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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주인공은 살인이다-54화 (54/251)

< 걸어서 폭풍속으로(2) >

12명의 팀장 중에서 강체 능력자는 여섯, 나머지 다섯은 초능력자이다.

물론 초능력자들 또한 하늘을 날 수 있는 정도의 기동성은 보유하고 있었다. S랭크 정도 되면 능력의 활용도가 무궁무진해지니까.

염동력자 레아 미셸의 경우에는 자신의 염동력으로 자신을 들어 올린다는, 컨트롤 난이도가 아주 극악인 ‘염동 비행’으로 날아올랐으며 마연화의 경우 기계로 교체한 발바닥에서 폭발을 일으키며 공중 기예를 선보였다.

당연하지만 그러한 능력보다는 단순히 강체 능력자가 훨씬 더 순간 속도라던가 지구력 면에서 더 좋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굳이 더 앞서나간 이유는, 나도 나름대로 ‘바람’을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

그리고.

인간이 날아가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부는 폭풍은 내 등에 날개를 달아준다.

내가 굳이 활약상이나 공적을 이유로 선두에 서는 것은 아니다. 팀원의 신뢰를 받기 위해? 아니다. 그저, 내가 가장 효율적이고 유연한 비행을 할 수 있으니까 나아갈 뿐이다.

퉁!

도움닫기도 없이 자리를 박차고 튀어 오르자, 그렇게 높이 날지는 못했지만 폭풍에 흐름을 맡기는 순간 몸에 추진력이 더해졌다.

-힘들어···.

또한, 화분의 도움 덕분에 폭풍의 방향을 아주 순간적으로나마 바꿀 수가 있어 다른 강체 능력자는 할 수 없는 공중에서의 자세 변경도 가능했다.

비행은 불가능하지만, 그와 비슷한 수준의 공중 곡예는 가능하다.

끼에에엑!!

바위 익룡 하나가 나를 물어뜯기 위해 달려드는 순간, 허공에서 순간 몸을 멈칫한 뒤 에테르 블레이드를 꺼내서 몸을 후방으로 720도 연속으로 회전하며 놈의 목을 단번에 베어냈다. 직후, 죽은 익룡의 머리를 짓밟고서 사선으로 도약하자 바로 지척을 날던 또다른 익룡의 부리가 시야에 들어왔다.

푸욱!

바람의 흐름을 타고서 자세를 바꿔, 놈의 부리에 에테르 블레이드를 꽂아넣은 뒤 이를 악물었다.

“으그윽!”

역시, 무게 중심이 발에 붙어있지 않아서 힘을 쓰는 게 상당히 힘들었지만.

투슉!

부리를 중심으로, 익룡의 몸을 반 토막 내기에는 충분했다.

‘에테르 버스터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블레이드를 꽂아넣은 뒤, 순간적으로 에테르 에너지를 폭발시켜 적의 내부를 진탕시키는 에테르 버스터는 1등급의 블레이드에만 존재하는 기능이다. 아쉬운대로 2등급의 에테르 블레이드를 최대로 활성화시킨 나는 연속으로 허공을 날아다니는 돌덩이와 익룡을 짓밟고 날아다니며 놈들의 몸을 베어나갔다.

인간은 공중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없다. 그 뛰어난 신체를 가진 강체 능력자들이 공중전에 약한 이유였다. 하지만, 그런 제약이 아주 약간이라도 사라진다면. 마치 새처럼 바람을 타고 이동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공중에서의 근접전이 가능하다.

‘만약 브레스라도 쏘는 놈이 있으면 그거대로 골치가 아프겠지만······.’

그런 몬스터는 없으므로 마음 놓고 비행을 할 수 있다.

익룡 열 마리를 연달아 베어내며 그것들의 시체를 밟고 도약하자, 어느덧 가장 낮은 바위 절벽에 발이 닿았다.

쿠웅!!

절벽에 발을 딛는 순간 그곳에 서있는 평균보다 작은 바위 거인이 나를 향해 발을 찍었으나, 뒤로 살짝 물러나서 다시 허공으로 떠오름과 동시에 내 뒤를 스쳐 지나가던 익룡의 머리를 짓밟고서 재차 앞으로 점프.

거인의 목을 향해 에테르 블레이드를 꼬여버린 요요를 마구잡이로 내두르는 듯한 자세로 연달아 휘두르자, 세 등분이 나며 쓰러진다.

‘이거······.’

방금 깨달았는데, 폭풍의 흐름에 검을 휘두르는 힘이 더해져서 평균적인 힘보다 월등히 더 강해진 느낌이었다.

슬쩍 아래를 쳐다보니 뒤늦게 강체 능력을 가진 팀장들이 나를 쫓아오고 있었다. 힘이 약하기도 했고 익룡의 방해도 있어서 여러 번의 도약을 했던 나와는 달리, 방해도 없고 도약력도 강한 그들은 단 한 번의 도약이면 충분했다.

이윽고 초능력자들이 따라오며 원거리 공격으로 접근하는 익룡들을 처리하는 것을 보며 나는 재차 위로 향하였다.

바로 근처를 날아다니는 익룡만 처리하면 된다. 멀리 있는 놈들에게 닿을만한 원거리 공격은 애초에 내게 없을뿐더러, 가까이에 있는 놈들만 처리해도 다른 S랭크의 초능력자들이 알아서 안전하게 처리해줄 테니까.

기동성이 느린 초능력자들이나 공중전에 취약한 강체 능력자들보단, 내가 이 역할에 가장 적절하다.

휘이이이잉!!

몰아치는 폭풍 속에서.

나는 그저 무아지경으로 하늘을 향하여 거침없이 질주하였다.

이건 마라톤이었다. 익룡이 나를 물어뜯기 위해 날아들고, 거친 폭풍 속에 바위와 돌멩이가 섞여 있으며, 수평이 아닌 수직으로 달린다는 점이 달랐지만.

내가 지치지만 않으면, 그리고 포기하지만 않으면.

반드시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

“기가 막히는군···.”

대균열 바깥, 지휘 막사. 박성호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다른 누군가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지간한 초능력자를 많이 보아왔던 베테랑들이 모인 막사였다. 그들이 초능력자이거나, 아니거나. 그건 중요하지 않다.

다만, 7팀의 지휘관이 펼치고 있는 저 컨트롤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지는 모두가 알 수 있었다.

비행을 할 수 있는 초능력자는 찾아보기만 하면 생각보다 꽤 많다. S랭크의 염동력자라던가, 폭발 능력의 반동으로 공중 곡예를 펼치는 능력자라던가. 혹은, 아예 비행 그 자체를 초능력으로 가진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제7 팀의 지휘관은 비행 능력이 없다.

그 사실은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비록 바람처럼 시원스레 움직이는 기동성이 있다고는 해도······. 하늘을 날 수는 없는 것이다.

처음, 그가 가장 앞서나가겠다고 했을 때 ‘과연 그래도 괜찮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유서담이라는 저 무능력자가 이제는 초능력이 아닌 ‘이능력’이라는 것을 사용하며, 또한 폭풍속에서도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꽤 날렵한 기동성을 보유하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어지간한 강체 능력자에게는 훨씬 못 치는 수준인데다가 비행의 초능력조차 없지 않는가?

하지만, 비행의 능력이 없는 저 남자는 단순한 점프를 컨트롤하는 것으로 비행 능력을 가진 초능력자보다 월등히 더 뛰어난 기동성을 보여주고 있던 것.

허공을 날아다니는 수많은 바위 덩어리와 익룡을 발판삼아, 어지간한 A랭크 강체 능력자의 절반조차 되지 못하는 허접한 도약력으로 마치 하늘을 날아다니는 듯한 기예를 선보이는 게 아니겠는가?

비행 능력에는 그 속도의 한계가 정해져 있어 저렇듯 빠르게 날아오를 수 없다. 강체 능력자의 도약력은 순간 속도가 굉장히 빠르지만, 공중에서의 방향 전환이 불가능하여 그걸 비행이라고 칭할 수는 없다.

그런데.

저 남자는 그 두 가지의 장점을 모두 살리고 있었다.

쏜살같이 날아와 당장이라도 몸통을 치어버릴 것 같은 바위도, 주둥이의 길이만 1m가 넘어가는 거대한 익룡도, 손바닥 크기만 해도 어지간한 성인 남자 5명은 가뿐히 붙잡을 것 같은 거인도, 폭풍의 회전력을 따라서 허공을 날아다니는 바위 절벽도.

모두 그의 발판이 될 뿐이었다.

심지어 그냥 날아다니는 게 아니었다

자세히 보면 알 수 있는 부분이 하나 있었으니. 그는 전방의 길을 모조리 청소하고 있던 것이다! 뒤쫓아오는 강체 능력자들이 빠른 도약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초능력자들이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도록.

그리고.

이내 모두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

과연, 저 ‘이능력’이란 대체 무엇인가?

화려함을 모조리 배제한 효율적이고 직선적인 현대의 검술과는 달리, 마치 춤을 추는 것만 같은 부드러운 그의 검술은 이상하리만치 몇 배는 더 빠르고 강력했다.

‘게다가, 저 남자는 강체를 보유하지 않고 있어.’

강체 능력자는 능력치가 골고루 분배되며, 신체의 강도가 월등히 증가한다. 힘이면 힘, 속도면 속도.

하지만 유서담은 기동성에 비해 근력이 부족했다. 그리고 그는 그 부족한 근력을 바람을 타고서 이동하는 스피드와 저 특이한 검술을 통해 보충하고 있는 것이다.

“지상팀! 바위 거인과 격돌합니다!”

모니터를 주시하며 끊임없이 내부 팀에게 상황을 전파하던 텔레파시 능력자가 외치자 모니터의 영상이 바뀌었다. 지상에서는 몰려오는 바위 거인과 헌터들이 격돌하고 있었는데, 당장은 무난하게 대응하는 것처럼 보였다.

체력을 완전 보존한 채로 도달하기도 했으며, 굳이 팀장이 아니더라도 팀장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실력자가 다수 있었기 때문.

그중 단연 돋보이는 건, 역시 7팀의 지휘관을 내려놓고서 팀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준석이었다. 그의 능력은 ‘공허 절단’으로서, 염력보다도 더욱 드물다는 ‘공간 간섭계’ 능력이었다.

하지만 공간계라는 것이 과학적으로 아직 증명이 덜 된 터라 수련법이 애매모호했다. 공간을 인간이 느낄 수 있다면 모를까, 불가능하기 때문에 능력의 발동이 너무나도 뒤죽박죽인 것이다.

자칫 그 컨트롤에 실패했다가는 자신의 신체가 잘려나가거나, 주변에 피해를 줄 수도 있는 굉장히 위험한 능력인지라 과거의 이준석은 팀을 이루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으나 현재의 그는 초능력의 출력을 대폭 줄여서 일부만을 사용하는 것으로, 간신히 다른 이들과 함께 활동하는 것이 가능했다.

만약 그 출력을 최대로 전개한다면 ‘SSS’라는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에 도달할 수도 있다는 말이 돌고는 있으나······. 그랬다가는 본인 역시도 능력에 찢겨나갈 것이라는 게 과학자들의 정론이었다.

‘과연. 이준석이 지휘관을 내려놓은 건 현명한 선택이야.’

자기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느라 정신이 없는 와중에 괜히 지휘까지 맡았다가는 엉망진창의 지휘로 팀을 전멸하게 만들거나 혹은 능력의 오동작으로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 하지만, 지휘관이 아닌 한 명의 헌터로서의 이준석은 저 자리에서도 단연코 최강의 능력을 뽐내고 있었다.

“바위 거인들의 접근을 더 막아야 할 텐데······.”

박성호는 침음을 흘렸다.

던전과는 달리, 대균열은 이상 사태를 해결한 뒤 빠르게 현장에서 빠져나와야만 했다. 던전은 자동으로 현실로 돌아오게 해주지만 대균열은 문이 닫히면 영영 그곳에서 나올 수 없기 때문.

그곳에 갇힌 헌터가 어떻게 되었는가?

아무도 모른다.

문이 닫히는 순간 대균열 너머의 세상은 텔레파시도, 전파도 닿지 않는 장소가 되어버릴 테니까.

“포지션을 변경해야겠습니다. 바위 거인들이 협곡 사이로 빠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팀장들이 모두 하늘로 올라간 지금, 본부에서의 오퍼레이팅이 중요해졌기에 막사도 한창 정신이 없어졌다. 몇몇 길드의 마스터가 자신의 길드가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한 포메이션을 짜는 등의 헛소리를 내뱉으면 아주 칼같이 차단이 되었기에, 별 문제는 없는 것처럼 보였다.

이대로 저 ‘원반’을 파괴하고서, 팀장들이 성공적으로 복귀하면.

임무는 끝난다.

그런데······.

“······뭐야, 저게?”

원반의 바로 위쪽, 폭풍의 중심처럼 하늘을 뒤덮고 있던 거대한 황색의 구름 속에서.

거대한 바위 새가 나타났다.

아니, 그건 움직이는 구름 그 자체였다.

여태 폭풍의 중심지에 가려져서 구름인 줄 알았던 황색의 물체가, 알고보니 거대 바위 새의 정체였던 것.

“······어쩐지. 왜 SS랭크의 대균열에 별다른 몬스터가 없나 했다.”

철원에 발생한 대균열의 수치는 SS랭크.

만약 대균열의 조기 진압에 실패한다면 내부의 모든 몬스터가 빠져나오게 되어, 빠르게 공략을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내부에 서식하고 있는 몬스터의 수준이 이상하리만치 낮았다. 바위 거인을 포함하여 거대 뱀이나 수많은 몬스터들의 수치는 기껏해야 A랭크의 수준이었던 것.

하지만 지금 보니, 이해가 확실히 갔다.

“저거, 혼자서 SS랭크의 출력을 내고있던 거였군.”

어지간해선 SS랭크의 출력이라 하면, S랭크의 괴수가 한 번에 쏟아져 나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이번 대균열은 S랭크의 괴수 없이 그저 단 하나의 개체만으로 SS라는 출력을 달성해버렸다.

지휘 막사가 순식간에 난리가 났다.

당장 지원팀을 보내야 한다느니, 헌터 협회 본부에 연락을 취하겠다느니, 지금 당장 후퇴를 해야한다느니, 그럼 원반에 접근한 헌터들은 버릴거냐느니. 그 침착하던 지휘 막사가 맞나 싶을 정도로 아비규환의 상태가 된 것.

그만큼이나 ‘SS’랭크의 괴수는 단순히 SS랭크의 대균열을 맞이하는 것보다도 훨씬 파급력이 더욱 큰 것이다.

‘이런 전례가 없지는 않아.’

대균열이란 애초에 밝혀진 게 하나도 없는 이상 현상이었고, SS랭크의 괴수는 물론 SSS랭크의 괴수가 목격된 일도 아주 간혹이지만 존재한다.

그렇기에 대응법도 얼마든지 존재할 터.

다만, 상황이 최악이었다.

대부분의 병력은 지상에 존재했으며 현재 거대 바위 새와 접전을 벌이고 있는 초능력자는 단 열둘 뿐. SS랭크의 초능력자가 가세한다면 모를까······. 지구상에 37명뿐인 그들을 지금 당장 어디서 데려오기도 힘들다. 데려온다고 해도, 저 자리에 있는 누군가는 반드시 죽겠지.

이 자리에 있는 모두의 표정이 점차 죽어가기 시작했다.

임무 수행 도중 귀중한 인재가 죽는 일은 잦다.

그렇기에, 그들은 모두 머릿속으로 ‘가치’를 계산하고 있었다.

저들 중 누군가가 죽어야만 한다면. 패퇴를 해야만 한다면.

과연 누구를 살려야 할 것인가?

인간의 목숨을 감히 가치로 저울질하는 건 옳지 않겠지만······. 미래를 위해 반드시 살아남아야만 하는 사람이 있다면.

박성호는 그게 바로 유서담이라고 생각했다.

‘저 남자가 가진 특이한 능력은 장차 미래를 바꿀 거야. 반드시 살려야 해!’

그렇게 생각한 순간.

갑작스레, 유서담이 에테르 블레이드를 최대 출력으로 사출하고서는 또다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의 머리 위에 발판은 단 하나밖에 없다.

거대 바위 새.

“앗···!”

“대체 뭘 하려는······.”

누구도 말을 잇지 못했다.

하늘 높이 솟구친 유서담이 시조새의 피부를 살짝 긁어낸 뒤, 옆으로 튕겨나갔기 때문에. 고작해야 2등급의 에테르 블레이드에 D랭크의 신체 능력으로는 절대 저 새를 상대하는 건 불가능하다.

즉, 그는 시야를 끌고있는 것이다.

‘···말도 안 돼. 베테랑 헌터, 특히 F랭크의 헌터는 생존에 모든 것을 걸 텐데? 왜 굳이 저런 무모한 짓을 하는 거지?’

실제로 박성호를 비롯하여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그런 생각을 했다. 초능력이 없는 F랭크의 헌터는 더욱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힘들었고, 그래서 그들은 그 누구보다도 ‘살아남는 것’에 집착을 하였다.

비록 지금은 이능력을 얻어서 초능력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는 있다지만, 그 본능이 어디 가지는 않을 터.

그때.

박성호는 퍼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설마, 자기가 죽을 거란 생각을 전혀 안 하는 건가?’

모니터의 화질로는 유서담의 얼굴을 제대로 확인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박성호는 마치 그가 웃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맙소사. 죽음을 각오한 건가?”

“다른 팀장들은 뭘 하는 거야!”

“서, 석판을 끼워 맞추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대체 왜!”

“7팀장의 지시랍니다!”

“저러다 죽겠어···. 어떡해.”

사람들의 염려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이상하리만치 박성호는 유서담에 대한 걱정이 전혀 들지 않았다.

목숨을 걸고 유인을 하고 있다고? 임무를 위해? 모두를 위해?

아니. 전혀 아니다.

유서담에게 그런 건 아무래도 중요치 않았다.

그저.

거대 괴조의 몸체를, 허공을, 바람을, 바위를, 구름을.

그리고 폭풍을 타고서 달리는 그의 표정은.

···어쩐지,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 걸어서 폭풍속으로(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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