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게 주인공은 살인이다-55화 (55/251)

< 아빠가 알고보니 달마지존(1) >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벌써 수십 년도 더 전에 개장한 이 축구 경기장을 무대로써 오를 수 있었던 자는 세계의 누구 아무나 붙잡고서 ‘너, 그 사람 알아?’라고 물어보면 십중팔구는 고개를 끄덕이는 유명인밖에 없었다.

팝스타 중 팝스타. 팝스타들의 팝스타라 불린 이들이 스쳐 지나간 이곳은 대략 9만 명 가까이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스타디움이었는데, 지금 이곳이 단 한 명만을 위한 무대로 쓰이고 있었다.

팝의 여신 ‘헬로니’.

인기가 별로 없어 아는 사람만 알던 때의 그녀가 본명으로 활동하던 시절. 극소수의 팬들이 선율과 화음이라는 단어를 장난삼아 합쳐서 만든 그 장난스러운 이름이 이제는 전 세계를 울리고 있었다.

“아···집에 가고 싶다···.”

···울리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헬로니는 초췌한 몰골로 고개를 푹 숙여 한숨을 내쉬었다.

대기실에는 메이크 업 아티스트와 자신의 보디가드 한 명밖에 없었으나, 여전히 불안감을 주체할 수 없었다. 잔뜩 내려앉은 다크서클이 이제 보기에 흉할 정도였다.

그녀가 잔뜩 피곤에 절어버린 얼굴로 한숨을 푹푹 내쉬자 뒤쪽에 천하태평하게 누워서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던 보디가드, 테일러 나인이 입을 열었다.

“집에 처 기어 들어가서 낮잠이나 자던가.”

“잠을 못 잔다니까 요새?”

“왜 못 자? 난 뉴욕 사거리 한복판에 누워서도 낮잠 자본적 있는데.”

“······제7차 몬스터 웨이브 때 말하는 거니? 넌 진짜 강심장이다···.”

“네가 그냥 존나 병신이라 그래.”

“······.”

테일러는 하품을 쩍쩍 내뱉으며 지루하다는 듯 말했다.

“아, 존나 심심하네. 나야 돈 받을 거 다 받아서 편하긴 하다만······. 진짜 ‘스토커’가 있긴 있는 거냐?”

“있거든? 내 스토커만 지금 수십 명이야!”

“와우. 죄다 족쳐서 타임 스퀘어에 매달아 놔. 그럼 싸그리 사라진다니까.”

“미, 미쳤어? 사람이 어떻게 그래!”

“엥? 난 그렇게 했는데.”

대수롭지 않은 표정의 테일러를 보며, 헬로니는 불과 몇 년 전 뉴스를 도배했던 어떤 기사가 떠올랐다. 웬 건장한 초능력자 스무 명이 뉴욕 타임 스퀘어에 꼬챙이마냥 대롱대롱 매달려서 살려달라고 외치던 그 기사를.

‘······그게 너였냐.’

어이없다는 듯 그녀를 흘겨보았지만, 테일러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스마트폰을 쳐다볼 뿐이었다.

사실 어지간한 스토커 정도는 별로 상관이 없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느껴지는 그 ‘검은색 시선’이 너무나도 무서웠다.

초음파 탐지를 비롯하여 탐지계 중에서도 최상위의 능력을 자랑하는 자신이 도저히 찾아낼 수 없는, 그 끈적하고 더러운 시선을 도저히 참을 수 없던 것이다.

게다가 가끔 씩 편지가 집에 도착하여 ‘어제는 왜 늦게 들어갔어?’라던가 ‘오늘 화장 그거 쓰더라? 나도 좋아해’라던지의 아주 소름 끼치는 내용이 적혀있고는 했는데, 도저히 탐지를 할 수가 없어서 미쳐버릴 노릇이었다.

상대방은 S랭크 음파 탐지 능력을 완전히 상쇄할 수 있는, 어떤 종류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 그 사실이 못내 두려웠다.

그래서 기껏 S랭크의 프로 빌런 헌터 테일러 나인을 고용했건만······.

“···너. 보디가드면서, 호위에 너무 신경 안 쓰는 거 아냐?”

“아, 걱정 마. 누가 깝치면 머리통 으깨버릴 테니까.”

어차피 탐지는 헬로니가 알아서 할 테니까, 테일러가 굳이 신경을 곤두세워 봐야 의미는 없다.

“응···. 그래.”

헬로니는 테일러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녀는 테일러가 요 며칠째 멍하니 스마트폰만 들여보는 게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야구를 보는 건가?’

테일러는 전 세계를 전전하며 의뢰를 받는 편이었고, 또한 광적으로 야구를 좋아하는 그녀였기에 해당 지역에 갈 때마다 그 나라의 야구에 푹 빠지는 편이었다.

“아, 요새는 KBO 본다고 했던가?”

한국에서의 일정이 꽤 길어졌던 탓인지 테일러는 최근 한국 야구에 푹 빠져있었다. 물론, 그래 봐야 다른 야구처럼 금방 질려버리겠지만.

“엉? 그랬었지. ‘화데’라고, 아주 재미있는 팀 있어.”

“잘 치나 봐?”

“잘은 모르겠고, 재미는 있어.”

“······?”

“하여튼 내가 지금 야구 보는 건 아니고······.”

테일러의 입가에는 미묘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그녀가 저런 표정을 짓는 건 몇 안 된다. 정말로 재미있는 야구를 볼 때. 그것도 아니면.

“···혹시, 유서담이라도 나오는 영상이야?”

“오. 어떻게 알았대? 새끼, 눈칫밥 좀 생겼는데?”

“내가 너보단 눈치 빠르거든···?”

“내 눈치는 광속이고, 넌 음속인데 내가 당연히 더 빠르지.”

“그게 무슨 개논리야···.”

테일러 나인은 빛의 구체를 다루는 초능력이다.

그리고 헬로니는 아주 독특하게도 음파를 다루는 초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출력은 S랭크. 하지만 활용도 면에서는 아주 무궁무진하여, 조금만 더 파워가 강했다면 SS랭크에 들어섰을지도 모른다는 평가를 받은 그녀의 능력은······ 현재에 와서 그저 무대장치로 쓰일 뿐이었다.

그래서, 헬로니는 초능력 얘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15년 전. 8명의 어린 소년소녀들이 모두 함께 헌터가 된 이후.

가장 먼저 초능력을 발현했으며, 가장 먼저 A랭크를 달성했던 그녀는.

가장 먼저 헌터를 그만두기도 했으니까.

이제는 동료였던 이들의 얼굴을 보는 것조차 미안했다.

다만, 테일러는 다른 사람이 싫어하는 점을 콕콕 쑤시길 좋아했기에 이런 식으로 언급을 하며 놀릴 뿐이다.

“유서담···. 음, 잘 지내고 있어?”

“볼래?”

헬로니는 천천히 일어나서 테일러의 스마트폰을 확인하였다.

“와···. 뭐야?”

[SS랭크의 대균열을 단독 지휘! 그의 정체는?]

[그가 팀원들을 위해 SS랭크의 괴수에게 달려든 이유는?]

[(속보) 초능력이 아닌, 이능력의 발현에 대해 유서담의 입장]

[대균열 공략 역대 최초 사망자 0명!]

화면 한가득, 온통 유서담의 이야기로 도배되어있었다.

그중에서도 ‘이능력’이라는 단어가 유독 많이 보였으며, 또한 희생정신이니 헌터 정신이니 뭐니 하는 내용이 많았다.

뉴스 기사 어딘가에 링크되어있는 영상을 클릭하니, 즉시 현장에서 벌어진 일이 생생하게 재생되었다.

“···저게, 유서담이라고?”

영상 속에는 검은색의 슈트를 입은 헌터 한 명이 폭풍을 가로질러 하늘을 자유로이 날아다니며, 거대한 SS랭크의 괴조를 유인하고 있었다. 저 상황에서 SS랭크의 괴조를 사냥하기는 힘들다고 판단한 유서담이 저 혼자 ‘희생’을 했다는 것이다.

“······희생이라기엔, 그냥 신난 거 같은데?”

“그렇지? 그 새끼 성격에 희생은 무슨.”

다만 유서담이 홀로 괴조의 어그로를 끈 덕분에 다른 헌터들이 성공적으로 원반에 석판을 끼워 넣을 수 있었고.

성공적으로 대균열이 봉쇄되면서, 괴조 또한 에너지원을 잃었는지 멀리 떠나가고 말았다.

결국 사망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은 채, 대균열을 봉인해버렸다는 말도 안 되는 업적을 세워버린 것이다.

현장에 있던 헌터들도 7팀의 팀장, 유서담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으며 F랭크의 헌터가 가진 무한한 잠재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언론이 다시금 솟아오르고 있었다.

“···여전히 헌터를 하는구나. 유서담은.”

“그러니까. 도대체 뭘 하겠다고 헌터질 하는 건지.”

“그러는 넌?”

“돈 벌어야지.”

같은 말이나, 다른 말이다.

S랭크의 헌터는 확실히 돈을 쓸어담을 수 있으나, F랭크의 헌터는 그렇지 못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F랭크 헌터는 ‘사명감’으로 일한다는 이미지가 확고하게 틀어박힌 것이고. 이번에 유서담의 이미지를 극대화 시킨 것은 그 덕이 상당했을 것이다.

즉.

15년이나 F랭크의 헌터로서 현장에 남아있는 유서담의 목표는 ‘사명감’이라는 말이 되는데······.

“···걔 성격상, 사명감은 절대 아닌 것 같아.”

분명 어떠한 목표가 있는 것은 틀림없을 터.

하지만 더 이상, 유서담에 대해 뭔가를 캐물을 수는 없었다. 그에 대해 궁금해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테일러는 멍하니 스마트폰을 들여보다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야, 너 조만간 한국 간다며? 거기서 공연하는 김에 유서담한테 스토커 처리 좀 부탁하지 그러냐?”

“왜에?”

“네 임무 재미없어. 딴 거 하러 갈래.”

“······.”

테일러는 빌런 사냥의 전문가다. 그러나, 뭔가를 찾아서 때려 부수는 건 전문가가 아니었다. 차라리 그쪽 방면으로는 유서담이 훨씬 전문가라면 전문가였는데, S랭크의 음파 초능력을 가진 헬로니조차 감지할 수 없는, 그런 미지의 초능력을 가진 ‘스토커’라면······. 어쩌면 모든 종류의 초능력에 대해 대응책을 가지고 있는 유서담이 훨씬 더 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헬로니는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난···. 그냥 걔 좀, 무서워서.”

어느덧 화장으로 인해 그녀의 다크서클은 대부분이 마법처럼 지워졌지만, 표정에 드리운 어둠은 사라지지 않는다.

“무섭다고? 어딜 봐서?”

테일러가 진심으로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묻자 헬로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뭐···. 그냥 그. 서담이를 무서워하는 게 아니라, 만나는 게 무섭다고 해야 할까. 그냥···.”

짝!

“켁!”

테일러는 헬로니의 등짝을 가볍게 손바닥으로 후려쳤다.

“됐고. 갔다 와서 생각해.”

그리고 뒤늦게 문에서 노크가 울린다. 슬슬 시간이라며 관계자가 찾아온 것. 음파 탐지를 이용하는 헬로니가 평소였다면 훨씬 더 먼저 알아챘을 것이다. 그러나, 빛을 다루는 테일러보다 감지가 늦었다는 건 그녀가 지금 얼마나 정신이 없는지를 보여주는 증거.

“넌 머리를 차갑게 식힐 필요가 있어.”

테일러의 말에 헬로니는 고개를 끄덕이고선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러고선.

“···역시. 집에 가고 싶다.”

“이 미친년이 진짜.”

테일러에게 한 소리를 들을까 싶어 헬로니는 연보랏빛 머리칼을 휘날리며 후다닥 달려나갔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테일러는 진심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시선 공포증 있는 새끼가 대체 뭐가 좋다고 가수를 하겠다는 건지······.”

그러면서 그녀는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아, 한국 가고 싶다.”

*

일이 꽤 잘 풀렸다.

나는 내가 이 정도로 인지도가 있을 줄은 몰랐다.

“헌터 유서담! 동료들을 위해 SS랭크의 괴조에게 홀로 맞서 싸우신 게 맞습니까!”

아니다.

“맞습니다.”

그러나 일단 그런 척을 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거기에 이런 말 한 번씩 덧붙여주면 아주 끝내준다고 들었다. 태어나서 해보는 건 처음인데, 입이 알아서 나불거린다. 사실 할 말이라는 게 대부분 정해져 있지않는가?

동료들을 위해서 그랬다.!

사명감에 그랬다!

동료, 가족, 친구, 민간인 모두를 위해 그랬다!

내가 여기서 쓰러지면 누군가가 죽는 생각이 들어서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말도 안 되는 말에 말도 안 되는 말을 조합해서 흩뿌리는 게, 이거 완전 럭키 바나나에 소금 쳐서 먹는 격이다.

맛없을 것 같다고?

먹어보면 아주 끝내준다.

즉, 내가 하는 이 말은 뻔하디 뻔하고 의례상 하는 말이라는 걸 누구라도 알고는 있었지만 결국 긍정적인 이미지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

사실 여기서는 ‘박성호’라는 남자의 도움이 꽤 컸다.

전 헌터 협회 한국지부의 부지부장을 맡던 F랭크 헌터라서 나도 기억은 하고 있다. 지금은 뭔 이상한 길드의 비서관으로 활동하는 모양이지만.

대균열에서 무사히 탈출한 뒤, 무수히 많은 기자와 길드 관계자, 기업을 비롯하여 정치적인 접촉이 있었으나 나는 가장 먼저 F랭크 헌터 출신의 사람들과 만났다. 오로지 그들만이 나를 조금이나마 이해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서.

물론 그들도 결국 대부분은 결국 정치적으로, 그리고 상업적으로 접근했을 뿐 제대로 대가리가 꽉 차있는 놈은 없었다.

그런 이들 사이에서 유난히 눈에 띄던 자가 바로 박성호.

‘자네의 이미지를 이용해보는 게 어떻겠나?’

‘또 그 소립니까? 됐으니까 저는······.’

‘그 뜻이 아닐세. 자네의 이미지를 이용해서, 짓밟혔던 F랭크 헌터들의 위신을 다시 한번 세우자는 말일세.’

‘······!’

상업적인 접근이 아닌, F랭크 헌터를 위한 접근.

그래서 나는 그의 조언을 깊이 새겨 들었고, 언론에서 어떤 말을 하면 좋을지에 대해 알 수 있었다. 물론,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혹시 그가 가르쳐준 말 속에 어떠한 의미가 담겨있을 수 있어서 나는 수많은 사람을 만나보았고, 수많은 자료조사를 한 끝에 한 마디 한 마디를 기사로 내보낸 것이다.

즉, 단순하게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라는 별것도 아닌 말조차도 나는 사흘 밤낮을 새워가며 고민했다.

나는 몰랐다.

이때만을 기다린 F랭크 헌터 출신의 사회인이 이렇게나 많을 것이라고는.

실제로 초능력자들에 의해 밀려났던 은퇴한 무능력자 헌터들은 이때다 싶어서 여론에 불을 붙이고 있지 않은가? 나와 직접적인 접촉조차 없었고, 내 이미지 상승이 자신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온갖 방송이나 기자회견에 나가서 F랭크 헌터에 대해 입에서 불이 나도록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게다가···. 아직 내 입으로 제대로 밝힌 건 거의 없지만, 순전히 재능 100%의 에테르 주입 방식의 초능력이 아니라 누구라도 노력만 하면 반드시 성과가 주어진다는 ‘이능력’의 존재가 드러났으니 아주 난리가 날 만도 했다.

지금도 수많은 무능력자 헌터, 혹은 무능력자라서 꿈을 포기했던 헌터 지망생들이 찾아왔으며 심지어는 검도 사범뿐만이 아니라 각종 스포츠 업계의 선수들에게도 연락이 왔다.

심지어는 길드 사이에서 블랙리스트에라도 걸려있던 것인지, 그 누구도 받아주지 않던 나를 데려가고 싶다며 대규모 기업의 계열사에 속해있는 길드에서도 연락이 왔었다.

그러나.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초능력이든 이능력이든.

결국은 눈에 띄는 파워가 아니었다면, 나도 이런 취급을 받지는 못했을 테니까.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도장을 세우고 싶었다. 검과 마법을 가르쳐, 초능력에 대한 재능이 아예 없어서 노력의 기회조차 박탈당한 이들을 위한. 그리고 내 목적을 위한 도장을.

‘하지만 아직은 내 마법과 검술의 수준이 터무니 없이 부족해.’

최소한 검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백색검법’이 아닌, 제대로 된 검술···. 즉, 교본으로 정리가 된 검법이 필요하다. 마법은 백색 마녀의 도서관에 기재되어있는 내용을 정리하면 되겠지만, 아직은 누굴 가르칠 수 있을 정도로 내 수준이 뛰어나지 못했고.

현재 내 레벨은 45.

초능력 랭크를 매기자면 D랭크, 이세계로 따지면 ‘소드 비기너 상급’ 정도의 수준이며 마법은 솔직히 간신히 1써클이라고 봐주기도 부끄러울 수준이다.

최소한 누군가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마법은 4써클(B랭크), 검술은 소드 엑스퍼트 하급(A랭크) 정도의 경지는 달성해야만 할 것이다.

‘당분간 현실에서는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인맥을 늘려야겠어.’

대균열의 건으로 수익은 꽤 짭짤하게 들어왔다. 이계를 왕복하며 마법과 검술의 수준을 높이고, 어느 정도 밑바탕이 형성되면. 내가 믿을만한 극소수의 몇몇 제자를 들여 도장의 시범 운용을 해볼 생각이다.

나는 많은 사람을 이끌 생각이 없다. 내가 키운 제자가 다른 제자를 들여서, 내 도장이 커질 수는 있겠지만······. 결국, 내가 도장을 만드는 이유는 ‘헬 게이트’로 들어가기 위한 소수 정예 멤버를 모집하는 것이었으니까.

“···네네. 그럼 다음에 또 연락 드리도록 하지요!”

이른 오전.

어느 카페에서 유명한 언론사의 유명한 기자와의 단독 인터뷰를 끝낸 나는 남은 커피를 들고서 일어났다.

기자는 내게서 인터뷰를 따냈다고 신난 모양이었지만, 사실 내가 더 신난다. 당신 같은 뛰어난 사람이랑 내가 단독 인터뷰를 할 일이 얼마나 있었겠어?

카페를 나서자 여전히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그러나, 별로 춥지는 않았다. 신체 랭크와 마력 수치가 올라가면서 몸이 환경에 슬슬 적응하기 시작한 것.

어쩐지 상쾌한 기분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누군가가 나를 가로막았다.

“잠깐.”

“······!”

순간.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두근, 두근.

긴장감이 솟아오른다. 그것은 동물적인 직감. 아니, ‘육감(F)’이었다.

결코 움직여서는 안 된다. 결코, 여기서 그에게 반항해서는 안 된다.

결코. 결코······.

<‘주인공 사냥꾼 Lv. 3’가 발동되어, 주인공에 대한 대항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상대할 수 없는 주인공을 만났습니다.>

<긴급 차원 탈출 시퀀스를 준비합니다.>

그때.

순간 긴장이 탁 풀리며, 나는 고개를 돌려서 간신히 그와 눈을 마주칠 수 있었다.

나보다 키가 10cm는 더 클 것 같은 훤칠한 인상의 젊은 남자. 어쩐지 감정이 죽어버린 듯한 그 남자는 검은색의 눈동자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뭐지? 너. 무림인이 아니었나?”

그제야, 나는 뒤늦게 볼 수 있었다.

#아빠가_알고보니_달마지존

#현대 #귀환 #달마 #먼치킨 #하렘 #일상

그의 머리 위에 떠있는 주인공 해시 태그를.

< 아빠가 알고보니 달마지존(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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