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매일 악몽을 꾸고는 해요(3) >
<주인공 예카테리나의 스킬 ‘악몽의 미술관(URS)’을 조사해보았습니다.>
<발동 조건은 잠에 빠져드는 것.>
<잠에 드는 순간 그녀는 강제로 이 세계로 진입하게 되어, 떠돌게 됩니다.>
다만.
그 조건이 ‘잠’이라는 점이 문제였다.
<죽음 또한 ‘잠’의 일부라고 가정합시다.>
<만약 그녀의 육신이 제 역할을 다하여 영원한 잠에 빠져들게 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다시는 못 깨어나는···건가?’
<그렇습니다. 이곳에 영원히 갇히게 되겠지요.>
그게 끝이 아니었다.
<또한, 해당 세계는 마녀의 고유 능력 중 하나인 ‘미래 예지’가 과도한 개연성으로 포화 되어있어 시간축 자체가 비틀렸습니다.>
<미래와 과거가 섞여버린 것이지요.>
<그리하여 육신을 잃고서 영원한 잠에 빠져든 미래의 마녀와 육신을 잃지 않은 과거의 마녀가 공존하게 된 것입니다.>
<아마도, 이 세계는 가만히 내버려 두더라도 무한히 시간이 루프되어 멸망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것이 곧 이 이야기의 ‘에필로그’이니까요.>
과거의 마녀는 결국 죽음을 맞이한 뒤 미래의 마녀가 되어, 육신을 되찾기 위해 과거의 마녀를 찾아다닌다. 그리고 과거의 마녀는 평생을 도망 다니다가 죽음을 맞이한 뒤 또다시 미래의 마녀가 된다.
무한한 시간의 순환.
그것이 이 세계가 맞이할 끝나지 않을 결말.
죽음 또한 탈출구가 아니다.
예카테리나가 이곳에서 빠져나가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게, 정말인가요?”
예카테리나가 떨리는 눈으로 내게 물었다. 겁을 지레 먹은 듯, 저 끔찍하고 두려운 괴물이 자신의 미래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사시나무처럼 몸을 떨며 나뭇가지마냥 가느다란 양팔로 자신의 몸을 감싸는 그녀는 썩 안쓰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내가 주인공 사냥을 오래 한 건 아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특이한 주인공이었다.
사냥할 필요가 없는 주인공이라.
“저는······. 이제 어떻게 해야만 하죠?”
영원히, 이 미술관을 떠돌아야만 하는 운명.
꿈속 세상에서는 죽는 것조차도 불가능하다. 나 또한 예카테리나를 물리적으로 죽일 수는 없다. 미간에 권총을 백날 쏴봐야, 결국 그녀가 깨어났다가 다시 잠이 들면 이 세계로 돌아올 테니까.
“으음···.”
사실 여기서 예카테리나를 돕기 위해 애써 생각할 필요가 없기는 했다. 애초에 그녀는 주인공이었고, 사냥하면 뭐라도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고작 6레벨의 주인공을 사냥해서 무언가 좋은 게 있을까? 차라리 500레벨이 넘는 미래의 예카테리나를 사냥한다면 모를까. 하지만 그 괴물같은 미래의 마녀를 잡는 건 불가능.
결국, 내가 할 선택은 수명을 일부 차감하여 악몽의 미술관에서 도망치는 것밖에는 없었다.
‘······근데. 예카테리나가 지구의 유일한 예언가라는 사실이 썩 아쉽단 말이지.’
예언가, 예카테리나는 길드 ‘모리안’에 소속되어있었다.
모리안. 그 이름만 들어도 전 세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거대한 길드. 지구상 유일한 예언가를 보유하고 있으니 당연했다.
만약 여기서 악몽의 순환을 멈춰내고서 예카테리나를 구해낸다면 뭐 콩고물이라도 떨어지지 않겠는가?
“너 모리안 길드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어? 부길마? 간부쯤은 되겠지? 아니면 귀빈?”
예언가인데 그래도 썩 대우를 받지 않을까 싶어서 물어보았으나.
“···아뇨. 저는 길드 내에서 그저··· 자판기 취급을 받고 있어요.”
“뭐?”
“열넷의 나이에 예언의 능력을 각성한 이후로, 단 한 발자국도 바깥으로 나간 적이 없거든요. 제 주변에는 ‘부적’으로 인해 보호막이라는 명분하에 감옥이 세워졌고, 지금도 수많은 여성 헌터들이 저를 감시하고 있어요.”
“아니 예언가를 그따위로 대우한다고?”
“······네.”
그녀는 짐짓 서글픈 듯 주먹을 콱 움켜쥐었다.
“하다못해, 저도 그 언니들처럼 ‘마법’을 쓸 수만 있다면······.”
“마법?”
지구인의 입에서 나오기에는 너무나도 낯선 단어가 톡 튀어나온 그때.
의뢰인이 말을 걸어왔다.
<해당 차원으로 오게 된 경위를 알아내었습니다.>
<유서담 헌터가 보유한 스킬 ‘백색 마녀의 도서관’과 ‘악몽의 미술관’이 같은 타입의 세계로서 연동되어있어, 이곳으로 흘러들어올 수 있던 모양입니다.>
‘······역시 그런가.’
백색 마녀의 도서관 또한 마녀의 정신세계 중 하나. 이 악몽의 미술관 역시, 마녀가 만들어낸 정신세계였을 터다. 그러니 ‘가장 가까운 차원’이라는 조건에 딱 걸려들었을 테고.
어라. 잠깐.
‘차원이 연동되어있다고?’
<그렇습니다.>
‘너는 내가 이곳의 주인공을 사냥할 확률이 90%니까 데려왔겠지?’
<‘운명’을 토대로 계산한 결과, 당신은 이 세계의 주인공을 99%의 확률로 사냥할 수 있습니다.>
꿀꺽, 침을 삼킨 나는 고개를 들었다.
“백색 마녀의 도서관, 호출.”
그러자 여느 때처럼, 백색 마녀의 도서관의 정문이 선명하리만치 내 눈앞에 톡, 나타났다. 마치, 진짜로 존재하는 것처럼. 그러나 그것들은 내 정신세계의 일부일 터,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아야만 정상이었다.
그런데.
“어, 어어······?”
내가 펼친 백색 마녀의 도서관을 볼 수 있다는 듯, 예카테리나가 깜짝 놀라 뒤로 엉덩방아를 쿵 찧었다.
“이 문은 대체 뭔가요···?”
“탈출구.”
“네에?”
그러나, 이건 나만의 스킬. 나만의 공간. 나만의 정신세계이다.
이곳에 과연 예카테리나가 들어갈 수 있을까? 그런 의문이 들었기에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문을 만져봐.”
“···으음. 부드럽네요.”
예카테리나는 내 백색 마녀의 도서관을 만질 수 있다. 거기까지 확인한 즉시 문을 벌컥, 열어젖혀서 내부를 드러내었다.
“아······!”
그 신비로운 공간을 보고서, 예카테리나는 감탄사를 내뱉으며 홀린듯 그곳을 향해 걸어들어갔다.
“예카테리나. 저곳이 탈출구야.”
“네? 여기가···?”
도서관 내부로 들어선 그녀는 선명하게 풍기는 책의 향내음을 맡았다. 오늘따라 더 진하게 느껴지는 것만 같다. 예카테리나는 입을 헤 벌린 채 정신없이 도서관을 둘러보았고, 당장이라도 어디론가 달려들 것 같았지만 그 전에 처리해야만 하는 일이 있었다.
“예카테리나. 이 문을 닫으면, 너는 영영 미술관으로 돌아갈 수 없게 돼.”
“······아!”
“그리고, 아마 너는 예언을 잃게 되겠지. 너의 모든 것이나 다름없는 그의 능력을.”
그렇다.
지금도 끊임없이 의뢰인이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기에 알 수 있었다.
<훌륭한 방법입니다.>
<하나의 세상에서 반복되는 무한한 시간의 반복. 그러나 무한루프의 대상을 다른 세상의 시간 속으로 보내버린다면 더 이상의 루프, 즉 ‘에필로그’는 존재하지 않게 되지요.>
<이 또한 주인공의 죽음입니다.>
<다른 세계로 가는 순간 주인공은 모든 주인공으로서의 능력을 잃게 됩니다.>
영원히 꿈속을 반복하며, 시간축을 뒤틀어 선명한 미래를 볼 수 있는 그 능력은 모두 미술관 덕분이다. 하지만 그 미술관에서 도망치게 되면 주인공으로서의 개연성, 즉 ‘예언’을 잃는다. 과연 예카테리나는 그래도 좋은가? 그런 마음에 나는 질문을 던졌으나.
“······평생을 바라던 일이에요.”
열넷의 나이에 처음 예언을 각성한 이후, 평생을 예언 자판기로 살아왔다. 그저 예언만 쭉쭉 뽑아내면 좋을, 딱 그 정도의 가치로서 살아온 인생.
“하지만, 그런 인생은 이제 싫어요.”
그녀는 유리구슬처럼 투명한 눈동자로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예언을 얻고, 과거와 미래를 볼 수 있게 된 이래로 저는 항상 불행했어요. 하지만 제 두 눈을 똑바로 뜨고서 현재를 볼 수만 있다면, 저는 제 영혼조차 바칠 자신이 있어요.”
“그래···. 근데 말이야.”
“네?”
아마 그녀가 ‘제 영혼조차 바칠 자신이 있어요’라며 말한 이유는 자신의 의지를 표출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진짜로 영혼을 바쳐야 돼.”
“······네에?”
예카테리나가 눈에 띄게 당황하자 내가 재차 설명하였다.
“미술관은 네 정신세계였고, 나는 네 정신세계로 들어온 상태였어. 그런데 여기는 내 정신세계야. 즉, 네가 내 정신으로 들어온 상태지.”
“그렇···군요.”
“만약 네가 미술관에서 도망쳐 나와 내 도서관에 갇힌다는 건, 네 영혼이 영영 내 정신속에 갇히게 된다는 말이지.”
그렇다. 그녀는 나라는 사람이 누군지 알지조차 못하는데, 과연 자신을 맡길 수 있는가? 나는 도서관의 문에 손바닥을 살짝 가져다 댄 채로 말했다.
“내가 이 문을 닫는 그 순간부터, 너는 잠이 들면 무조건 내 세계로 들어오게 될 거야. 만약 내가 원한다면 도서관의 문을 단단히 틀어잠궈서 널 깨어나지 못하게 할 수도 있고 나의 공간 속에서 너를 괴롭게 할 수도 있어. 즉, 너는 내게 구속된다는 의미야. 그런데도 넌 예언의 힘을 버리고 내게 영혼을 바칠 자신이 있어?”
그러나.
그런 것따위는 고민의 여지조차 되지 않는다는 듯.
“당신이 악마이고, 저 세계가 지옥이라도 상관없어요. 저는 이곳에서의 하루하루가 이미 지옥이었거든요. 무한히 반복되는 시간의 굴레보다도 끔찍한 게 있을까요?”
끼익, 쿵!
예카테리나가 저 스스로 다가와, 문을 닫아버렸다.
그러면서 고개를 돌려 나를 올려보며 꽤 화사한 미소를 짓는다.
“이제 더 이상, 악몽은 꾸지 않겠네요.”
[주인공 예카테리나의 영혼이 당신의 스킬 ‘백색 마녀의 도서관(E)’에 귀속되었습니다.]
[6레벨의 주인공을 사냥하였습니다.]
[아주 특별한 방법으로 주인공을 사냥하여, 레벨이 1단계 상승합니다.]
[수명이 60일 지급됩니다.]
[당신의 수명: 4697일 14시간 28분]
[주인공이 사망하지 않아 재능 및 스킬을 흡수할 수 없습니다.]
어쩌면 저토록이나 단호하게 행동할 수 있을까. 나는 내 인생이 걸린 일이라면 정말 밤낮을 새워서 몇날며칠을 고민했을 것이다. 내게서는 절대로 나올 수 없는 단호한 결단력과 그것을 시행할 용기. 그녀는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많은 것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빙그레 웃더니 도서관 내부로 성큼성큼 걸어들어갔다.
“좋은 곳에서 사시네요. 구경 좀 해봐도 되겠죠?”
그러더니 하늘거리는, 이전보다 훨씬 가벼워진 그런 걸음걸이로 도서관을 돌아다니던 그녀는 문득 책 한 권을 집어서 들어올렸고.
이내 경악하고 말았다.
“어···? 이건 마법서···?”
“맞아. 마법서야.”
“서, 설마. 여기에 있는 전부가······?”
“그래. 전부.”
입을 쩍 벌린 채 거대한 도서관을 둘러보던 그녀는 자신이 집은 책에 이내 고개를 파묻었다. 그러더니 책을 정신없이 훑어보더니 얼떨떨한 목소리로 말한다.
“말도 안 돼···. 언니들 몰래 서고에서 훔쳐봤던 그 어떤 마법서와도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이예요······.”
그러고보니, 그 ‘언니’들이라는 사람이 지구에서 마법을 쓴다고 했던가. 세상에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아마도 나처럼 그 힘이 세간에 완전히 공개되었을 때 감당할 자격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일전에 봤던 그 아티팩트도 모리안 길드에서 나온 건가?’
같은 사람의 손에서 만들어진, 무려 일곱 장의 아티팩트를 보유하고 있던 아렌을 떠올린다. 비록 마법의 수준은 형편없었으나, 아티팩트를 지구에서 볼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상당히 신기했거늘. 그 마법의 발원지를 생각보다도 금방 발견할 수 있었다.
“이거, 이거라면 어쩌면······. 현실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지 몰라···.”
예카테리나는 떨리는 눈동자로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저···. 이곳에 있는 마법서를, 제가 읽어도 될까요? 어, 언니들은 저보고 함부로 읽으면 안 된다고 해서······.”
“문제없어. 어차피 넌 일평생 여길 들락거릴 텐데, 심심해서라도 다 읽게 될걸?”
예카테리나의 영혼은 내게 귀속되었기에 마법의 비밀이 유출될 걱정도 없다.
“아······.”
내 허락에 그녀는 고개를 떨구었다. 감격의 기쁨이라도 만끽하나? 싶었더니, 이게 웬걸.
화르륵!
“오···?”
그녀의 머리 위에 붉은색의 마법진이 떠올라, 활활 타기 시작한 것. 예카테리나는 그 단기간에 마법 하나를 완성해버린 것이다!
“마, 마법이다! 마법이예요! 서담님! 제가 마, 마법을 썼어요!”
저가 마법을 사용해놓고 저가 더 놀란다. 확실히 놀랄만한 일이기는 했으나, 마녀라면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니지 않나? 마법의 종족인데.
<그녀는 아주 선명한 마녀의 피를 물려받아, 인간의 감정과 마녀의 능력 모두 월등히 뛰어난 편이었으나 억지로 ‘예언’의 힘을 전승받게 되어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가지고 있는 모든 능력을 예언을 감당하는 데에 사용하였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금, 그 예언이 모두 사라진 이상.
그 누구보다도 압도적이고 폭력적인 그녀의 마법의 재능이 지금 폭발적으로 터지기 시작한 것!
그 이후, 그녀는 내가 있다는 사실조차 잊은 채 바닥에 주저앉아 정신없이 마법서를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한참이나 지켜보던 나는 허공을 쳐다보았다.
“돌아가자.”
[목표를 달성하여 원래의 세계로 귀환합니다.]
세계가 점차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
[긴급 탈출 시퀀스를 사용한 직후에는 귀환 위치를 임의로 변경할 수 있습니다.]
“히말라야 산맥, 천마 설중연이 머물고 있는 오두막으로.”
[수명 30일이 추가로 차감됩니다.]
“아무렴.”
이곳에서의 주인공은 깔끔하게 마무리되었다.
이제, 현대의 주인공을 마무리지으러 가야겠다.
< 저는 매일 악몽을 꾸고는 해요(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