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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주인공은 살인이다-15화 (15/251)

< 마법고 마법천재가 되었다(2) >

대한민국 서울시, 용산구에는 아주 특별한 골목이 있다.

바로 ‘공방의 골목’이었다. 30년 전을 기점으로 하여 에테르라는 신에너지를 이용한 장비가 발달하면서, 자연스레 대장장이라는 직업이 역사 속에서 재차 부활하게 되었고 이 거리는 그로 인해 생겨난 부산물 중 하나였다.

억대의 장비를 다루는 1급의 대장장이부터 시작해서 2급과 3급의 대장장이까지 모두 모인 이곳에는 자연스레 부품이나 중고, 떨이나 불량품 등을 취급하는 ‘4급’이라는 라이센스도 없는 대장장이들도 모여버린 건물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용산 에테르 상가’였다.

한 30년 전만 해도 전자상가로 불렸단 이곳은 자연스레 에테르 관련 품목을 취급하는 곳으로 바뀌었고, 소비층 역시 돈이 부족하거나 급하게 장비를 구할 필요가 있는 헌터들이 주로 찾아오고는 했다.

12월.

날씨가 훅 쌀쌀해지며,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계절.

서담은 츄리닝 바지에 검은색 패딩을 입고서 어슬렁어슬렁 걸었다. 그 옆에서 걷고있는 첼레스테의 제대로 갖춰 입은 복장과는 굉장한 온도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첼레스테는 눈을 반짝이며 거리마다 늘어선 대장간을 바라보았다. 옛날의 대장간과는 살짝 다른 형태를 띄고 있지만, 그래도 에테르를 녹이고 망치질을 한다는 관점에서 보자면 사실상 딱히 다를 것도 없었다.

“(여긴 처음 와보냐?)”

“(네. 그동안은 올 일이 없어서요.)”

올 일은 지금도 없지 않나?

서담은 기어이 자신을 여기까지 쫓아온 첼레스테를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았지만, 눈에 너무 띄었기 때문이다.

길을 가다가 흔히 보일 법한 외모를 가진 서담에 비해 첼레스테는 지나치게 화려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외국인이 아무리 흔해진 세계라지만 그녀처럼 아름답고 빛나는 금발은 한국 뿐 아니라 어디에서도 눈에 띌 것이다.

그러나 서담의 의문어린 눈빛을 받으면서도 첼레스테는 조용히 그를 따라갔다.

첼레스테는 서담에게 궁금한 점이 참으로 많았다.

이름, 나이, 고향, 부모, 형제 관계를 비롯하여 검술을 어디에서 배웠으며 사냥은 주로 어디에서 했고, 로스트 데이 길드와는 무슨 관계이며···등등.

그것은 정말로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F랭크이면서도 S랭크보다 존재감이 뚜렷한 특이한 헌터.

열일곱, 너무나도 어린 나이에 넓은 세상의 수많은 천재들을 보아왔던 첼레스테에게도 유서담이라는 존재는 너무나도 독특했다.

‘장비는 어떤 걸 쓰실까?’

인터넷 주문의 시대. 장비 역시도 다르지 않다. 헌터 거래장터에 가면 훌륭한 장비가 많았으며 부품도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었고 다양한 리뷰를 통해 다른 상품과 비교하는 것까지도 가능했다.

그러니 직접 와서 구매하는 사람들은 보통 두 부류로 나뉜다. 안목이 뛰어나서 일반인의 정보 따위는 필요 없는 눈을 가진 사람들이거나, 아예 아무것도 모르는 호구거나.

첼레스테가 알기로 에테르 상가나 인터넷 매장이나 가격 차이는 크게 나지 않았고, 상인들도 담합을 해서 정말로 저렴하게 무언가를 구하는 건 힘들다고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궁금해졌다.

과연 유서담같은 헌터는 어떤 눈으로 장비를 바라보고 또 선택할까?

“(더 좋은 장비를 구하는 법이라도 있나요?)”

“(당연하지. 여기가 전자상가일 때부터 알만한 놈은 다 아는 방법이 있어.)”

말 그대로 아는 사람만 아는 방법. 누구나 쓸 수는 있지만, 아무나 쓰지는 않는 방법. 그래서 더욱 전설이 되었던 그런 방법이 있었다.

서담은 고요한 전자상가의 내부로 들어섰다. 이곳은 용산. 제 2의 던전이라 불리는 곳으로, 헌터가 던전에서 목숨을 위협받는다면 여기서는 지갑을 위협받는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홀랑 벗겨질 수도 있는 무시무시한 그런 장소의 한가운데에서.

유서담은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

고요하다. 손님이 없는 평일 오전인 탓. 그런데 갑자기 길거리 한복판에서 멈춘 이유는 뭐란 말인가? 첼레스테는 그런 생각을 하며 한국말을 번역해주는 번역기를 귀에 장착했고.

유서담이 소리를 쳤다.

“에테르 광역학 결합장치 120만 원!”

“앗···?”

3, 2, 1.

첼레스테가 이게 무슨 미친 짓이지? 하는 생각을 한 그 순간.

“요, 용식이네 120만!”

“철혈정제 117만!”

“뭐야? 상구전자 115만!”

“110만!”

“······108만!”

“야! 너는 상도덕도 없냐!”

“105만!”

“이런 개미친, 103만!”

103을 마지막으로 상인들이 망설이기 시작하자, 서담은 칼같이 경매를 종료하였다.

“103만. 낙찰.”

“······.”

첼레스테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눈으로 서담을 바라보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에테르테이커 할로우 포인트 1,200발. 120만 원 시작!”

*

그 이후로 서담은 총 열두 개의 장비를 더 구입했고, 총 지출로 2000만 원이 한번에 나갔다. 원래대로라면 2500에서 많게는 3000만 이상은 들여야만 했던 것들이니, 얼마나 절약했는지 대번에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물론 서담이 호구처럼 가격만 보고 물건을 구입하지는 않았다. 총알만 하더라도 불량품이 들어있기라도 하면 노발대발을 하면서 가격을 더 깎아내리거나 아예 총알 몇 개를 더 챙기기도 했으며 에테르 디스펜서에 들어가는 물건은 아주 신중하게, 꼼꼼하게 체크를 하기도 했으니까.

그렇게 기타 물품을 모두 구입한 뒤, 서담은 만족스러운 눈으로 첼레스테에게 말했다.

“이제 2급 장비 보러 가자.”

“······네.”

첼레스테는 현재 한국어 번역기를 착용한 채라 어색하게나마 서담과 상인들의 대화를 이해할 수 있었다. 솔직히, 여기서 그녀는 진이 살짝 빠지고 말았다. 그녀가 기대했던 건 이런 게 아니었기에. 그래서 2급 장비를 보러 간다고 했음에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첫 2급의 대장간에 들어서는 순간.

첼레스테는 유서담의 눈빛이 변하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흡사 괴수를 앞에 둔 노련한 사냥꾼의 것이었다.

차라락!

에테르 블레이드의 금속 검날 부분을 사출한 뒤, 서담은 칼날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튕겨보았다. 그러면서 천천히 쓰다듬더니 말했다.

“에테르 코팅이 너무 과한 거 아니요?”

“무슨 소릴. 그 정도 출력은 돼야 괴수놈 멱을 따지 않겠어?”

“이거 3시간 이상 활성화하면 그대로 과열돼서 작동이 멈추겠는데. 스태틱 쿨링은 또 왜 이 꼬라지야?”

“그건···. 조금 더 휴대성을 용이하게 하려고.”

“요새 가볍고 작은 게 유행이긴 하지, 근데 장비의 수명을 깎아 먹어서야 쓰겠어?”

그 이후로도 서담은 대장간의 모든 장비를 하나하나 꺼내와서 신랄하게 까내렸다. 대장장이의 정신이 혼미해질 때까지. 그래놓고서 결국 구입한 건 총알 하나였다.

“(···그건 왜 구매하셨나요?)”

“전리품.”

“······.”

다른 대장간에 가서도 마찬가지였다.

장비는 곧 헌터의 생명줄이었다. 방어구는 말할 것도 없고, 무기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으면 강체나 서포트 계열 능력자는 그대로 무력해진다고 봐도 좋았으니까. 첼레스테는 정말로, 홀린듯이 강아지처럼 서담을 따라다녔다.

첼레스테. 그녀는 자신이 여태 사용했던 장비를 떠올렸다.

그저, 가문에서 준비해주었던 최상급의 장비들. 왜 좋은지는 모르고, 아무튼 출력이 강하다는 말만 듣고서 사용해왔던 것들. 순기능 따위 전혀 알지 못했던 것들. 이제는 그것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이라면, 더욱 효율적으로 잘 다룰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서담은 이후로 12개의 총알을 더 챙겼고, 벌써 반나절이라는 시간이 흘렀건만 첼레스테는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 그러나 이미 그맘때쯤이 되었을 때 그들에 대한 소문이 흘렀는지 슬슬 장인들이 서담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안 받아!”

“왜요?”

“다 들었어. 물건은 사지도 않으면서 온갖 지랄이란 지랄은 다 하고 다닌다면서!”

예쁘장한 여자애와 같이 다니는 수상한 헌터놈을 조심해라. 용산 에테르 상가 내의 장인들은 이미 그들을 경계하고 있었다. 서담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고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음···. 영 마음에 드는 게 없는 걸 나보고 어떡하란 건지. 다른 데 가보자.”

상인들이 담합을 해버리면 어쩔 수 없다. 서담이 포기하고서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돌리려 하자, 첼레스테가 갑작스레 스마트폰을 꺼내 들더니 대장간의 간판을 비롯하여 이곳저곳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대장장이는 저 꼬맹이가 대체 뭘 하려나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듣는 번역기만 착용했을 뿐 말하는 번역기는 챙겨오지 않았다.

“왜 찍는 거야?”

“(이탈리아 어)”

“아하. 블로그에 리뷰 올릴 거라고?”

“(이탈리아 어)”

“SNS에다가도 올린다고?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계정 만들었다고 했던가. 근데 그건 너무했다. 너 팔로워 벌써 엄청 많잖아. 소문나서 여기 손님 끊기면 어떻게 해.”

“(이탈리아 어)”

“응? 손님을 쫓아냈으면 그 정도는 감수하는 거 아니냐고? 나도 그렇게는 생각······.”

“자, 잠깐! 장사한다고! 해! 들어와!”

21세기. 멀티미디어가 보편화 된 시대. 이제는 모두가 안다. 제일 무서운 건 서담처럼 꼬장부리는 헌터가 아닌, 한 명의 블로거라는 사실을.

*

“보람찬 쇼핑이었어.”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늦은 저녁. 서담은 자신의 양손에 가득 들린 쇼핑백을 보고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결국, 평범하게 성능이 뛰어난 2급의 장비 2개를 구매할 수 있었고 그 외에도 소득은 많았지만 세 번째 장비는 찾을 수 없었다. 첼레스테 역시 서담의 옆에 껴서 이것저것 집다보니, 쓰지도 않을 장비가 그녀의 손에 한가득이었다.

“마지막 하나를 못 산 건 아쉽지만 어쩔 수 없나.”

그렇게 생각하며 상가를 빠져나가려던 서담은, 문득 눈에 띄는 낡은 건물 하나를 발견했다. 에테르 장비를 취급하는 곳은 많았지만 저곳은 유독 특이했다. 오로지 ‘총기’ 하나만을 취급하고 있었으니까.

그런 곳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흔치 않다. 심지어 에테르 상가라면 더더욱.

간판에 적힌 낡은 ‘3급’이라는 단어가 눈에 밟혔지만, 서담은 홀린듯이 그곳으로 향했다. 끼익, 요란하게 구형 유리문이 열리자 퀴퀴한 화약 냄새가 화악 올라왔다. 괴수를 상대하는 총기에는 화약 대신 에테르가 들어가지 않는다. 즉, 이 대장간은 에테르 총기 뿐만이 아니라 그저 순수한 총기마저도 다룬다는 의미.

현대에서 그런 총기를 다루는 대장장이는 둘 중 하나다.

옛것을 잊지 못하는 늙은 장인이거나, 그저 총을 무지막지하게 좋아하는 장인이거나.

서담이 봤을 때, 이곳의 주인은 후자였다. 에테르 총기의 비중이 더욱 높았기 때문.

“이건······. 예술인데···?”

벽에 걸린 총 하나를 천천히 쓰다듬어본다. 마치 아름다운 예술품을 감상하는 듯한 표정으로, 서담은 판매용으로 내놨을 것이 분명한 양산품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허. 눈썰미 좋군. 과연 초능력이 없는 친구들이 원래 총 하나는 기깔나게 잘본단 말이지.”

안쪽의 문에서 강렬한 눈빛을 가진 노인 한 명이 천천히 걸어나오며 그리 말한다. 서담은 그를 가만히 바라보다 물었다.

“제가 초능력이 없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딱 보면 알지. 굳은살이랑 눈매를 보아하니 전장에서 구른 건 뻔한데, 초능력자들은 총기를 쓰지 않아. 그런데 총기에 대해 잘 안다는 건, 초능력을 커버하기 위함이 아니겠는가?”

에테르 총알은 특히나 비싼 편이었다. 그런데, 초능력자들은 총을 사용하지 않고서도 총기의 위력을 가볍게 상회했다. 아무래도 총알로는 에테르 블레이드만큼의 고출력을 유지하기 힘든 탓에, 정말 극소수의 상황이 아니면 사용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러나 무능력자들은 어떻게든 초능력을 커버해야만 했고, 비싼 것은 총알 하나당 수십만에서 수백만까지 올라가는 총기류를 피눈물을 머금고 사용해야만 했다.

그래서 무능력자 헌터는 죽지 않는 이상, 헌터를 때려치우거나 총기에 대해 전문가급이 되거나 둘 중 하나였다. 그리고 후자에 속하게 된 헌터는 보통 얼마 안 가서 죽게 된다.

“자네 정도 되는 헌터의 눈에 차는 게 있을런지는 모르겠다만······.”

노인은 자신이 없다는 듯 그리 말했지만, 사실 서담은 이곳에 들어왔을 때부터 유독 눈에 들어오던 게 하나 있었다.

“저건 뭡니까?”

서담이 가리킨 총은 어지간한 저격총의 길이에, 두께는 기관총만큼이나 두껍다. 그곳에 에테르 과학의 정수가 꽉꽉 들어차 있는 것을 단번에 알아보았지만, 어째서인지 그저 장식품처럼 보일 뿐이었다.

“저건 최소 여섯 개의 탄환을 바꿔가며 사용할 수 있도록 ‘DK-001크로스 보우 슈터’를 개조한 거다.”

“미, 미친. 크로스 보우 슈터라니······.”

그 정도만 해도 벌써 2급 이상의 장비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으니, 크로스 보우 슈터는 어지간한 일반인은 들고 다니는 것조차 버겁다는 것. 하물며, 여섯 개의 탄환을 바꿔가며 쏠 수 있도록 개조를 했다는 건······.

“문제가 하나 있다면 저 괴물같은 놈은 최소 E랭크의 신체 능력이 있지 않은 이상은 사용하기 힘들다, 이거지.”

F랭크의 헌터라도 들고 다니면서 쏘는 것정도는 가능할지도 모른다. 다만, 모든 상황에 대해 민첩하게 대응해야만 하는 전장에서 저런 무거운 걸 짊어지고 다녔다가는 유동적인 움직임이 힘들어질 터.

“그래서 저건 애물단지야. 초능력자가 총을 쓸 이유는 없고, 그렇다고 무능력자는 저걸 사용하기가 힘들지.”

맞는 말이었다. 당장 서담만 해도 E랭크의 능력을 갖췄지만, 백색검법과 검술 A+의 재능으로 에테르 블레이드를 휘두르면 휘둘렀지 저런 괴물 같은 총을 쓰지는 않을 거다.

다만.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한다면 그렇다는 의미.

서담은 이제 괴물만 사냥하지 않는다.

이 다음의 사냥감은 다름 아닌 마법사였고, 그들의 특징은 원거리 교전이었다. 검 한 자루 들고서 권총 빵빵 쏴댄다고 그들이 접근을 허용할 것 같은가?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특이한 마법 방벽을 뚫기 위해서는, 강력한 원거리 수단이 필요했다. 그것도 머리 좋은 그들이 대응할 수 없도록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서.

“······제가 사겠습니다.”

*

쇼핑이 끝났다.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서 눈을 떴다.

이미 모든 장비의 점검은 끝났다. 통칭 ‘메가 슈터’라 불리는 총기를 등에 착용한 채였는데, 이거 하나 쓰겠다고 대부분의 필수적인 것들을 제외한 다른 장비를 포기해야만 했다.

마법사를 상대하기 위해서 2급 장비 에테르 블레이드, 에테르 코팅 코트, 메가 슈터를 비롯하여 상당히 과금을 한 상태.

지갑이 너덜너덜해졌지만, 마법사 사냥에 성공할 수만 있다면 이 정도의 투자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다음 의뢰를 받겠다.”

<······.>

“야. 의뢰인?”

<죄송합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너도 쉬긴 쉬는구나?”

언제 부르더라도 항상 대답하길래 24시간 대기조인 줄로만 알았다.

“준비해.”

#마법고_마법천재가_되었다

#판타지 #회귀 #학원물 #하렘

[70레벨의 주인공 ‘피올렌’의 세계, 비비안타 마도제국으로 이동합니다.]

[10···9···8···.]

잠시 시야가 점멸되었고, 다시 눈을 뜨자.

[2···1···0]

[이동이 완료되었습니다.]

[당신은 ‘비비안타 마도 고등 아카데미’의 전투 마도학 초빙교수가 되었습니다.]

새로운 세상이 시야에 한가득 들어왔다.

“······!”

가장 먼저 보인 건 하늘이었다. 창문을 관통하여, 푸르른 구름이 흘러가고 있었다. 하늘이 가깝게 느껴졌다. 그래서 창문에 가까이 다가가, 바닥을 내려보니.

까마득한 절벽이 나를 반겨주었다.

“미친.”

이제보니 이 거대한 건물, 공중을 부유하고 있었다. 하늘에는 수정구가 날아다녔으며 웬 날개달린 도마뱀 비스무리한 것들이 하늘을 활공한다. 황당함을 금치 못한 채 나는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마법이 아무리 발전해도 이런 게 가능한가?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자 이곳은 특이한 양식을 가지고 있는 사무실이었다. 책상에는 가죽커버로 이루어진 책이 가득 쌓여있었는데, 글을 읽을 수는 있어도 이해하는 게 도통 불가능했다.

[유웰렌의 제3마공학 법칙을 짧게 서술해보자 (1098P)]

[엘레덴 요정과 함께 풀이하는 삼각진의 역설]

[마법의 정석 (상)]

뭐지 이건? 책을 천천히 뒤집어보려는데, 갑작스레 뒤쪽의 문이 벌컥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유 교수님!”

허겁지겁 뛰어 들어온 남자는 갑작스레 내게 달려들었다. 뭐지? 싸우자는 건가? 혹시나 싶어서 허리춤의 에테르 블레이드에 손을 가져다 대었는데, 적의는 보이지 않았다.

“교수님 대체 여기서 뭐 하시는 겁니까! 지금 신입생 마나 써클링 오리엔테이션 시작했습니다!”

“교수요?”

“네!”

“제가요?”

“네!!”

어처구니가 없어서 반박하려는데, 갑자기 이 남자가 내 팔목을 잡아 이끌었다.

“늦기 전에 빨리 가요, 교수님!”

“······?”

그렇다.

나는 마법사들이 사는 세계의 마법 교수가 되어있었다.

< 마법고 마법천재가 되었다(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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