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게 주인공은 살인이다-73화 (73/251)

< Hello, Hellony(4) >

바로, 직전까지만 해도 모두가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옆자리 사람과 떠들거나, 흥분하여 허공에 소리를 지르거나, 카메라와 야광봉 등을 흔들며 그녀의 이름을 외쳤다. 그들의 환호성은 단 한 사람만을 위한 것이기에 아름다웠으나, 소음이나 다름없었다.

왜냐하면.

또각, 또각.

무대 위를 울리는 선율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녀가 내는 모든 ‘소리’ 앞에서 다른 그 어떤 소리조차 소음이 되어버린다. 구두를 신고 걷는 소리, 손가락으로 옷자락을 스치는 소리, 머리무새를 매만지는 소리, 노래를 부르기 직전 목을 가다듬는 그 소리마저도 아름다웠다.

수천, 수만 명의 관중들 모두가 침묵한다.

이들 중에는 헬로니의 공연을 두 귀로 직접 들어본 자도 있을 것이며 그렇지 않은 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따위는 상관없다. 그저 헬로니가 내는 음색 앞에서 모두 벙어리가 될 뿐이었으니까.

이윽고.

헬로니의 입이 열리며.

음악과 함께 전율이 흘러나왔다.

퉁! 헬로니가 가볍게 구두로 무대를 두드리자 분홍색의 파장이 그녀를 중심으로 퍼져나가 무대 전체를 뒤엎었다. 그것은 음파 능력자가 능력을 사용할 때 나타나는 에테르 반사광이었으나, 이 세상 그 어떤 에테르 반사광보다도 아름다웠기에 곧 무대를 꾸미는 장치가 되었다.

어떤 화려한 폭죽보다도, 찬란한 조명보다도, 시선을 매혹하는 LED보다도 아름다웠다.

그녀에게는 다른 무대장치가 필요없었다. 그저 헬로니 자체가 무대장치가 되고, 노래가 되고 음악이 되며 마이크가 된다. 장식으로 들고있는 음표 모양의 연보랏빛의 마이크는 그저 헬로니의 마스코트일 뿐, 소리를 내는 기능은 없다.

입술을 떼어, 한 소절 입밖으로 내는 순간 모두가 숨을 멈추었다. 누군가가 말했다. 헬로니의 노래를 귀가 아니라 가슴으로 듣는다고. 그건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었지만, 실제로도 그러하였다.

음(音)을 다룰 수 있는 능력자, 헬로니. 그녀는 자신의 노래를 초능력으로 치장하고 또 치장하여 아름답게 가꿀 수 있는 초능력자였다. 소리는 무대를 휘몰아친다. 어떤 소절은 관중을 툭 건드렸다가 사라졌으며 어떤 소절은 몇 번이나 무대를 왕복하며 자꾸만 그 소리를 피워나갔고 어떤 소절은 마치 장난꾸러기처럼 무대를 타고 몇 번이나 통통 튀었다.

그래서, 같은 노래를 들으면서도 수백 개의 노래를 동시에 듣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오늘 내가 들었던 헬로니의 노래는, 옆자리의 사람이 들었던 노래와 다르다.

그리고 그 옆자리 사람이 들었던 노래는 또 내가 들었던 노래와 다르다.

팝의 여신 헬로니.

과연 음악의 여신이 내려온다고 해서 헬로니보다 더 좋은 음색을 보여줄 수 있을까?

퉁! 다시 한번 구두로 무대를 내려치자, 파동이 퍼져나간다. 모두가 그녀의 노래에 홀린 듯 야광봉을 흔드는 것조차 잊은 채 멍하니 고개를 짓쳐들고 있자, 헬로니는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아차. 약하게, 약하게.’

무대를 휘어잡던 음색을 조금씩 거둬들인다. 이윽고, 하이라이트 고음파트를 끝내자.

와아아아-!!

뒤늦게 사람들의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평소 같았다면 ‘헬로! 헬로니!’ 라며 터져나왔을 팬들의 응원법조차 오늘은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너무나도 압도적인 무대였기 때문이다.

긴장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헬로니. 너는 평소처럼 무대를 해줘. 되도록이면 더 좋은 노래를 불러달라고는 하고 싶은데, 내가 가수가 아니라서 그 정도까진 못하겠고······. 그냥, 긴장하지 말아달라고밖엔 못 하겠다.’

‘위, 위험하진 않을까?’

‘괜찮아. 계획대로만 진행되면, 오늘은 그 누구도 상처입지 않을 거야.’

서담이라면 저 상황에서 ‘상처’라는 단어 대신 더 효율적인 단어를 채택했을 것이다. 피해, 죽음, 사망 등등. 쓸만한 단어는 많다. 그럼에도 굳이 상처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날 배려해줬구나.’

그녀는 상처가 많다. 그리고, 남에게 입힌 상처가 더욱 더 많다. 그래서 그녀는 상처에 굉장히 민감하였다. 언제 또 남에게 상처입힐지 모르는 자신의 존재가, 자신의 능력이.

유서담은 말했다.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성공해서 다행이야.’라며. 그는 모를 것이다. 자신이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었던 진짜 이유를.

♪~♬

그래서 그녀는 그저 노래를 부른다.

자신의 스토커를 잡기 위해 지금도 무대 뒤에서 분주히 뛰고있을 친구들을 위해.

그리고, 자기 자신의 상처를 위해.

*

“예상대로네.”

무대의 뒤, 아니 위쪽.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 공간.

콘서트홀의 천장은 뻥 뚫려있었고, 사람들은 시원한 봄바람을 맞이하며 헬로니의 무대에 푹 빠져있었다. 그러나 노래 한 소절조차 무대 밖으로 빠져나오지 않는다. 헬로니의 능력 덕분이리라.

-뭐가?

무전을 통해 테일러가 내게 물었다.

“평상시의 초음파 탐지를 사용중일 때는 몰라도, 헬로니가 진심으로 능력을 발휘하면 완벽한 ‘음파 차단막’이 형성돼.”

-오오. 그렇구먼!

“이해 못했지?”

-······내가 알아처먹게 설명하던가 새끼야.

피식 웃음을 터뜨린 나는 메가 슈터에 달린 스코프의 배율을 조금 더 높여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특별한 파장, 에테르가 아닌 ‘마력’을 감지하는 기능이 달린 이 배율은 화분의 도움을 받아 만든 아티팩트였다.

“헬로니가 말했잖아. 무대가 끝나기 직전이나 직후에는 그 시선이 유독 질척하게 느껴지는데, 이상하게도 공연 도중에는 느껴지지 않았다고. 그건 헬로니가 가진 초능력의 출력이 그 무림인의 능력조차 상회해서 그럴 거야.”

-엥? 무림인이 무조건 강한 거 아냐?

사람들의 상식 속에서 무림인은 최강이었다. 4년 전, 그들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후로 아주 가끔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 어떤 초능력자도 보여줄 수 없었던 막강한 파괴력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무림의 무공은 같은 랭크라고 쳤을 때, 그 순수한 출력 자체만 놓고 보자면 초능력보다 약하다. 그저 그들은 적은 힘으로도 강력한 힘을 휘몰아치는 ‘컨트롤’이 좋을 뿐이었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그래서 평상시에는 지구상 그 누구보다도 세심한 컨트롤을 가진 헬로니의 초능력조차 무림인이 뚫을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무대가 시작되어 헬로니가 자신의 능력을 전력으로 발산한다면?

-으음. 멀리서는 뚫을 수 없다 이거지?

“맞아. 헬로니에게 집착하고 있는 그 무림인이라면, 자신이 볼 수 없는 곳에 있는 헬로니를 찾기 위해 어떻게 할까?”

-···그 미친 무림인이 가까이로 접근한다, 이 말이야?

“그래. 마침, 저기 오고있네.”

내 말에 그녀가 침묵하였다. 테일러는 관중들 속에 섞여있었기에 볼 수 없겠지만 내 눈에는 똑똑히 보였다.

웬 여인이, 하늘을 날고있었다.

[악역 세청련이 스킬 ‘탄금행彈琴行(S+)’을 사용합니다.]

잘은 모르겠으나 아마도 음파를 이용해 허공을 밟는 종류의 어떠한 무공이리라. 그것은 가히 헬로니의 초능력보다도 압도적으로 컨트롤이 뛰어나다고밖엔 설명이 되지 않았다. 헬로니조차, 음파를 밟고 뛰어다닌다는 발상은 절대로 불가능했으니까.

중국풍의 낡아빠진 옷자락과 검은색의 머리칼을 휘날리며 무대를 내려보던 그 여인을 향해 메가 슈터를 조준한다.

-거리는?

“300m.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어. 바람은 3시 방향에서 시속 6마일. ···서풍3마일쯤 되려나.”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나는 이동준을 호출하였고, 그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이곳으로 오고있을 터. ‘위기’를 내가 억지로 발생시킨 탓에 이동준은 위기 상황에 대한 주인공 보정이 발동하여 무조건 사건이 터지기 전에는 도착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거기에 위기를 한 숟갈 더 떠서 넣을 생각이었다.

원래의 스토리는 어땠을까. 아마 무대에 있는 모두가 죽거나 크게 다쳤을 것이다. 헬로니의 머리 위에 조연 마크가 없는 것으로 보아 그녀 역시도 사상자 중 한 명이었겠지. 그래서 뒤늦게 이동준이 도착해 신혜지를 구출해냈을 때는 ‘목격자’가 전무했을 터다.

그렇다면 내가 바꿀 스토리는 어떨까?

굳이 입으로 설명하기도 아프다.

나는 이동준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낼 생각이었다. 그것도 그냥 드러내는 게 아니라, 그만을 위한 아주 화려한 ‘데뷔 무대’를 만들어서 말이다.

*

세청련.

그녀는 그저 소리를 찾아 헤매었다.

더 아름답고, 고매하고, 청량하고, 깨끗하고, 맑고, 청정하고, 말갛고, 고우며, 고결한 소리를 찾아서.

휘잉···, 밤하늘 아래를 스치는 시원한 봄바람이 세청련의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으나 그런 바람이 내는 소음따위는 그녀에게 들리지 않았다.

오로지 저 무대, 헬로니의 목소리에서 흘러나오는 음색만이 세청련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뿐이었다.

이 세상 그 누구도. 심지어 무림에서조차, 저런 음색을 낼 수 있는 자는 없었다.

그녀는 특별하다. 그래서, 더욱 더 집착하였다.

‘들리지 않아.’

헬로니는 노래를 부를 때면, 두텁고 거대한 장막을 쳐서 외부로 자신의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한다. 그래서 그녀가 무대에 오를 때마다 세청련은 점점 더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저 노래를 나만 들을 수 있다면.’

‘저 음색을 나만 가질 수 있다면.’

점점 더.

가까이.

헬로니가 쳐놓은 ‘경계선’으로, 세청련은 손을 뻗었다.

질투심이 피어오른다.

나는 듣지 못하는데, 저 자리에 있는 모두가 그녀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제외하고서 모두가 행복해하고 있다는 사실이.

파직, 파지직!

그 질투심은 벌써 세청련이 지구에 도착한 이후 벌써 4년 가까이 피어오르고 있었으며.

오늘,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그래. 나만 듣는 거야.’

이 자리에 있는 모든 귀를 잘라낸 채 헬로니를 자신이 데려간다면. 그녀의 노래는 오롯이 자신의 것이 된다.

세청련의 몸에서부터 붉은색의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그것은 ‘음(音)’이었다. 단지, 붉은색을 띈 소리였을 뿐.

그 붉은색의 소리는 너무나도 거칠고 난폭하여 마치 꽹가리로 피아노를 두드리는 듯했다. 그녀는 품에서 고금古琴을 꺼내들었다.

한때, 세청련은 이 악기를 이용해 세상 누구보다도 우아한 연주를 했었다.

한때, 세청련은 이 악기와 함께하며 그 누구보다도 행복한 노래를 하였다.

그러나. 달마에게 금제를 당한 이후, 자신이 가진 음악을 모두 잃고 말았다. ‘부적’을 이용해 금제를 억눌렀음에도 불구하고 예전의 노래를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헬로니는 그녀에게 마지막 희망이었다.

‘나를 다시 한번 노래할 수 있도록 해줘.’

[악역 세청련이 스킬 ‘적음무애신공赤音無涯神功(S+)’을 발동합니다.]

세청련이 손을 뻗어, 붉은색의 기운이 천천히 무대를 향해 쏘아지려는 그 순간.

“금제를 어겼구나, 무림인.”

“······!!”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청련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음을 느낌과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달마지존이 서있었다.

모든 무림인에게 금제를 걸어 강제로 지구로 끌고왔던 그 남자.

원망하고, 또 원망하였지만 너무나도 강한 힘을 가지고 있어 감히 결투를 신청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던 지존. 가히 천하제일인이라 부름에 손색이 없는 그자가 자신을 심판하기 위해 찾아왔다.

구름이 피어오른다. 고작 한 사람이 서있을 뿐인데, 마치 첩첩산중이 온 사방을 에워싸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

여전히 무대는 지속되었다. 헬로니의 노래는 사람들의 가슴을 녹이고 있었고, 세청련의 소음따위는 그 음악에 가려져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았다.

“금제를 어긴 대가로, 너는 여기서 조용히 죽는다.”

아무도 모른다.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무대의 그림자에서.

‘나는 죽는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세청련이 허망하게 웃음을 터뜨리려는 순간.

타앙······!!

총성이 울려퍼졌고, 동시에 헬로니의 음악이 우뚝 멈추며 천장을 가리던 연보랏빛의 장막이 걷어졌다. 어째서 이 타이밍에 노래가 멈춘 것일까. 그건 중요치 않다.

다만, 무대의 모두가 하늘을 주목하게 되었다는 점이 중요할 뿐이었다.

“어······?”

헬로니를 비롯하여 수만 명의 관중이 전부 무대의 천장을 바라보았다. 붉은색의 기운과 구름과도 같은 기운이 서로 충돌하고 있는 그 광경을 모두가 보고 만 것이다!

저게 뭐지? 사람들의 의문을 내뱉기도 전에.

누군가가 외쳤다.

“빌런이다! 빌런이 나타났다!”

그리고, 또다른 누군가가 외쳤다.

“홍엽사다! 홍엽사가 빌런을 해치우러 왔어!”

“뭐? 홍엽사라고?”

“정말이야?”

순식간에 무대가 아비규환이 되었다. 그 달마지존조차,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어떻게 ‘누군가’가 홍엽사를 알아본 것일까. 그는 구름처럼 신비로운 능력을 사용한다는 점을 제외하고선 성별과 나이를 비롯하여 얼굴이 세상에 드러난 적조차 없는데.

그러나 그건 중요치 않았다.

수만 명의 시선이 존재하는 무대 위에 빌런이 나타났으며, 그 빌런을 해치우기 위해 홍엽사가 나타났다.

그야말로 영웅! 수만 개의 시선이, 아니 카메라가 하늘을 향한다. 전 세계로 라이브 중계가 되고있는 카메라가 이동준을 비추었다.

‘······.’

카메라 속 이동준은 어딘가로 시선을 두고 있었다. 아니 애초에 총성이 울린 그 순간부터, 단 한번도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의 시선 속에는 이 상황을 만들어낸 한 명의 사내가 여유로운 미소를 띈 채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유서담······.”

외통수였다.

< Hello, Hellony(4) > 끝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