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게 주인공은 살인이다-53화 (53/251)

< 걸어서 폭풍속으로(1) >

6팀의 지휘관이자, S랭크의 헌터 류동균.

그는 올해로 10년 차에 접어든 상당한 베테랑 헌터였다. 어지간한 헌터가 10년을 채우지 못하고 은퇴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그 역시도 나름대로 굴러먹을 대로 굴러먹었다는 의미.

그는 대균열에 진입하기 전부터 영 속이 쓰린 상태였다.

‘선배님. 저쪽 7팀 지휘관이 조금 부실하지 않습니까?’

류동균은 한국에서 최초로 엘리트 코스를 펼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모스트 원픽’ 길드의 초창기 멤버였다. 길드 마스터는 최대한 인원의 손실을 줄이고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언제나 고출력 최고효율의 초능력자를 뽑아서 엘리트를 육성하였는데, 덕분에 그는 F랭크의 헌터와 임무에 나설 일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 생각을 하며, 10팀의 팀장인 ‘마연화’에게 그리 말했으나······.

‘닥치고 네 할 일이나 잘해라. 15년 차의 헌터가 뉘집 개 이름처럼 들리나?’

‘네, 네? 그게 아니라···.’

‘돌아가. 대균열이 우스운 모양인데, 최근 5년 동안에도 평균 사망률이 20%가 넘는 곳이다. 조금 더 철저히 준비를 하도록.’

마연화. 15년 차의 S랭크 헌터로서, 이 자리에서는 가장 믿음직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대놓고 사람들 앞에서 류동균에게 쪽을 줬으니, 어떻게 할 말이 있겠는가.

그녀의 말대로 닥치고, 성과로 보여주면 될 뿐이다.

그리고 실제로 류동균은 그럴 자신이 있었다. 그는 아주 특별한 강체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내부에서 폭풍이 몰아치면서부터 모든 게 어긋났다. 그의 강점은 강체 능력에 더불어, ‘가속’ 능력. 기동성을 우선으로 하는 류동균의 능력은 이 거친 폭풍 속에서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

‘젠장, 폭풍만 아니었어도.’

그랬다면. 얼마든지 활약을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때. 지휘 막사로부터 텔레파시가 왔다.

-7팀에서 폭풍을 멈출 방법을 알아냈습니다! 지금부터 여러분 모두에게 전파해드리겠습니다!

‘뭐?’

폭풍 때문이라고, 폭풍만 아니었더라면. 그런 생각을 하던 류동균과는 다르게, 7팀의 지휘관은 아예 폭풍을 이겨낼 방법을 찾아냈다. ···그건, 류동균에게 있어서 꽤 신선한 충격이었다. 평소 같았다면 그 역시도 감탄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쩐지, 자존심이 상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결국 7팀이 알아낸 방법을 따라서 폭풍을 멈추고 보니, 웬걸 다른 특이한 함정이 속속 등장하는 게 아니겠는가?

하늘에서 쏟아지는 거대한 바위의 소나기! 갑작스레 협곡이 닫히며, 그들을 압사시키려고 하질 않나 땅이 푹 꺼지면서 발판을 찾아내야만 하기도 했고 괴수를 상대하면서 기예를 펼치기도 해야만 했다.

그때마다 류동균 역시 나름대로 상당히 선명하고 올곧은 판단력을 선보였다. 그에 가장 걸맞는, 그리고 적절한 판단으로 인해 팀원들은 피해 없이 전진하는 게 가능했던 것. 류동균이 아무리 엘리트 코스를 밟아서 꽃길만 걸었다고는 해도, 10년 차는 10년 차. 그의 판단력도 무시할만한 수준이 못 된다.

그러나.

-그거 그렇게 하지 말고, 제가 지금부터 지시하는 대로 해주세요.

“뭐라고?”

-손쉽게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을 7팀에서 전파해왔습니다!

“······!”

류동균은 분명 뛰어났다. 그의 통찰력과 판단력, 냉정한 사고에 더해 추리력과 지휘력까지. 그러나······. 단지, 7팀의 지휘관이 조금 더 똑똑했을 뿐이었다.

마치 예습을 한 뒤, 실전을 겪으며 정답을 풀이하는 사람처럼. 7팀은 함정을 맞닥뜨리는 순간 한 두어 가지의 실험을 해본 뒤 가뿐하게 모든 관문을 통과해버리는 것. 그래서 가장 먼저 함정을 만나서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7팀은 항상 앞서나갔다.

그래서 류동균은 더 이상 불평불만을 하지 않았다.

그저, 조금 더 노력했다.

아주 올바른 선택이었다. 그 노력은 결실을 맺어서, 7팀과 거의 비등한 속도로 전진할 수 있었으니까. 그도 깨닫고는 있었다. 이곳은 전장 ‘대균열’이며 스포츠 경기장이 아니라는 것.

경쟁을 하기에는 터무니 없는 장소라는 것.

그러나. 류동균은 자신이 있었다. 그 역시도 초능력자이기 이전에, 그 판단력이 매우 우수하다는 세간의 평가를 받고 있었으니까.

자신 또한 7팀의 지휘관 못지않은 능력을 선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전원, 방어진을 최대로 전개해!!”

진짜 최악을 만나기 전까지는.

쿵!

쿠우웅!!

협곡. 즉, 그들이 향하는 길목 양옆에는 드높게 솟아오른 거대한 절벽이 있다. 그리고 그 절벽에서 아주, 아주 거대한 ‘뱀’이 벽을 뚫고 튀어나온다면?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니라. 두 마리라면?

콰앙!!

“커헉!”

허공에 점점이 떠오르는 초록빛, 푸른빛의 에테르 실드. 방어 능력을 가진 초능력자들과 에테르 디스펜서를 이용해 펼친 것으로, 이 정도면 어지간한 대형 괴수가 전력을 다해 짓밟아도 버틸 수 있다.

그러나, 대응책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그 ‘뱀’은 너무 빨랐다. 절벽에서 툭, 튀어나와 반대쪽 절벽으로 스치듯이 이동을 해버리는 탓에 공격할 타이밍을 전혀 잡을 수 없던 것이다.

두 마리의 뱀은 마치 서로 정신적으로 교류를 하는 것처럼, 동시에 양옆에서 튀어나와 각자 반대로 사라진다. 벽에서 솟구쳐, 반대쪽 벽에 닿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0.3초. 그 사이 뱀의 몸체가 노출되는 시간은 조금 더 길었으나······. 마땅히 큰 화력을 집중하기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두 마리의 뱀이 모두 똑같진 않았다. 한 마리의 뱀이 다른 뱀보다 월등히 그 몸체가 길었던 것. 한 마리가 사라지고 나서도, 다른 한 마리는 한참이나 더 지난 이후에 몸이 벽속으로 완전히 들어갔다.

‘그렇다고 쳐도, 그놈을 노리는 것도 역시 힘들어.’

미리 아는 수가 없었으니까.

그렇다면 차라리. 두 마리를 확실하게 공략할 방법으로.

‘뭉쳐야겠어.’

뭉친다면 최소한 두 마리의 뱀이 튀어나올 위치를 잡는 게 가능해지리라. 게다가, 거기서 성공적으로 모두가 산개한다면? 두 마리의 뱀이 서로 충돌하겠지.

약간의 리스크가 있지만, 더 이상의 피해 없이 확실하게 놈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이었다.

“전원! 한 점으로 뭉쳐!”

실드는 더욱 견고해지고, 두 마리의 뱀이 노릴 장소도 정해졌다.

모두가 긴장한 순간.

그들은 서서히 화력을 끌어올리며, 정해진 포지션을 따라 당장이라도 양옆으로 흩어질 준비를 하였다.

쿠구구구!!

바닥에서 어마어마한 진동이 울리며. 벽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오길 기다리는 그때.

-7팀의 지휘관에게서 전파가 떨어졌습니다! 뱀은 두 마리가 아니라, 한 마리입니다!

“······뭐?”

아주 잠깐의 찰나.

세상이 마치 느려진 것처럼만 느껴졌다.

‘그럼, 설···마······.’

꿀꺽, 침을 삼킬 새도 없이 소리를 치느라 사레가 들렸지만 그딴 건 아무래도 좋았다.

“전원! 바닥을 향해 집중포화!!”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류동균의 판단력을 절대적으로 믿는 팀원들은 아무런 망설임조차 없이 바닥을 꿰뚫었고.

꽈아아앙-!!

거대한 폭음이 울려 퍼지며, 지면에 거대한 크레이터가 파였다.

그리고, 그곳에.

피부가 거칠게 뜯겨나간 채 꿈틀거리는, 뱀의 몸체가 드러난다.

정말이지 너무나도 길고, 두껍고, 징그러운. 그런 뱀이었다.

···그런 뱀이 바닥을 통해 이동하면서 꼬리와 머리를 유연하게 꿰뚫는 것으로, 두 마리인 척 혼란을 주었다는 사실에 류동균은 머리가 아찔해졌다.

놈은 머리가 좋고, 두 마리가 아니다.

그런데 자신은 상대가 두 마리라고 상정하여 서로 충돌하게 만들려는 계획을 세웠다.

저 똑똑한 놈이 머리와 꼬리를 서로 부딪치는 게 말이나 될까?

아니.

오히려 몸을 크게 비틀어서 물어뜯기 좋게 뭉쳐버린 그들을 아주 편하고 손쉽게 옥죄였을 것이다.

류동균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화력 포화에서 그의 역할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지휘를 내렸을 뿐인데도 다리에 힘이 풀려버린 것이다.

“하, 하하······.”

잠깐의 판단 미스. 만약 7팀의 전파가 떨어지지 않았더라면.

‘······우린 전부 죽었겠군.’

서늘한 생각이 바람과 함께 가슴을 스치고선 사라졌다.

*

그맘때 즈음.

지휘 막사에서도 정신없이 각 팀에게 전달 사항을 전파하고 있었다.

“예. 맞습니다. 그러니까, 그 부분부터는 무조건 세로로 걸어서 절벽을 통과해야 한다고 전달하시면······.”

“아니라니까요, 글쎄! 아직 폭주까지는 사흘이 넘게 남았다고!”

“기록전지 새로 갈아끼워. 이거 원, 용량 큰걸로 달라고 해야지.”

“그래도 기록할 게 있다는 건 좋은 게 아니겠습니까?”

대균열의 진척도가 궁금한 언론사나 쓸데없는 일로 전화질이나 해대는 정치인을 비롯하여 온갖 사방에서 연락이 온다. 그도 그럴게, 대균열의 공략은 일반인들에겐 불투명하지만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 수 있도록 실시간으로 연락이 가는 것이다.

공략이 시작되기 전, 대균열에서의 일을 ‘그 어디에도 전하지 말라’고 분명히 박성호 준장이 신신당부를 했거늘. 그 새 내부에서 퍼져나간 모양.

하지만 저들의 반응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특히, 언론사는 아주 난리가 난 것으로 보였다.

대균열 공략 진척도 90%.

현재까지 사망자 제로.

부상자는 꽤 많았지만······. 전투 불능까지 갈 정도는 아니었다.

‘기적.’

다른 그 어떤 단어로도 이 현상을 설명할 수는 없었다.

인류의 접근을 가로막는 폭풍과 수많은 괴수 그리고 함정들. 그러나 그것을 앞에 두고서도 그 누구 하나 죽지 않은 채 공략이 진행되고 있던 것이다.

비록 각자의 성향과 추구하는 바가 다르더라도, 이 자리에 있는 모두의 표정이 밝게 물드는 것은 당연한 일. 자신의 팀을 비롯하여 그 누구 하나 죽지 않는다는 게 어찌나 기쁜 일인지.

“아직 긴장을 놓을 때는 아닙니다.”

본래 대균열을 파악하여 해결책을 내놓는 건 지휘 막사에서의 일이었다. 그런데 그걸 7팀의 지휘관이 해내 버리니,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을 뿐.

“아무래도······. ‘보스’가 나온 것 같군요.”

모두가 모니터를 주시한다.

7팀을 선두로 하여, 나머지 11개의 팀이 협곡을 모두 통과하였다.

최종적으로 협곡은 모두 한 점으로 모이게 되어있었는데, 각각 협곡의 마지막 부분에는 기묘한 그림이 그려진 ‘석판’이 하나씩 있었다.

‘저게 뭐지?’

모두에게 든 의문.

그러나 지금 당장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바로 협곡이 끝난 이후 나온 거대한 평야. 그리고 허공의 한가운데에 둥실 떠있는 ‘원반’에서 위험 수치를 가뿐히 초과하는 에너지 반응이 발생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 원반이······. 대균열 발생의 원인으로 추정됩니다.”

“그럼, 저걸 부수면 모든 게 해결되는 건가?”

“그렇습니다.”

그 말에 모두가 침음을 흘렸다.

그게 어디 쉬운 일일까.

저 멀리까지 펼쳐진 평야에는, 수천, 수만 마리의 ‘바위 거인’이 늘어서 있었다. 그것은 유서담과 그의 의뢰인조차 예측할 수 없었던······. 단순히 수천 년이 지나면서 생긴 이변.

원반은 그 바위 거인들의 위쪽으로, 허공에 둥실 떠 있는 수십 개의 절벽의 사이에 위치 해있었다. 절벽은 마치 거인이 쓰라고 만들어놓은 발판처럼 생긴 그것들은 계단처럼 타고 올라갈 수 있는 형태였기에 강체 능력자라면 얼마든지 탈 수는 있으리라.

다만. 그 원반의 근처에도 바위로 이루어진 익룡 수십 마리가 날아다니고 있다는 게 문제였을 뿐.

“젠장. 전투기라도 들여보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던전이나 대균열 등 ‘아차원’에서는 비행체가 제대로 말을 듣지 못했다. 기류가 지구와는 판이하게 다를뿐더러 기묘한 에너지의 흐름 때문에 기계장비의 작동오류가 잦은 탓. 에테르 에너지를 100%로 활용한 전투기가 나온다면 모를까, 현대의 과학기술로는 불가능했다.

또한, 원반의 근처에는 일전에 발생했던 것의 30% 정도의 세기를 가진 폭풍이 불고 있어서 비행체가 있다고 해도 쉽사리 접근은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여기서 중요한 점.

“······대체 누가, 석판을 저기다 갖다 박으란 거야?”

*

“후우······.”

서담은 숨을 깊게 들이켰다.

먼지가 섞인 폭풍이 폐를 비집고 들어오는 것만 같은 찝찝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럴 일은 없다. 진작 착용하고 있던 마스크가 어지간한 독소는 죄다 차단해주기 때문.

<협곡의 끝에서 구한 ‘석판’을 저 원반의 홈에 끼워 넣으면 ‘통과’ 판정이 됩니다.>

그렇다.

서담과 의뢰인은 이 협곡이 사실은 붉은 거인들의 시련 및 경쟁을 위한 스포츠 경기장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시련을 통과한 거인이 이 석판을 들고, 저 위쪽에 있는 원반에 끼워넣으면 순위가 정해지는 것이고. 어느 세계나 순위 따지기는 참 좋아한다고 서담은 실없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순위는 의미가 없다.

다만.

<12개의 거인이 모두 통과하면, 원반의 작동이 정지하게 됩니다.>

의뢰인의 그 말이 중요했을 뿐.

“···그러니까, 이 12개의 석판을 모두 저 원반에 끼워야한다. 이 말입니까?”

협곡을 통과한 뒤, 12팀의 지휘관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본부에서 저 원반이 대균열 현상의 원인이며, 파괴를 해야 한다며 위쪽으로 올라갈 인원을 선출해달라고 했으니까.

“본부에서는 분명히 파괴를 하라고··· 했습니다.”

류동균은 소심하게 입을 열었다. 나름 쟁쟁한 S랭크의 헌터인 그였지만, 12팀의 지휘관이 모인 이 자리에서는 소심해질 수밖에 없었다. 죄다 자신보다 선배인 것은 물론이요, 전 세계에서 이름 깨나 떨치고 있는 자들이었으니까.

그런 와중에.

가장 이름값 떨어지는 F랭크 헌터의 발언에 모두가 주목하고 있었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안다.

7팀의 지휘관 덕분에, 단 한 명의 사망자 없이 이곳에 도달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그래서 그들은 그의 판단력에 다시 한번 주목하는 것이다.

“예. 본부에서는 그랬지만···. 그러면 안 됩니다.”

“어떻게 확신하십니까?”

“석판의 에너지 파동이 원반과 일치하고 있습니다. 마치 빠져나간 리모컨의 버튼처럼.”

“그건···. 그렇긴 하지요.”

“게다가 애초에 파괴를 한다고 해서 해결이 될지 안 될지도 미지수인데, 아마 부수기도 꽤 힘들 겁니다. 저 수십 마리의 익룡을 피해가며 어지간한 합성 금속보다 단단한 저 물질을 무슨 수로 부술 겁니까?”

이 자리에 있는 초능력자들의 출력이라면.

정신을 집중해서, 가지고 있는 모든 힘을 쏟아낸다면.

어쩌면······. 부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상황이 최악이다. 폭풍이 몰아치는 공중에서 제대로 힘을 발휘하기도 어려울뿐더러, 모든 힘을 쏟아내면 대균열에서 빠져나가는 게 불가능해질 터. 분명, 이들 중 누군가는 죽는다.

차라리 유서담의 말을 따르는 게 맞는 판단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그들의 머릿속을 지배하였다. 그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서 의견을 피력하였다.

“원반으로 가는 멤버는 저희 열두 명으로 합시다. 각자의 석판을 들고서 원반의 홈에 끼워 맞추는 것이지요.”

유서담의 말을 정말 믿어도 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자네의 말을 따르도록 하지. 여태 자네가 보여준 판단력을 보면, 확실히 믿을만 하거든.”

“······!”

15년 차의 베테랑 S랭크 헌터 마연화가 입을 열자, 이내 염동력자 레아 미셸도 따라서 입을 열었다.

“저도 따르겠습니다. 여기까지 올 수 있던 것도 당신 덕분이니까요.”

그렇게 하나둘 긍정적인 반응을 표하자 결국 류동균 역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12팀의 팀장들이 모두 원반으로 향하는 게 결정나자, 그들은 각자 포지션을 잡았다. 아무래도 이들 중에는 원거리 특화도 있었으며, 강체 능력자도 있었으니 기동성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것. 각자에게 알맞는 포지션이란 팀워크에서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런 이유로, F랭크의 헌터인 유서담은 가장 후미에 위치하는 것이 당연했다. 다른 이들과는 달리 공중 도약 기술이 없는 무능력자는 결국 매그네틱 그래플링 건과 와이어 커넥팅을 이용해서 움직일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래서.

팀장들은 서담의 말을 듣고 자신의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지금부터 제가 선두에 서겠습니다.”

그에 류동균이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느냐며 한 소리를 하려는 순간.

유서담이, 마치 로켓처럼.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 걸어서 폭풍속으로(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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