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좌 ■■■이 당신을 바라봅니다(3) >
세상은 1등, 승리자, 즉 주인공만을 기억한다.
더 아라슈.
용암 지대에서 그를 조금이라도 곤경에 빠뜨린 네 명의 패배자들은 그나마 이름 정도는 어디에 새길 수 있을 정도는 될지도 모르겠다.
사준(사제/남/27)
제술(전사/남/24)
귤루(궁수/여/25)
메이바(마법사/여/24)
그것이 그들의 프로필이었다.
싸움이 끝난 직후, 아라슈에게 쏟아지는 무수한 스포트라이트를 보던 서담은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과연 성좌들이 더 아라슈 그 자체를 좋아하는 걸까?
주인공에게 향해지는 무차별적인 애정공세는 여태껏 많이 보았지만, 성좌들은 그 느낌 자체가 달랐다. 그래서 그는 아라슈에게 당해서 용암지대에 떨어질 뻔한 네 명의 채널을 찾아보았고, 놀라운 사실을 하나 알아낼 수 있었다.
4인방은 채널을 하나로 공유하고 있던 것이다.
그렇게 되면 후원 스타포스 또한 4등분을 해야만 하기에 손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적어도 절대로 믿을만한 아군을 얻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봐도 좋았다.
제술이라는 이름의 전사를 리더로 하는 그들의 채널은 비록 아라슈에게 졌지만, 시청 성좌는 꽤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성좌들은 4인방이 더 아라슈의 저 높은 콧대를 꺾어주길 바라고 있었는데, 그것을 실패했으니 더 이상 볼 가치가 없는 것이다.
이제 남은 성좌들의 목적은··· 사실 별거 없었다.
“사준! 이 미친 자식아! 그 손 놓으라고! 너라도 살아!”
흔한 신파극.
아라슈가 다리를 끊어버리는 바람에 용암으로 떨어져 내리던 그들은 각자의 손을 본능적으로 마주 잡았는데, 다행스럽게도 가장 뒤쪽에 있던 사준이 자신과 가장 가까이 있던 제술의 팔을 붙잡을 수 있던 것.
그리고 제술은 귤루의 팔을, 귤루는 메이비의 팔을 부여잡았다.
마치 줄줄이 소시지처럼 바위에 대롱대롱 매달린 처참한 광경. 그러나, 사준은 사제 클래스였고 힘이 굉장히 약했다. 이대로라면, 누구도 살아 돌아갈 수 없다.
“제발! 놓고 좀 꺼지라고 이 개자식아!”
“내가 어떻게 그래.”
검은색 피부에 커다란 덩치. 사준은 비록 사제였지만, 선천적으로 우월한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버티는 정도는 가능했다.
“나, 나는 다 같이···!”
뿌득!
사준은 무어라 말을 하려다 강제로 입을 다물었다. 억지로 힘을 주려다 근육에 무리가 간 것이다. 그는 처참한 기분을 느꼈다. 아무리 아라슈에게 당한 직후라고는 하지만 고작 동료 세 명조차, 끌어올릴 수 없다니.
그런 그들을 조롱이라도 하겠다는 듯, 성좌들의 메세지가 날아들었다.
[길을 잃은 달팽이가 말합니다 “그 팔을 놓으면 10000스타포스를 후원하지!”]
[절대세로가 말합니다 “나는 거기에 3000을 더 얹겠다! 크흐흐.”]
[모서리를 타고 걷는 자가 말합니다 “그대로 네가 잡은 손을 부러뜨려라! 너를 화신으로 삼겠노라!”]
4인방은 방송을 공유하고 있었기에 모두가 채팅창을 볼 수 있었다.
성좌들은 단 한 명도 동료들의 우애를 바라고 있지 않았다. 그저 배신에 배신, 피로 칠갑된 처참한 말로를 보고 싶어 할 뿐이었다. 그들은 그런 성좌를 증오해왔으나, 어쩌겠는가. 이젠 성좌들의 말이라도 들어야 살 판이다.
“···제발. 사준. 이 손 놓자. 너도 죽어. 저 스타포스 받으면 너도 다음 스테이지로 금방 나아갈 수 있을 거야. 네가 1등 해서, 우리들의 소원을 이뤄주기만 하면 돼.”
귤루는 아예 애원을 하듯 그리 말했다. 그러나, 그들 모두가 알았다. 사준은 절대 이 팔을 놓치 않을 테였고, 아마 모두 함께 이대로 죽을 것이다. 그 점이 너무나도 답답하고 한스러웠지만, 도저히 가망이 없었다.
[붉은 산의 구렁이가 말합니다 “어서 그 팔을 놓아보라고!”]
[처량하게 우는 두꺼비가 말합······.]
애초에, 기대 따위는 하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자신들의 발악이 고작해야 성좌들의 웃음거리밖에 될 수 없다는 사실에 그 무엇보다도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어쩔 수 있나. 이것이 자신들의 최후인 것을.
그리고.
유서담은 그 광경을 묵묵히 지켜보다가 머릿속을 완전히 정리하는 데에 성공했다.
‘어쩌면 이 친구들···, 써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사준의 프로필을 확인하던 서담은 그들에게 보낼 메세지를 작성하였다.
그때, 뜨는 경고 메세지.
{인간들은 성좌님들의 본명을 감당하지 못하므로, ‘고유명’을 정해주십시오.}
고유명, 즉 성좌들이 자신의 이름을 숨기기 위해 사용하는 일종의 닉네임이라고 보면 되었다. 음, 적당히 다른 성좌들이랑 비슷하게 지으면 된다는 거지?
[설날에는 역시 떡만둣국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좋아. 닉네임을 정했다. 이 정도면 다른 성좌들이랑 비슷한 거 같은데 별 의심은 안 받겠지?
나는 4인방에게 후원금을 보내며 채팅을 작성하였다.
[설날에는 역시 떡만둣국이 300스타포스를 후원합니다.]
[설날에는 역시 떡만둣국이 말합니다 “너희 전원 내 화신이 되면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게 해줄게.”]
그 메세지에.
사준을 포함한 4인방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성좌는 절대로 목적 없이 도전자에게 접근하지 않는다. 이 또한 분명히 무슨 시커먼 속내가 있을 터.
‘도대체 우릴 살려서 뭐가 좋다는 거야?’
성좌들은 그저 즐거움만을 바라는 존재. 자신의 화신을 키워, 코인을 벌어먹으며. 그 코인을 다시 도전자들에게 흩뿌리며 그들이 개처럼 구르는 것을 보고 즐길 뿐이다. 그런 성좌가 이제 다 죽어가는 자신들에게 왜 화신 지정을 하는지 모르겠으나······.
“젠장, 모두 받아들여! 어쩔 수 없잖아!”
그래. 어쩔 수 없다. 당장 살아남으려면 이 방법밖엔 없었으므로 그들은 이 의문 모를 성좌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러자 서담의 앞에 뜨는 메세지.
{축하드립니다! 첫 화신을 지정하셨군요!}
{와우, 한 번에 무려 네 명의 화신!}
{대상 네 명에게 모두 ‘가호성’이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보너스 4000스타포스를 지급합니다!}
그렇다. 이들은 딱 서담이 찾던 조건에 들어맞는 이들.
성좌가 없으며, 주인공에게 대적할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또한 의지와 목표마저도 뚜렷한 완벽한 ‘조연’들.
서담은 지급 받은 스타포스를 그대로 다시 그들에게 뿌렸다.
[설날에는 역시 떡만둣국이 4000스타포스를 후원합니다.]
그러고선,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을 내던졌다.
[설날에는 역시 떡만둣국이 말합니다 “사제는 이 스타포스로 ‘능력치’를 초기화해라.”]
*
나는 생각했다.
성좌가 아라슈를 좋아하는 이유는 정말 간단하게도, 단지 그가 승승장구를 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만약 그가 역경에 처한다면? 혹은 성좌들의 입맛을 만족시켜주지 못한다면? 성좌들은 그때도 아라슈의 편으로 남아있을까?
그것에 대해 확신한 것은 패배자 4인방의 채널에 들어간 직후였다.
고정 채팅 멤버라고 떡하니 적힌 단골 성좌들은 우수수 채팅창을 빠져나가고 있었으며 그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즐기는 성좌들만이 남아 있거나 새로 유입되고 있었다.
성좌들에게 인간이란 그저 그런 존재다.
동물원 안에 갇혀서 어리광을 부리는 동물···아니, 그 이하.
그저 벌레같은 존재.
자신을 즐겁게 해주는 그 역할을 달성하지 못하면, 존재로서의 가치가 없다.
{화신이 사망하게 되면, 가호성에게는 큰 페널티가 따르게 됩니다.}
나도 안다. 하지만, 내 계획대로라면 4인방은 죽지 않는다.
-오오? 이게 무슨 일인가요! 사준 도전자! 갑작스레 괴력을 발휘합니다!
그동안은 힘겹게 버티는 정도가 고작이었던 사준이 갑작스레 괴력을 뿜어내더니, 4인방을 모조리 끌어 올리는 데에 성공했다. 무려 4000스타포스를 소모하여 억지로 ‘신성력’ 능력치를 초기화한 다음 ‘근력’ 능력치에 모조리 투자했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마지막 순간 남은 스타포스를 이용해 능력치를 모두 근력으로 치환하여 살아남았군요! 놀랍습니다! 아아, 하지만 스테이지는 실패했으므로 다시 제7 스테이지의 입구로 돌아가게 됩니다.
4인방의 몸이 서서히 흐릿해지더니, ‘도전 관문’에서 완전히 쫓겨나 바깥으로 튕겨 나가졌다.
도전에 실패한 그들의 표정은 처참해졌다. 1등으로 최종 스테이지를 공략해야만 소원을 빌 수 있는데, 공략에 실패하면서 뒤처지고 말았다. 거기에 심지어 사제의 능력치가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것.
이건 살아남더라도 뒤가 없는 방법일 거라고 4인방은 생각할 것이다.
사제가 신성력을 모두 잃는 순간 그게 무슨 사제란 말인가? 클래스 초기화는 존재하지도 않으니 이제 사제는 평생 능력치를 손해 본 채로 살아가거나, 다시 4000스타포스라는 거액을 들여서 능력치를 초기화해야만 했다.
게다가.
[불길 속의 지옥파수꾼이 크게 실망하여 채널을 떠납니다.]
[붉은 산에 똬리를 튼 구렁이가 재미없다며 채널을 떠납니다.]
[밤에 구슬피 우는 사나운 염소가 질렸다며 채널을 떠납니다.]
하나둘, 그들의 고통을 바랬거나 아라슈에게 이기길 원했던 성좌들이 모두 떠나버렸다. 이제 그들에게 관심을 줄 이유는 전혀 없었다. 아마 그들은 다시금 자신들의 장난감이 될 만한 도전자를 찾거나 혹은 아라슈에게 돌아갈 터.
하지만 단 한 명.
내가 남아있었다.
[설날에는 역시 떡만둣국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바닥으로 서서히 날아간 나는 그들의 근처에 안착했다. 물론 영체 상태의 나를 4인방이 바라볼 수는 없겠지만 가까이서 살펴보자는 취지였다.
“···대체, 무슨 생각이신 건가요?”
내가 하늘에 있다고 생각했는지 그들은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를 왜 살렸습니까? 또 살아서 고통받기를 원하십니까?”
[설날에는 역시 떡만둣국이 말합니다 “그랬다면 화신 지정은 하지 않았겠지?”]
화신 지정은 성좌에게도 상당히 부담이 되는 터라 함부로 하지 않는다. 자칫 화신이 죽으면 자신의 ‘이름’에 금이 가기 때문. 이름 하나로 먹고사는 성좌들이므로 어지간해선 가능성이 보이는 도전자에게만 화신 지정을 한다.
그런 이유로, 가능성이 창창한 더 아라슈는 벌써 오십 명이 넘는 가호성을 보유하고 있다. 가호성은 자신의 화신에게 스킬이나 스타포스를 후원할 수 있었는데, 화신이 특정 목표를 달성할 때마다 자신의 이름값 즉, ‘격’이 오르는 것을 목적인 자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성좌가 아니다. 스킬도, 스타포스도 후원할 수 없고 이름값을 올려봐야 의미가 없다.
내 목표는 두 개.
4인방을 무럭무럭 키워서 주인공의 개연성을 뒤흔들만한 ‘위기’로 만들 것이며.
또한, 이들을 통해 스타포스를 벌어들이는 것.
[“나는 너희를 1등으로 키울 생각이다.”]
“···어째서죠? 당신을 믿을 수 없어요.”
[“믿지 마. 나는 그냥 1등으로 있는 아라슈가 무너지는 것을 원할 뿐이니까. 너희는 그저 내 목표를 위한 수단이야.”]
차라리 선을 그어놓는 것이 편하다. 괜히 속일 필요도, 이유도 없었으므로.
[“알겠어? 내 목적이 너희와 부합하기 때문에 너희를 후원하는 거다. 헛생각하지 말고, 다시 도전할 생각이나 해.”]
“그런···.”
귤루는 처참한 표정으로 사준을 바라보았다. 신성력을 모두 잃어버리게 한 나를 원망하고 있을 테지.
하지만······.
애초에 내가 뭘 하고 자시고도 없이 애초에 너희들 전부 망캐였단 말이다.
그러니까 좀만 기다려 봐.
[설날에는 역시 떡만둣국이 말합니다.]
[“지금부터, 너희 모두 능력치를 초기화한다.”]
형이 너희 전부, 망한 캐릭에서 만능 잡캐로 만들어줄 테니까.
*
제7 스테이지, 천열화산의 최심부.
이곳에는 자그마한 던전 하나가 있었는데,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곳인지라 지금은 4인방이 전부였다. 그래서 나는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서 일주일 동안 그들을 데리고 자유롭게 던전을 돌아다니며 스타포스를 벌었다.
4인방이 업적을 달성할 때마다 내게 들어오는 스타포스. 나는 그걸 죄다 저들에게 투자했다. 이것이 내 처음이자, 마지막 투자가 될 터.
각각 4000스타포스라는 거액을 후원받은 4인방은 자신들의 능력치를 초기화하여, 스텟을 이상한 방향으로 찍었다.
김궁수는 암살자가 되었으며.
김사제는 전사가 되었고.
김전사는 궁수가 되었고.
김법사는 탱커가 되었다.
음, 역시 별명을 정해두니 외우기가 편하다.
“어째서···. 저희는 이 세계에 떨어진 이후 3년 동안 이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내 말대로 해.”]
아무리 봐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 포지션처럼 보였다. 애초에 김법사는 체구가 작고 소심한 여자였고, 김전사는 적당히 자리잡힌 근육으로 인해 누가 보아도 전방에 서야 될 것만 같은 느낌을 주었으니까.
그러나 그건 그저 느낌일 뿐이다. 주인공을 사냥하러 다닌 이후부터 나는 ‘재능’을 캐치하는 눈썰미가 꽤 좋아졌는데, 저들은 자신들의 재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었다.
[“나만 믿고 들어가. 빨리빨리 안 할 거야?”]
“으, 으으.”
항상 뒤에 서 있던 김법사는 이제 방패를 들고 정면에서 동료를 지켜야만 했다. 그 긴장감에 말도 안 나올 지경이었지만···. 눈빛만큼은 날카로웠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던전의 구석구석을 샅샅이 훑고 있었다.
역시, 저 친구 평정심과 눈썰미 하나는 꽤 좋게 쳐줄법 하다.
[“좋아. 그럼 김법사, 방패에 수속성 실드를 인챈트해.”]
애초에 김법사는 마법사 클래스. 거기에 방어력과 근력을 올린다 해서 탱커의 스킬이 생기지는 않는다. 다만, 속성을 이용하면 다른 방식으로 유연하게 대처를 할 수 있게 된다.
[“김궁수는 쌍단도를 꺼내고 허리에 석궁을 준비해둬. 넌 화살을 더럽게 못 쏘지만 몸 하나는 유연하더군.”]
김궁수. 스킬만 믿고 화살을 난사하기는 했지만, 솔직히 랭커 치고는 명중률이 최악이라는 기록이 나와 있었다. 하지만 궁수의 유일한 단점인 근거리에서 그녀는 단검 하나로 적을 제압해버리는 기염을 통하고는 했는데, 아예 그쪽으로 갈아타기로 한 것.
[“김사제는 건틀렛을 꺼내. 몽크라고 들어는 봤지? 교회 다니면서 사람 잘 패는 놈들. 근데 걔들 악질인 게, 자기 몸은 꾸역꾸역 치료하면서 싸우거든? 넌 이제부터 몽크다.”]
애초부터 떡대가 상당했던 김사제는 솔직히 사제라는 클래스에 어울리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아라슈 월드’에서 사제라는 직종 자체가 무의미했다. 비록 버프가 있기는 해도 힐이라는 스킬이 ‘포션’으로 대체되고 있는 마당에, 차라리 딜러로 전향하는 게 옳다.
[“김전사는 활을 들어. 넌 솔직히···. 몸놀림이 최악이거든. 하지만 기초 근력은 볼만해.”]
기존의 궁수 클래스는 복합궁을 사용하고는 했다. 도르래의 원리를 이용하는 복합궁은 더 적은 힘으로, 효율적인 파워를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점이 있다면 최대 파워에 한계가 명백히 정해져 있다는 것.
그러므로 김전사는 선천적으로 탁월한 근력과 능력치를 투자해서 올린 민첩을 이용해 리커브드 보우를 채택했다. 원시적이지만, 연사력이 뛰어나고 최대 파워가 막강하다. 원거리 딜러를 한 명으로 줄인 이유도 모두 김전사의 이런 재능을 믿고 있어서였다.
이런 식으로 나는 그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클래스를 십분 활용하면서, 동시에 각자의 재능을 그럭저럭 이용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럼, 한번 들어가 보자고.”]
*
내가 4인방에게 해줄 수 있는 건 단 하나였다.
오퍼레이팅.
다른 성좌들은 스킬이나 스타포스를 마구마구 자신의 화신에게 후원하겠지만 내게는 그럴 여유가 없다. 그래서, 그 어떤 성좌도 ‘귀찮다’는 이유로 하지 않을 짓을 하고 있었다.
<해당 세계관의 몬스터들은 ‘패턴’을 가지고 있습니다.>
[“야! 저거 저놈 그냥 뒤통수 후리라고! 등이 약점이라고 몇 번을 말해!”]
[“알았어? 한번 맞으면 너네 다 죽어. 근데, 공격 한번 끝나면 5초 동안 후 딜레이가 있다. 그때를 노리고 몸을 사려.”]
[“관절이 약점 같지? 근데 그거 구라니까 속지 말고.”]
나는 예전부터 관찰력이 뛰어났다. 실제로 내 재능 목록의 [기타···.] 버튼을 누르면 나의 관찰력 재능이 무려 C등급으로 나오기도 했고. 즉 뭔가를 쳐다보는 것만큼은 나도 천재라고 할 수 있겠다.
즉, 최소한 몬스터에 한해서 ‘패턴’과 ‘약점’을 아주 손쉽고 빠르게 파악하고 또한 던전의 공략 루트를 작성할 수 있었다는 말.
이곳은 게임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세상. 모든 몬스터에게는 이성과 자아가 없고, 그저 정해진 패턴에 따라 행동하고 움직인다. 변수로 가득한 몬스터를 상대하던 나에게 있어서 이런 몬스터들은 정말 이지 난이도라고 봐도 무방했다.
내 서포트 덕분인지 4인방은 쭉쭉 상승세를 탈 수 있었는데, 고작 한 달 사이에 예전 3년 동안 맞춰왔던 합보다도 훨씬 더 효율적인 합을 낼 수 있었다.
“와······.”
“뭐, 뭔가 짜릿해요. 방패로 후려치는 거.”
“음···. 활은 영 내 손에 안 맞는데. 근데 또 쏘는 족족 전부 맞춰버리니까 기분이 묘하네.”
그들은 제7 스테이지에 머물면서 잔여 던전을 모조리 싹쓸이하고 다녔는데, 예전이라면 엄두도 못 냈을 던전조차 아주 손쉽게 클리어해버리니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저 친구들이 포지션을 옮긴 덕보다는 내 서포트의 덕이 더 크겠지만, 그냥 저렇게 느끼게 냅두는 것도 좋겠다.
현재 4인방의 시청 성좌는 단 한 명.
나 하나뿐이다.
그래서 어지간해선 자리를 비우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래도 이제 슬슬 여태 쌓아둔 스타포스를 쓸 시간이 됐다.
[설날에는 역시 떡만둣국이 말합니다.]
[“나 잠깐 자리 좀 비우고 온다. 슬슬 제8 스테이지 준비해야 하니까 적당히 쉬고 있어.”]
“예에? 저희끼리요?”
그 한 달 새, 4인방은 나를 무한정 신뢰하게 되었다. 하긴 내가 보여준 게 얼마야. 물론 그 사이에 스타포스는 단 1도 후원하지 않았지만 저들은 불평을 하지 않았다. 스스로 퀘스트를 해서 벌어들이는 스타포스만 해도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을 벌고 있을 테니까.
[“어. 잠깐 갔다 올 곳이 있어서.”]
“네! 기다리겠습니다!”
씩씩하게 대답하는 4인방을 냅두고서, 나는 다른 채널로 향했다.
그곳은 다름 아닌 ‘더 아라슈’의 채널.
채널에 입장하자마자, 아라슈는 허공을 향해 크게 외치며 정면의 거대한 붉은색 개구리에게 검을 겨누었다.
“여러분, 제가 지금부터 10분 안에 불갈퀴 바록스의 목을 따보도록 하죠!”
아라슈의 시청 성좌는 여전히 천 대에 육박했다. 하나의 스테이지를 ‘최종 도전’했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평균 시청 성좌의 수도 상당하다는 의미. 아라슈는 벌써부터 제9 스테이지에 도달한 유일한 도전자였기에 성좌들의 반응은 상당히 뜨거웠다.
뜨겁다.
그럼, 거기에 아주 천천히 기름을 부으면 더 재미있지 않겠는가?
[설날에는 역시 떡만둣국이 500스타포스를 후원합니다.]
[설날에는 역시 떡만둣국이 후원 메시지 “바록스 5분 컷 하면 여기서 5000스타포스 추가. 콜?”를 보냈습니다.]
< 성좌 ■■■이 당신을 바라봅니다(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