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게 주인공은 살인이다-68화 (68/251)

< 무武와 협俠은 중대문제다(2) >

하선영의 신체에 새겨진 금제를 지우는 데에는 거의 반나절이 걸렸다.

금제는 그녀의 신체에 철저히 퍼져있어, 내공(마력)을 조금만 움직여도 곧바로 달마에게 알람이 가도록 되어있던 것. 이것을 잘 피하여 금제를 해제하는 것도 일인데, 심지어 걸려있는 금제가 무려 두 개였다.

인연의 금제와 내공의 금제. 두 개의 금제를 모두 해제하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마력이 필요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마침 CPU의 역할은 은빛 정령의 꽃이 하고 있으며 하드 디스크의 역할은 백색 마녀의 도서관이 하고 있었으니 이제 내가 전원을 공급해주기만 해면 된다.

근데 그게 생각보다 너무 힘들었다는 게 문제였다. 내가 가진 마력량으로는 몇 분 버티는 게 고작이었고, 꾸준히 아라셀리 식 마나 써클링을 통해 마력을 보충해야만 정상적으로 금제의 해석이 가능했던 것. 덕분에 마력이 돌아가는 코어인 심장 부위가 불에 타는 것처럼 아팠다.

진짜, 죽을 것처럼 아팠지만 버텼다. 여기서 포기하면 달마가 찾아올 테니까.

이윽고.

마침내 금제를 해제하는 데에 성공했을 때, 나는 기절하듯이 잠에 빠져들었고.

다시 정신을 차리자.

“네 덕분에, 자유를 되찾았어. ···보답으로 네게 무武와 협俠을 알려줄게.”

마치 거미처럼 천장에 꼿꼿이 선 채로, 검희가 내게 그리 말하였다.

*

무와 협.

무협이라는 장르를 대표하는 두 개의 한자이니만큼, 무협지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덕목이기도 했다.

무협지라는 장르에 대해서는 최근 꽤 공부를 해서 알고는 있다.

피튀기는 전쟁과 학살이 난무하는 전란의 시대. 사는 것이 곧 희생이며 쫓고 쫓기는 게 인생, 그저 고통받으며 버텨낼 뿐인 민초들의 삶. 그때, 칼한자루만을 들고 일어난 영웅이 난세를 구원한다!

그것이 바로 무협지의 가장 흔한 클리셰이다.

거기에 더해서 몰락한 문파의 마지막 제자라던가, 혹은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다거나 해서 수많은 파생 스토리가 나오기는 했지만 결국 큰 줄기는 같다.

피땀 흘리며 주인공은 수련, 또 수련을 하며 그 와중에 자신을 도와줄 은거 기인을 만나거나 기연을 얻으며 숨이 막히는 고난을 겪지만 결국엔 그 모든 것들을 이겨내고서 무림을 제패한다. ···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으니까.

하지만 내게 중요한 건 그런 클리셰가 아니었다.

일전에 무한루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대가로 하마터면 큰 봉변을 당할 뻔한 경험 이후로 나는 무협지조차 꽤 계산적으로 읽게 되었는데, 그 결과 판타지와 무협을 오고가는 내용의 퓨전 판타지 장르를 접하게 되었다.

‘판타지의 기사와, 무협의 무림인.’

그 둘이 비교되는 것은 당연한 일.

통상적으로 자주 쓰이는 ‘클리셰’가 있다면, 무협지 세계관에는 공기중의 마력 농도가 판타지 세계관보다 1/10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무림인들은 자신들 특유의 호흡법을 개발하여 굉장히 효율적으로 단전에 내공을 쌓기에 이르렀는데, 판타지 세계관에서는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별다른 호흡법조차 없이 그저 무식하게 허공에 검을 휘두르고, 또 휘두르는 검술만으로도 판타지의 검객들은 풍부한 마력 덕분에 파괴적인 검술을 사용할 수 있었으니까.

즉.

무협지의 무림인들은 ‘평균적으로’ 봤을 때 파괴력이 부족하나 그 수련법이나 컨트롤 면에서는 판타지의 기사들보다 압도적으로 훌륭했으며, 반대로 판타지의 기사들은 그런 사소한 것들을 전부 제쳐둔 채 상대방을 확실하게 힘으로 분쇄시킬 수 있는 검이 발달시켰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둘 중 누구의 검이 더 뛰어나느냐, 하고 비교하는 건 불가능.

무협의 무공은 적은 내공으로도 훌륭한 컨트롤을 선보이며 ‘사람’을 상대하는 데에 최적화가 되어있었고 판타지의 검술은 많은 마력을 폭발적으로 다루어 ‘몬스터’를 상대하는 데에 최적화가 되어있었다.

즉.

요약하자면 그렇다.

‘지구의 마력 농도는 정말 쓰레기니까, 둘 다 배워야 된다.’

무협의 컨트롤을 배워서, 판타지의 몬스터 상대법을 접목시킨다.

“···해서, 아미의 금정천룡삽식육검을 익히기 위해서는 너는 끊임없이 금정천룡신공의 내공구결을 절차탁마(切磋琢磨)하여 운기해야만 할 거야.”

그것이 검희의 설명을 꾸벅꾸벅 졸면서 들은 결과,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야. 듣고는 있어?”

“물론이죠. 근데 궁금한 게 있는데요.”

“응! 뭐든 물어봐. 연애경험담을 제외하고선 뭐든 말해줄게.”

“절차탁마가 뭡니까?”

“······학문이나 인격을 갈고닦는다는 뜻이야.”

“아하.”

하선영은 아무래도 내게 ‘무공(武功)’이라는 것을 제대로 가르치고 싶은 모양이었고, 거기에 꽤 호기심이 동한 나는 곧바로 배우기로 했다.

“그래서, 무를 익혔되 협을 알지 못하면 그것은 무림인이 아니야. 나도 절치부심(切齒腐心)하여 끊임없이 뼈를 깎는 수련을 했지만, 그 힘을 절대 함부로······.”

“절치부심이 뭡니까?”

“······.”

그런데 뭘 알아먹을 수가 있어야지 말인가.

“아니, 대체 왜 이 정도도 몰라?”

“저 중학교 중퇴하고 헌터했는데요.”

“아.”

그러자 하선영은 입을 다물고서 고민하더니 끙끙거리다 말했다.

“무공을 배우기 전에···. 아니, 무와 협을 배우기 전에, 너는 한자부터 배우는 게 좋지 않겠니?”

“아니 애초에 무공을 배우는 데 무와 협을 꼭 배워야 합니까?”

“어허. 무와 협은 중대문제다. 무를 알고 협을 모르면 그건 그냥 칼을 든 양아치며, 협을 알고 무를 모르면 그냥 의협심이 뛰어난 사람이 되느리라!”

갑자기 말투가 아저씨같아졌다. 그녀는 큼큼 헛기침을 하더니 재차 말했다.

“응? 알겠냐고. 무림인에게서 무공을 전수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무와 협을 깨우쳐야만 된단 말이야.”

“아, 네.”

아무래도 이렇게 대화가 평행선을 그리다가는 무공을 제대로 배우기는 글렀다는 생각에, 결국 반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저기. 우리 한국인인데 좀 한국말로 하면 안 됩니까? 훌륭한 스승은 제자의 눈높이에 맞춰서 가르침을 준다고 했습니다.”

“······어지간히 멍청한 제자도 이 정도는 다 알아서 눈높이를 바닥에까지 파묻어야 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하는 수 없이, 잠시 고민하던 하선영은 입을 열었다.

“나는 여러 문파를 돌아다니면서, 여러 무공을 배웠거든.”

“예.”

“마땅히 소속 될만한 문파가 없기도 했고. 제대로 받아주는 것도 없었어. 그래서 여러 스승을 만났고, 여러 무공을 배워서 그것을 합쳐, 완전히 내것으로 만들었지. 그래서 내 이름을 본따서 ‘선영검법’이라는 이름도 있어.”

“······.”

뭔가 좀···. 좀, 네이밍 센스가 그렇긴 한데. 무협은 원래 다 저렇다는 생각에 굳이 말을 하진 않았다.

“무림인들이 자신의 비전을 그리 쉽게 가르쳐 주덥니까?”

“그럴 리가. 나는 모든 문파에서 속가제자였고, 비기 같은 건 거의 배우지 못했어. 검을 조금 배울 수 있던 것도 내 변변찮은 재능을 팔아서 그런 거고.”

“그 재능이란 건······?”

그러자 검희는 살짝 부끄럽다는 듯 말했다.

“내가, 그. 음···. 20년 전에 무협으로 떨어지기 전에는 아, 아이돌 지망생이었거든. 아무래도 노래 듣기나 부르기를 좋아하다보니 머릿속에 어지간한 현대의 팝송을 전부 외워뒀는데, 고수들이 모이는 장원(莊園)같은 곳을 돌아다니면서 부르곤 했거든. 이게 그렇게 써먹을 수 있을 줄은 몰랐지.”

즉. 그녀는 노래를 불러주며 무공을 배웠다는 말이 되는데······.

‘······그게 말이 되나?’

무협 세계관에 가보질 않아서 모르겠다. 하긴, 현대의 것은 무조건 중원 무림보다 몇백 년 이상은 발달했을 텐데 뭔들 신기하지 않았을까? 더 들어보니 하선영이 노래를 팔았던 것처럼 여러모로 현대의 지식과 재주를 이용해 명문가에 들어갔던 지구인들이 상당했던 모양이다.

“아무튼, 그래서 여러 심법의 장점만을 콕콕 찝어서 만들어낸 게 바로 내 심법이다. 이거야. 물론 그 자체로 이미 완벽한 천마심법이나 달마의 심법에 비하면 부족한 건 어쩔 수 없지만 내껀 언제든지 다른 심법과 합칠 수 있고, 또 변형이 가능하다는 거지.”

“오······.”

“그래서 결론이 뭐냐, 하면. ···내 심법은 어떻게 배우든 상관없는, 진짜 개밥그릇에나 줘도 좋을 잡탕이란 거지. 아. 굳이 식당으로 비유하자면 ‘복어 회집’이야. 복회가 어지간한 스테이크보다 비싸거든? 근데 분위기는 무슨 동네 포장마차같단 말이지.”

“음.”

정말 너무 훌륭한 비유라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내 심법의 구결을 ‘한국어’로 존나 간단히 설명해줄게.”

“네.”

그녀는 짧게 고민을 하더니, 적당한 단어를 찾은 듯 손가락을 척! 들었다.

“네가 누구한테 존나게 쳐맞아서 빡이 존나게 친 상태야.”

“···예.”

“하지만 그럴 때일 수록 운기조식을 해야돼.”

“왜요? 빡이 존나게 친 상태에서 운기조식을 하면 뭐 좋은 게 있습니까?”

“있지. 운기조식에 실패하면 주화입마에 빠지거든.”

“···제가 잘못 아는 게 아니라면 주화입마에 걸리면 큰일나는거 아닙니까?”

“맞아. 그래서 그때 운기조식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는 거야. 왜? 열이 받고 뭐고 그냥 딴생각하는 즉시 고대로 가버리는 거거든. 알겠어?”

“······.”

너무 목숨걸고 마음을 다스리는 게 아닌가 싶다.

“이게 못믿는 표정인데,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면서 운기조식을 하는게 효과가 아주 끝내준다 이 말씀이야.”

그 이후로도 하선영은 무림의 용어를 ‘한국어’로 번역하여 내게 설명해주었고.

저녁이 되었다.

*

[스킬을 배울 수 없습니다.]

그것이 내 수행의 결과였다.

“넌 재능이 없구나.”

하선영의 말에도 나는 그저 묵묵히 시스템 메시지를 바라보았다.

그래, 그랬었지.

여태껏 내가 스스로 무언가를 노력해서 잘 된 일은 하나도 없었다.

스킬을 어떠한 강제적인 제한으로 인해 배우지 못한다면 또 모르겠는데, 그냥 못배우는 거란다. 하지만 상관은 없었다. 방금 좋은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

“선영 씨. 이 신공이 천마, 달마의 것에 비해 성능은 떨어지지만 어디에다가 붙여도 괜찮다고 했었죠?”

“응.”

“···그럼, 기존에 완성되어있는 심법에 붙여도 상관은 없겠죠?”

“어? 어···뭐. 그렇지 않을까? 근데 어지간한 심법은 이미 완성체라 붙일 수는 없을 걸? 장점을 쏙 빼온다면 몰라도.”

그런 건 별로 상관이 없다. 내가 ‘선영신공’이라 불리는 이 심법을 붙이려는 곳은 다름아닌, ‘아라셀리 식 마나 써클링’이었으니까.

일전에 백색검법의 위에 또다른 검술을 무려 네다섯 개나 덧칠하며, 새로운 스킬을 기존의 스킬 위에 덮어씌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즉, 한번 더 그게 안 될 건 없다는 말.

아라셀리 식 마나 써클링은 내가 고의적으로 사용하는 스킬이라기보단, 항시 자연적으로 마력을 끌어모아주는 패시브 스킬의 형태에 가까웠는데 의식을 해봐야 조금 더 효율이 좋아질 뿐이었다.

하지만 거기에 심법을 추가하여, 엔진을 더욱 과열할 수 있게 된다면?

[아라셀리 식 마나 써클링 MK-40(SS)]

기존의 아라셀리 식 마나 써클링은 아라셀리 라인칼이라는 대마법사가 무려 40번이나 보완하여 만든 것. 그런데 거기에, 다른 누군가가 한번 더 보완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마법적인 지식으로는 내가 그것을 건들 수 있을 리는 없으나, 이미 완성된 무공의 지식이 더해진다면.

[스킬 ‘아라셀리 식 마나 써클링 MK-40(SS)’이 새로운 스킬 ‘선영신공(A)’에 반응하여 변화의 조짐을 보입니다.]

물론, 하선영에겐 쉬운 일일지도 모르나 나는 이 분야에 관해서 재능이 없었고 꽤 어려운 일이었다.

몇날며칠을 고생해야만 했다.

금강 체육관에 틀어박혀.

하선영과 함께 끊임없이 심장을 마력으로 불태우며.

연구에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스킬이 진화되었습니다!]

[아라-선영 식 마나 써클링 MK-41(SS+)]

그저 패시브로만 활용이 가능했던 마력 호흡법을, 마침내 액티브 스킬로 변화시키는 데에 성공하였다. 거기에 그뿐이랴. 기존의 아라셀리 식 마나 써클링을 연구, 보완하여 하나의 심법으로 만드는 데에 성공한 하선영은 이것 자체를 합체하여 누군가에게 가르칠 수 있는 수준이 된 것.

[조연 하선영의 스킬 ‘선영신공(A)’이 ‘선영-셀리신공(S)’으로 변화됩니다.]

무림을 돌아다니며 각 문파의 정수가 담긴 심법의 장점을 찾아내어,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었던 하선영. 이 스킬은 무협지의 그 누구도 아닌, 하선영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늦은 새벽, 운기조식을 끝마친 하선영은 눈을 번쩍 뜨었다.

순간적이지만 그녀의 눈에서 빛이 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현명하고 아름다운 눈동자였다.

기존의 A랭크의 심법이 S랭크로 진화한 결과, 안 그래도 수준이 높았던 검희가 더욱 정갈한 내공을 순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개운하네.”

두 개의 스킬을 합치는 데에 걸린 시간은 꼬박 열흘.

따지고 보면, 고작 열흘만에 A랭크의 스킬을 무려 S랭크로 진화시켰으며 심지어 이걸 누군가에게 가르칠 수도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물론. 이건 아무에게나 가르치면 안 되겠지.’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능력치를 확인하였다.

[마력: 60]

내 현재 레벨은 49. 여타의 능력치는 레벨을 초과할 수 없지만, 오로지 마력만큼은 그게 가능했다. 하지만 내 신체의 한계만큼 적당히 마력을 채워주는 기존의 아라셀리 식으로는 그저 딱 레벨에 맞춰질 수밖에 없었는데, 일전에 미스클렌에게 수련을 받으며 그 한계를 한번 깼으며 이번에 신공을 배우며 아예 폭발적으로 마력량이 상승하였다.

마력 60은 곧 내공으로 비유하자면 1갑자 정도. 하지만 그냥 1갑자가 아니라 SS+랭크의 출력으로 써클링이 가능한, 본질 자체가 다른 1갑자였다.

“이제 슬슬 예사혜 양을 불러야겠네요.”

“정식으로 검을 가르치려고?”

“그렇죠.”

선영-셀리신공의 S랭크 버전은 하선영의 허락을 맡아야만이 누군가에게 가르칠 수 있다. 금제가 걸려있단 게 아니라, 제작자에 대한 예의였다. 그리고 나는 예사혜를 비롯하여 내 팔다리가 되어줄 소수 정예의 길드원들에게는 모두 이것을 가르칠 생각이었다. 그들에게 평생 함께 해달라고 할 생각은 없다. 최소한, 내가 헬 게이트로 진입할 때까지만 곁에 있어준다면.

그때, 허공에 떠오르는 메시지.

[스킬 ‘주인공 사냥꾼Lv. 3’이 발동됩니다.]

[주인공 ‘이동준’의 메인 스토리 진행을 확인합니다.]

[내용을 열람합니다.]

<줄거리>

무림에서 천마신교를 모조리 참수하였던 달마 지존!

그러나, 단 한 명. 사랑하는 여인만큼은 베어낼 수 없어 지구로 데려오게 되는데···.

“네가 내 살결에 감히 손을 대면 자결하겠다.”

하지만 그녀의 단호한 거부로 인해, 결국 모든 내공을 폐하여 365일 내내 눈보라가 몰아치는 설산의 한가운데에 가둬놓을 수밖에 없었다.

천마(天魔)는 그곳에 갇힌 채 달마를 끊임없이 원망하고, 또 원망하였지만.

“네가 살기 좋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다.”

어째서인지 그의 한 마디에 자꾸만 가슴이 흔들리게 되는데······?

“······뭐야 시발?”

이런 것도 확인이 가능했단 말이야?

<그렇습니다.>

<주인공 사냥꾼 Lv. 3의 효과로 주인공의 핵심 스토리에 간섭할 수 있게 되었다고 예전에 말씀드렸을 텐데요.>

‘아니, 뭐···. 써먹은 기억이 없어서 까먹었지.’

그러고 보면 무한루프 때는 딱히 이 능력을 쓰기도 전에 속전속결로 상황이 종결됐던가.

‘그나저나, 천마라······.’

검희를 비롯하여 다른 무림인에게도 천마와 관련된 이야기는 들었다. 지구로 건너올 때 육황삼제와 함께 왔으면서, 유일하게 아예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 신비주의의 은둔 고수라고 생각했는데.

설마하니 갇혀있었다니.

‘게다가 천마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문구가 수상쩍어.’

아마도 이동준이 가지고 있는 스킬 ‘매력발산’이 문제일 터. 원수든 적이든 가리지 않고 죄다 꼬셔버리는 말도 안 되는 ‘#하렘’ 태그의 주인공 보정이 하여튼 문제다.

“왜 그래?”

“아뇨, 그냥······.”

그러고 보니, 천마도 결국에는 어느 한 집단의 수장에다가 무협지에서는 항상 최종보스격으로 묘사가 되니 꽤 대단한 힘을 보유하고 있지 않겠는가? 그런 천마가 이동준의 스킬에 의해 감화되었다가는······.

‘···나중에 곤란하겠는데.’

천마가 악인이든 아니든, 당장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그녀는 ‘메인 스토리’의 한 줄기로 떠오를 정도로 달마에게 아주 중요한 인물. 이동준에게 넘어가는 것만큼은 어떻게든 막아야만 했다.

하지만 어떻게? 줄거리는 다 좋은데 꼭 중요한 부분을 알려주질 않아서 문제···, 아니지. 잠깐.

‘365일 내내 눈보라가 몰아치는 설산?’

······내가 알기로.

지구에 그런 장소는 단 한 곳밖에 없다.

< 무武와 협俠은 중대문제다(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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