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녀였던 내가 검술명가 셋째딸?(4) >
엘라헤 공녀의 방에서 벌어진 기묘한 폭발 사건 이후로 이틀이 흘렀다.
기사들은 범인을 색출하기 위해 저택 내부를 수색하였지만, 애초에 산속에 숨어있던 내가 잡힐 리는 없었다. 산에서 굉음이 울렸다는 보고가 들어가긴 했지만 설마 몇백 미터나 떨어진 거리에서 울린 굉음이 저택에서 발생한 폭발 사건과 관련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을 테니까.
이곳은 그런 세상이다.
나는 테이블 위에 범행에 사용했던 메가 슈터와 탄환 등을 하나씩 올려놓아 점검하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조금은 멋없는 뿔테 안경 디자인의 디지털 망원경을 쓴 채로 바라보니, 저 멀리 예쁘장한 언덕 위의 새하얀 테라스 위에서 티타임을 즐기는 엘라헤와 하렌이 보였다.
특이하다. 정말 특이하다.
엘라헤는 하렌을 향해 활짝 웃고 있었는데, 그건 정말로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시원한 웃음이었다. 하렌의 모친을 자신이 살해했으면서, 거짓된 사죄를 한 이후 죄를 전부 훌훌 털어낸 것이다.
‘이제부터 더 잘 살면 될 거야.’
‘앞으로는 그들에게 잘 해줘야지.’
어설픈 자위와 합리화를 통해, 주변 모두는 물론 자기 자신의 마음마저도 그렇게 얼렁뚱땅 넘겨버렸다.
이제 막 감정을 얻은 탓에 ‘죄책감’이라는 것이 낯설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여태 이 세계관에서 저지른 수많은 참상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물론 그녀가 악질이건 아니건 내게는 크게 상관 없었다.
다만, 그걸 이용 해먹을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엘라헤의 자기합리화 덕분에 내게 길이 트였으니까.
나는 여태 항상 나보다 강한 괴물을 상대해왔다.
그리고 그런 괴물을 상대하기 위해서 반드시 공략법을 찾아내야만 했는데, 주인공의 경우에는 그 공략법이 상당히 달랐다.
바로 상황, 즉 스토리를 조형하는 것.
주인공을 죽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개연성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잘 보던 소설 속 주인공이 길 가다가 차에 치여서 갑자기 죽어버리면, 그 누가 그 이야기를 ‘엔딩’으로 인정하겠는가? 최소한의 개연성조차 없으면 주인공은 어떻게든 죽음에서 빗겨나가게 될 터였고, 그럼 임무는 실패하게 된다.
그래서 엘라헤를 죽일 여러 상황을 고안했었고, 몇몇 방법은 꽤 그럴싸했다.
하지만, 역시 엘라헤의 정체를 밝혀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였다.
들어가는 비용도 적었고.
방법도 제일 간단했으니까.
“음?”
망원경으로 주시하고 있던 언덕 위의 테이블에서 하렌이 잠시 일어선다. 아무래도 뭘 좀 가지러 가는 모양.
지금이 기회였다.
검은색의 리모컨을 꺼낸 나는, 망설임 없이 붉은 버튼을 꾹 눌렀다.
그러자, 테이블에 여전히 티타임을 즐기던 엘라헤의 몸을 중심으로 하여 작은 폭발이 일어났다.
퉁···!
저 정도로는 타격도 없다. 하렌 역시, 흠집도 나지 않을 거다. 다만 나는 주인공이 아닌 이를 공격하고 싶지는 않았고, 최소한 그 정도의 신념은 지키고 싶었다.
“무, 무슨 일이야!”
“밖에서 폭발음이···!”
순식간에 저택이 요란스러워졌으며, 저 멀리서 하렌이 엘라헤에게 달려가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당연하지만 엘라헤 역시 상처 하나 없는 상태.
‘앞으로 여덟 개 정도 남았으려나.’
길리텐더를 상대할 때는 메가 슈터가 없어서 다른 폭탄 등을 넉넉하게 챙겨갈 수 있었다지만, 메가 슈터가 생긴 이후로는 그럴 여유가 부족해졌다. 그래서 지금 내가 챙겨온 건 고작해야 열 개도 되지 않는 상태.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
*
엘라헤의 이동 경로는 요 며칠 지켜보면서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다. 티타임을 하기 위해 언덕에 올라가는 건 물론, 연무장을 비롯하여 수업을 들으러 갈 때나 식사를 하러 어디로 가는지까지 전부 다 안다.
나는 그곳에 설치형 에테르 디스펜서를 몇 개 설치해두었다. 어떤 것은 불길을 일으키고, 어떤 건 자기장을 형성하여 스파크를 튀긴다. 살상력이 낮고 속성을 가진 괴수를 상대하기 위해 준비해두는 것들이지만, 지금 이곳에서도 상당히 유용하게 쓰이고 있었다.
저택 내에 소문이 돌고있는 것이다.
며칠째.
엘라헤 공녀의 근처에서 기이한 일이 발생한다.
난데없이 뭔가가 터지질 않나, 하늘에서나 내리치던 벼락이 그녀의 주변을 감싸고 돌질 않나, 멀쩡하게 식사를 하고 있는데 테이블에 불이 붙지를 않나.
거기에 더해 나는 은근슬쩍 친해진 이들에게 이야기를 흘렸다.
“제가 신기한 걸 봤다니까요. 아니 글쎄, 공녀님이 혼자 식사를 하시는데 갑자기 접시가 떠올랐다가 내려왔는데······.”
“에이. 그런 걸 누가 믿어요.”
“저도 신기했다니까요?”
농담처럼, 웃으면서 가볍게. 그냥 지나가듯이. 그렇게 지어낸 이야기는 그 누구도 믿지 않았지만, 공녀의 주변에서 기이한 일이 점점 벌어지면 벌어질수록 사람들은 내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리고는, 저들끼리 소문을 부풀린다.
“접시가 저 혼자 날아다녔다니까요? 공녀님의 몸에 귀신이 붙은 게 틀림없어요.”
“맞아요. 저도 그 얘기 들었어요.”
“어휴. 무슨 일이람.”
그렇다.
이것이 바로 ‘마녀사냥’의 정석. 일단 말도 안 되는 유언비어를 퍼뜨려서, 서서히 숨통을 조여간다. 나는 마녀사냥이라는 단어도 행위도 좋아하지는 않지만 마녀를 실제로 만나게 됐는데 결국 정석을 따라야 하지 않겠는가?
기이한 소문이 저택 내를 감돌기 시작한 이후에도 나는 평범하게 엘라헤의 검술 지도를 맡았다. 가르치는 건 별거 없었지만 엘라헤는 아주 쭉쭉 일취월창했고, 내 덕분인 줄 아는 여타의 기사들은 나를 신뢰하기 시작했다. 전혀 의도치 않은 결과였다.
하지만 슬슬 구라를 섞어가며 가르치는 데에도 한계가 오던 차.
마침내, 그날이 왔다.
*
“엘라헤.”
“언니?”
하렌 알머스가 마치 전장에 나갈 것처럼 완전무장을 한 채로 엘라헤를 찾아왔다. 그녀는 아주 천천히, 엘라헤에게 고했다.
“······본국에서 ‘마녀심문’의 명이 떨어졌다.”
“네에? 마, 마녀심문이라니···?”
마녀의 외형은 인간과 별다를 게 없다. 그렇기에, 마녀를 색출해내기 위해 알레테아 제국에서는 마녀로 의심되는 여인을 잡아서 심문을 하고는 했다. 물론 이 과정은 잔혹하지도 않으며 아주 정확한 판별 방법을 사용하였기에 논란거리가 되지는 않았다.
단지.
귀족, 그것도 공작가의 차녀에게 마녀심문의 명령이 떨어졌다는 게 황당한 일이었지만.
“언니. 저, 엘라헤 알머스예요. 아버지가 허락치 않으실 텐데요···?”
“내가 허락했다.”
“···예?”
하렌의 무뚝뚝한 음성을 들으며, 엘라헤는 뭔가 이질감을 느꼈다. 마치 애써 자신과의 거리를 벌리려는 듯한 태도. 그녀는 저도 모르게 주변을 돌아보았다.
하녀들이, 시중들이, 기사들이.
모두가 자신을 미심쩍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어···라?’
뭔가 이상하다.
평상시에도 주변인들에게서 낯선 감각을 느끼고는 했지만, 평소와 별로 다를 것도 없었다. 엘라헤는 그렇게 생각했다.
다만, 그녀는 몰랐다. 감정을 가지고, 인간관계라는 것을 가진 이들이 느끼는 그 미묘한 ‘어색함’의 차이를. 인간 세상에 섞여든지 고작 1년밖에 되지 않아, 타인이 자신을 멀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렇다면······.
“···설마, 최근 제게 일어나는 일 때문에 그러신 건가요?”
엘라헤도 바보는 아니다. 누군가가 고의적으로 자신에게 못된 장난을 치고 있다는 사실 정도는 안다. 그러나, 어떻게 하는지를 알 수가 없었다. 뛰어난 마녀였던 엘라헤조차 전혀 감지할 수 없는 종류의 마법. 그래서 막는 것 외에는 전혀 대응할 수 없었다.
그것이 문제였다. 엘라헤를 중심으로 자꾸만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는데, 정작 본인은 멀쩡했던 것.
“아니에요! 이건, 마법 같은 게···. 아니에요.”
“···판단은 제국에서 할 거다.”
엘라헤는 진실을 안다.
이건 마법 따위가 아니다. 마녀의 짓이 아니란 말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의심을 받아야 한다니. 억울했다. 마녀임을 숨기고서 마법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마녀로 몰리고 있는 이 상황이 너무나도 억울했다.
하지만, 증명하는 건 불가능했다.
다른 이들은 모두 마법에 대해 무지했기에, 자신이 마녀라고 밝혀야만 이것이 마법이 아니라고 증명할 수 있는데.
이게 무슨 모순이란 말인가?
‘안돼. 제국에 끌려가면, 반드시 들키고 말아!’
그녀는 천천히, 떨리는 눈으로 하렌에게 물었다.
“언니. 헛소문 때문에, 제 주변에서 자꾸만 벌어지는 일 때문에 그러시는 거죠? 하지만, 언니는 마녀를 만나보셨잖아요.”
“···그래. 만나봤지.”
그래서 더더욱 의심하는 것이다.
서담은 고의적으로 마법과 가장 유사한 디스펜서를 사용했고, 비슷한 종류의 마법을 본 적이 있는 하렌이었기에.
“언니는···. 절 믿으시는 거죠···?”
엘라헤는 마지막으로 그렇게 물었고.
하렌은 그저 고요한 말투로.
“아니. 마녀심문의 신청은······. 내가 넣었다.”
그리 답했다.
“언, 니···?”
엘라헤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하렌의 표정이 너무나도 괴로워보였기 때문이었다.
“엘라헤. 지금이라면 아직 기회가 있다. 내게 솔직히 말해. 그렇게 하면, 이 일은 없던 일로 할 수 있다. 내 힘이라면 가능하다.”
“···언니.”
그것은 애원에 가까웠다. 어쩌면 그 냉랭한 목소리로 비명을 지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진실을 말해서는 안 된다. 엘라헤는 사회라는 것을 알아버렸고, 마녀가 어떤 취급을 받는지 알아버렸다.
행복했다.
아니, 행복이라는 감정을 알 수 있다는 게 행복했다.
누군가와 정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는다는 것이, 가족의 정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그 모든 감정이 행복했다.
그러나, 자신이 마녀임을 밝히면 더는 그 달콤한 감정을 느낄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언니···. 저는 마녀가 아니에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엘라헤의 말을 듣고서 하렌은 미소를 띄웠다. 그 미소는 너무나도 따스해서, 감정이라는 것을 처음 알아버린 엘라헤에게는 벅찬 어떤 느낌을 가져다 주었다.
“그래. 나는 믿고 있었다. 그럴 줄 알았다고.”
“그럼 역시···!”
그 순간.
갑작스레, 칼을 빼든 하렌이 엘라헤에게 달려들었다.
눈을 감았다 뜨는 것보다도 더욱 찰나의 순간. 10m도 되지 않는 거리를 좁힌 하렌은 엘라헤의 목을 베었고, 그에 전혀 반응을 할 수 없었던 엘라헤는.
쨍그랑!!
···자신의 몸을 보호하던 실드를 해제할 수 없었다.
“···어?”
새하얀 유리 파편 같은 것들이 허공에 흩날렸다. 애초부터 제대로 만들어지지도 않은 엘라헤의 보호막 따위, 하렌의 앞에서 종이 한 장의 가치조차 되지 못한다.
엘라헤는 천천히, 고개를 내려보았다. 자신의 목에 아슬아슬하게 닿은 검이 멈춰있었다. 오로지 실드만을 파괴한 채로.
“······그럴 줄 알았다고 했다. 엘라헤.”
하렌은 흰색의 보호막을 보고서 표정을 점점 더 싸늘하게 굳혔다.
마녀는 각각 고유의 색을 띄고 있었고, 하렌은 자신의 아버지를 따라 숱한 마녀사냥을 다니면서 그들의 특징을 어느 정도 외운 채였다.
그리고,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은 색 역시도.
“흰색의 마법······?”
절대 잊지 않았다.
하렌은 떨리는 눈으로 엘라헤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마녀일 것이라고 짐작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전개가 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흰색.
마지막 마녀가 사용하던 고유의 색.
그녀는 검을 내려놓고서,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엘라헤는 참담한 표정으로 하렌을 바라보다가, 문득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은 하녀들. 어찌나 놀랐는지 검을 놓쳐버린 몇몇 얼빵한 기사. 그 자리에 굳은 채 입만 뻥끗거리는 시종들. 그들의 공통점이라고는, 모두가 자신을 경멸하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언니. 오해예요.”
“···오해?”
“네. 저는 분명, 여태 인간들에게 못된 짓을 저질렀지만. 그래도! 이제는 알아요. 제가 잘못했다는 것을. 저도 이제는 감정을 알아요. 죄책감도 느끼고 있어요. 저는 충분히 속죄하고 있어요!”
그 말에 하렌은 허탈하게 웃었다.
“속죄라고? ···너 혼자 머릿속으로 하는 게, 속죄더냐? 속죄는 자신이 죄를 저지른 이들에게 대가를 치르는 게 속죄다.”
“······!”
대가. 인간들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 엘라헤는 서둘러 입을 열었다.
“맞아요. 저는 마녀였고, 과거에 끔찍한 잘못을 저질렀어요. 하지만, 이제부터 속죄할 생각이에요. 앞으로는 착하고 성실하게 살 거란 말이에요. 보셨잖아요? 언니. 제가 어떻게 사는지를.”
“······.”
“저는 마녀였어요. 그래서, 그 덕에. 당신들이 원하는 건 뭐든 들어줄 수 있어요. 대가를 치르겠어요. 그것으로 속죄를 할 수 있다면!”
엘라헤의 필사적인 외침에 하렌은 고개를 들었다. 평소, 미소를 전혀 짓지 않는 그녀였건만. 어째서인지 너무나도 환한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엘라헤. 기억나느냐?”
“···네?”
“1년 전, 네가 쓰러진 그 전날. 너는 내게 말했지.”
‘썩을 언니 따위, 내가 죽여버릴 거야! 마녀에게 빌어서, 저주를 내리겠어!’
열등감에 찌들어 살던 엘라헤였다. 무얼 해도 안 되고, 무얼 해도 언니와 비교당하고, 무얼 해도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무얼 해도 혼만 날 뿐이었던 삶. 하렌이 엘라헤를 싫어한 만큼, 엘라헤 역시 하렌을 증오했다.
그러나. ‘마녀’만큼은 입에 담아서는 안 되었다.
마녀와 관련된 자, 혹은 마녀의 저주를 입에 담은 자는 모두 처형을 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렌은 아무리 밉다지만 동생인 엘라헤를 제국에 바치고 싶지 않았고, 그녀의 저주어린 말을 가슴 속에 담아두었다.
“···그 말이 인간 사회에서 무슨 의미인 줄 아느냐?”
“나, 나는···.”
“엘라헤.”
하렌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마지막 날, 너를 말렸어야 했다. 이제는 듣지 못하겠지만··· 너에게 많이 미안하구나. 설마, 정말로 마녀를 불렀을 줄은······ 정말로 몰랐다.”
진짜 엘라헤는 이제 없다. 지금은 그저 엘라헤의 탈을 뒤집어 쓴 마녀만이 남아있을 뿐. 그럼에도, 하렌은 마지막으로 사과를 했다. 그렇게라도 해야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아서.
“그래. 대가를 치러서, 속죄하고 싶다고 했지?”
그나마 자신에게 유리한 질문이 튀어나오자 엘라헤는 고개를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하렌은, 미소를 싸악 지우고선 말했다.
“진정으로 네가 속죄를 하고 싶다면, 네가 저승으로 보낸 우리 어머니를 다시 데리고 와라. 우리 어머니를 포함해서, 네가 그저 호기심에 괴롭히고 부수었던 인간들의 모든 것들을, 다시 데리고 와! 지금 내 눈앞에!”
“······어, 언니.”
“그것도 못하겠다면.”
언제 미소를 띄우고 있었냐는 듯, 그저 짐승을 보는 듯한 눈빛으로 하렌은 엘라헤에게 검을 겨누었다.
“최소한, 죽음으로 속죄해라.”
“아, 안···.”
[주인공 ‘엘라헤’에게 위기가 감지됩니다.]
[엘라헤의 스킬 ‘마녀의 법칙(SS)’의 봉인이 일부 해제되었습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엘라헤는 천천히 뒤로 물러나며 양손에 힘을 끌어모았다. 비록 지금은 대부분의 힘을 잃고 약해졌지만, 한때는 세계 최고의 검사라 불리는 알머스 공작과도 비등한 대결을 펼쳤던 그녀이다.
‘심장에 조금 무리는 가겠지만, 예전의 내 힘을 조금이라도 끌고 온다면······!’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하렌을 향해 양손을 내밀었고.
타앙!!
그 순간, 어디선가 날아든 충격에 목이 옆으로 살짝 꺾이고 말았다.
‘···어?’
정말로 살짝.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웃거린 정도였기에 마법의 발동에는 오차가 고작해야 0.3초 정도밖에 생기지 않았지만.
“잘 가라, 마녀.”
검술의 대가 하렌에게는 충분히 차고 넘치는 시간이었다.
푸욱!!
[70레벨의 주인공을 사냥하였습니다.]
< 마녀였던 내가 검술명가 셋째딸?(4)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