시다.”
샤이란을 쓰러뜨린 다음날, 늦은 저녁.
페루티우스의 말과 함께 우리는 카메룬 성채에 입성했다.
이곳은 몬스터들과의 전투에서 최전선에 서있는 성채였기에 원주민들에게는 지옥이라고 불릴 정도라고 했으나 플레이어들에게는 이만한 사냥터가 없는 모양이었다.
‘온통 플레이어들 뿐이네······.’
<원주민이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어쩐지 분위기가 질척하고 어둑한 카메룬 성채. 사실, 이런 분위기의 도시는 지구에도 몇몇 존재했다. 몬스터에게 잠식되어 매일매일이 전쟁인 오지가 특히 그렇다.
나는 그런 지역을 자주 돌아다니며 사냥을 하는 편이었고, 죽어가는 노인들과 굶어서 빼빼 마른 기아, 젖이 나오지 않아 울부짖는 홀어미 등 가슴 아픈 참상을 꽤 많이 보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카메룬 성채에는 그런 사람들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죄다 플레이어, 플레이어, 플레이어, 플레이어.
온통 플레이어 뿐이었다.
‘뭔가······.’
그렇게 거리를 살피며 걷던 우리는 마침내 내성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거대한 성문 전방에 꽂혀있는 수십 개의 창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창의 꼭대기에 꽂혀있는 수십 개의 ‘머리’를.
“······저건 또 뭐야?”
그것은 인간의 머리였다. 틀림없이도. 너무나도 잔혹한 이 풍경 속에서, 위화감을 느낀 자는 오로지 나뿐이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걸어가는 용사 일행을 붙잡는다.
“용사님. 저게, 대체 뭡니까?”
내가 손가락으로 창에 꽂힌 머리들을 가리키자 페루티우스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답했다.
“그, 있지 않습니까. ‘플레이어 배척자’들이요. 저희가 이세계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배척하는 이들입니다.”
“······그렇습니까?”
“저 가운데 머리, 저 사람이 원래는 이 성채의 성주였다고 하더군요. 여긴 플레이어들이 활동하기에 좋은 곳이고, 그래서 플레이어들이 서서히 모여들기 시작했는데 어째선지 성주가 플레이어들의 출입을 거부했다고 합니다.”
그제야 나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카메룬 성채는 몬스터가 득시글대는, 이른바 ‘꿀사냥터’였다. 그런데 성주가 플레이어들의 출입을 거부한다? 과연 그들이 가만히 있었을까?
“성주는 강했습니다. 뭐, 태어나서부터 전쟁을 했다는 노장이니 당연한 것이겠지요. 하지만 막바지에 악마들에게 함락당할 뻔했고 플레이어들이 구했습니다. 그리고 성주와 일가족은 플레이어를 배척한 대가로 저런 꼴이 됐구요. 안타깝게 됐습니다. 어째서 저희를 배척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플레이어는 세계를 구할 영웅인데 말이죠.”
“······.”
왜 배척하긴.
너희가 그 결과를 직접 보여주지 않았나?
카메룬 성주는 진작 플레이어들이 성채를 점령하리란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선견지명이 너무 좋은 대가로, 그리고 플레이어들의 성장력이 어마무시하단 사실을 모른 대가로 저런 꼴이 되어버렸다.
조상 대대로 일평생 카메룬 성채에서 전쟁만을 위해 살아왔던 성주는, 당시 이세계로 건너온지 고작 1년밖에 되지 않은 플레이어들에 의해 그렇게 몰살을 당해버린 것이다.
성채의 거주민들은 모조리 쫓겨났고, 그렇게 이곳은 플레이어들의 명소가 되었다.
페루티우스의 말을 듣고서 가만히 목이 매달린 시체들을 바라보던 나는, 문득 그 앞에 서있는 누군가를 발견하였다. 후드를 뒤집어 쓰고 있어서 얼굴은 자세히 볼 수 없었으나 어쩐지 흐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차회 에피소드의 클리셰가 감지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카메룬 성채에 악마떼가 습격하였다.
[에피소드 ‘카메룬 성채를 위하여(1)’가 시작되었습니다.]
*
붉게 물든 하늘 아래, 대지는 피에 젖은 채 마를 날이 없었고 지천에 널린 시체는 까마귀의 한 끼 식사조차 되지도 못한 채 서서히 잊혀, 고이 잠들지도 못하게 되었다.
흑룡왕 카르카제딘, 그는 벌써 수백 년이나 살아온 대악마로서 플레이딘 대륙을 정복하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고 전해져 왔다.
‘마이엘 카메룬’이 악마가 될 수 있던 이유도 바로 카르카제딘의 그런 성향 때문일 것이다.
본디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을 위해 악마를 적대했던 그녀는 1년 전 어느 날, 플레이어들에 의해 일가족이 몰살당하게 되었다.
우스운 일이었다.
평생을 인간을 지키기 위해 악마와 싸워왔고, 그에 신념을 가지고 살아왔거늘 플레이어라는 존재들은 고작 1년 사이에 10년 넘게 수련한 자신보다 강해졌으며 심지어 집단을 형성하여 성주를 끌어낼 정도가 된 게 아니겠는가?
여태 수련해온 이유가 무엇이던가.
피땀 흘려가며 고통받았던 이유가, 대체 뭐냔 말이다.
그녀는 복수를 다짐했다. 성채에서 홀로 살아난 이후에도 끊임없이 자신을 학대하고 단련하였으며 수많은 피와 땀을 쏟아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플레이어들과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기만 할 뿐이었다. 자신이 10만큼 성장하면, 플레이어는 100만큼 성장한다. 심지어 그들은 ‘아이템’과 ‘강화’ 시스템을 이용하여 압도적인 장비 수준을 보여줬으며 자신이 평생을 연습해왔던 검술 초식조차 ‘스킬 습득’ 한 번에 곧바로 구현해냈다.
나락으로 추락하는 기분이었다.
어째서 신은 저런 불합리한 존재들을 이 세상에 내려보내셨는가.
그러나 그런 밑도 끝도 없는 절망감조차도 활활 불타오르는 복수심을 이기지 못했고, 결국 마이엘 카메룬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흑룡왕에게 영혼을 바쳐서, 악마의 힘을 얻는 것이다.
“······오늘, 나는 나의 고향을 되찾는다.”
마이엘 카메룬은 강했다. 여태 만났던 그 어떤 적보다도 강했다.
이미 동료들은 치명상을 입어 쓰러진 채였으며, 도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뒤였고, 그나마 마도사만이 간신히 의식을 붙잡고 있었다.
정말이지 치열한 전투였다. 모두가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악마 마이엘에게는 당해낼 수 없었다.
“크윽···. 용사! 도망쳐! 네가 죽으면 우리 모두에게 희망은 없다고!”
마도사가 힘껏 소리치자, 페루티우스가 잔뜩 지친 얼굴로 고개를 젓는다.
“아니. 나는 도망치지 않아.”
“무리야! 지금 용사의 힘으로는 결코 당해낼 수 없다고!”
맞는 말이었다.
돌더미에 깔린 척, 몰래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유서담 또한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주인공 ‘페루티우스’에게 위기가 발생합니다.]
이거 운 좋으면, 그냥 이대로 주인공이 죽어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서담은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
쿠오오오오······!!
“거만하구나!”
마이엘의 양손에 거무죽죽한 마력이 응집되며, 기형적인 붉은색의 마법진이 생성되었다. 그러자 마도사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아앗! 저 기술은! 흑룡왕의 7대 간부만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검은 용의 패기’! 여태 수많은 전사를 해치운 극악무도한 기술이야! 부탁이야, 용사! 도망쳐! 저 기술을 맞고서 살아남은 자는 아무도 없어!”
하지만 페루티우스는 대답하지 않은 채, 성검을 높이 치켜들었다.
-오오, 믿으세요!
성검 리아트의 목소리와 함께, 황금색의 찬란한 빛무리가 터져나왔다.
“아, 아니?! 저 이펙트는? 설마, 용사 너 지금 강화를 하려는 거야? 무모해! 확률은 고작 0.001%에 불과하다고! 절대로 불가능할 거야! 하, 하지만······. 만약 강화에 성공해 성검이 11강이 된다면 궁극의 공격 스킬 ‘어 세이크리드 하드 그레이트 어택, 에니웨이(A sacred hard great attack, anyway)’를 사용할 수 있어······!!”
강화, 그것은 플레이어를 상대하기 위해 공부해왔던 마이엘도 익히 알고 있는 것이었다. 이 치열한 전투 와중에 고작 0.001%의 확률에 기대다니. 우스울 따름이다.
“아니.”
그러나 용사는 결연했다.
“‘믿음’과 ‘용기’가 있다면, 불가능한 것은 없어!”
-맞아요! 저희는 모두의 믿음을 받고 더 강해질 수 있어요!
그리 말한 뒤, 그는 주문을 외쳤다.
“‘아이템 강화’!”
[주인공 페루티우스가 스킬 ‘아이템 강화(-)’를 사용합니다.]
직후, 유서담과 의뢰인은 기묘한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사건에 의한 개연성이 응집됩니다.]
지금 이 공간을 가득히 메우고 있는 ‘위기’가 모두 에너지화되어, 주인공 페루티우스에게 모여들고 있는 게 아니겠는가?
‘미친, 저게 뭐야?’
<사방의 모든 ‘위기 개연성’을 빨아들여서 ‘행운’으로 치환하고 있습니다!>
이윽고.
마이엘의 손에서 ‘검은 용의 패기’가 발사되어 세상이 온통 붉은 암흑으로 물들었으며, 동시에 페루티우스의 성검에서 태양보다도 찬란한 섬광이 뿜어져 나와 암흑에 맞서기 시작하였다!
“아, 아니··· 이 힘은, 설마······?!”
[주인공 페루티우스가 ‘성검 리아트’의 11강 강화에 성공하였습니다!]
[주인공 페루티우스가 아이템 스킬 ‘어 세이크리드 하드 그레이트 어택, 애니웨이(SS)’를 사용합니다!]
붉은 어둠이, 서서히 걷혀나간다.
그것도 방금까지 기진맥진하여 쓰러져가던 용사의 힘에 의해서!
“이럴 수는··· 이럴 순 없어! 이건 말도 안 돼!”
여태 대체 어떤 노력을 해왔던가. 뼈가 에는 혹한의 환경에서 정신을 단련하였고, 살갖이 녹아내리는 용암에서 육체를 단련하였으며, 온통 고통으로 가득 찬 공간에서 영혼을 단련하였다. 수십 년이 넘는 수련으로도 모자라, 플레이어를 따라잡기 위해 악마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기까지 했는데도.
‘여태 내가 했던 모든 노력은 고작, 강화 한 번의 가치조차 되지 않았단 말인가······.’
그렇게 마이엘이 안식에 빠져들자, 용사의 빛에 의해 어둠이 완전히 걷혔다.
용사 페루티우스의 승리!
모두가 전율에 휩싸인 가운데, 유서담 역시도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그가 들고있는 11강의 레전더리 성검을.
“와 11강이래.”
<감탄할 일이 아닙니다. 주인공이 강해지고 있단 말입니다.>
“11강이라, 11강···.”
유서담이 11강 무기에 꽂힌 채 멍하니 서있자 의뢰인은 저도 모르게 어딘가 마음이 급해졌다. 한시라도 빨리 주인공을 사냥해도 모자랄 판에, 11강 무기 따위에 마음이 현혹되면 어쩌자는 건가?
그래. 확실히,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진풍경이긴 했다. 하지만 의뢰인 입장에서는 속이 탈 뿐이었다. 지금까지 유서담은 계속 아이템 쓸어 담기만 하질 않나, 주인공 사냥에는 전혀 관심도 없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심지어 사냥 대상인 주인공은 계속해서 강해지고 있지 않은가?
착잡한 심정으로 유서담을 가만히 바라보는 그때, 의뢰인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유서담은 볼 수 없는, 그러나 자신에게만 보이는 ‘운명’이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한 것.
<어···?>
[31%···34%···39%···44%···]
<사냥 확률이, 올라가고 있어······?>
유서담이 ‘주인공’을 사냥할 확률은 운명적으로 측정이 된다. 해당 세계의 환경과 인물관계, 기술의 발전 척도와 시대적 배경, 심지어는 지나가던 개미의 다리가 하나 덜 달렸네 어쩌네 하는 부분까지 모두 ‘운명’에 포함이 되었다.
그리고 유서담은 그 운명을 직접 관측하는 것으로, 사냥 확률을 대폭 높일 수 있는 아주 독특한 인물이었다. 실제로, 그는 주어진 환경과 구성을 100% 활용하여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설계하지 않던가?
즉, 멍하니 강화 이펙트를 구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주인공을 사냥하기 위한 운명을 설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잠깐······.>
그러자 의뢰인은 여태 유서담이 해왔던 행실을 다시 한번 상기하였다.
그가 과연 아이템이 갖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의적으로 활동을 했을까?
혹시, 애초부터 주인공의 파티에 들어가기 위해 의적이 되기를 자처한 게 아니었을까?
그래, 유서담은 확실히 물욕이 많았다.
그러나 유서담은 ‘프로’였다.
받은 의뢰는 반드시 완수하는 프로.
의뢰인은 그와 마찬가지로 찬란하게 빛나는 강화 이펙트를 쳐다보았다. 자신은 아직도 모르겠지만, 유서담은 저 강화 현장을 보고서 어떠한 사냥 플랜을 떠올렸을 터. 그러니 운명적 사냥 확률이 올라가지 않았겠는가.
<설마, 여태까지의 모든 행동이 전부 계획이었습니까···? 저는 그런 깊은 뜻도 모르고······.>
지금까지 구박만 했던 게 미안해진 의뢰인은 사과를 하며 고개를 숙였고.
유서담은 생각했다.
‘···아니, 그냥 우연인데.’
의뢰인의 착각과는 달리 의적이 되거나 용사의 동료가 되는 건 전혀 계획에 없었다. 세상에 누가 거기까지 생각하고 강도짓을 한단 말인가? 그냥 정말로 우연에 우연이 겹친 일이었다.
하지만 결국 어쨌든,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는가.
‘대충 감이 잡힌 건 사실이니까.’
< SSS급 운빨로 먹고사는 플레이어(4) [수정]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