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균열(1) >
[61레벨의 주인공을 사냥하였습니다.]
[레벨이 3단계 상승합니다.]
[수명이 610일 지급됩니다.]
[당신의 수명: 4022일 17시간 11분]
해니얼은 자연사를 했다.
······사실 아니다.
서담이 총칼로 반쯤 조져놓은 뒤, 높은 곳에서 떨궈서 죽었다. 그는 사람을 죽이되 잔인하게 손을 쓰려고 하지 않는 편이었지만, 어쩔 수 있나. 해니얼의 부하들이 새벽요정들을 점거하고 있는데.
물론 서담이 새삼 새벽요정들에게 애정이 생겼기 때문에 애써 그런 일을 벌인 건 아니었다. 그도 인간이기에 그런 감정이 들긴 들었지만, 역시나 화분을 구하기 위해 그런 것이기도 했으니까.
[주인공을 일곱 명 사냥하여 ‘주인공 사냥꾼’ 스킬의 레벨이 3단계로 상승합니다.]
[타 세계로 들고갈 수 있는 장비의 무게 제한이 40kg으로 늘어납니다.]
[이제부터 당신은 해당 세계의 줄거리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당신은 주인공의 스토리와 타임라인에 간섭할 수 있습니다.]
떠오르는 메세지를 보며 서담은 묘한 감정을 느꼈다.
살인 청부를 받은 이후로 꽤 시간이 흘렀다고는 생각했지만, 벌써 일곱 번이나 의뢰를 완수했다니.
“타임라인? 스토리? 무슨 소리야?”
<스토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변화점에 난입을 할 수 있습니다.>
“······무슨 소린지 더 모르겠는데?”
서담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가끔 느끼는 건데, 의뢰인은 말을 너무 어렵게 풀어서 설명한다.
다 모르겠고, 무게 제한이 무려 40kg이 됐다는 점만 해도 충분히 만족이다. 인벤토리에 더불어서, 이제 나는 꽤 무거운 물건까지 옮길 수 있게 되었으니까.
‘이 정도면 자그마한 에테르 블래스터 정도는 챙겨 다닐 수 있겠는데?’
탄환이 무거워서 한두 번 사용하는 게 고작이겠지만.
이윽고 재능을 흡수하겠냐는 메세지가 떠오른다.
[스킬 ‘바람에 몸을 맡기다(B)’를 흡수하였습니다.]
“오. B랭크···.”
꽤 좋은 스킬을 얻어서 감탄하려는데.
[스킬 ‘바람에 몸을 맡기다(B)’와 ‘바람 걸음(D)’이 공명에 성공하였습니다.]
[위의 스킬이 전부 삭제되며, ‘바람처럼 달리는 법(A)’이 생성되려 합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라는 메세지가 떴다.
“뭐야 이거. 무조건 콜이지.”
[스킬 ‘바람처럼 달리는 법(A)’이 생성되었습니다.]
직후, 서담의 몸이 서서히 가벼워졌다. 또한, 주위로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의 흐름이 세포 하나하나의 단위로 느껴진다.
이게 진짜배기 A랭크 스킬.
기존의 바람 걸음은 그저 바람이 살짝살짝 몸을 밀어주는 정도에 그쳤다. 물론, 그마저도 효과가 상당하여 서담은 어지간한 짐승이 달리는 것보다도 빠르게 질주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마치······.
‘······이 정도면, 진짜 날 수도 있는 거 아냐?’
해서. 허공을 질주하며 점프를 해보았으나 날 수는 없었다. 단지 어마어마한 높이 뛰기를 선보일 수 있을 뿐. 또한, 레벨이 45가 된 신체 능력치에 이 스킬까지 더해지니, 질주 속도가 대폭 증가하였다.
“레벨 좀 보여줘.”
<유서담>
[도합 레벨: 45]
*능력치
[근력 41] [체력 40] [민첩 45]
[기력 1] [마력 45]
*재능
[검술 A+] [사냥 D+] [사격 C]
[요리 D-] [직감 A] [기민 A]
[기타···.]
*스킬
[주인공 사냥꾼 Lv. 3]
[백색검법(S)]
[육감(F)]
[아라셀리 식 마나 써클링(SS)]
[백색 마녀의 도서관(F)]
[인벤토리(B)]
[바람처럼 달리는 법(A)]
역시 꽤 만족스러운 능력치였다. 게다가 단 한 번도 마력을 제외하고선 능력치가 레벨을 따라잡은 적이 없었는데, 민첩이 레벨을 따라잡았다. 이것도 스킬의 효과인 듯싶다.
바람을 다루는 것도 아니고, 그저 바람의 흐름을 타고 달릴 뿐인데 무려 A랭크의 스킬이다. 그만큼이나 효과는 보장되어있는 것이나 마찬가지. 전력 질주를 했을 때 나는 속도는, 솔직히 어지간한 자동차가 풀악셀을 밟는 속도와도 비슷한 듯싶다.
그리고, 그는 그런 생각을 했다.
‘이제 나도 진짜 초인이다.’
내친김에 여기서 검을 휘둘러보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자연이 훼손된다. 해니얼이 죽은 이후 인간군이 모조리 패퇴한 마당에 굳이 자연을 해칠 이유는 없었다.
다시 가볍게 질주하여 새벽요정들의 본거지로 돌아오자, 그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뭔가를 하는 게 보였다. 그 중심에는 어떤 여인이 있었다.
막내 공주, 사릴렌.
이제 막 스물이 됐을까 말까 하는 저 어린 처자가 해니얼과 내통을 하던 여자라고 한다. 사건이 일단락된 후 서담은 새벽요정들이 내심 저 여자에게 화를 내지는 않을까 싶었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
그저 그들은 사릴렌의 어깨를 한 번씩 슥 터치하며 지나갈 뿐. 그럴 때마다 사릴렌의 몸이 움찔, 떨렸다.
“앞으로는 속죄하며 살라. 우리는 너를 용서하겠다. 라는 뜻이에요.”
“어, 그래?”
둘째 공주 마릴렌이 화분을 쓰다듬으며 서담에게 다가오더니 말했다.
“그래서 더 고통스러울 거예요. 여태 자신 때문에 새벽요정들이 얼마나 고통받았으며, 또 얼마나 죽어 나갔고, 얼마나 나무들이 비명을 질렀는데······. 모두가 저토록이나 쉽게 자신을 용서해버리면 오히려 더 버티기 힘들죠.”
“······그런가?”
잘 모르겠다.
-졸려···.
화분은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 되어있었다. 꽃잎 위쪽으로 자그마한 소녀같은 것이 불쑥 튀어나온 채였는데, 마치 빛무리로 이루어진 것 같은 그 몸체는 꽃과 연결되어있어 따로 움직이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게다가, 아주 특이하게도 이 화분이 서담과 링크가 되었다면서 ‘백색 마녀의 도서관’의 마법을 쓸 수 있단다. 물론 거기에 들어가는 마력은 순전히 서담이 감당해야 했지만, 굳이 집중하지 않아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건 어마어마하게 좋은 효과였다.
거기에, 자체적으로 자연을 다루는 능력 또한 있지 않던가?
이곳에 와서 얻은 소득은 A랭크로 업그레이드된 바람 걸음만으로도 충분하다 못해 차고 넘치는데, 정령이 개화까지 해버려서 서담은 입이 귀에 걸릴 지경으로 미소를 지었다.
“이제 충분히 쉬었냐?”
-응···.
“어때. 지구로 돌아가도 살만할 것 같아?”
그녀는 잠시 눈을 감고 이곳의 기운을 만끽하더니, 이윽고 말했다.
-응···. 이제 흙이랑 공기도 필요 없어···.
그렇다는 건, 이제 더 이상 언제 쓰러질지 몰라서 아둥바둥댈 필요가 없다는 의미겠다.
“그럼 슬슬 돌아가자.”
서담이 그리 말하자.
어느 사이엔가 다가온 사릴렌이 눈동자를 동그랗게 뜨고서 그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새벽요정 사이에서 벌어지던 기묘한 의식이 전부 끝난 모양. 그녀의 복부에 나 있던 총상은 거의 아물어 있었다. 그녀가 특별한 능력을 지닌 덕분이 아니라, 화분이 도와줬기 때문이었다.
저 화분은 서담조차도 사용할 줄 모르는 마법을 ‘백색 마녀의 도서관’을 통해 배워서 사용하였는데 박힌 총알을 빼내고, 출혈을 멈추고, 상처를 회복시키기까지 총 일곱 개의 마법을 연달아 사용했다. 그 과정에서 그의 마력이 바닥나긴 했다만, 솔직히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의 컨트롤이었다.
사릴렌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서담에게 물었다.
“···이제 돌아가시나요?”
“그래야지.”
“어디로, 가시나요?”
“내가 살던 곳.”
아마 그녀는 내가 사는 곳이 어떤 곳인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썩 살기 좋은 곳이 아니란 것도 모르겠지.
“그렇···군요.”
그러더니.
이내, 사릴렌은 서담에게 고개를 푹 숙인 뒤 다시 들어서 말했다.
“정말로, 감사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정말로 많았다. ‘당신이 아니었다면 저는 죄를 씻지도 못한 채······.’라던지. ‘그대로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가서도 영원히 고통······.’라던지. ‘그만큼이나 새벽요정에게 불행한 영면······.’라던지.
그러나 사릴렌은 뒷말은 모조리 생략하였다.
그런 말은 전부 소용이 없는 것들이었다.
이전에, 대화를 통해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내려 했으며.
또한 말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려 했던 사릴렌은 뒤늦게 무엇인가를 깨달았다.
진짜 마음을 표현할 땐 수십 마디의 주절거림보단 단 한 마디, 진심을 담아서 전달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거기에, 마릴렌 역시 서담에게 고개를 숙였으며.
이곳에 모여있던 새벽요정들이 모두, 서담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는 잠시 그들을 쳐다보더니, 이내 어디론가 걸어갔다. 서담은 몰랐지만, 공교롭게도 그 방향에는 그가 처음 모습을 드러냈던 ‘황혼의 나무’가 있는 방향이었다. 그는 그곳을 향해 걸어가며 말했다.
“가본다. 잘 지내라.”
그렇게 그의 모습이 마치 신기루처럼 사라진 이후.
사릴렌은 자신의 언니를 향해 고개를 돌려서, 말했다.
“언니. 이제부터 우리는 준비를 해야만 해요.”
“······응.”
저들은 악마가 아니었다.
그저, 우리와 다르고 우리보다 더 발전했을 뿐인.
100개가 넘는 이종족 중 한 종족이었다.
“언젠가······. 또 저들이 오겠죠.”
“알아.”
“그리고, 저는 우리가 우리 나름대로 준비하는 법을 깨달았어요.”
사릴렌은 손바닥을 펼쳐 보였다. 단순하게 낙엽이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제 계승권을 가진 마릴렌이었기에 그녀가 선보인 기술을 눈치챌 수 있었다.
“너, 그건···?”
여태껏, 정령의 인도자님께서 데려온 ‘은빛 정령의 꽃’은 몽환의 섬 내에 서식하고 있는 정령들에게 ‘훈수’를 두었다.
그건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저건 저렇게 하는 거다.
정령들은 본디 순수하고 호기심이 많은 존재. 그들은 그런 훈수를 모조리 받아들였고, 결국에는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자연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막내 공주 사릴렌은 그것을 자신의 몸으로 직접 선보인 것이다.
“저는 더 이상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아요.”
사릴렌은 굳은 표정으로 새벽요정들을 돌아보았다.
한때 어떤 요정은 꿈을 꾸었다.
몽환의 섬을 떠나, 다른 세계로 나아가는 꿈을.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요정은 꿈을 꾸지 않는다.
자신의 업을 씻어내기 위해.
모두를 자신의 힘으로 지켜내기 위해.
*
[원래의 세계로 귀환합니다.]
[세계의 시간배속이 정상화되었습니다.]
눈을 뜨자 익숙한 원룸이 보인다.
매번 맞닥뜨리는 이 상황도 이제는 슬슬 적응되었다.
나는 손을 쥐락펴락 하다가 장비를 모조리 벗어서 인벤토리에 구겨 넣었다. 이번 임무는 금전적인 손실이 상당하다. 가진 폭발류를 거진 다 써버렸으니까.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제는 굳이 폭탄을 들고 다녀야 될까 싶기도 하다.
물론 이계로 간다면 아직도 폭발류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현실에서 사냥을 할 땐 폭발류보단 ‘마력’이라는 미지의 에너지를 통해 발현하는 마법과 속도감이 더욱 빨라진 내 검술이 더 효과적일 터다.
의자에 털썩 주저앉은 나는 즉시 스마트폰을 꺼냈다. 메신저의 상태 메세지에 ‘파견 중’이라는 단어를 지워낸 뒤 밀린 뉴스를 확인했다.
내가 그곳에 있던 시간은 고작 사흘 남짓이었고, 시간배속은 거의 2배에 가까웠으니 이틀만에 다녀온 셈이다.
테일러에게 가장 먼저 연락을 한 뒤, 나는 검도 사범들에게 차례대로 연락을 돌렸다. 상태 메세지도 볼 줄 모르거나, 아니면 파견이 끝나고 연락을 달라는 몇몇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
나는 이 검도 사범 중에서 몇 명을 선출할 생각이다. 선출 기준은 간단하게도, 내가 믿고 등을 맡길 수 있을만한 사람. 내가 알고있는 지식을 전파한다면 무능력자도 얼마든지 초인적인 힘을 낼 수 있었기에, 기밀 유지에 상당히 힘을 써야만 할 것이다.
‘그나저나, 이런 힘을 함부로 가르치면 DR이 찾아온다고 했지.’
이것도 꽤 골치가 아픈 부분이다.
DR. 도대체 차원 귀환자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자신들의 기술을 외부로 발설하지 말라는 규칙이 걸린 것일까? 나는 차원 귀환자가 아니었지만 그래도 비스무리한 힘, 즉 무공 같은 것을 보유하고 있는지라 그들의 눈에 들어가는 것을 주의해야만 했다.
검희라던가, 지존이라던가. 무협지에나 등장할 법한 단어도 나온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그들이 어깨 좀 펴고 다니는 모양. 일단 DR 중에서도 제일 영향력이 강한 사람을 한번 만나봐야겠다.
‘이젠 조금 당당해도 되겠어.’
그간은 최대한 몸을 사렸다. 무능력자가 갑작스레 이능을 얻으면 주목을 받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이연준의 건만 봐도 그렇다. 당시 무능력자였던 그가 C랭크의 초능력을 각성했다고 해서, 세계 전체가 주목하지 않았던가?
나 역시도, 15년이나 무능력자로 살아왔던 주제에 갑작스레 이능을 보이면 그런 꼴이 될 터. 그리고······. 어설픈 관심은 독으로 끝날 수밖에 없었다.
내 비밀을 원하는 사람들. 나를 까내리려는 사람들. 나를 정치적으로, 사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그렇게 무너졌을지도 모른다.
‘우선은···. 그때 만났던 DR 아저씨한테 연락을 좀 해볼까.’
그리 생각하며 메신저를 다시 켜자, 메인 화면에 뉴스 하나가 떠있었다. 거기에는, 당장 DR에게 연락하는 것보다도 더욱 시선을 끄는 단어가 선명하게 내 각막을 관통한다.
“대균열?”
그러고 보니, 슬슬 그럴 때가 됐나 싶었다.
대균열.
헌터들이 농담삼아 연례행사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 현상은, 2~3년에 한 번씩 등장하며 던전과 게이트가 합쳐진 듯한 기묘한 이상 현상이었다. 또한, 대균열은 나타날 때마다 거의 SS랭크에 필적하는 출력을 보유하고 있어 내부의 몬스터들이 정말 지랄맞게도 물량이 많다는 점이 특징이었다.
나도 과거에는 대균열을 몇 번 들어가 본 적이 있었으나, 10년 전부터 헌터 체계가 확고히 자리잡히면서 그럴 일은 없어졌다. 현재는 A랭크에서 S랭크의 초인들이 대균열에 진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뉴스를 천천히 읽어내리고 있는데, 메신저가 도착했다.
일전에 검술 토론회에서 이상하리만치 내게 호의적이었던 S랭크의 헌터, 이준석이었다.
[이준석: 안녕하십니까, 유서담 헌터]
[이준석: 파견 복귀하셨나 보네요.]
메신저 상태 메세지를 수정한지 5분도 안 지났는데. 더럽게 빨리도 보네.
[유서담: 예 방금 막 도착했습니다]
[이준석: 그렇군요.]
[이준석: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지금 통화 가능하십니까?]
안 될 건 또 없었기에 된다고 답을 보내자, 이내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유서담 헌터. 혹시 뉴스 보셨습니까?
“대균열요?”
-네. ‘예언가’가 일주일 뒤에 대균열이 출현할 것이라고 예언을 했습니다.
이리저리 이야기를 빙빙 돌리던 저번과는 달리, 이번에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예언가가 말하길, 해당 대균열의 명칭은 ‘폭풍이 몰아치는 절벽의 기로에서’라고 합니다. ······솔직히, 너무 시적인 이름이긴 하죠?
“아뇨, 뭐. 중학교 국어 교과서 보는 것 같고 좋네요.”
사실 국어 시간에 잤다.
-하하하. 아무튼, 이번에 해당 대균열으로 총 12개의 팀이 진입하기로 했습니다. 1팀부터 12팀까지. 그리고 저는 7팀의 지휘관을 맡았지요. 그런데······. 한 자리가 비어서 말입니다.
“음.”
바보가 아닌 이상 이쯤 되면 눈치를 깐다.
이거, 나보고 대균열 7팀에 참여해달라는 거다.
빈자리라. 좋은 핑곗거리다. 날 위해서 남겨뒀나? 아니면 진짜로 남았는데, 그냥 내가 생각난 걸까? 잘은 모르겠다.
그래. 잘은 모르겠는데, 어쨌든 내게는 좋은 일이다. 대균열은 다른 이상 현상과는 다르게 사상자가 꽤 나오긴 한다만······. 애초에 F랭크의 헌터였던 내가 죽을 위험이 없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게다가 대균열은 돈이 꽤 된다.
해서, 나는 긍정적인 답변을 준비했는데.
-그래서 말인데. ···혹시 시간이 되신다면 유서담 헌터께서 저 대신 7팀의 지휘관을 맡아주실 수 있습니까?
“···예?”
아니 이 친구, 뭘 믿고 이러는 거지?
< 대균열(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