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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주인공은 살인이다-72화 (72/251)

< Hello, Hellony(3) >

예언가를 소유한 길드 ‘모리안’은 러시아에서도 규모가 가장 큰 길드 중 하나였다. 비록 소규모 집단이나 전 세계적으로 하위의 길드만 200여 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아주 특별한 능력을 지닌 초능력자를 다수 데리고 있었다.

게다가 모리안의 길드원들은 아주 특별한 능력을 사용할 수 있었는데, 세상에 잘 드러나지 않았기에 아는 사람은 적으나 대부분의 베테랑 헌터들은 그들의 능력이 ‘부적’을 기반으로 한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는 인지하고 있었다.

다만.

그 누구도 알지는 못했다.

‘부적’의 근원지가 어디인가에 대해서는.

“에이번. 미국의 레인 킬러 길드에서 부적 강화 계열 부적을 10장 구매하고 싶다고 재차 연락이 왔습니다. 독일의 베스터 길드에서도 다섯 장을 요구했고, ···오. 한국의 로스트 데이 길드에서도 연락이 왔군요.”

“그런가요?”

에이번은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손에 쥐고있는 카드는 세계에서 ‘부적’이라 불리며 유통되고 있다.

“최근에 일거리가 많이 들어오는군요. ‘이능력’에 대해 관심을 가진 자들이 급증했다는 증거일까요?”

이능력. 에테르를 통한 초능력 강화 시술을 받지 않고서도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자를 뜻하였는데, 여태까지는 그에 대한 정보가 극히 부족하여 세계적으로 크게 주목을 받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헌터 유서담의 건이 터지면서 ‘이능력’에 대한 궁금증이 일파만파로 퍼져나가게 되었는데, 그중 극히 일부만이 ‘모리안’ 길드에서 부적을 거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

아무래도 기밀유지가 생명이다보니, 부적에 대해 아는 자가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수많은 길드에서 컨택이 들어왔다.

“우선···. 로스트 데이에게 먼저 연락을 하세요. 이전부터 ‘마법’의 연구에 대해 꽤 많은 도움을 주었던 길드이니까요.”

로스트 데이는 상당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모리안 길드에 상당한 도움을 주었던 전적이 있었다. 과학적으로 마법 연구를 도와주질 않나, 수많은 인맥을 바탕으로 전 세계에 라인을 연결해주질 않나. 덕분에 모리안 길드는 10년 전보다 더욱 길드의 규모가 커져있었다.

뒷세계에서는 부적의 독점.

앞세계에서는 예언가를 보유한 길드로서, 모리안 길드는 이제 전 세계에 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마법은······. 우리들만의 것이니까.”

최근 헌터 유서담이라는 자가 부적에 대해 무언가를 알아내어, 비슷한 능력을 쓰는 것처럼 보이기는 했으나 그래봐야 음지에 숨어서 몇백 년이나 마법의 맥을 이어온 자신들에 비하면 택도 없을 것이다. 과학에 묻히기는 했으나, 그들은 조금씩이나마 꾸준히 마법을 발전해왔고, 현대에 이르러서는 무려 마법을 물건에 담을 수 있게 됐으니까!

아직까지는 S랭크 초능력자에 비견될만한 파괴력은 낼 수 없었으나, 그 활용성만큼은 어떤 초능력자보다도 우월하다고 할 수 있겠다.

“에이번님.”

허공에서 목소리가 흘러들어온다. 에이번은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대답하였다.

“말하거라.”

“예언가님께서 오셨습니다.”

“들여보내.”

이윽고 사무실의 문이 열리며 예카테리나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색을 잃은 채 허리까지 새하얗게 늘어서 있었고, 눈동자는 빛을 잃어 이제는 흐릿하게 정면에 무언가가 있는지 없는지를 알 수 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예카테리나는 똑똑히 고개를 들어, 에이번과 눈을 마주하였다.

“에이번. 예언을 봤어요.”

“얘기해보거라.”

“발생지는 한국, 서울이에요. 가수 ‘헬로니’의 공연에 재앙이 들이닥칠 겁니다.”

“헬로니라······.”

예카테리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했다.

“이상해요. 그곳에서는··· 아무런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어요. 함성도, 비명도. 그 무엇도.”

“······그래?”

그렇다면, 이번 재앙은 ‘소리’와 관련이 있다는 말이 되겠다. 예카테리나의 예언은 상당히 뛰어나서 재앙에 대한 키워드를 미리 알 수 있었으니까.

“아마도······ 수많은 사람들이 죽을 거예요. 막아야 해요.”

“정확한 날짜는 언제니?”

“네. 아마도 조만간···.”

“그렇구나. 흐음.”

잠시 무언가를 고민하던 에이번은 미소를 띄웠다. 감정이 하나도 실리지 않은 미소였다.

“역시나, 소리를 찾아서 떠났을 줄 알았지. 돌아가보거라.”

“···네? 예언을 세상에 공표해야만 해요. 평소처럼······.”

“그래.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돌아가렴. 예카테리나.”

“······.”

여전히 찝찝한 듯한 표정을 지은 채 예카테리나는 한참이나 그곳에 우두커니 서있다가, 결국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음을 깨닫고서 돌아갔다. 이윽고 에이번이 펜을 들고서 카드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자 바로 옆에서 로브를 뒤집어 쓴 채 서있던 여인이 말했다.

“이상현상 대응 본부에 알리면 되겠습니까?”

“아니. 그럴 필요는 없어.”

“그렇습니까?”

에이번은 서랍에서 서류뭉치를 꺼내들었다.

그곳에는 DR에 대한 기록이 정리되어 있었다.

DR. 차원 귀환자, 혹은 무림인이라 불리는 이들은 이계에서 아주 특별한 힘을 익히고 왔으나······. 아주 강력한 누군가의 금제로 인해 모든 힘의 사용이 금지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이세계에서 귀환한지도 어느덧 4년 째. 에이번은 자신의 부적으로 금제를 일시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었다.

그 이후 그녀는 DR에 대해 조사하여, 무공을 사용하지 못해 금단증세가 심한 몇 명에게 접촉하였고 자신의 마법으로 무공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겠노라 유혹하였다. 비록 금제를 속일 수 있는 시간은 짧았으나, 단 한 개라도 만들기 힘들다는 그 부적을 무공이라는 기술을 손에 넣기 위해 무려 열 장이나 만들어내어 DR에게 선물하였고.

그대로 도둑맞았다.

‘나는 차, 찾아야 해.’

‘무얼 찾으시나요?’

‘소리. 더 아름다운 소리를···.’

‘그런 거라면 저희들이 얼마든-’

‘아니! 너희는 불가능해!’

에이번은 그녀가 떠나가기 직전, 마지막으로 나눴던 기억을 떠올렸다.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 에이번은 실질적인 이득을 추구하는 마법사이자 사업가였는데, 무려 부적을 10장이나 투자했음에도 손해를 봐버렸으니까.

“차라리 한국에서 재앙을 일으키고, ‘지존’이라는 자에게 심판을 당하도록 내버려두는 게 낫겠죠.”

이미 그 여자는 단단히 미친 채였고 돌이키는 건 불가능했다. 괜히 찾으러 다닐 바에야, 머나먼 타지에서 죽어주는 편이 더 좋다.

“이번 예언은 조용히 묻어둡니다.”

*

검희, 하선영. 무림 출신의 그녀 덕분에 일이 편해졌다. 애초에 스토커가 ‘소리’를 다룰 줄 아는 게 아닐까? 하는 추측까지는 쉽게 접어들었다만 범인을 색출해낼 방법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괜찮네. 뭐, 이 정도면 대기실에 시선이 새어들어올 일은 없겠는데?”

대기실 내부에 임시로 설치한 방음벽을 어루만지며 하선영이 말했다. 그냥 평범한 방음벽이 아니다. 소리를 차단하는 내 마법까지 더해져서, 이제 어지간한 거리에서는 이 벽을 소리로 뚫고 쳐다볼 수 없을 것이다. 물론 가까운 거리에서라면 얼마든지 관통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자라지만, 그럼 하선영이 가만히 안 있을 거다.

“감히 헬로니를 건드려?”

콧김을 내뿜는 그녀는 평소처럼 푼수같았지만 지금 갑자기 무슨 일이라도 터지면 곧바로 대처가 유일하게 가능한, 그 누구보다도 든든한 아군이었다.

“어? 근데 너 눈깔이 왜 그따구야? 렌즈 꼈냐?”

마법으로 방음벽에 작업을 치던 내게 테일러가 묻는다. 아마도 눈동자가 새하얗게 물든 탓일 터다.

“어쩌다보니.”

손바닥을 들어 눈을 비비자, 눈동자에 마력이 스며들었다. ‘마력 렌즈’로 재차 검은색 눈동자로 돌아오자 테일러가 깜짝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 마력 렌즈가 평소에도 계속 유지가 되면 좋겠다만, 마법을 사용할 때마다 자꾸 벗겨져서 흰색 눈동자가 드러나는 터에 상당히 불편했다.

E랭크의 서고를 볼 수 있는 대가가 고작 이 정도라면 얼마든지 감안할 수 있었지만.

“야. 근데 아까부터 뭘 그렇게 고민해? 범인 어떻게 잡을지 감은 와?”

“나도 감지 못하는 걸 네가 고민한다고 무슨 수가 나오겠어?”

테일러와 하선영이 순차적으로 말하자 슬슬 공연을 시작하기 위해 화장을 하던 헬로니가 불안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상대가 무림인이고, 심지어 S랭크의 음파 능력자의 탐지를 거의 완벽하게 피할 정도이며 하선영의 공격을 먼 거리라지만 비껴낼 수 있을 정도라면 최소한 SS랭크의 무림인이라는 말이 된다.

내 힘으로는 결코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지킬 수 없다.

S랭크의 초능력자 둘과 SS랭크의 무림인. 그에 비해 나는 D랭크의 신체 능력과 검술, 2~3써클 수준의 마법을 익혔을 뿐이었다.

하지만, 초능력이 없다고 해서 머리까지 굴리지 못하리란 법은 없지 않는가?

우선 첫 번째.

왜 무림인이 헬로니에게 집착하는가?

정답.

알 거 없다.

그리고 두 번째.

어떻게 음공을 다루는 무림인이 금제의 영향에서 벗어났는가?

정답.

이 역시 알 필요 없다.

당장 알지도 못할 의문일 뿐더러, 아마도 이 사건은 주인공 이동준과 어떠한 연관이 있었기에 사건이 벌어지기 위한 필연적인 ‘개연성’이 개입되었을 것이다. 개연성을 상식으로 추론하는 것은 불가능.

나는 그 이후에 벌어진 클리셰에 대해 고민을 해야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과연 이곳에서 무슨 ‘스토리’가 벌어졌는가.

검희나 창제를 비롯하여 내가 알아낸 이야기에 따르면, 달마지존은 과거 무림에서 손을 수많은 피로 물들였다. 정의 집행이라는 명목 하에 너무나도 많은 살생을 저지른 바. 그런 그가 지구로 귀환하여 진행할 이야기의 테마는 아마도 ‘속죄’와 ‘평화’가 아닐까?

평화의 테마는 딸 신혜지와 천마 설중연을 통해 진행이 될 예정이었을 터. 정말로 이동준의 테마가 속죄가 섞여있다면 아마 헬로니의 콘서트는 엉망진창이 되었을 확률이 높다.

자신이 금제를 걸어버린 탓에, 금단증세를 이기지 못하고 폭주를 해버린 무림인. 하필이면 그 무림인은 수많은 사람들을 사살하며 동시에 자신의 딸, 신혜지에게까지 피해를 입히게 될 것이다.

뒤늦게 도착한 달마지존은 간신히 신혜지를 구해내며 음공의 무림인을 제압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뭔가를 깨달을지도 모르겠다. ‘아, 나의 잘못된 판단으로 내 딸에게 피해가 갔구나.’ 그 이후 방침을 바꾸거나 금제를 풀거나 뭐 어떻게든 이야기가 진행되겠지만 거기까진 내 알바가 아니었다.

누구라도 생각할 수 있는 그럴 듯한 이야기. 그래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으나, 신혜지가 헬로니의 공연을 보러 왔으며 무림인이 이 근처에서 얼쩡대는 것만 해도 이미 충분히 저 뻔하디 뻔한 이야기를 뒷받침해주는 증거였다.

결국 주인공의 스토리는 클리셰를 따라가기 마련이었으니까.

사실 속죄의 테마가 없더라도 문제는 없긴 하다.

어차피 신혜지가 공연을 보러왔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할 뿐이다.

“으음.”

“아오, 개빡쳐.”

“역시 공연을 취소하는 수밖에는 없겠지······.”

도저히 정답이 보이지 않아, 막막해하는 그녀들과는 달리 내 머릿속은 시원하게 뻥 뚫린 느낌이었다.

‘······상황이 술술 풀리기 시작하는데?’

길이 콱 막힌 듯, 불이 모드 꺼진 방에 갇힌 듯 막막하기만 했던 500레벨의 주인공 사냥.

하지만 이제 그 길에 광명이 찾아들었다.

그런 이유로.

나는 헬로니와 테일러, 하선영의 눈을 차례로 마주치며 슬슬 내 생각을 풀어놓았다.

“아마도 전투가 벌어지면, 많은 사상자가 발생할 거야. 하선영 씨가 맞서 싸운다 해도 단번에 제압하지 못할 텐데 음공의 특성상 광역 공격이 발생하면 결국 피해를 입는 건 어쩔 수 없거든.”

그에 동감하는지 헬로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그녀 역시도 자신의 능력을 제어하지 못하는 초능력자 중 한 명이었다.

“게다가 하선영 씨는 함부로 활동하면 안 되는 상황이기도 하잖아요?”

“그건···그렇지.”

결국, 남은 수는 이 많은 인원을 모두 대피시키는 방법밖에 없다는 소리. 헬로니가 어두운 표정으로 매니저에게 연락하여 당장 공연을 취소하라고 말하려 했지만, 그 전에 내가 말렸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결국 지금 스토커를 잡을 수는 없잖아?”

“···그렇긴 한데. 방법은 있는 거야?”

“음공의 무림인을 제압할 수 있는, 가장 강한 아군을 부르면 되잖아.”

“뭐?”

그런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냐는 듯한 표정으로 묻는 세 쌍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말한다.

“지구의 모든 무림인에게 ‘금제’를 걸어놓은 장본인, 지존 말이야.”

“DR의 대가리 말하는 거냐? 말이 돼?”

“서, 서담. DR의 무림인들은 헌터 협회에서도 찾고 있는데 소식이 없어. 특히 지존들은···.”

“달마지존은 그 누구의 명령도 따르지 않는다, 서담.”

그녀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나는 그에 대한 대답으로 스마트폰을 들어보였다.

*

휘이잉······!

똑, 똑.

몰아치는 눈보라에도 아랑곳않고, 자그마한 오두막집에 노크를 하자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거라.

조심스레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가자, 축 늘어져있던 예전과는 달리 쇼파에 누워서 여유롭게 체리를 입에 물고있는 설중연의 자태가 드러났다.

새하얀 소복 하나만을 걸친 채 너무나도 우아하게 누워있는 그녀는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아름다웠고, 매혹적이었으며, 결코 그 어떤 여색을 보더라도 심신이 흔들리지 않는 달마지존조차 홀리게 만드는 매력이 존재했다.

그녀는 비스듬히 시선을 돌려, 이동준을 향해 물었다.

“이번에는 이전보다 빨리 왔구나. 무슨 일 있느냐?”

“칠각수의 뿔을 구해왔다.”

“아, 그거.”

설중연이 갖고 싶다고 했기에, 이동준은 자신의 모든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하여 정신없이 전 세계의 모든 던전을 돌아다녔다. 그렇게 간신히 구해온 칠각수의 뿔. 하지만 설중연은 그것에 시선조차 두지 않은채 새하얀 발가락을 들어올려 어딘가를 가리켰다.

“저 구석에 박아놓거라.”

“지금 보지 않아도 괜찮나?”

“흥미가 떨어졌다.”

“······.”

일부러 열이라도 받으라는 듯 그리 말했건만 이동준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정말 설중연이 시킨대로 구석에 칠각수의 뿔을 고이 모셔두었다. 심지어 그 위에 비닐을 예쁘게 포장해두는 게, 먼지라도 쌓일까봐 그러는 모양. 정말 쓸데없이 정성스러운 척을 하는 그 모습에 설중연은 짜증이 치밀어 올랐으나 티를 내지는 않았다.

“또 갖고 싶은 게 있으면 얼마든지 말해. 구할 수 있는 거라면 어떻게든 구해올 테니까.”

“음, 글쎄에······.”

머리카락을 쇼파 아래로 늘어뜨리며 설중연의 자세가 무너지자 달마의 시선이 살짝 옆으로 돌아갔다. 분명 온몸을 가리는 소복인지라 드러나는 살색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 흰색의 고운 발목이, 손목이. 아니, 그냥 그녀의 존재 그 자체가 너무나도 매혹적이어서, 도저히 시선을 고정시킬 수 없던 탓.

‘흐음, 이제 어떡하면 좋으려나?’

그냥 돌려보낼까? 아니면 또 무언가 ‘그 남자’의 말대로 달마지존에게 장난을 쳐둘까?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이동준이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직후, 그의 표정이 싸하게 굳어졌다.

어딘가 당황한 듯한, 그리고 조급한 듯한, 그리고 화가 난 듯한.

달마지존은 결코 감정을 드러내는 법이 없을 터.

천마는 흥미로운 눈빛을 애써 감추며 그를 관찰하였다.

‘오호라. 드디어 그 남자가 뭔가를 하기 시작했는가?’

슬슬 때가 되었음을 짐작한 천마가 소매로 입술을 가리고서 쿡, 웃자 이동준이 다급함을 최대한 숨긴 채 말했다.

“···이만 돌아가보겠다.”

“왜애? 나와 함께 있는 시간이 벌써 질린 겐가?”

“그런 건 절대 아니다.”

“그래에? 흐으음······.”

평소의 설중연 같았다면 꺼지라는 반응으로 냉랭하게 대했을 터. 설중연이 이토록이나 늘어지는 목소리로 자신에게 집착을 한 적이 처음인지라 달마는 다급한 와중에도 쉽사리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그의 스마트폰으로 전송된 문자 한 통.

[유서담: 지금 빨리 오십쇼. 콘서트장에 어떤 미친 무림인이 열받아서 뻗대고 있는데, 하필이면 신혜지 양도 여기서 공연 보고 있답니다.]

“흐응, 나는 아직 심심한데 말이지······.”

그리고 어째서인지 자꾸만 치명적으로 다가오는 천마의 태도.

그것이 자꾸만 달마의 마음을 초조하게, 또 혼란하게 만들었다.

-아야, 진정하거라. 결코 평정심을 잃어서는 안 돼!

‘······명심하고 있습니다.’

-명심만 하지 말고, 제대로 집중을 하란 말이다! 네가 평정심을 잃었다가는······.

‘알겠으니, 잔소리는 그만하십시오.’

스읍,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가슴을 진정시킨 달마지존은 이내 천마지존과 눈을 똑바로 마주하여 말했다.

“미안하지만, 지금은 가봐야겠다. 다음에 또 찾아오도록 하지.”

“재미없긴.”

설중연은 그대로 몸을 돌려버렸고, 미련 한 줌 남은 듯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이동준은 이내 쏜살같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윽고, 설중연은 참았던 웃음을 터뜨렸다.

‘점점 더 궁금해지는구나.’

무림의 그 누구도 깨트리지 못했던 달마의 저 가식적인 ‘가면’을 이토록이나 가볍게 무너뜨린 그 남자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어쩐지 가슴이 애타기 시작했으나, 그녀는 꾹 눌러참았다.

‘나를 데리러 온다고 했으니.’

그가 찾아올 그날만을 기다리며.

< Hello, Hellony(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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