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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주인공은 살인이다-14화 (14/251)

< 마법고 마법천재가 되었다(1) >

한국에서 벌어진 자그만 데뷔전이 막을 내렸다.

인터넷 스트리밍을 통해 방송이 되었으며 열넷의 헌터 및 지망생 중 열셋이 한국인이었기에 대부분의 시청자는 한국인이었다.

하지만, 사건이 일단락 된 이후.

이번 데뷔전의 에피소드는 전 세계에 스멀스멀 퍼지기 시작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C랭크의 던전이 S랭크로 격상하는 던전 변이 현상.

에테르 도핑을 통해 초능력자 행세를 했던 지망생이 폭주했으며.

심지어, 그런 폭탄을 안고서 고작 열넷의 인원으로 S랭크의 던전을 클리어했다.

하나하나만 따로 두고 보자면 ‘아, 저런 사건이 또 터졌단 말이야?’ 정도의 반응밖에는 안 됐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이 종합적으로 합쳐지면, 핫 이슈가 된다.

가장 먼저, C랭크의 생도 이연준에 대한 구설수가 오르내렸다.

무능력자이지만 노력과 근성 하나로 마침내 초능력을 각성한 최초의 남자, 이연준.

무려 C랭크라는 초능력을 선보이며 데뷔전을 치르던 그는 이미 세계적으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그런 인물이었다. 비록 초능력은 없지만, 헌터를 하고 싶은 자는 이 세상에 정말로 차고 넘쳤고 그런 와중 이연준은 그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되었으니까.

그러나.

그의 신화는 모두 거짓이었다.

-이연준! 너, 이 팔 뭐야!

영상 속에서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옴과 동시에, 이연준의 팔에 앵글이 비춰진다. 그것은 명백한 ‘에테르 도핑’의 흔적. 사람들은 경악하였고, 탄식하였다.

너무나도 높이 올라간 별일수록, 그 추락의 여파는 커다랄 수밖에 없었으니까.

심지어 거기에 그치지 않고, 이연준은 자신의 비밀이 들통난 것에 대해 분노하여 능력의 제어력을 잃었는지 결국 에테르 도핑에게서 나올 수 있는 최악의 부작용, ‘폭주 상태’에 돌입하게 된다.

이윽고 영상은 ‘유서담’이라는 이름의 헌터를 폭주해버린 이연준이 쫓았으며, 이내 뒤죽박죽으로 화면이 굴러다니다가 ‘카메라 치워.’라는 한 마디로 영상이 종료되어버렸다.

후반부의 자세한 상황에 대해 알 수는 없었다.

다만, 중요한 점은 단 하나.

열셋의 헌터와 생도들은 단 한 명도 죽지 않은 채 출력 A랭크 이상급의 폭주 능력자와 S랭크의 던전 보스를 동시에 상대했으며, 또 승리해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했는가, 에 대한 의문이 새로이 솟는다.

일곱의 베테랑 헌터 중에서 가장 높은 랭크를 가진 장현석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은 당연한 일. S랭크의 던전은 S랭크의 초능력자가 최소 셋 이상 필요했으며, 거기에 그들을 서포트할 A랭크의 초능력자가 스무 명은 더 필요하다.

그렇다면, 결론은 S랭크의 장현석이 생각 외로 더 뛰어났다. ···라는 결론이 나는 게 정상.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F랭크 헌터 유서담의 완벽한 오퍼레이팅이라······.”

던전에서 빠져나온 모든 헌터들이, 심지어 장현석마저도 그렇게 말했다.

유서담 헌터의 전략과 지식이 없었더라면 자신들은 생환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실제로 영상이 진행되는 내내 별 존재감 없이 D랭크의 생도를 지원만 해주던 그가, 던전 변이 사태에 돌입하게 되는 순간부터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으니까.

그것은 마치, 연습 경기를 조용히 지켜보던 프로 선수가 실전에 돌입되는 순간 난입을 하여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과도 비슷한 꼴이었다. 그는 여태까지 장현석이 가지고 있던 모든 명령권을 단번에 카리스마로 휘어잡아 빼앗았으며, 심지어 본부대의 명령조차 무시한 채 독단적으로 판단하여 완벽하게 파티원을 이끌었다.

마지막에 위험천만한 상태였던 이연준의 비밀을 어떻게 했는지는 몰라도 유서담이 먼저 알아챘으며, 그 둘을 동시에 제압할 수 있던 것 또한 유서담의 덕택이라고 했다.

“유서담 이 새끼, 병원에서 골골대다가 퇴원했던 게 불과 얼마 전 아니던가?”

늦은 오후의 인천공항. 야외 버스정류장의 벤치에 다리를 꼬아서 앉은 채 스마트폰으로 당시의 기사를 찾아보고 있던 ‘테일러 나인’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빙글빙글 꼬았다.

‘아직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될까······.’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그녀를 쳐다보았다.

확실히, 테일러 나인은 독특한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극히 드문 은색의 똑단발에 귀를 장식하고 있는 아홉 개의 피어싱, 추운 날씨에 맞지 않게도 노출도가 높은 시원시원한 복장에 눈에 확 띌 수밖에 없는 금색의 눈동자, 마지막으로 조금은 사나워 보이지만 굉장히 아름다운 얼굴까지.

“저 사람 S랭크 헌터 테일러 나인 아냐···?”

“어? 유럽에서 활동한다는 그?”

“와아. 대박. 엄청 예쁘다. 말 걸어볼까?”

“네가 영어를 할 줄은 아냐?”

주변 사람들이 한국어로 속닥거리기 시작하자 테일러 나인은 고개를 휙 돌렸다. 그러고선, 아주 또렷한 한국어로 말했다.

“뭘 꼴아봐? 좀 꺼져.”

“뭐, 뭐야?”

“한국말 할 줄 알잖아?”

“근데 무슨 싸가지가······.”

불만을 토로하던 행인은 테일러 나인의 사나운 눈매를 보고서 황급히 제 갈 길을 가기 시작했다. 그들의 시선이 사라지자 테일러 나인은 다시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시선을 돌렸다.

[길드 ‘로스트 데이’ 폭주 사태에 대한 발언······.]

[로스트 데이에 일어난 파문.]

[폭주 사태 전면 부정.]

로스트 데이라는 한국의 거대 길드가 조금씩,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그 점이 그녀에게는 썩 흥미로운 일이었다. 왜냐하면,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곳은 서담이 노예처럼 목이 매여있던 곳이었으니까.

“잘됐네. 병신같은 새끼들.”

물론, 로스트 데이는 거대 길드였고 고작 폭주 능력자 두 건으로 크게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쩐지 테일러 나인은 로스트 데이가 살짝이라도 흔들렸다는 점에 꽤 기분이 좋았다.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테일러 나인은 기지개를 펴더니, 이내 미소를 띄웠다. 안 그래도 상당히 골치 아픈 건수를 잡고서 한국으로 들어온 차였기에 서담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될 터였다.

“길드 때려친 김에, 간만에 한탕 뛰자고 해봐야겠어.”

*

팡!!

내 주먹과 접점을 이루던 샌드백이 마침내 버티지 못하고 터져나갔다. 그 자리에서 벽에 손을 짚은 채 거친 숨을 몰아쉬며, 짜릿한 만족감에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S랭크의 던전을 공략한 이후로 사흘.

나는 내가 얻은 능력을 실험해 보았고, 이제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내 신체 능력이 드디어 E랭크에 올라섰다는 것을.

온몸에서 힘이 넘쳐흐른다. 이것이 순수하게 레벨 업을 통해 얻은 힘. 거기에, 이연준의 사냥에 성공하여 한 개의 재능과 한 개의 스킬까지 훔쳐 올 수 있었다.

[주인공 이연준의 재능 ‘기민 A’를 흡수하였습니다.]

이 메세지를 보았을 때 내 표정은 썩어들어갔으며.

[주인공 이연준의 스킬 ‘관심력(A)’를 흡수하였습니다.]

이 메세지를 보았을 때는, 어마어마한 기대감에 차올랐다.

관심력. 이 스킬을 통해 이연준이 얼마나 막강한 힘을 손에 넣었던가. 하지만, 예상대로 이건 정상적인 스킬이 아니었다.

[해당 스킬은 세계의 클리셰를 억지로 비틀어 만들어진 것입니다.]

[스킬 ‘관심력(A)’의 습득이 취소되었습니다.]

그럼 설마 꽝을 뽑았나 싶은 마음에 허탈해졌을 때.

[클리셰의 영향을 받아, 취소된 스킬을 제외하고서 재능 및 스킬 하나를 원하는 대로 택해서 1회 흡수할 수 있습니다.]

즉, 꽝이 아니었다.

나는 주인공만이 가질 수 있는 스킬을 택한 대가로, 랜덤이 아니라 원하는 스킬을 하나 고를 수 있는 선택지를 부여받은 것이다.

‘이거, 앞으로도 이런 것만 걸리면 좋겠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이연준의 재능 및 스킬 목록을 확인하였다.

*재능

[학습 D+] [기민 A] [미모 C-]

[매력 D] [동안 E] [유연성 F]

[뜨개질 B+] [기타···.]

*스킬

[파워 스테로이드(B)]

[바람 걸음(D)]

[관심력(A+)]

[광폭화(S+)]

[전사의 호흡(E)]

[기타···.]

예상대로 놈은 다양한 스킬과 다양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진짜, 이런 재능이 다 있나 싶을 정도로. 게다가 뜨개질의 재능은 또 뭐란 말인가?

이때, 솔직히 내 손은 이미 ‘광폭화’의 앞에 머물며 벌벌 떨리고 있었다. 무려 S랭크의 초능력. 거기에 파워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광(狂)’계열 초능력이란 말이다.

그러나.

광 계열 초능력은 스스로 제어가 불가능했으며, 원할 때 발동하지 않았고 이성을 잃어버린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즉, 아주 날카로운 양날의 검이라는 의미. 나에게는 그런 것보다, 당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했고.

한참을 고민한 끝에, 이것을 선택했다.

[스킬 ‘바람 걸음(D)’를 흡수하였습니다.]

성장 가능성이 높으며, 느리고 무딘 내 움직임을 보완해줄 수 있는 스킬.

바로 기동 계열 스킬이었다.

초능력은 랭크가 낮더라도 얼마든지 수련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 물론, 재능의 한계에 가로막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이제 나는 재능을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몸. 그래서 과감히 낮은 랭크의 스킬을 흡수했다.

지금 당장만 보자면 파워 스테로이드나 광전사가 나아 보이지만, 눈앞의 큰 힘에 취해 리스크가 큰 것보다는 미래를 위해 차근차근 힘을 쌓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이었다.

이것으로 나는 적당한 스킬을 얻었다며, 만족하려고 했는데.

그때 갑작스레 뜨는 메세지.

[재능 ‘직감 A’와 ‘기민 A’가 공명에 성공하였습니다.]

[스킬 ‘육감(F)’가 생성되었습니다.]

난데없이 재능이 공명하더니 새로운 스킬이 생성되었다.

그것도, 나에게 굉장히 필요했던 스킬이.

재능과 재능이 서로 만나서 공명하는 순간을 직접 느껴본 사람이 더 있을까. 사람은 태어나서부터 재능을 갖고 태어나기에, 절대로 없을 것이다. 타인의 재능을 빼앗을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은 이상은 말이다.

나는 예전부터 감이 좋았다. 죽을 것 같다 싶을 땐, 정말로 위기가 찾아왔고 이거 뭔가 좀 아니다 싶을 땐 진짜로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주인공 청부업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비로소 이게 내 재능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직감 A의 재능.

거기에, 기민함이 더해졌다.

[당신은 이제 오감으로는 느낄 수 없는 것들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비록 아직은 랭크가 낮아서 제대로 뭔가를 느낄 수는 없었지만, 이 정도로도 충분했다. 신체가 허약한 나는 미리 알고 피하는 것 외에는 몬스터를 상대할 방법이 없다시피 했는데 이제는 그 능력이 더욱 향상되었으니까.

게다가 ‘주인공 사냥꾼’의 레벨이 상승했다.

[주인공을 세 명 사냥하여 ‘주인공 사냥꾼’ 스킬의 레벨이 2단계로 상승합니다.]

[타 세계로 들고갈 수 있는 장비의 무게 제한이 30kg으로 늘어납니다.]

[이제부터 당신은 주인공이 가진 스토리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으며.]

[주인공이 세계관에 변화를 주는 행위를 할 경우, 당신 또한 그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솔직히.

뭔 소린지 모르겠다. 그래도 레벨이 올랐으니 아무튼 좋은 게 좋은 거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을 뿐.

그렇게 해서 종합된 내 능력치.

<유서담>

[도합 레벨: 27]

*능력치

[근력 25] [체력 24] [민첩 26]

[기력 1] [마력 12]

*재능

[검술 A+] [사냥 D+] [사격 C]

[요리 D-] [직감 A] [기민 A]

[기타···.]

*스킬

[주인공 사냥꾼 Lv. 2]

[백색검법(S)]

[육감(F)]

[바람 걸음(D)]

솔직히 이 정도면 이제 어디 가서 사람 구실은 할 수 있을 정도였지만, 나는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었다.

신체 능력의 체크를 끝낸 뒤 박살 난 샌드백을 치우고 있자 누군가가 곁으로 다가왔다. 고개를 돌려 확인하자, 첼레스테가 평상복을 입은 채 서 있었다.

맨날 도복 아니면 슈트를 입은 모습밖에 못 보았기에 조금은 신선한 복장이었다. 밍크색 코트에 살구색 원피스, 그 아래로 뻗은 검은색의 스타킹. 깔끔하게 땋은 머리칼에 옅은 화장기까지 보자니, 본격적으로 준비를 한 모양이었다. 어디 놀러가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녀는 뚱한 표정으로 말했다.

“(장비 사러 가요.)”

“(뭐?)”

아, 맞다. 첼레스테의 선임 헌터를 해주는 대가로 무려 2급의 장비 세 개를 받기로 되어있던 게 생각났다.

그런데······.

“(너도 같이 갈 필요가 있나?)”

그러자 첼레스테는 입술을 꾹 다물고서 뭔가를 고민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런가?)”

내가 알기론 전혀 아닌데. 애초에 공방의 ‘이용권’조차도 데이터로 왔다갔다 하는 시대. 그냥 스마트폰으로 전송 버튼 하나만 누르면 모든 게 만사 오케이다.

그러나 그녀는 꽤 단호한 목소리로.

“(제가 없으면 안 돼요.)”

그렇게 말했고, 결국 나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2급이라. 한창 활동할 때 쓰던 것보다는 못해도, 지금 사용하는 3급의 장비보다 가격이 10배에서 20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들이니 성능도 그만한 값어치를 한다.

가만.

이 정도의 장비라면, 슬슬 특이 케이스의 주인공을 사냥해도 되지 않을까?

예를 들자면 ‘마법’ 같은 종류 말이다.

마법은 아직 내게는 미지의 능력이었고, 제대로 아는 게 거의 없었으나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불가능할 것도 없을 것이다. 일전에 ‘성검’을 사냥하면서 마법사들이 어떻게 싸우는지 충분히 봐뒀으니까.

나는 마법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스킬을 얻어도 사용할 방법을 모를 가능성이 다분했다. 즉, 마법과 관련된 스킬이 아닌 재능이 필요하다는 의미.

그리고 그에 딱 맞는 사냥감을 예전에 미리 봐둔 채였다.

#마법고_마법천재가_되었다

#판타지 #회귀 #학원물 #하렘

아예 대놓고 ‘천재’라는 제목을 가진 해시 태그의 주인공. 척 봐도 풀풀 풍기는 재능의 냄새.

그런 이유로, 나는 첼레스테와 함께 장비를 사는 김에 아예 마법사 사냥의 준비까지 철저히 끝낼 생각이다.

< 마법고 마법천재가 되었다(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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