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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주인공은 살인이다-48화 (48/251)

< 떠나요, 몽환의 섬(4) >

인간들은 이제 미지의 적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날, 내가 저격으로 추락시킨 적은 세 명. 나머지는 내가 총을 발사하기도 전에 땅으로 숨어버렸다. 물론 애초에 몇 명은 일부러 살려서 보낼 생각이었다.

그래야만 자신들보다 뛰어난 과학기술의 존재를 가진 적에 대해 알게 될 테니까.

미지의 존재에 대한 공포. 적들은 소규모로 움직일 수 없게 되었으니, 대규모로 병력을 움직일 터. 새벽요정들에게는 빠르게 거주지를 이동하라고 이미 말해둔 뒤였다. 참 편리한 게, 나무가 알아서 집도 지어주고 터전도 잡아주니 이동이 쉽다는 점이다.

‘슬슬 움직이나.’

카메라를 통해 적들이 주둔지에서 날아오르는 것을 확인한 나는 장비를 챙기고서 빠르게 공중 절벽으로 향했다.

한꺼번에 50명, 100명. 그리고 150명의 편대가 날아오른다.

도합 300의 적. 제아무리 A랭크의 헌터라도 무기의 수준이 어떻든 체력의 한계 때문에 저들을 한꺼번에 상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장비의 힘을 빌린다면 가능하다.

‘오늘도 돈 좀 깨지겠는데.’

인벤토리에서 선글라스 하나를 꺼내 착용한 다음 숨을 죽였다. 선글라스는 HUD(Head Up Display)을 간편화한 것으로 레이더, 능동 적외선의 기능이 달려있으며 장비가 충분할 경우 열영상 감시장비나 부분적 투시, 입체 사운드 등의 기능까지 활성화할 수 있다.

지금 당장은 적의 위치를 대략적으로 표시할 수밖에 없지만······. 적에게는 그마저도 없다.

‘왔다.’

내 옆에 놓인 모니터에는 A부터 F까지의 포인트가 지정되어 있었고, 그중 C라고 적힌 포인트에 30명가량의 병사가 지나가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해당 위치에 설치해 둔 폭탄의 스위치를 눌렀다.

······쿠구구궁!!

어디에선가 울리는 폭발음. 카메라를 확인해보니 절반쯤은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었지만, 절반은 회피로 빠져나갔다. 애초에 내 예측이 적의 동선을 완벽히 알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폭탄의 범위에서 살짝 벗어난 상태였다고 해도, 상당한 반응속도였다.

나는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포인트를 지나치는 적을 발견할 때마다 울리는 센서를 통해 폭탄을 연달아 발동시켰다.

때로는 전기장이 놈들을 꿰뚫기도 했고, 때로는 화염이 하늘을 뒤덮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새벽요정들이 끔찍하게 아끼는 자연이 조금 훼손되긴 했지만······. 애초에 내가 그런 걸 신경 쓸 성격은 아니었다.

쿵, 쿠구궁!!

사방에서 터지는 폭음.

모두를 죽일 수는 없다. 하지만, 저들이 새벽요정들에게 향하지 못하는 것이 1차 목표였으므로, 그건 이미 충분히 완수했다.

본진에 있는 총병력까지 따진 3000명을 모두 상대하는 건 어려우나, 그중 일부인 300명 정도를 상대하는 건 손쉬운 일이었다.

‘피해 인원은 100명도 안 되는 것 같은데.’

예상대로 300명 중 절반조차 채 제압하지 못했지만, 문제는 없다. 이미 적은 미지의 기술력에 의해 전의를 상실한 상태. 후속타가 두렵겠지만······. 사실 그런 건 없다.

잠시 뒤, 긴급 상황에 대한 명령이 있던 것인지 적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오늘 내가 적들에게 입힌 피해는 80명 정도. 그리고 그 정도를 상대하는 데 벌써 내가 가지고 있던 폭발물의 20%를 넘게 사용했다. 역시 부족한 자원으로 3천 명은 무리겠지만, 그래도 인벤토리가 있어서 이 정도라고 생각하며 만족했다.

*

벌써 사흘째다.

난데없이 등장한 정체불명의 적은 인간들이 요정들의 주둔지로 향하지 못하도록 가로막았고, 그건 꽤 성공적이었다. 그의 의도가 어떻든 현재 인간들의 전의는 크게 상실되었으니까.

사흘만에 사망자가 무려 200명이 넘게 나왔다. 거기에 부상자를 합하면, 거의 300명에 달하는 병력이 무력화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의미.

심지어 그들은 적이 몇 명인지, 어디에 있는지, 어떤 기술을 사용하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다만 확실한 건, 상대가 자신들이 보유한 화학기술보다 월등히 뛰어난 과학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

수천 미터 바깥에서 정확히 머리에 구멍을 뚫는 것만 봐도, 상대방은 자신들에게 기술력의 우위를 보이며 더 이상 덤비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이제 퇴로가 없다.

“총사령관님의 명령이다.”

그리고 사흘차.

냉철하던 평소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아군이 200명이나 죽어나갈 때까지 침묵을 유지하던 총사령관이 드디어 명령을 떨어뜨렸다.

“이번 타격에는, 우리가 출격한다.”

“음!”

인간족에게는 두 개의 최정예부대가 있다.

하나는 돌풍기동타격대.

하나는 질풍기동타격대이다.

그중 총사령관은 돌풍기동타격대는 하늘을 자유로이 활공하며 원거리 타격을 주로 하는 쪽이었는데, 드디어 이 패를 꺼내기로 한 것이다. 요정족을 칠 때도 어지간해선 운용하지 않던 부대였다. 또 다른 섬에 존재하고 있을 ‘외계의 종족’과 맞서 싸울 대비를 하기 위해서.

“하지만 그 외계의 종족보다 위험한 적이 나타났다고 판단하신 거겠지.”

돌풍타격대대의 대장 마로크는 ‘희망의 날개’라 불리는 기계를 장착한 자신의 부하 49인을 보고서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총사령관님이 말씀하셨다. 우리가 죽일 적은 단 ‘한 명’. 그러니, 겁먹지 않아도 된다.”

“······!”

부하들이 서로를 돌아보았다. 그럴 수밖에 없다. 아무리 봐도 적은 최소 9인에서 10인 이상으로만 보였으니까.

“총사령관님의 판단이다.”

“그렇···습니까.”

총사령관은 인간들을 통솔하는 왕이자, 지상 최강의 병사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의 판단은 어지간해서는 적중하는 편. 게다가, 확실한 증거와 추측을 토대로 내린 결론이 아닌 이상 섣불리 말씀하시지도 않으니 병사들은 믿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부터는 총사령관님의 추측이다. 적은 우리보다 고도로 발달 된 ‘포탄’을 사용한다. 이 포탄은 발사하지 않아도 원거리에서 폭발하는 게 가능하며 또한 적이 사용하는 총은 우리의 것보다 사거리가 최소 20배 이상 긴 것으로 보인다.”

듣기만 해도 절망적이다.

대포. 그 기술이 자신들에게 있을 때는 그 무엇보다도 믿음직스러웠지만, 적에게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나도 끔찍하다. 게다가 멀리서도 폭발시킬 수 있는 대포라니.

“하지만 그 포탄은 미리 설치해 둔 게 아닌 이상, 발동하는 것이 불가능. 즉, 우리는 적이 함정을 파뒀을 만한 장소를 피해서 다니면 된다. 또한, 포탄을 격발하기까지의 사거리가 있다면······.”

총사령관은 지도에 표시를 세 군데 해서 마로크에게 보여주었다.

“여기, 여기. 그리고 여기.”

마로크는 부하들을 한 명씩 쳐다보며 말했다.

“이곳에 반드시 적이 있다.”

*

명령이 떨어진 이상, 출격까지는 금방 걸렸다.

적이 보이지도 않는 거리에서의 저격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차린 이상 굳이 훤히 보이는 장소로 갈 이유는 없었기에 그들은 엄폐물을 끼고 다니며 저공비행을 했다. 허공에 둥실 떠있는 수십 수백 개의 바위와 식물들은 훌륭한 엄폐물이었고, 어둑한 황혼의 달빛은 곧 그들을 가리는 커튼이 되었다.

‘예상대로, 요정들을 타격하기 위한 루트를 고르지 않으니 포탄이 터지지 않는군.’

적은 자신들이 요정을 노리기 위해 지나가는 길목마다 함정을 설치해 두었고, 그것을 역으로 이용해 이번에는 빙 돌아서 이동하고 있었다.

“목표 포인트에 거의 도착했다. 모두 사주경계를 철저히 하도록.”

마로크는 그렇게 명령을 내린 뒤, 부대장 바이크에게 말했다.

“바이크. 적 섬멸에 네 임무가 막중하다. 할 수 있겠나?”

“반드시 해내고 말겠습니다.”

“그래. 갔다 오도록.”

마로크는 바이크를 보내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가장 목숨이 위험한 일이었으니까.

‘아니. 상정할 수 없는 적을 죽이려면, 이 정도는 해야한다.’

굳게 마음을 다잡은 마로크는 이내 후속 명령을 내리려고 했으나.

······타앙!

“컥!”

어디에선가 울린 총성에, 병사 하나가 추락하였다.

“북서쪽 30도 상향! 300m 거리에 적 포착입니다!”

눈 좋은 병사 한 명의 외침과 함께 마로크의 눈이 돌아갔다.

기묘한 강철의 갑옷에 자신들의 총보다 훨씬 거대하고 굵직한 총을 지닌 누군가. 매번 수천 미터의 거리에서 저격을 하더니, 이번에는 그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였다. 아무래도 이 루트를 지나면 요정들에게 향할 수 있다는 생각에 다급했으리라.

‘그게 네 패착이다!’

“편대, 모두 사방으로 만개한다!”

바위와 나무 사이로 스쳐 지나가며, 최대한 상대의 시야에 노출되지 않도록 접근한다. 하지만, 300m라는 거리는 생각보다 길었으며.

투투퉁!

“으아악!”

“커헉!”

상대의 사격 능력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월등히 뛰어났다.

언뜻 모습을 비춘 것만으로도 적은 총을 갈겨댔고, 심지어 자신들의 것과는 달리 무려 ‘연발’이 가능했다.

벌써 일곱 명의 병력을 잃고서야 간신히 소총의 사거리에 진입. 이제 적과 자신들의 거리는 100m가 채 되지 않는다.

“전 병력 장전!”

허공을 배회하며 소총을 들어 올린 병력은 그대로 사방에서 적을 포위했다. 제아무리 사거리가 길고 연발이 가능하다고 해도, 사방의 모든 아군을 쏠 수는 없을 것이니까.

“발포!”

퉁, 투퉁! 퉁!

아군의 총알은 그대로 검은색 머리칼을 가진 적을 향해 발포되었고.

···티티티팅!

전부, 튕겨 나갔다.

“무, 슨······!”

당황할 새도 없이, 상대가 또다시 무언가 제스처를 취한다.

그러자. 머리 위에 떠있던 바위의 절벽이 폭발하며, 그 아래를 날고있던 병력이 죄다 추락하였다.

“젠장! 적이 또다시 대포를 설치했다! 모두 구조물 근처로 접근하지 말도록!”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인가. 구조물을 끼고 돌아야만 적의 사거리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 구조물에서 벗어나라니.

분명 적의 대포도 한정되어 있을 것이고 모든 구조물에 설치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 위치를 찾지 못한 탓에, 이렇게 번거로울 수밖에 없었고.

지체할 시간은 없다.

적은 한 명뿐이지만, 자신들이 분명히 불리했으니까.

“대포부대, 장전!”

마로크의 외침과 동시에 열 명가량의 병사가 모습을 드러냈으며.

“발포!”

동시에, 열 발의 대포가 날아가자.

적이 처음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펑, 퍼퍼펑!!

대포가 터지자마자 품에서 자그마한 은색의 총을 꺼내 다른 공중절벽에 발사하더니, 푸른색의 스파크와 함께 허공을 날아오른 것이다.

‘저건······?’

서담이 이때 사용한 것은 ‘매그네틱 그래플링 건’으로서, 강력한 전자석을 발사해 권총과 연결하여 당기거나 미는 힘을 이용해 입체적인 움직임을 보일 수 있는 장치였다. 그는 그것을 이용해 절벽과 절벽 사이를 도약하며, 스킬 ‘바람 걸음(D)’을 극한까지 활용하여 절벽의 옆면을 박차고 달리다가 또다시 그래플링 건을 사용하여 이동하는 식으로 공중 기예를 펼쳤다.

마로크는 이를 악물고서 대포를 꺼냈다.

적은 공중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타이밍은, 절벽에 도착한 직후!

투슝···투쾅!!

“좋았어!”

그가 발사한 대포는 피하지 못한 것인지 성공적으로 서담에게 명중하였으나······.

안개가 걷힌 뒤, 드러난 모습은 여전히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한 채였다.

‘저건 대체······!’

반투명한 코팅막 같은 것이 그의 몸을 덮고 있었는데, 그게 에테르 코팅 배리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마로크로서는 답답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분명 대포를 피했다는 건, 어느 정도의 충격량은 저놈에게도 피해가 간다는 의미. 그렇다면 이 작전은 성공할 수 있다!’

이후로도 서담은 미리 설치해둔 설치 폭탄을 폭발시키거나, 허공에 흩뿌리는 것으로 병사들을 공격했다. 과연 정예답게 날개를 접어 공중 기예를 펼쳐서 회피하는 이들이 상당했는데, 이들의 신체 능력은 지구에서도 어지간하면 E랭크 이상은 받을 것이다. 평범한 인간의 반응속도가 아니었으니까.

팅, 팅!

확실히 구식 총이었지만 사격 실력은 상당한지 공중에서도 명중률이 상당했다. 서담의 몸에 총알이 긁히고는 있었지만, 무려 1등급의 슈트. 배리어가 크게 깎이지는 않았다.

“제3 요격 분대는 대포를 준비하라!”

“제1 제압 분대는 상공에 날개를 펼쳐 퇴로를 봉쇄하라!”

퉁, 투슝!

“······!”

그들은 빠르게 진을 펼쳐, 하늘 높이 날아올라 서담을 향해 대포를 발사하기 시작했다. 그 위력은 형편없었으나, 몸에 직격당할 경우 어지간한 강체 능력자라도 슈트 없이 맞으면 상당한 데미지를 입을 것이다. 심지어 서담은 능력치만 D랭크 정도지, 신체를 단단하게 하는 초능력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오로지 슈트를 믿고 싸워야 했다.

매그네틱 그래플링 건을 양손에 들 수는 없었으므로 서담의 기동력은 상당히 제한될 수밖에 없었는데, 그에 비해 병사들은 하늘을 자유로이 날아다니며 그를 점차 옥죄여갔다.

‘허. 이 친구들, 싸움 좀 하는데?’

서담은 공중전의 경험이 거의 전무하다. 아니, 없다고 봐도 좋았다.

그러나 적병은 공중전의 달인. 날개를 제 몸처럼 다루는 이들을 상대로는 아무리 서담이라도 고전을 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은 서담이 가진 무기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파지지지직!!

“끄으아악!!”

“뭐, 뭐야! 분명히 바위 뒤쪽 허공을 날고 있었는데······!”

바위와 바위 사이, 함정에 휘말리지 않으면서도 사격의 각을 주지 않으며 능숙하게 날아다니던 그들은 갑작스레 바위와 바위 사이에 이어진 푸른색의 전깃줄에 지져졌다.

마그네틱 라인.

양옆에 설치된 푸른색의 기계가 서로 전기로 연결되면서, 그 사이를 지나던 세 명의 병사가 감전되어 그대로 추락해버린 것이다.

바위를 사이로 두고, 폭발물에 닿지 않도록 거리를 벌린 것까지는 좋았으나······. 그래도 얼마든지 공격할 수단은 있었다.

물론, 매그네틱 라인은 방금 전에 사용한 게 전부.

‘확실히 정예병 50명은 조금 빡세긴 하네. 이 비싼 걸 쓸 줄이야.’

과연 공중전의 정예부대라도 찾아온 건지, 기술력의 우위를 점하고 있음에도 상대하는 게 여간 벅찼다. 다시금 전자력 그래플링 건을 발사해 뒤쪽의 공중 절벽으로 날아오른 그는 권총으로 사주경계를 하였다.

···놈들이 모습을 감추었다.

아마도 제각각 바위의 뒤, 허공에서 자라는 나무의 위쪽 등 시야의 사각에 숨었을 터. 매그네틱 라인은 비록 한 개뿐이었지만 적들의 경계심을 높이기에는 이만한 게 없었다.

마땅히 좋은 수가 떠오를 때까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테니, 우선은 이대로 살짝 거리를 벌려서 저격 포인트를······.

촤악!

“······!”

그때. 무언가를 느낀 서담은 황급히 배리어를 펼쳤으나, 별다른 공격 대신 붉은 액체같은 것이 몸을 뒤덮었다.

‘이게 무슨, 언제 내 위쪽으로?’

적들의 위치는 모두 확인하고 있다 생각했거늘. 뒤늦게 고개를 들자 그곳에는 웬··· 돌고래처럼 생긴 괴물 물고기를 밧줄로 묶은 채, 그것의 피를 쏟아내고 있는 두 명의 병사가 있었다.

“이게 뭐야···?”

온몸에서 느껴지는 끈적한 피 냄새. 그때, 마로크가 소리를 쳤다.

“잘 했다, 바이크!”

서담은 몰랐겠지만, 이것이 바로 그들이 가진 작전의 핵심이었다. 그의 몸을 뒤덮은 붉은 액체는 ‘하늘의 포식자’ 새끼의 피였고, ···포식자는 자신의 새끼를 아주 아끼는 편이었다.

······꾸우우우우우!!!

어디에선가 거대한 나팔소리가 울려왔다.

아니.

그건 무언가가 울부짖는 소리였다.

그 무언가는 거대한 고래였다. 지느러미 일곱 개를 마치 날개처럼 사용해 하늘을 자유로이 유영하는 고래.

그리고 그 괴물은, 서담을 향해 주둥이를 있는 힘껏 벌리고 있었다.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그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와. 이런 악마같은 새끼들을 다 봤나.”

그것이 검은색의 이방인이 내뱉은 한 마디였으며.

쩌억!

.

.

.

[잔여 배리어: 19.08%]

······투콰쾅!!

*

툭.

돌풍대 정찰병은 손에 들고 있던 피리를 떨어뜨렸다.

“하늘의 포식자를··· 죽였다고······?”

온몸이 산산조각난 채로 터져버린 그 거대한 포식자를 보며, 정찰병은 모든 전의를 상실하고 말았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총, 대포. 그 어떤 공격조차 통하지 않는, 이 세상의 절대적인 지배자였다. 하늘의 포식자는 하늘의 균형을 맞추는······ 완벽한 존재였단 말이다.

포식자라면, 반드시 정체불명의 적을 죽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말도 안 돼······.”

여태 압도적인 과학기술의 우위를 믿고 행동하던 자신들이 우둔하게만 느껴졌다. 더 완벽하고, 더 뛰어나고, 압도적인 과학을 만나고서야.

그 자신감이 우뚝, 꺾어지고 말았다.

정찰병이 깊은 절망에 사무쳐, 무릎을 꿇으려는 그때.

뒤에서 누군가가 그를 부축했다.

“부, 부사령관님?”

갈색의 머리칼을 가진 날카로운 인상의 여인, 부사령관 메이옌이었다.

메이옌은 저 멀리 자신의 아군을 모조리 학살하고 있는 의문의 적을 보더니 짜증난다는 듯, 어느 사이엔가 자신의 뒤로 다가온 총사령관을 향해 말했다.

“사령관님이 요정족의 그 멍청한 년을 속였을 때만 해도 모든 일이 잘 풀릴 줄 알았는데 말이죠. 저런 게 있을 줄이야···.”

“······.”

메이옌은 입을 다물고서 어딘가 멀리 바라보고 있는 사령관을 향해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

그는, 대답 대신 날카로운 장검을 뽑아 들었다.

인간들의 제왕이자, 위대한 개척자.

지상 최강의 병사이자, 인류의 영웅.

천재 발명가이자, 총사령관.

해니얼 막시포모스.

“내가 직접 출격한다.”

그가 최정예 질풍기동타격대 20인을 이끌고서, 직접 나섰다.

< 떠나요, 몽환의 섬(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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