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금은 다르고 특별한 사람들의(1) >
끼익, 오두막을 문을 조용히 열어서 바깥으로 나서자 차디찬 바람이 설중연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나 이전처럼 그녀를 공격하려는 매서운 바람이 아니라, 신기할 정도로 따뜻하게 몸을 감싸고 도는 바람이었다.
천천히 눈을 밟아본다. 자국은 남지 않았다. 그녀는 본디 현경의 경지에 오른 무인이었으며, 지구로 치면 SSS랭크의 초능력자였으므로 굳이 애를 쓰지 않더라도 답설무흔(踏雪無痕)의 경공 정도는 자연스레 펼쳐졌다.
구름의 사이로 떠오르는 여명을 바라보며 그녀는 산중턱에 있는 어느 바위에 걸터앉았다. 햇빛에 비친 설중연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기분이 좋은 듯 보였다.
“하아······.”
숨을 내뱉자 따뜻한 입김이 허공을 가득 메웠다.
사실.
죽을 기회가 생긴다면.
그녀는 가차 없이 스스로의 목숨을 끊을 생각이었다.
한때 천마지존은 만백성을 이끌었다. 그녀가 걷는 길은 곧 그녀의 뜻이 되었으며, 천마는 자신의 꿈을 세상에 전파하였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형제가 죽어나갔다. 그들은 죽음의 앞에서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힘이 다해 쓰러져가는 이들을 향해 말없이 손을 뻗으면, 그들은 그저 ‘꿈을 이루십시오’라는 말을 남긴 채 떠나갔다.
언제였던가.
기억도 나지 않는 과거.
‘너는 네 길을, 네 꿈을 걷도록 하여라. 너는 나처럼 고통스러운 길을 갈 필요가 없어. 네가 내 짐을 짊어질 필요는 없다. 부디, 너는 꿈을 이루도록 하거라.’
은인은 그렇게 떠나갔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꿈이 없었다. 그렇기에 이전대 천마의 꿈이 곧 자신의 꿈, 즉 이 세상의 중심에 천마신교의 깃발을 꽂아넣는 것이 그녀의 꿈이 되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었다.
천마신교는 무너졌으며, 마지막 남은 천마의 증거인 자신은 내공마저 봉쇄당하여 폐인이 되었다. 거기에 모자라 인기척조차 없는 오지에 갇혀, 열 평 남짓한 공간에서 나가지 못하고 죽음마저도 금제 당했다.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던 나날이었다.
모든 것을 잃었다. 더 이상 살아갈 이유가 없었음에도, 죽는 것조차도 자유롭지 못하여 매일을 눈물로 지새운 지도 4년째.
지옥이 있다면 차라리 이런 곳일까.
차라리 죽여달라고 아무리 애원해도 달마지존은 자신에게 그보다 더한 지옥을 강요했다.
모든 것을 잃고, 마지막의 마지막에 간신히 하나 남은 자신의 존재의의 그 자체인 ‘천마’를 포기하고 한 명의 여인이 되라니. 그보다 더 끔찍한 말이 있을까.
‘천마를 포기할 바에야, 차라리 죽는 편이 낫다.’
그렇게, 모든 것을 내려놓은 채 살아가던 어느 날.
창문으로 웬 신비로운 나비 한 마리가 날아들어 말했다.
-당신을 찾으러 가겠습니다.
두근, 그때 처음으로 설산 속에 파묻혀 더 이상 뛰지 않던 희망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 지옥에서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 실낱같은 희망.
이제.
천마는 더 이상 천마신교의 꿈을 꾸지 않는다.
설중연은 스스로 꿈을 꿀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은 괜찮으십니까?
은색의 나비는 절망에 빠져 지내는 설중연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고 끊임없이 찾아와 말을 걸었다.
-저는 아침으로 청바지라면 순한맛을 먹었습니다.
-이 라면을 선물해준 친구의 머리를 바닥에 처박았습니다.
-이곳은 날씨가 좋네요.
벌써 4년, 아니 무림의 세계에서 갇혀 지낸 시간까지 합치면 거의 5년이 넘도록 설중연은 그 누구와도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눌 수 없었다. 기껏해야 원수나 다름없는 달마지존과의 일방적인 대화가 전부였을 뿐.
설중연은 필사적으로 그 은색의 나비를 부여잡았다. 그리고, 매일매일을 불안함에 살아갔다.
‘혹시, 내가 싫어져서 떠나가면 나는 이제 어떡해야 하지?’
또다시 외로운 그 지옥으로 돌아가기 싫었다.
누군가가 말을 걸어준다는 게, 누군가와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게.
그때는 왜 몰랐을까.
자신을 천마가 아닌 하나의 사람으로 봐준다는 것이, 이렇게나 행복하다는 사실을.
하루하루 얼굴도 모르는 그 남자가 보내는 메시지만을 읽으며 설중연은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 기다림의 감정이 점점 더 북받쳐 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그녀는 알지 못했다.
그러나, 가슴 한구석으로 계속해서 의문이 들었다.
‘내가 이 행복을 붙잡을 수 있는가?’
달마지존은 자신보다도 한 단계 더 높은 신화경의 경지에 접어든 고수. 무림의 모든 이들이 맞서 싸운다 해도 결코 쓰러뜨리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강한 그 사내의 눈을 피해서, 어떻게 자신을 꺼낸단 말인가.
‘과연 가능한 일인가? 내가 헛된 희망을 품는 게 아닌가?’
짙은 어둠 속에서 폭풍에 휘말려 흔들리는 촛불처럼 여리디 여린 희망. 그러나 설중연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의 의지가 강해서 그런 게 아니었다. 그저 이제는 믿을 수 있는 게 이것밖에는 없었으므로, 모든 게 실패하면 차라리 죽겠다는 심정으로 그녀는 촛불을 품으로 감싸서 소중히 보호하였고.
끝끝내, 그 흔들리는 촛불을 피워내는 데에 성공하였다.
수십 년 동안 멈추지 않았던 거친 눈보라가 멈췄으며, 수백의 무림인이 히말라야 산맥으로 찾아왔고.
“오래 기다리셨죠?”
기적처럼.
영영 열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오두막의 문이 열리며.
그 남자가 걸어 들어왔다.
‘내가 꿈을 꾸고 있는가?’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몽롱한 꿈처럼 행복한 하루였다.
지금 당장이라도 이 꿈이 깨서 지옥같은 나날로 돌아가는 게 아닐까 걱정되어, 자꾸만 현실을 재차 확인해야만 할 정도로.
‘···꿈은 아니야.’
여전히 하복부를 뜨겁게 달구는 낯선 통증이 말해주고 있었다. 이 순간이 현실이라는 사실을.
그는 퍽 다정하고 배려심이 넘치는 사내였다.
사실은 설중연도 알고 있다. 그가 아직까진 자신에게 마음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그럼에도 그녀는 그를 붙잡아야만 했다. 모든 것을, 심지어 ‘천마’라는 이름마저도 내려놓은 그녀가 이제 살아갈 유일한 이유는 이제 유서담이 유일했으니까. 차라리 죽고 싶었던 5년의 삶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을 처음으로 주었던 사내였으니까.
그는 그 사실을 알았고, 그래서 자신의 무리하고 또 무례한 요구를 받아주었을 것이다.
어젯밤의 운우지락(雲雨之樂)은 그저 그런 것이다. 그녀는 그저 계속 살아있을 이유를 만들기 위해, 그는 그런 그녀를 배려하기 위해서.
‘그래도 괜찮다.’
살아가기로 결정하였으니,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기다림은 익숙하다. 하물며 고통스러운 기다림이 아닌 행복한 기다림이라면 천 년이고 만 년이고 기다릴 수 있었다.
사라락···!
손끝에서 연꽃이 피어난다. 천마를 포기하여 설중연으로 돌아왔으나, 여전히 손끝에서 연꽃을 피워내는 하찮은 재주가 남아있으니.
‘적어도 무림맹주의 자리는 양보할 수 없겠구나.’
*
달마지존을 사냥한 이후로 한 달이 지났다.
세상은 빠르게 바뀌었고, ‘무림 연합’이라는 신규 세력을 주목하기 시작하였다.
-히말라야 산맥을 지배하고 있던 SSS랭크의 대괴조를 쓰러뜨린 ‘무림 연합’이 자신들을 헌터가 아닌 무림인으로 인정해달라며······.
-무림 연합의 맹주, 설중연의 인터뷰입니다.
공식 석상에 설중연이 오르자, 멀리서 환호성이 들려온다. 공개적인 자리였기에 가능했겠지만, 인터뷰를 위한 자리였음에도 그녀의 팬들이 찾아온 것이다.
그녀는 고작 한 달만에 빠르게 인기를 모았다.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 같은 아름다운 외모에, 무려 SSS랭크에 달하는 능력치를 가진 전무후무한 이능력자! 대전쟁 이후 31년 동안 SSS랭크의 초능력자가 나타났던 전적이 고작 세 번 뿐인 걸 생각하면, 그리고 심지어 그들이 모두 활동불가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그녀는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활동하는 SSS랭크의 능력자라는 말이 되었다.
그야말로 인기를 폭발적으로 모을 수밖에 없는 요소가 한 곳에 집약되어 있었다.
무능력자의 희망, 무공을 다루며 아름다운 외모에 SSS랭크의 능력치까지.
아마도 빠른 시일 내에 그녀를 따르는 세력은 점점 더 커지리라.
그 덕분이라고 해야 할까, 나도 정말 정신없이 지냈다. 애초에 무림인들은 헌터 업계에 아는 지식이 아무것도 없었으므로 내 도움이 상당히 필요했던 탓이다. 나 또한 혼자서 활동할 수는 없었으므로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중에서도 발벗고 나선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F랭크의 헌터이자 전 헌터 연합에서 활동하던 이들이었다.
그들은 헌터 업계에 대해 누구보다 빠삭하게 알고 있었고, 특히 박성호는 무능력자가 다시 한 번 부흥할 수 있다는 말에 아예 중국땅으로 날아가 설중연을 도와주기까지 했다.
무림 연합.
그들은 아직 현대인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으나, 무능력자가 이능력을 배울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의 창이었으니 세상이 모두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신설 길드 무림 연합의 리더, ‘무림맹주’라는 직책은 설중연에게 넘겨주었으나 경영권은 내게 돌아왔다. 그리하여 나는 내 길드를 무림 연합에 종속하여 자조합(Subsidiary Guild)으로 만들었다. 어차피 연합이나 내 길드나 결국 내가 운영하게 되었으니까.
그간 너무 바쁘게 지냈다. 무림 연합을 제대로 길드로 인정받게 하는 것은 물론, 개인적인 일까지 겹쳐서 그랬다.
“저, 무림인들을 위해 살고 싶어요.”
신혜지.
그녀가 슬픔을 딛고 일어나기까지 걸린 시간은 정확히 한 달이었다.
자신이 믿었던 아버지가, 사실은 자신이 가장 증오하는 부류의 괴물이다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또 이제는 더 이상 기댈 사람이 없다는 현실에 절망하여 아카데미조차 그만두고서 틀어박힌 것이다.
“혜지 양.”
“제 아빠는 잘못된 정의를 실현하려 했어요. 맞아요. 그러면 안 되는 거였어요.”
그간 뭐가 그녀를 변하게 했는가. 그건 나도 알지 못한다. 다만, 신혜지가 더 확고한 의지를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무림 연합을 뒷바라지할 행정계가 부족하다고 들었어요.”
“지금은 박성호 사장님이 뛰고 있어서 괜찮아. 그러니까 혜지 양은 걱정할 거 없어.”
사실 나도 두뇌파라기엔 조금···아니 상당히 많이 부족하다. 잔머리가 조금 잘 굴러갈 뿐이지 머리가 막 좋은 건 아니었으니까.
“제가, 제가 무림 연합으로 갈 게요. 가서 박성호 사장님께 배울게요. 저도 아직은 많이 부족하고, 아는 것도 적고, 심지어 무공은 그분들에 비해 새발의 피겠지만······. 최소한 저는 아버지의 속죄를 제가 대신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혜지 양. 그 속죄를 대신 할 필요는······.”
“아뇨. 할 거예요.”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도 굳은 의지를 표하고 있었다.
“저는 앞으로 평생을, 무림인들을 위해 살아갈 거예요. 제 무공은 모두를 위해 쓰일 거구요. 그래서······. 부탁이 하나 있어요.”
“부탁?”
“네. 제게 금제를 걸어주세요.”
“뭐? 아니, 그게 무슨······.”
“부탁이에요.”
그녀는 말했다.
“만약 제가, 아빠의 무공을. 아빠의 의지를 이어받아서, 혹시라도 잘못된 길로 접어들면······. 그땐 유서담 헌터님이 막아주세요.”
“···그래. 알았다.”
결국, 나는 신혜지에게 금제를 걸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녀에게 금제의 내용을 ‘사용자가 원할 때, 언제든 내공을 폐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에 스스로가 더 이상 엇나갈 수 없다는 사실에 만족했는지, 신혜지는 아카데미까지 그만두고서 곧장 중국땅으로 날아갔다. 아마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칠 것이다. 업계에 대해는 아직 아는 게 거의 없으며, 번역기를 통하지 않으면 대화조차 할 수 없는 데다가 무림인과 현대인은 문화가 상당히 다를 테니까.
-그런 건 못 해···.
“알아.”
사실, 나는 신혜지에게 금제를 걸지 않았다. 애초에 원할 때 언제든 상대의 마력을 봉쇄할 수 있는 정도의 고난도 금제를 내가 걸 수 있을 리가 없기도 했다. 신혜지는 그저 자신이 통제당하고 있다고 믿고 있을 뿐이었다. 앞으로도 그녀는 스스로의 의지로 스스로를 통제하며 살아갈 것이다.
당장에 처리할 일은 끝났다.
무림 연합 쪽이 바쁜 것과는 대조되게도 내 길드, ‘어나더 리그’는 이제 막 창설되어 길드원조차 한 명이 빠져서 두 명이 되었으니까.
‘으음, 계획보다 이르긴 한데. 슬슬 길드원을 구해야 하려나?’
잠시 고민하다가, 의뢰인에게 말한다.
“능력치 좀 불러와봐.”
<유서담>
[도합 레벨: 140]
*능력치
[근력 140] [체력 140] [민첩 140]
[기력 1] [마력 180]
*재능
[검술 S] [사냥 D+] [사격 C]
[요리 D-] [직감 A] [기민 A]
[기타···.]
*스킬
[주인공 사냥꾼 Lv. 4]
[백색검법(S)]
[육감(C)]
[아라-선영 식 마나 써클링(SS+)]
[백색 마녀의 도서관(E)]
[인벤토리(S)]
[바람처럼 달리는 법(S)]
[정신 집중(S+)]
레벨이 무려 140이 되었으며, 스킬의 랭크도 상당히 올랐다. 의뢰인의 말에 따르자면 A랭크의 기준이 115레벨이라고 했으니, 그보다도 월등히 높은 능력치인 것이다. 물론, 자만할 수준은 안 된다. 수많은 세상에는 수많은 강자가 존재했고, 그중에는 달마같은 URS랭크 이상의 초인들도 존재했으니까.
예정보다도 빠르게 힘을 얻기는 했으나 여전히 부족하다. 유사시에 나는 나 스스로를,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을 보호할만한 힘이 필요했다.
그리고.
‘헬 게이트. 그곳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이보다도 더욱 강해져야 해.’
나는 굳은 표정으로 헬 게이트, 그 건너편에서 보았던 것을 떠올렸다.
누군가는 내게 말했다. 네가 헛것을 본 것이라고. 그때의 넌 제정신이 아니었고, 현실과 망상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혼란했었다고.
하지만, 나는 내가 보았던 것을 굳게 믿고 있었다.
‘레이나 주.’
헬 게이트 너머의 그 다른 세계를. 그리고 그곳에서 본, 죽은 줄로만 알았던 그녀의 뒷모습을.
“후우···. 의뢰인. 내가 원하는 차원을 찾을 수는 없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제 힘이 부족하여···. 죄송합니다.>
“아냐. 됐으니까 신경쓰진 말고.”
<주인공 사냥꾼의 레벨이 높아진다면, 제 힘이 닿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
주인공 사냥꾼 스킬의 레벨이 이동준을 잡은 효과로 4가 되었다. 이계로 들고 갈 수 있는 물건의 무게량이 늘어났다지만, 인벤토리가 S랭크가 되면서 사실상 무의미해졌다.
그보다도 중요한 건 [이야기의 흐름에 개입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와 [시간배속의 조정이 가능해집니다.]라는 문구였다.
시간배속. 현대에서 할 일이 많아진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이기도 했다. 이계에서 몇 달이나 있어도 되던 이전과는 달리 이제는 나를 찾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아졌으니까.
“으음, 그럼 슬슬 다음 의뢰를 한번 받아볼까.”
<좋습니다. 아, 그 전에 요즘 신경쓰이는 게 하나 있는데······.>
“뭔데?”
<으음. 아닙니다. 아직은 확실치 않은 부분이라.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싱겁긴. 의뢰 목록이나 불러줘봐.”
그렇게 의뢰를 받으려는 그때.
[스킬 ‘백색 마녀의 도서관(E)’이 D랭크로 상승합니다.]
[D랭크 서고에 접속하여 패널티가···.]
[······.]
[패널티가 상쇄되었습니다.]
갑작스레 떠오르는 메시지에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뭐야? 갑자기 저 혼자 랭크가 오른다고?”
나는 서둘러 ‘백색 마녀의 도서관’을 활성화하여, 정신세계로 진입하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여기저기 마법서가 하늘을 펄럭여 날아다니며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고, 그 혼란스러운 E랭크의 서고를 헤집고 지나가 복도의 끄트머리에 다다르자 활짝 열린 ‘D랭크 서고’의 입구가 보였다.
꿀꺽.
“나, 나 들어가도 되지? 패널티 없지?”
[패널티가 상쇄되었습니다.]
“진짜 간다?”
[패널티가 상쇄되었습니다.]
결국, 도서관의 말을 믿고서 나는 D랭크 서고에 천천히 발을 들여놓았고.
그곳에는.
“으응? 오셨어요?”
“······너, 여기서 뭐 해?”
“아. 그게, 여기에 더 흥미로운 책이 있는 것 같아서 들어와봤어요.”
“그 전에, 어떻게 들어온 거야?”
“네? 그냥 문 열고 들어왔는데···. 헉, 설마 오면 안 되는 곳이었나요? 죄송해요.”
“아니, 그런 건 아니다만···.”
백색의 머리칼을 길에 늘어뜨린 채, D랭크 서고의 구석에 박혀서 자신의 몸집만큼이나 거대한 책을 읽는 예카테리나가 있었다.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져서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네가 진짜 마녀는 마녀구나······.”
< 조금은 다르고 특별한 사람들의(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