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한루프의 딜레마(3) >
검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세상.
검이 곧 법도가 되는 세상.
그런 세상에서 ‘검의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미스클렌은 축복을 받았다고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녀는 네 살이 되던 해, 처음으로 검을 쥐고서 ‘상대방을 죽이는 법’을 깨달았다.
그건 너무나도 간단했다. 적의 공격을 그저 예측하고, 피하고, 그리고 검을 찔러 넣으면.
그 누구라도.
심지어 성인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죽는다.
‘이걸 왜 못하지?’
피하고, 찔러 넣는 게 어디 쉬운 일인 줄 아느냐, 라며 그녀의 스승이 말했으나 미스클렌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에게는 정말로 쉬운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정말로, 쉬운 일이었을 텐데.
‘어째서······.’
쐐액!
장검을 크게 휘두르자 자신에게 덤벼들던 사내, 아도넨이 고개를 숙여 그것을 피해냈다. 그녀의 경험, 감각, 계산으로는 이 공격을 아도넨이 절대로 피해낼 수 없을 터. 그의 신체 능력으로는 자신의 공격을 보고 피한다거나 혹은 예측하는 것자체가 애초에 불가능했다.
하지만 저 남자는 마치, 미래를 보는 것처럼.
자신의 공격을 미리 알고 피하는 게 아니던가?
처음 세 번은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다섯 번을 피해냈을 때부터는 그를 인정하였다. 열 번을 피하자 당황하였으며, 스무 번을 피하자 혼란에 휩싸였다.
‘검이··· 무거워···!’
마치······. 눈보라 몰아치는 설산에서 자그마한 눈덩이를 상대로 싸우는 느낌이었다. 그것도 드높은 산 위에서부터 굴러떨어지는 눈덩이를.
평상시에는 그저 발로 툭 건들기만 해도 터져버리는 작은 눈덩이지만 위에서부터 서서히, 서서히 굴러오기 시작하면 겉잡을 수 없이 커져 버린다.
미스클렌의 몸은 발목이 눈에 푹푹 빠지는 것처럼 점점 더 무거워져만 갔는데, 아도넨의 공격은 더욱 묵직해지고 있었다.
그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어떤 거대한 벽을 느끼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느껴지는 공포. 항상 포식자의 위치에 서있던 그녀가 난생 처음으로 피식자의 공포를 경험하게 된 것이다!
‘지금, 죽여둬야 해···!’
그러나 그녀는 과연 알까.
사실은 그녀가 휘두르는 검격 한 번, 한 번에 아도넨이 죽어 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아도넨은 단 한 번의 공격조차 제대로 피할 수 없었다. 그것이 바로 수준의 차이였다. 하지만, 그 한 번의 공격을 맞아서 사망한다면 그 ‘다음’부터는 맞지 않을 수 있었다. 그것이 바로 아도넨이 가진 스킬이었다.
‘왼쪽 위, 사선으로 내려치기.’
사망, 회귀.
‘왼쪽 위, 사선으로 내려치고 복부 찌르기.’
사망, 회귀.
‘왼쪽 위, 사선으로 내려치고 복부 찌르기 이후 올려치기.’
사망, 회귀.
‘왼쪽 위, 사선으로 내려치고 복부 찌르기 이후 올려친 다음 풍차 회전.’
사망, 회귀.
‘왼쪽 위, 사선으로 내려치고······.’
사망, 회귀.
하나씩, 하나씩.
그녀의 공격을 갉아먹는다.
한 번 맞아서 죽은 공격은 다음에 반드시 피해낼 수 있었다.
변수는 없다.
자신이 똑같이 행동한다면, 상대방 역시 똑같이 행동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세계선이 아무리 많이 변화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정해진 순리이자 운명이었다.
‘역시, 일출이 가장 편하단 말이지.’
무한 회귀자, 아도넨.
그는 사실 같은 하루를 반복해서 사는 게 아니었다.
매일 아침.
해가 떠오르는, 바로 그 시간.
일출에 맞춰서 ‘회귀 포인트’가 정해진다.
새로운 매일을 반복해서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일출과 가장 근접했을 때 고수를 만나는 게 편리했다.
그의 기억은 한정적이었고, 점심 무렵부터 늦은 오후에 고수를 만나서 죽다 보면 패턴을 까먹거나 너무나도 오랜 기다림에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처럼 1분 단위로 반복적으로 죽음을 맞이하면 얼마든지 상대방의 패턴을 기억하기가 수월했으며, 또한 오래 기다릴 필요 없이 순식간에 힘을 빼앗아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덧 미스클렌에게 죽음을 맞이한 지도 39회.
40회의 죽음을 맞이하기 직전.
멀리 떨어져 있던 저격수는 판단했다.
‘누구를 쏴야 하는가?’
어차피 누구를 쏜다고 한들, 죽는 이는 없다. 약간의 충격을 받으면 모를까.
하지만 만약 아도넨을 쏴서 경직을 주게 되면, 미스클렌은 또다시 아도넨을 죽이고 힘을 빼앗기게 된다.
‘그렇다면.’
총구를 돌려, 미스클렌의 검을 향한다. 멀다면 또 모를까, 꽤 가까운 거리였기에 휘둘러지는 검의 옆면을 맞추는 것 정도는 간신히 가능했다.
아도넨.
그는 반복해서 새로운 하루를 살며, 똑같이 정해진 미스클렌의 공격을 기억하고 회피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무한 회귀자에게는 약점이 없다.
없는 것처럼 보였다.
다만, 세계선의 이동을 같이 느낄 수 있는 자가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아도넨은 미스클렌을 향해 40번째로 돌진하였다.
‘왼쪽 위, 사선으로 내려치고······. ···크게 돌아서 오른쪽 귀를 스쳐 지나간 다음, 정면 찌르기!’
그것이 40번이나 반복되던 시간 속의 정해져 있는 공격. 미스클렌의 그 찌르기는 미리 쓰여진 일기장을 읽는 것처럼, 정해져 수순대로 반드시 자신에게 도달해야만 했다. 그렇기에, 그는 그 찌르기를 어떻게 피할지 미리 생각하고 크게 움직여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타앙-!
어디선가 들리는 거대한 소음과 함께, 미스클렌의 찌르기가 흐트러졌다.
“···어?”
40번의 회차를 거치면서, 아니. 100번을 넘게 시간을 되돌리면서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일.
‘미래가, 바뀌었어?’
미스클렌은 자신의 공격이 미지의 충격에 튕겨 나가는 바람에, 아도넨은 그런 그녀의 공격을 보지도 않은 채 피하려는 바람에.
둘 모두에게 동시에 빈틈이 생겼다.
그리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저격수는 아도넨의 머리에 총알을 한 발 더 갈겼다.
타앙···!
파지지직!
“크으으아악!”
강력한 전류 속성을 인챈트한 채로.
‘젠···장, 대체, 뭐야···!’
털썩, 무릎을 꿇으며 아도넨은 당황한 눈으로 미스클렌을 올려보았다. 분명히 1회 차 이전의 세계선에는 이런 일이 없었다. 그녀 역시도 당황한 듯싶었지만, 몸에 경직이 걸린 아도넨을 베어내기 위해 검을 들었다.
‘됐어. 다시 죽고, 새로 시작하면 그만···.’
점차 흐릿해지는 세상 속에서, 아도넨은 그리 생각했지만. 저벅, 누군가가 미스클렌에게 다가와 어깨를 짚어 검을 저지하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시야가 암전되었다.
그렇게.
그의 새로운 매일이 마무리되었다.
*
뚝.
“······!”
다시 눈을 떴을 땐.
어둑한 저녁이었다.
온몸에서 아릿한 고통이 느껴졌다.
‘대체, 무슨···!’
아도넨은 고개를 돌려 주위를 바라보았다.
도시에서 빠져나온 것인지,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었다.
팔다리를 움직여보려고 했으나, 무언가에 속박되어 그럴 수 없었다.
‘크윽, 누가 이런 짓을···!’
상황이 최악이다. 죽지 않은 채 누군가에게 잡혀오는 것만큼이나 제일 최악의 수는 없다. 차라리 자결한 뒤 새로 시작하자는 생각에 혀를 깨물려고 했으나, 입에는 이미 재갈이 물려있었다.
“그거 알아?”
“······!”
정면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저놈은···!’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수없이 자신을 죽였던 사내. 그러나 검로는 강탈할 수 없었던 놈. 그 지독지독한 얼굴을 잊을 리가 있나.
“사람은 스스로 숨을 멈춰서 죽을 수가 없어. 혀를 깨문다면 또 모를까.”
“······.”
“즉, 너는 지금 죽을 수 있는 자유를 박탈당한 거야.”
그러면서 그는 시계를 확인했다.
“8시 45분. 정확히 3분 뒤에 일출이 시작된다.”
‘그게 뭐가 어쨌다는······.’
“···그리고, 네 ‘회귀 포인트’가 새로이 갱신되는 시점이기도 하지.”
“······!!”
어떻게, 그걸, 아냐고. 묻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입은 이미 틀어막힌 상황이가 그럴 수 없었다.
저벅, 저 멀리에서 발소리가 하나 더 들린다. 그곳에는 자신이 힘을 숱하게 빼앗았던 미스클렌이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저분도 네 상황을 대충이나마 어림짐작으로 알고 계셔. 뭐··· ‘사술’을 통해 네가 힘을 빼앗는다는 부정한 행위를 했다는 식으로 알리긴 했지. 회귀의 존재를 세상 그 누가 믿겠어? 정화의 작업을 해야만 힘을 돌려받는다고 잘 설명했지.”
이윽고 아도넨의 근처에 다가온 미스클렌. 아도넨은 어서 자신을 죽이라며, 어떻게든 도발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입이 단단히 틀어막힌 바람에 그럴 수조차 없었다.
“1분 남았네.”
“······!!”
생각하자.
어떻게든 회귀를 해야만 한다. 이대로 일출이 시작되면,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그래봐야 자신을 죽일 수조차 없지 않는가?
끊임없이 회귀하며, 저들의 힘을 빼앗고 더욱 강력해진 다음.
이 속박 따위 50회차 안에 완력으로 뜯어낼 수 있으리라.
그때, 유서담이 아도넨의 머리 위에 액체를 부었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고통이 뭔 줄 알아?”
기름이었다.
“작열통. 몸이 불에 타는 고통이야.”
이윽고 기름통을 저 멀리 던져버린 뒤, 그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희미하게 밝아오는, 여명이 그들을 비추고 있었다. 새로운 하루의 시작이었다.
“해 뜬다.”
그 말과 동시에, 미스클렌은 아도넨의 몸에 라이터를 던졌고.
화르륵······!!
밝아오는 여명보다도 더욱 뜨겁게, 회귀자의 시간이 타오르기 시작하였다.
*
[현재 시각: 제국력 712년 2월 20일 08시 53분]
[······세계선이 뒤틀리기 시작합니다.]
[스킬 ‘주인공 사냥꾼 Lv. 3’이 발동되어, 세계선의 변화를 감지합니다.]
[주인공 아도넨이 스킬 ‘지정회귀(URS)’를 발동하여, 00시간 05분 전으로 회귀합니다.]
[현재 시각: 제국력 712년 2월 20일 08시 48분···]
지직!
[현재 시각: 제국력 712년 2월 20일 08시 53분]
[A140 세계선으로 이동하였습니다.]
[A141 세계선으로 이동하였습니다.]
[A142 세계선으로······.]
[······.
[A9871 세계선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유서담에게 필요한 시간.
눈 한 번 깜짝할 새.
회귀자에게 필요한 시간.
정신이 파괴될 때까지 무한히.
손에 라이터를 쥐락펴락하며, 유서담은 눈앞에서 수천, 수만 명의 회귀자가 죽는 것을 목도하였다. 그는 살인을 저지르더라도 최대한 깔끔한 살인을 선호하는 편이었고 억지로 고통주는 것을 즐기는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렇게 해야만이 적을 죽일 수 있다면.
“······이제 적응이 좀 됐나봐?”
[A19371 세계선으로 이동합니다.]
회귀자의 비명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눈빛은 이미 맛이 간 것처럼 보였지만, 여전히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불에 타는 것도 지겨우니, 잠깐 물 맛 좀 보자고.”
유서담이 신호하자, 미스클렌이 불타는 아도넨의 몸을 걷어차서 바로 뒤에 있던 강으로 집어넣었다. 아주 잠깐은 행복할 것이다. 잠깐은.
그러나, 미스클렌은 기억하지도 못하는 세상 속에서 단 한 번의 발길질을 했을 뿐이지만.
회귀자에게는 미스클렌에게 수만 번 걷어차여서, 익사를 반복하게 되었다.
[A30789 세계선으로 이동합니다.]
온몸을 불사르는 끔찍한 작열통과, 숨통을 틀어막는 질식의 무한한 반복.
같은 고통만 반복해서는 혹시라도 적응을 해버릴 수도 있으니 유서담은 변칙을 둔 것이다.
[A48921 세계선으로 이동합니다.]
아도넨과 처음 마주한 이래로, 계속 궁금했던 점이 하나 있었다.
죽음을 부정하여 시간을 되돌리는 회귀자는 과연 몇 번이나 죽음에서 되돌아올 수 있을까.
과연 무한한 삶을 살아가는 게 가능할 것인가?
만약 회귀자가 늙어 죽으면, 하루 전으로 회귀하여 또다시 늙어 죽는 하루를 반복할 것인가?
회귀자의 회귀에는 반드시 ‘육체적인 죽음’이라는 제약이 걸려있었다. 불에 타든, 늙어서 죽든, 목이 베여서 죽든.
그러나 그렇게 죽다보면. 무한히 죽음을 맞이하다보면······. 결국, 인간의 정신력. 즉 영혼이 버티질 못하게 된다.
즉, 육체적인 죽음이 아닌 정신적인 죽음.
그것이 인간의 본질적인 죽음이었다.
[A74123 세계선으로 이동합니다.]
유서담에게는 고작 10분에서 15분 정도가 흘렀을 뿐이다. 학교 종이 울리고, 스쳐 지나가는 쉬는 시간만큼이나 짧은 시간.
[A89213 세계선으로 이동합니다.]
그 영겁의 세월 속에서, 회귀자의 영혼은 타오른다.
작렬하는 태양보다도 더욱 뜨겁게.
죽어가는 촛불보다도 희미하게.
[A99999 세계선으로 이동합니다.]
[90레벨의 주인공을 사냥하였습니다.]
[레벨이 4단계 상승합니다.]
[수명이 900일 지급됩니다.]
[당신의 수명: 4819일 09시간 53분]
[······B1 세계선으로 이동합니다.]
회귀자가 타오르던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들어 허공을 바라보았다.
“시간을 너무 많이 되돌렸는데. 괜찮은 거야?”
<회귀자의 근본적인 문제는 시간을 되돌리며 인과율을 비트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십만 번 가까이 시간을 되돌리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훌륭한 방법을 사용하셨군요.>
“그러냐.”
회귀자가 죽은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더 이상 회귀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스킬 ‘정신 집중(S)’을 흡수하였습니다.]
떠오르는 메세지를 무시한 채 잿빛으로 물든, 영혼이 빠져나가 아무것도 남지 않은 시체를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이윽고는 고개를 돌려 미스클렌과 눈을 마주친다.
그녀는 검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강자를 죽였다는 사실이 못내 마음에 걸리는 듯싶었다.
“······나를 처음으로 위협했던 사내가, 사실은 사술을 통해 강해진 것이었다니.”
바람에 잿빛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자신의 손을 쥐락펴락하는 그녀의 옆모습은 굉장히 또렷하여 상당히 아름답게만 느껴졌다. 그것은 여성으로서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강자로서의 아름다움이었다.
아마도 추측이지만.
아도넨은 그녀에게서 모든 힘을 빼앗은 뒤, 죽이는 것 대신 자신의 동료로 택하여 데리고 다니지 않았을까? 음, 그건 너무했나? 나도 그 정도로 쓰레기는 아닌데.
힘을 모조리 빼앗은 다음 그것으로 자신보다 약해진 미스클렌에게 유세를 떠는 회귀자를 상상해보니 썩 그럴 듯했다.
설마 그러지는 않겠지···. 싶으면서도 미스클렌의 이름 옆에 ‘조연’이 달려있던 것을 생각하면 모르는 일이다.
주인공이 사망한 뒤, 미스클렌의 머리 위에는 ‘조연’ 각인이 사라졌다. 이제 그녀는 누군가를 중심으로 떠받드는 세상의 조연이 아닌, 자기 자신을 스스로 주인공으로 여길 수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음······.”
그녀는 자신의 손을 쥐락펴락 하더니 내게 말했다.
“자네의 말대로 ‘정화’가 된 모양이군. 힘이 돌아왔어.”
“그렇습니까?”
그러나 어째서인지 근력과 키가 원래대로 돌아온 것 같지는 않아보였다.
“잘은 모르겠지만. 내 힘의 ‘원천’이 내 안으로 들어온 것이 느껴져. ···그리고 나는 이것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분배하는 게 가능해.”
“엥···?”
[미스클렌이 스킬 ‘스테이터스 재분배(-)’를 사용합니다.]
그녀의 몸에 큰 변화는 없었다. 지금의 키는 170보다 조금 작은 정도일까. 그러나, 어째서인지 분위기가 달라져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내 몸은 선천적으로 단단하고 강했지만 항상 남들보다 민첩성이 뒤떨어졌었지.”
“어, 설마?”
미스클렌은 검을 쥐어들고서 눈을 감더니, 이윽고 허공을 향해 아주 천천히. 천천히 내려쳤다. 뭔가···. 느낌이 달랐다.
이전에는 마치 천근의 추를 내려치는 듯한, 중량검이라고 표현을 하자면.
지금은 깃털보다도 가볍게. 그러나, 날카롭고 재빠른 검이었다.
쾌검.
누구보다 느리지만 무거운 검으로 살아온 미스클렌이, 쾌검으로 뱡항을 바꾼 것이다.
저걸 뭐라고 형용해야 할까.
감히, 나 따위의 수준으로는 넘볼 수조차 없는 경지의 검이었다.
검의 세계에서, 항상 포식자로 살아왔던 자의 검.
나 같은 하수는 그 경지를 넘보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이윽고 눈을 번쩍 뜬 미스클렌은 시원스레 씨익 웃으며 내 어깨를 퉁! 쳤다. ···약해진 근력이라지만 여전히 강력했다.
“사술사를 제압하고, 내 힘을 되돌려준 대가를 치러야겠지.”
그러면서, 그녀는 내 허리춤에 매달려있는 에테르 블레이드를 가리키며.
“네게 검을 알려주마.”
그런 말을 했다.
< 무한루프의 딜레마(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