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검사처럼 싸우는 법(2) >
첼레스테의 검술은 꽤···. 아니, 상당히 아름다웠다.
현대의 검술은 그저 묵직하고 딱딱하게 움직일 뿐인, 효율을 추구하는 바위처럼 딱딱한 방식이었으니까. 딱딱한 바위의 틈새에서 피어난 꽃이란, 그렇게나 아름다워 보일 수가 없었다.
마치 물이 흐르는 걸 표현한 듯한 춤이었다.
아니다.
불이 타올랐다가 지고.
꽃이 만개했다가 시들고,
나비가 날아올랐다가 안착하는 것을 표현한 것만 같았다.
시선을 돌릴 때마다, 잠시 눈을 깜빡일 때마다.
눈앞에는 다른 그림이 펼쳐졌다.
‘······저거, 언제 저 수준까지 간 거야?’
서담은 황당한 표정으로 첼레스테를 바라보았다. 분명히 재능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녀에게 보법(步法)과 신법(身法)을 가르치고, 검술을 가르쳤으며, 심법(心法)을 가르친 것이 자신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건 얽히고설킨 ‘누더기’나 다름없는 검술이었다. 근본조차 없는 임시방편의 검술.
그러나 첼레스테는 고작 그것만으로도 단기간에 저 정도까지나 수준을 끌어올렸다.
분명 서담의 가르침 덕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는 있었겠지만, 저 정도의 재능이라면 머지 않은 미래에 자신만의 검술을 창조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물론 그녀가 만들어낸 검술이 이계의 검술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앞으로 몇백 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겠지만.
“저게 무슨······.”
“저 걸음걸이는 대체 뭔가?”
“···대체 무슨 검술이지?”
달인들은 저들끼리 수군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한두 명씩 유서담에게 힐끗 시선을 던진다. 그중 몇몇은 유서담을 알아보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저 남자 맨몸으로 B랭크의 폭주 능력자를 잡았던······.’
‘허. 몇 달 전에 그런 사건도 있었지.’
‘그때 검술을 보고 신기하다고 느끼긴 했는데, 그럼 저 검술은 저 남자가 가르친 건가?’
이윽고.
파앙!!
사나기의 검을 크게 밀쳐내며, 첼레스테가 그녀를 쓰러뜨리자.
짝짝짝!
고작 이벤트 대치였음에도 불구하고 달인들이 박수갈채를 보냈다.
고작? 아니다. 오히려 평범한 대련보다 난이도가 더 높은 대련이었다. 자신보다 랭크가 높은 강체 능력자를 제압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시대였으니까. 서담 역시 첼레스테를 스마트폰의 카메라에 담은 뒤 박수를 적당히 쳤다.
‘영상은 잘 나온 것 같고······.’
“뭐야? 벌써 끝났어?”
“어. 이겼어.”
테일러는 뒤늦게 좌석에 착석하더니 심드렁하게 말했다.
“영상은 뭐야?”
“쟤 SNS에 올린다던데.”
“···시발.”
첼레스테의 SNS에 대해 별로 좋은 기억은 없는지 그녀는 표정을 와락 구겼다.
“아예 자기가 C랭크 이겼다고 온동네방네 소문내고 다닐 생각이었나 본데. 저 꼬맹이도 어떻게 보면 나보다 악질이라니까?”
게다가 첼레스테는 자신이 이길 것이라는 확고한 자신감마저도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영상을 찍어달라는 부탁 자체를 하지 않았을 테니까.
스마트폰에 찍힌 영상을 확인하며 다음 대련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데, 도복을 입은 달인 몇 명이 서담에게 찾아왔다.
“실례지만, 혹시 헌터 유서담이 맞습니까?”
“예. 무슨 일이시죠?”
“코스탄티니 가 장녀의 검술 지도 사범이라기에, 호기심에 생겨 안면을 트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그들은 영어로 말을 하고 있었지만, 아주 값비싼 쌍방향 번역기를 통해 모조리 한국어 패치가 되었다. 물론 굳이 그러지 않아도 서담 역시 영어를 한국어만큼 할 줄은 알았지만.
찾아오는 사람들은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대부분이 초능력이 없는 진짜배기 ‘달인’들이 서담을 찾아와 기웃거리기 시작한 것.
유서담.
그는 무능력자로서, 초능력이 없는 자의 설움을 알기 때문에 그들이 어째서 저토록이나 절박한지 알 수 있었다.
평생을 검 하나만을 바라보고 살아왔던 이들이다.
그런데, ‘초능력’이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고작해야 10대 후반의 어린아이에게조차 상대가 되지 못한다.
그것은 마치 무협지에서 경지가 가로막힌 고수들이 벽을 뚫어줄 기연을 찾아 떠도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었다. 혹은, 굶주린 벌이 꿀을 찾아 떠도는 것처럼.
그들은 썩 공격적이었지만.
만약 대가가 주어지기만 한다면······.
‘······이계에서 제대로 된 검술 하나 배워와서, 아예 도장을 차려봐?’
에테르, 즉 기(氣)를 체내에 주입한 초능력자들은 이계의 마력을 단련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런 것이 전혀 없는 일반인이라면 마력을 단련하여 이계의 무공 및 마법을 배울 수 있을 터.
여태 천대받고, 무시받던.
오로지 무능력자들만을 위한 도장.
초능력을 배우고 싶은 자는 마법을.
강체 능력을 배워서 전장의 최전선에 서고 싶은 자는 무공을 가르친다면.
그건 곧, 내 세력이 될 것이다.
‘아주 만약에, 은퇴한 헌터들에게 내가 기회를 줄 수 있다면······.’
문득 그런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지만 서담은 애써 고개를 저었다. 자신만큼이나, 다른 무능력자들 역시 능력을 원하고 있을 터. 이건 나에게도 득이 되고,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던 자들에게도 희망이 될 테지만.
역시 아직은 때가 아니다.
서담은 지구에서 활동하는 시간보다 이계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더욱 길었다. 당장은 제 한 몸 지킬 수는 있을 정도로 강해지는 것이 중요하기도 했으며, 아직 누군가를 가르칠 정도로 수준을 끌어 올리지도 못했다. 첼레스테는 그저 취미삼아 대련 몇 번 해준 게 끝이었는데, 본인이 알아서 터득한 것이고.
첼레스테급의 천재가 과연 지구상에 또 몇 명이나 있을까.
‘아직은 때가 이르지만.’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그들 모두를 아군으로 삼을 수만 있다면.
그건 굉장한 전력이 될 터이다.
*
일단 나는 달인들의 명함을 하나하나 받아두었다. 아직까지는 저들이 내게 보이는 관심이 호기심 정도에 불과했고, 제대로 된 검을 보여주지 않아서 다가오지 않는 이들이 더욱 많았지만 그래도 상관은 없었다.
달인들이 검술에 얼마나 굶주렸는지 깨달을 수 있는 대목이었으니까.
잠시 자리를 화장실로 피한 뒤 나는 세면대에서 얼굴을 차갑게 적셨다.
여러모로 이번 검술 토론회는 많은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
그때, 갑작스레 느껴지는 목덜미의 서늘한 감각.
손은 이미 허리춤의 에테르 블레이드에 가 있는 상태였고, 한쪽 손은 에테르 권총의 격철을 당기고 있었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누군가가 내 목을 겨누고 있다.
슬쩍 고개를 들어 거울을 바라보니, 웬 중년의 사내가 뻣뻣하게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그러는 그대야말로 이게 무슨 짓이오? 무공(武功)을 지구에 전파하다니. 그건 철저히 금지된 일이오. 약속을 잊으셨소?”
뭐지?
뭔가, 뭔가 굉장히 이질적인 감각이 느껴진다.
저 이상한 말투. 마치 다른 세계에서 온 것만 같은, 그런 말투와 이 오묘한 살기. 그리고 그가 풍기는 기운.
그건 꼭······.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당신. DR입니까?”
그러자 상대방은 당연하다는 듯이.
“당연한 거 아니겠소? 무림에 있을 적, 그대의 소속 문파를 밝히시오.”
“허.”
정말 DR을 만날 줄이야.
DR. 즉 차원 귀환자를 뜻하는 그들은 어느 날 갑작스레 정체불명의 이계로 떨어진 뒤, ‘무공’이라는 특이한 초능력을 배워서 돌아왔다고 한다. 그 수는 많지 않으나 개개인의 힘이 어지간한 A랭크에서 S랭크 능력자를 웃도는 수준이라서 수많은 세력이 그들을 흡수하려고 했으나,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이유는 하나, 무림인들 사이에 ‘불문율’과 ‘맹약’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결코 지구에 무공을 전수하지 않는다.
결코 지구에 인연을 두지 않는다.
“···바로 근처에 검희(劍姬)가 칩거 중이오. 게다가 한국에는 ‘지존’ 중 한 명도 은거하고 있을 터. 그들을 자극해서 그대에게도 좋을 건 없지 않겠는가?”
검희? 지존?
DR들은 애당초 뭔가 특이하다고 듣긴 했지만, 도대체 대화가 제대로 되질 않는다.
“만약 그대가 맹약을 어겼다면······.”
하지만 내 목에 검을 겨눈 사람과 제대로 대화를 나눌 생각은 없었기에 말을 끊었다.
“저기요. 일단 검 좀 치웁시다.”
“···실례했소.”
그제야 남자는 검을 천천히 치웠다. 고개를 돌린 나는 그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볼 수 있었는데, 검도와 관련된 사람도 아니었고 그냥 평범한 잠실운동장을 관리를 맡고있는 스태프였다.
음. 척 봐도 느껴지는 기운이 심상치 않긴 한데, 그냥 일반인으로 살고있는 건가?
만약 싸운다면 버티는 정도는 가능할 듯싶다. 적당히 시간만 끌어도 위험을 감지한 테일러가 달려올 테니, 대화를 나누는 것 정도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명찰에 ‘김두학’이라 이름이 적힌 그에게 말했다.
“일단 무슨 생각을 하셨는진 몰라도, 오해입니다.”
“다짜고짜 협박해서 미안하게 됐소. 그대가 만약 의와 협을 저버린 ‘배반자’라면 즉시 처분해야만 하는 사명이 있······.”
“아니 그게 아니라. 제가 DR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뭐?”
나도 현역으로 활동하던 시절에 들었던 몇몇 소문 정도는 있다.
‘모든 DR은 자신의 소속 문파를 심장에 새긴다.’
그것은 다시 지구로 돌아가더라도, 문파에서 배운 모든 뜻을 잊어버리지 않겠노라 심장에 대고 맹세를 한 것이라는 증거였다. 이계의 특이한 기술력을 이용하여 새긴 그 문신은 결코 지울 수도, 수정할 수도 없다.
나는 와이셔츠의 단추를 풀어헤쳐서 가슴팍을 보여주었다. 아무것도 없이, 그저 수술의 흉터만이 남아있는 내 가슴을 보고서 두학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럴 수가.”
“이제 알겠습니까? 당신, 생사람 잡은 거예요.”
“말도 안 돼. 그건 틀림없이 ‘무공’에 가까웠거늘. 어찌···.”
“지구에도 꼭 무공이 없으란 법 있습니까?”
시치미를 떼며 말하자 두학은 서둘러 착검하고서 주먹과 손바닥을 척, 맞대었다. 저게 포권인지 뭔지 하는 그건가 싶다.
“진심으로 사죄드리겠소! 저지른 잘못은 이 한 몸이 되는 한, 반드시 속죄하고 싶소.”
“아니, 뭐 그럴 필요까지야······.”
DR들의 성격은 죄다 특이하다고 듣긴 했는데, 확실히 지금 보니 더욱 그렇다. 의와 협을 중시하고, 약속을 반드시 지키며, 약자를 보고서 결코 지나치지 못하는 그들은 지구에서의 삶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했는데, 그래서 아주 간혹가다 뉴스에 DR에 대한 보도가 나오곤 했다.
물론, 대부분은 다음날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었지만.
“···사죄할 필요는 없긴 한데.”
나는 예전에 사용하던 F랭크의 헌터 명함을 꺼냈다. 한동안 쓸 일이 없었던 그것은 아직까지도 꽤 요긴하게 쓰였다.
그러고선 슬쩍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
“저희, 서로에 대해 천천히 알아보는 시간을 가집시다.”
차원 귀환자.
그들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볼 필요성을 느꼈다.
*
예전부터 생각한 적이 있다.
지구에는 과연 주인공이 없는가? 그렇다면, 혹시 내가 주인공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구에는 주인공이 분명히 존재한다.’
내가 아닌, 진짜배기 주인공이.
그 이유는 하나였다.
‘주인공 상호불가침 조약에 의해, 서로 만날 경우 에필로그가 발생합니다.’라고 했던 의뢰인의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안 그러냐?’
<맞습니다.>
어느 사이엔가 정신을 차린 의뢰인은 이제 내가 질문해도 대답을 해주었다. 물론, 그동안 어디에 있었냐고 물어본 건에 대해서는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아무튼. 일전에 이연준이 만약 던전을 빠져나갈 경우 주인공의 두 존재감이 충돌하여, 지구에 에필로그가 발생한다고 했다. 그렇다는 건, 결국 지구 어딘가에 ‘주인공’이 존재할 터. 나는 개인적으로 SS랭크의 초능력자들 중 한 명이 그 주인공이라고 생각했지만 DR과 마주한 이후 그 생각을 달리했다.
‘만약 지구에 정말로 주인공이 존재한다면, DR일 가능성이 높다.’
당장 평범하게 살아가는 무명의 무림인만 해도, 내 마력으로는 감지하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막강한 힘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렇다는 건 그 세계에서 ‘별호’를 달았을 정도의 고수라면 최소한 SS랭크, 혹은 그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는 말.
물론 전부 추측일 뿐이고 확신은 없다. 알고 보니 무공의 수준이 거기서 거기라 지구의 초능력자들과 별반 다를 것도 없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조용히 자리에 돌아와 착석을 하니, 이제 토론회의 말미를 장식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여태까지 달인들이 나와 대련을 하며 서로의 검술을 확인했다면, 이제는 진짜로 토론을 위한 발판을 만드는 것이다. 각각 대련을 하고 싶은 자들끼리 모여서 서로의 검을 선보이고, 서로가 그에 대해 의논을 나누는 것이 주된 목적.
현재 가장 주목을 받는 이는 아무래도 첼레스테였다. 작년만 해도 사나기가 그 주인공이었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솔직히 조금 불쌍하기도 했지만 어쩔 수 있겠는가. 나도 맨날 당하던 취급이니, 별로 동정심은 들지 않았다.
쿵, 쿠웅!!
경기장의 어느 한구석에서는 다른 대련과는 달리 우렁찬 소리가 울려 퍼졌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렌이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저 새끼는 또 왜 저렇게 빡쳤대?
“너 때문이잖아.”
“내가 뭘?”
“아렌 저 새끼, 오카모토 가 장녀의 사범 자격으로 왔어. 근데 자기가 가르친 여자가 네가 가르친 여자한테 졌는데, 빡이 안 치겠어? 아하핫, 꼬시다.”
아까까지만 해도 기분이 영 좋지 않아 보였던 테일러가 얼굴 한가득 미소를 띠우고 있었다. 뭐 좋은 일이라도 있나 본데 잘은 모르겠다.
[대상에게서 총 일곱 종류의 아티팩트를 감지하였습니다.]
[검색을 시작하시겠습니까?]
“뭐?”
잘못 봤나 싶어서 다시 확인해보니, 일곱 종류랜다.
‘두 개가 아니라?’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백색 마녀의 도서관이 발동되었다.
[검색 중······.]
[검색 완료: 원시적 각인으로 인한 주문 부여]
[주문의 종류는 ‘근력 강화(B)’ 및 ‘속력 강화(C)’ 및 ‘화염 탄환(C)’ 및 ‘마찰 계수 감소(C)’ 및······.]
미친.
뭐가 저렇게 많아?
사진으로 봤을 때는 고작 두 개의 마법밖에 판별할 수 없었으나, 두 눈으로 확인하니 확실하게 아티팩트에서 나오는 ‘마력’을 감지할 수 있었다.
저 정도면 거의 뭐, 마검사 아니야?
‘근데 저렇게 아티팩트를 많이 소지하고 있을 수가 있나?’
[발전된 마법일 경우 가능은 합니다.]
[하지만 대상은 뒤처진 마법으로 만들어진 아티팩트를 지나치게 많이 소지하고 있습니다.]
[아티팩트의 회로와 마력 파장이 서로 간섭할 경우 과부하 되어 폭주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즉, 신체 강화 아티팩트를 두세 개씩이나 몸에 달고 있는 것에도 모자라서 저놈은 아예 몸에 폭탄을 달고 다닌다는 말이 되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저 친구는 불구가 되거나, 죽을 것이다. 지금 당장은 본인이 가진 ‘강체’ 덕분에 신체의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주 서서히, 서서히. 마법은 그의 신체를 갉아 먹을 테니까.
‘폭발이 다른 사람들에게 휘말릴 정도는 아니지?’
[그렇습니다.]
[크래킹을 시도하시겠습니까?]
짧게 고민을 한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티팩트 또한 자신의 소지품을 이용한 능력치의 상승이었으므로 뭐라고 할 필요는 없다. 따지고 보면 장비의 덕을 제일 많이 받는 건 나였고, 저걸로 인해 내가 피해를 입은 건 딱히 없었으니까.
‘내버려 둬. 굳이 그럴 필요가 있······.’
“코스탄티니 양.”
백색 마녀의 도서관에게 지시를 하려던 나는 고개를 들었다.
“선배 헌터이자 검을 다루는 강체 능력자로서, 합을 나눠보고 싶은데 어떠십니까?”
어느덧 아렌이 첼레스테에게 접근하여 웃는 얼굴로 대련을 신청하고 있던 것.
와, 진짜로 감탄사밖엔 안 나온다. 애새끼도 아니고 뭐 하자는 건지.
대련이야 원래 맞으면서 크는 거라지만, 그게 상대방의 화풀이가 될 뿐이라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겉보기 명목으로는 어디까지나 정말 ‘대련’이었기에 첼레스테 역시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것이고.
결국,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크래킹 준비해봐.”
상대가 일부러 나를 엿먹이려고 한다면, 나도 받아칠 수밖에 없다.
가만히 앉아서 맞고 있는 성격은 아니었으니까.
< 마검사처럼 싸우는 법(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