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SS급 운빨로 먹고사는 플레이어(2) >
플레이어.
어느 날 갑작스레 ‘게임’ 능력을 부여받은 채 플레이딘 월드에 떨어진 사람들을 일컫는다. 그들은 몬스터를 사냥하거나 던전을 도는 등의 행위로 레벨을 올리거나 아이템을 강화하여 강해질 수 있었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각각의 개성에 맞는 ‘클래스’ 및 ‘특수 스킬’ 등을 가진다고 하였으며, 그에 걸맞는 아이템을 장착하여 ‘강화’라는 메인 시스템을 통해 자신의 특성을 더욱 단련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중요한 점이 하나 있었으니.
언뜻 게임처럼 보이는 이 세계는 결코 게임이 아니라는 사실.
<실제의 세계에 게임 시스템을 부여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전의 ‘더 아라슈 월드’와 비슷한 경우이지요.>
“이런 세계가 흔해?”
<그렇지는 않습니다만, 주인공이 탄생하기에 가장 좋은 환경인지라 앞으로 꽤 자주 마주칠 수 있습니다. 게임 시스템은 어마어마한 개연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지요. 그게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건 그리 드물지도 않습니다.>
거기까지는 나도 공부를 해서 안다. 게임 판타지, 혹은 게임을 기반으로 한 퓨전 판타지에서 주인공이 시스템적인 부분을 모조리 독차지하는 것. 주인공은 반드시 히든 클래스이며 최고 등급의 무기를 얻고, 히든 피스를 차지한다.
<정답입니다! 공부를 열심히 하셨군요!>
“······.”
주위를 둘러본다.
이 세계의 건축물의 양식이나 복장 등은 중세풍이지만 문명 자체는 상당히 발전해 있었다. 위생 상태가 매우 깔끔한 건 물론이요, 마력을 이용한 기술력을 토대로 거리에는 전봇대와 가로등 비스무리한 것들이 세워져 있었고 말 없는 마차 따위가 굴러다닌다.
“북적북적한 도시네.”
나는 거리를 걸으며 천천히 이곳의 문화에 대해 파악했다.
우선 내가 서있는 이곳에는 유독 플레이어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였는데, ‘파티’ 모집을 위해서였다. 던전이나 몬스터를 사냥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적으로 그룹을 맺어서 사냥하여 보상과 경험치 등을 분배받을 수 있는 모양.
대부분 파티를 모집하는 이들은 100레벨 이하였으며, 조금 고레벨이다 싶은 플레이어들은 용병 사무소에 게시글을 남겨놓은 편이었다.
“야. 나도 일단은 플레이어인데, 몬스터 사냥해서 레벨 업 할 수 있냐?”
<불가능합니다.>
“왜?”
<이 세계의 플레이어들은 정식으로 게임 시스템을 받아, ‘잠재력 해방’을 통해 성장 가능성이 대폭 상승하였습니다. 본래라면 평생을 일반인으로 살았을 이도 초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지요. 하지만 유서담 당신에게는 그런 특전이 전혀 없습니다. 임시로 플레이어가 됐을 뿐.>
“그러냐.”
뭔 소린지 모르겠다.
<또한, 각각의 재능에 따라 ‘만렙’이 정해져 있습니다. 어떤 이는 100레벨이 만렙이고, 어떤 이는 200레벨이 만렙이죠. 유서담 당신의 만렙은 태생부터 15레벨로 고정되어있었습니다.>
“아···. 그랬지.”
나는 그 어떤 수련을 해도, 학습을 해도, 심지어 경험치를 쌓는다는 편법을 사용하더라도 경지가 상승하지 않는다. 레벨 15, 기력과 마력을 사용하지 못한 채 신체의 한계치까지 단련한 딱 그 정도가 내 재능의 한계였으니까.
스킬을 보완하거나 마법을 공부하여 지금의 내 능력치에서 더 다양한 테크닉을 구사할 수는 있겠지만, 딱 거기까지란 거다.
<상심하지 마십시오. 제로의 잠재력으로 15레벨을 달성한 사례는 전 차원을 통틀어서도 흔치 않습니다.>
“아니 뭐, 새삼 그러진 않지.”
상심은 15년 내내 하느라 이미 충분히 다 했고, 이제는 주인공 사냥을 통해 그 한계를 돌파할 수 있으니까.
‘그나저나, 주인공은 어디에 있지?’
이 세계관에 대해서는 대충 겉핥기 식으로 이해는 했다. 그 외의 부분은 주인공에 대해 알아가면서 함께 배우면 될 터. 그렇게 용병 사무소를 머뭇거리고 있자니, 누군가가 내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이봐, 형씨. 자네 ‘탱커’ 클래스인가?”
“탱커?”
탱커라고 하면, 파티의 최전방에 서서 몬스터의 어그로를 끌고 공격을 받아내는 역할군을 뜻했을 것이다. 멀리서 깨작깨작 대는 내 스타일과는 전혀 맞지 않았지만, 일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뭐, 맞을걸요. 어떻게 알았어요?”
“척 보면 알지. 중갑을 입고 있잖나.”
기계덩어리로 이루어진 내 에테르 슈트를 입고 그런 생각을 한 듯싶다. 아무래도 상당히 두터운 재질이었으니까.
“그 갑옷, 최소한 유니크에서 에픽 등급의 아이템으로 보이는데. 방어력도 높을 것 같고. 레벨은 어떻게 되나? ‘둠 하이파이크’를 레이드하러 갈 건데, 80레벨 이상에 무기 강화는 3강 이상이면 충분해.”
강화?
그러고 보면, 이 세계에는 강화라는 시스템이 존재한다고 했다.
그러나.
<안타깝지만 유서담 헌터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강화 또한 아주 극소수지만, 개연성이 쌓이는 행위이기 때문이지요.>
‘난 뭐 할 수 있는 게 없냐······.’
하는 수 없이 솔직히 말했다.
“제가 강화 무기가 없거든요.”
“뭐? 강화하다가 무기가 터졌나보지?”
“아, 뭐···. 그런 건 아닌데.”
무기가 터지기도 하나보다. 차라리 잘됐다. 의뢰인이 아직 알아내지 못한 정보를 이 사람에게서 얻을 수도 있겠다.
“그래서 말인데, 강화는 어떻게 하죠?”
“그걸 왜 몰라? 플레이어 맞아?”
대충 예상한 질문이다.
이때 나올 대답은 그리 많지 않다.
첫째, 기억을 잃었어요 패턴.
아주 흔히 쓰이는 클리셰이기도 하고, 소설 속 주인공들이 자주 쓰는 만능 대사이기도 하다. 보통 이 대사를 치면 백이면 백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는 편이다.
둘째, 시골에서 살다 왔어요.
진부하긴 해도 이 또한 자주 쓰인다. 대뜸 기억을 잃었다고 하긴 조금 그러니, 차라리 이게 나을 수도 있겠다. 보통 시골에서 살다 왔다고 하면 주인공에게 처음 말을 건 엑스트라1은 아주 친절하게 물어보지도 않은 부분까지 술술 알려주니까.
“제가 구석진 데서 살다 와서 잘 모르거든요. 괜찮으시다면 혹시 설명 좀 해주실 수······?”
“에잉, 시간도 없는데. 딴 데 가서 물어봐.”
“······.”
그렇다.
그것도 주인공한테만 통용되는 클리셰였다.
*
결국, 용병 사무소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강화’와 ‘아이템’ 시스템에 대해 직접 캐묻는 수밖에 없었다.
“어디서 살다 왔는데 그런 것도 몰라? 플레이어가 맞긴 해?”
세상사 팍팍하기만 하지는 않았고, 마침 한가하고 인성도 좋은 플레이어 한 명을 붙잡아서 강화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아이템은 총 8개의 등급으로 나뉘어 있다. 노멀, 커먼, 언커먼, 레어, 유니크, 에픽, 히어로, 레전더리. 하지만 레전더리 등급의 아이템을 얻은 플레이어는 여태 단 두 명 뿐이야.”
“누군데요?”
“몇 년 전 혜성처럼 등장해서 레전드 클래스 ‘용사’로 각성한 ‘페루티우스’와 흑기사 길드의 ‘파시오스’다. 설마 그 둘도 모르나?”
“아뇨. 한명은 알겠네요.”
“그래. 알아야지. ‘흑룡왕 카르카제딘’에게 대척할 자라고 불리는 페루티우스를 모르면 플레이어가 아니거든.”
“······.”
그렇게 아는 건 아니었고, 그냥 주인공이라서 아는 거다.
“강화는 언제 어디서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어. 다만, 그 확률이 극악이라는 게 문제지. 성공률은 1강을 갈 때부터 50%다. 실패하면 무조건 터지지. 2강화는 25%, 3강화는 10%, 4강화는 5%. 그리고 5강화는 1%로 아주 극악이야.”
“미친···.”
“소문으로 듣자하니, 레전더리 무기가 사실 꽤 있다고는 하던데······. 뭐, 죄다 터졌겠지. 한때는 최강이라 불리던 파시오스의 무기는 무려 7강이야. 그런데 페루티우스가 10강에 성공하면서 최강자의 자리를 차지했지. 비록 페루티우스가 파시오스에 비해 레벨은 낮다지만······. 그 격차는 금방 좁혀지겠지. 이제 페루티우스를 넘을 사람은 없다고 봐도 좋아.”
“와우.”
5강화만 해도 1%의 확률인데, 그걸 10강까지 지른다고?
아니지. 애초에 ‘운’과 관련된 주인공이다. 분명 뭔가 특전이 있어서 가능했을 터. 그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주인공 보정조차 없이 레전더리 무기를 7강까지 성공한 파시오스가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더 궁금한 거 있나?”
“아뇨. 감사합니다.”
“그래. 강화의 신이 함께하길 빌지. 마침 이 근처에 페루티우스가 지나가고 있다니, 그 행운이 우리한테도 오면 좋겠군.”
그의 인사를 받으며 용병 사무소에서 빠져나온 나는 고민에 잠겼다.
강화, 아이템, 레벨 업.
나는 그 어떤 시스템도 이용할 수 없다. 하지만 용병 플레이어와 대화를 나누면서 아주 좋은 점 하나를 알았으니, 그건 바로 나도 아이템을 사용할 수는 있다는 것.
즉.
“······내가 강화를 못하면, 강화가 끝난 완제품을 뺏으면 되잖아?”
인벤토리의 랭크가 S로 오르면서, 이제 꽤 높은 등급의 아이템을 지구로 가지고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마침 일전에 2등급의 에테르 블레이드를 다른 세계에 놔두고 온 상태라 3등급을 쓰고 있었는데, 여기서 1등급이나 그 이상의 무기를 얻으면 돈이 굳는다는 말이 되겠다.
“3등급의 에테르 블레이드는 랭크로 따지면 어느 정도나 되는지나 알아봐.”
<기운을 감지해보니, 3등급은 이곳에서 ‘레어’ 등급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인벤토리(S)에 담을 수 있는 아이템의 한계치가 네임드 등급인 것을 생각하면 이곳에서 ‘히어로’ 등급까지의 아이템을 지구로 들고 돌아갈 수 있다는 뜻.
어차피 시간은 많다. 이 세계의 시간배율은 18배속. 한 달 넘게 이곳에서 머물러도, 지구로 돌아가면 고작 이틀이다.
마침 이 세계에는 아이템 등을 약탈하는 강도 집단이 상당히 많다고 하는데, 대부분은 주인공 선에서 정리가 되겠지만······. 그 전에 내가 먼저 처리한다면?
다른 사람 등처먹는 놈들 등처먹으니 나쁜 짓을 해도 왠지 착한 짓을 한 것 같은 기분도 들고 아이템도 뺏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아니겠는가.
<저어···. 주인공 사냥은······.>
“아. 기다려 봐. 내가 다 알아서 할게. 오빠 믿지?”
<저는 서담님 말고 믿을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에헤이, 걱정말래도.”
어쩐지 의뢰인은 울적해진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도 주인공을 사냥할 계획은 있으신 거겠지요······?>
그에 나는 한치의 고민도 없이 답했다.
“아니?”
여기 온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계획이 생길 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봐. 10강짜리 개사기 무기 들고 설치는 놈을 어떻게 잡아?”
<······.>
“그러니까 나도 템파밍 해서 강해지면 상대하기 조금이라도 더 수월해지지 않겠어? 이게 다 내 계획의 일부다, 이거야. 알지?”
<네···.>
결국 의뢰인은 내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
플레이딘 대륙의 동남부 지역, 소왕국과 드워프 왕국 사이를 가로지르는 도로변에는 ‘차라딘 대산림’이 존재하였다. 숲의 특성상 이종족과 몬스터가 우글거릴 수밖에 없었는데, 하물며 대산림이라니.
하여, 클루톤 상회가 드워프 왕국으로 거래를 하러 가는 길에 용병을 고용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플레이어가 함께하니 든든하군요.”
클루톤 상회는 용병으로 플레이어 스무 명을 고용하였다. 몇 년 전 갑작스레 세상에 나타나, 특이한 능력을 토대로 빠르게 강해져서 현재는 세계의 강자들과 견줄 정도가 된 그들의 힘은 충분히 믿을만 했으니까.
“호호, 저희가 몬스터 사냥에는 또 전문가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용병들의 대장을 맡고있는 ‘희넨’의 레벨은 104로, 나름대로 고레벨에 속했다. 그런 그녀가 자신감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안타까운 점이 하나 있었으니, 플레이어는 그 강한 힘에 비해 경험이 굉장히 부족하다는 점.
쿠구구궁······!
갑작스레 땅이 뒤흔들리자, 클루톤의 상인들이 당황하여 소리를 질렀다.
“뭐, 뭐야!”
“지진인가?”
“아냐! 이, 이건 마법이다!”
쩌저적!
그것은 정말로 삽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바닥에 미리 설치되어있던 아이템 아티팩트가 발동되더니 땅이 푹 꺼지기도 했으며 기둥 수십 개가 솟아올라 사람들을 깔아뭉개는 게 아니겠는가? 기초적인 아이템이었지만, 희넨은 차마 대응하지 못했다.
“크윽, 기습을 하다니! 이 비겁한 놈···!”
“하하! 가진 것을 모두 내놔라!”
아이템을 사용했다는 건 플레이어라는 의미. 희넨은 급히 검을 뽑아들었고, 사방에서 짓쳐 들어오는 산적들에게 대응하였다.
그녀는 확실히 강한 편에 속했다. 검을 한번 휘두르면 산적 서넛이 썰려나갔고, 힘껏 도약하면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빠르게 질주할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여태껏 몬스터를 사냥하여 레벨 업을 해왔던 희넨과 용병들은 정작 사람을 상대하는 법을 몰랐고, 산적들이 온갖 아이템을 배치해두어 체력을 빼앗는 식으로 전투를 진행하자 결국 지칠 수밖에 없던 것이다.
“으윽! 바닥이 끈적거려!”
“켁! 독화살이 설치돼있다!”
“어, 엎드려! 플레어 밤 아티팩트다!”
산적들 개개인은 확실히 약했다. 그러나, 산적들은 자신들보다 강한 플레이어를 상대하는 데에 있어서 전문가였고 심지어 용병들은 상인을 지키면서 싸워야하지 않는가?
“하하, 100레벨의 플레이어도 별거 아니군?”
“으윽······.”
결국, 희넨과 용병들이 패배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전부 묶어!”
산적들은 용병과 상인들을 묶어서 한군데에 모아두었다. 몇몇 산적들이 희넨의 얼굴을 보면서 불쾌한 웃음을 짓는 게, 상당히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그런 것에 신경쓸 겨를은 없었다.
“오오! 두목! 여기 무려 유니크 등급 활이 있는데요? 강화도 4강이나 돼요!”
“크으, 역시 고레벨 플레이어들은 좋은 걸 쓴단 말이지. 에픽 아이템이 넘쳐나는군.”
지금은 저들이 빼앗은 아이템을 분배하느라 정신이 없지만, 정산이 모두 끝나면 자신들은 어떻게 되겠는가? 여자는 산적들의 노예로 끌려갈 게 뻔했으며, 나머지는 죄다 죽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대로 노예로 끌려가기는 싫어······!’
꿈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그녀였다. 평생 노예로 살바에 차라리 죽는 게 낫다. 그런 절망적인 생각을 하며 눈을 질끈 감은 그때.
띠띠···콰콰콰쾅!!
사방에서 폭음이 울려퍼지며, 산적 집단이 나가떨어졌다.
“크으윽!”
“뭐, 뭐야!”
“대체 무슨 마법이······!”
순간적으로 고막이 터져버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무지막지한 굉음이였다. 바닥이 뒤흔들리는 게 느껴졌을 정도이니까.
쾅, 콰아앙!
폭탄은 한 번이 아니었다. 검은색의 자그마한 공이 굴러다닐 때마다 그 자리가 폭발하였는데, 도무지 무슨 아이템인지 알 도리가 없었다. 심지어 그게 끝이 아니었다.
퉁!
“누, 누구냐!”
“놈이 모습을 드러냈다!”
산적들의 한가운데에 모습을 드러낸, 검은색의 기묘한 갑옷을 입은 그 사내는 빛이 나는 검을 뽑아들더니 그대로 산적들을 모조리 베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추풍낙엽.
말 그대로 산적 집단은 제대로 대응조차 하지 못한 채 썰려나갔다.
“크윽, 기습을 하다니! 이 비겁한 놈···!”
“하하! 가진 것을 모두 내놔라!”
어쩐지 아까 들어본 적 있는 대화가 오고갔지만, 아마도 기분 탓일 거라고 희넨은 생각했다.
전투는 빠르게 일단락되었다.
“맙소사······.”
“혼자서 산적들을 모두 상대했어···!”
압도적인 힘을 가진 그 남자는 신비로운 아이템을 사용하여 산적들을 모조리 죽이는 데에 성공해버린 것이다! 어쩐지 희넨은 강한 힘을 가진 저 사내가 존경스럽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반짝이는 눈으로 그에게 말했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자, 검은 갑옷의 사내는 그리 답했다.
“내가 구하긴 구했지.”
산적들이 용병들에게서 빼앗은 장비 아이템이 모여있는 보따리를 짊어지며.
“아이템을.”
“네?”
그 짧은 말과 함께 검은 갑옷의 사내는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었다.
“어···.”
희넨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멀뚱멀뚱 두 눈을 뜨고 있다가 이내, 경악하였다.
“···설마 방금 그 남자, 강도를 강도한 거야?”
아이템을 잃은 허탈함보다도, 어이가 없어져서 말이 더 나오지 않았다.
< SSS급 운빨로 먹고사는 플레이어(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