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카메라 치우라고(3) >
시발.
정말 하기 싫지만, 억지로 입을 열어서 대사를 내뱉는다.
“이연준. 넌 아직 생도지만, 이미 아주 훌륭한 한 사람의 헌터다.”
마치 1990년대 소년만화를 읽는 듯한 이 대사는, ···실제로 대사가 맞다.
내가 미쳤다고 이딴 오글거리는 말을 하겠는가? 차라리 바위에 머리를 처박고 죽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시작은 이 한 마디로 충분했다.
일전에 후드티 하나 걸치고서 B랭크의 폭주 능력자를 제압한 것으로 내 실력은 충분히 증명되었으며 변이 현상이 일어난 직후 실질적으로 명령권을 가지고 있는 내가 입에 발린 칭찬을 하자, 시청자들이 폭발적으로 반응을 하는 것이다.
[주인공 이연준의 레벨 변동 확인: 77(+9)]
계획대로다. 비록 채팅창은 내가 확인할 수 없었지만, 분명 괴랄망측한 단어의 향연이 오고갈 것이다. 지금 저놈의 관심력이 급상승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장현석을 비롯하여 뛰어난 베테랑 헌터가 주인공을 인정해주는 것은, ‘사이다’에 가깝다. 그게 하물며 ‘#인터넷 방송’ 태그가 달린 데다가 관심력이라는 관종 같은 스킬을 가진 놈이라면? 더더욱 힘이 되겠지.
“좋아! 이연준! 역시 대단하군!”
“오, 너 정말 생도가 맞나? 내 밑으로 들어올 생각 없어?”
“방금 서포트 아주 훌륭했다!”
······등으로 정말 국어책보다도 읽기 싫은 대사를 남발해주자, 이연준의 관심력이 폭발적으로 상승하였다. 아무래도, 여기에는 내가 은연중에 ‘오퍼레이터’의 포지션을 잡은 게 한몫했다.
열넷의 헌터 중에서 S랭크의 던전을, 그것도 변이 현상을 경험해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는 데에 비해 나는 경력자였으며 심지어 던전 내의 모든 정보를 거의 꿰뚫고 있었으니까. 그런 내가 다른 선임 헌터들에게도 보이지 않는 관심을 이연준에게 보이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 아니겠는가?
심지어 나는 이연준이 돋보이도록 만들기 위해 F랭크의 몸으로 이리 구르고 저리 굴러서 최대한 몬스터까지 몰아주었다. 드론에 내 모습이 잘 잡히지 않도록 애쓰는 게 참으로 고역이란 걸 깨달았다.
현재 위치는 E 포인트. 던전의 입구인 A 포인트를 제외하고서 네 군데의 포인트를 설치했으니, 대략 4시간이나 이동한 것이다.
일단은 E 포인트는 산등성이의 지형에다가 시야가 잘 가려져 있어 안전해 보였지만, 나는 안다.
분명히 30분 이내에 이곳도 몬스터에 의해 습격당한다.
그런 이유로 E 포인트에서 다른 이들이 짧은 휴식을 취할 때에도, 나는 쉬지 않고 앞으로의 진행을 위한 준비를 끝마친 뒤 첼레스테를 불렀다.
번역기가 있음에도 나는 그것을 일부러 끄고서 첼레스테를 바라보았다. 그녀 역시 눈치가 있는 건지 번역기를 끈다. 여기에 이태리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은 이제 나와 이 꼬맹이밖에 없다.
“(너는 어때. 괜찮아?)”
“(네.)”
“(어디 다친 데는 없고?)”
“(네.)”
“(다행이네. 그럼 잘 들어. 조금 이따, 나는 이연준의 드론을 부술 거다.)”
갑작스러운 말에도 그녀는 당황하지 않았다.
“(네.)”
“(이유는 묻지 말고. 드론을 처리한 뒤 신호하면 네가 이연준과 함께 카메라 앵글을 좀 잡아줘.)”
“(네.)”
“(너 혹시 충격으로 ‘네’를 제외한 단어를 전부 까먹은 거니?)”
“(아니요.)”
얘 반응이 갑자기 왜 이렇게 시원찮아진 거지?
아무튼 그 다음으로 이연준을 따로 불렀다.
이 지역에서 나오는 모든 몬스터에 대한 정보를 알짜배기로 주입시키기 위함이었다.
물론 다른 헌터들에게도 몬스터에 대한 대응법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려둔 상태였다. 나는 던전의 이름을 장식하는 ‘눈 덮인’과 ‘나무’ 그리고 ‘갈림길’의 단어만 보고도 이곳에서 무슨 몬스터가 나올지 대부분 예측할 수 있었고, 어떻게 하면 사냥할 수 있는지도 전부 알고있다.
그러나, 이연준에게만 따로 이에 대해 알려주는 이유.
주인공은 특별해야 했기 때문이다.
“어때. 대충 알겠지?”
“물론입니다!”
“자신있어 보여서 좋네.”
몬스터의 약점이나, 일반 헌터들은 잘 모르는 희귀한 특징 등을 설명해주자 이연준은 단 한 글자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귀에 새겨들었다. 물론 나라고 전부 다 아는 건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이 아는 만큼만 아는 경우도 많았고. 하지만 사소한 하나하나가, 전부 주인공에게는 ‘클리셰’로 돌아온다.
예를 들어 그런 거 있지 않은가?
‘이건 알아둘 필요는 없는 건데, 0.0001%의 확률로 가끔 그런 적이 있더라고. 근데 절대로 마주칠 일은 없을 테니까 그냥 알아만 둬.’
그런 식으로 조연이 흘리듯이 대사를 날리면.
“뭐, 뭐라고?”
“블랙 카오스 스컬의 피부가 붉은색이잖아······!”
“젠장. 어떻게 해야 되는 거야!”
주인공에게는 그것이 현실이 되어 돌아온다.
천만 분의 일의 확률로 등장한다는 ‘레드 카오스 스컬’에 선임 헌터조차 당황하는 와중, 이연준만이 그것에게 달려들었다. 원래는 날카로운 발톱으로 허공을 찢어발기는 반동으로 바람을 일으킬 뿐인 B랭크의 몬스터가 A랭크가 되어 돌아왔음에도 그들은 겁을 먹지 않았다.
당연하지만, 이연준의 힘으로 해치우는 건 절대로 무리. 나와 장현석을 비롯한 헌터들의 도움을 받아서 해치울 수 있었지만, 그런 점은 상관없다. 그저 모두가 당황한 사이에도 이연준만이 용기있게 몬스터에게 달려들었고, 또 성공적으로 사냥을 했다는 점이 중요했다.
“아주 훌륭해!”
칭찬까지 곁들여주면.
[주인공 이연준의 레벨 변동 확인: 77(+10)]
이렇게 된다.
이제 나머지 여섯의 생도 중에서 이연준을 이길만한 생도는 없다. 그는 이미 압도적으로 주목을 받는 상황이었고, 이 일이 끝나고 나면 S랭크의 던전을 앞장서서 공략한 C랭크의 신입 헌터라고 대대적으로 이름을 날릴 터. 또한 지금 이 방송을 보고있는 시청자들이 여기저기 정보를 퍼다 날라서, 시청자의 숫자를 불릴 게 분명했다.
[주인공 이연준의 레벨 변동 확인: 77(+11)]
[주인공 이연준이 지나치게 과한 성장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클리셰의 발생 확률이 줄어듭니다.]
S랭크의 던전을 클리어하는 첫 번째 방법.
바로, 주인공을 강제로 키워서 버스를 타는 것이다.
어차피 S랭크의 던전이라는 것 자체가 이연준을 위한 무대. 가만히 둬도, 어떻게든 이연준은 살아서 나간다. 하지만, 조연들은 전부 살아나갈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이 첫 번째 문제였으며 두 번째 문제로는 평범하게 던전만 클리어 해봐야 결국 두 마리의 토끼 중에서 한 마리만을 잡을 뿐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숙련된 사냥꾼.
두 마리의 토끼가 눈에 들어왔으면, 반드시 두 마리 전부 잡는다.
퓩!
쳐다보지도 않고서 허리춤에서 몰래 권총을 꺼내, 소음기를 단 채로 발사하자 정확히 1번 드론이 격추당했다.
이연준의 시청자는 한창 폭발적인 상승세를 찍고 있었는데, 이때 인위적으로 찾아온 위기. 이것은 세계가 만든 클리셰가 아닌, 내가 억지로 쥐어짜서 만든 위기였다.
“어라?”
이연준이 당황하는 목소리가 울려퍼지며, 내게만 보이는 메세지가 주르륵 떠올랐다.
[주인공 이연준의 레벨 변동 확인: 77(+3)]
[주인공 이연준의 상태가 과하게 변화되었습니다.]
[주인공 이연준에게 스킬 ‘광전사(S)’의 획득 가능성이 강하게 발생했습니다.]
[주인공 이연준의 스킬 ‘파워 스테로이드(B)’가 위기에 반응합니다.]
[주인공 이연준의 스킬 ‘관심력’의 등급이 ‘A+’로 상승합니다.]
역시, 예상대로 위기가 찾아오자 곧바로 반응이 온다. 하지만 여기서 위기의 정점을 찍을 필요는 없는 노릇. 나는 미리 시켰던 대로 첼레스테를 불렀다. 그러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서둘러 이연준에게 다가갔다.
“제 드론을 같이 쓰도록 해요.”
“······정말 그래도 됩니까?”
“네.”
번역기를 통해 나오는 뻣뻣한 한국어를 듣고서 이연준의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반응은 곧장 돌아왔다.
[주인공 이연준의 레벨 변동 확인: 77(+13)]
[주인공 이연준의 상태가 지나치게 과한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오, 역시 되는구나. 사실 첼레스테를 보내본 건 살짝 실험성 도박이었다. 다른 안정장치가 있긴 했지만.
주인공에게 중요한 사이다 중 하나는, 바로 ‘이성’이 아닐까 싶었고 그것을 실험해보고자 했다. 그리고, 효과는 아주 성공적이었다. 첼레스테가 만약 남자였고 이연준이 여자였어도 결과는 똑같았을 것이다. 주인공의 위기에 선뜻 나서서 호의를 보이는 이성의 존재. 그것만으로도 주인공은 힘을 얻는다.
이 또한 클리셰였으니까.
거기에 시청자까지 아예 합해지자 어마어마한 레벨의 상승률을 보였다.
[주인공 이연준의 스킬 ‘파워 스테로이드(B)’의 성장 가능성이 발생했습니다.]
더 이상의 위기는 없다.
애초에 던전이 S랭크로 변이했을 때에도 이미 던전의 심층부까지 도달한 상태였고, 이연준은 첼레스테와 드론을 공유하면서 쭉쭉 성장세를 그렸다.
지나치게.
과할 정도로.
보스룸의 앞에 도착하고서, 나는 헌터들을 모아놓고서 보스에 대해 설명했다.
간략하게 말이다. 대강의 패턴이나 주의사항 등을 설명하긴 했지만, 자세히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보스전은 주인공의 독주가 될 예정이었으니까.
보스룸은 나무의 꼭대기에 있는 공간이었는데, 중앙에 거대한 꽃 하나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름은 ‘선텐즈 플라워’. 이름 그대로, 나무의 꼭대기에서 햇볕으로 태닝을 즐기는 꽃이었다. 본래였다면 C랭크의 보스로서 적당한 나뭇가지 같은 놈 하나가 있었겠지만, S랭크로 변한 던전답게 무려 ‘네임드’급이 자리하고 있다.
“보스전을 하기에 앞서, 각자 몸 상태를 체크하도록 해.”
그렇게 말한 뒤 나는 이연준을 부른 뒤 주머니에서 붉은색의 주사기를 꺼냈다.
이것은 단순한 약이 아닌, 무려 포션이었다.
현대의 포션은 마시거나 뿌리는 것보다는 가장 간편하고 빠르게 재생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주사’를 채용했다. 국소부위에 곧바로 주사를 놓는 것으로 효율을 최대한으로 높일 수 있기 때문.
“너 다쳤잖아. 내가 치료해줄게.”
“아···. 감사합니다.”
포션은 더럽게 비싸다. 그래서 나도 어지간해선 다른 사람한테 절대 안 놔준다.
당연히.
이연준에게도 놔줄 생각 따위는 애초부터 없었다.
감동한 눈으로 다가오는 놈의 팔을 걷어내자, 보인다. 푸른색으로 울긋불긋 튀어나온 핏줄이.
예상대로다.
이제 마지막 계획의 차례였다.
“······이연준!”
과하게 소리를 치자, 삽시간에 고요해진 헌터들이 내게 이목을 집중하였다.
“너, 이 팔 뭐야!”
“네, 네? 이게 대체······.”
천천히 물러나며, 아까운 포션 주사기를 잽싸게 포켓에 집어넣은 뒤 권총을 꺼내 놈에게 겨누었다. 사실 B랭크의 초능력자에게 에테르 권총 따위, 제대로 먹히지도 않는다. 다만 이 상황에서는 ‘제스처’가 중요했다.
“설마, 너······. ‘에테르 도핑’을 한 거냐?”
“아, 아니에요! 이건 뭔가 잘못-”
철커덕!
사방에서 선임 헌터들이 굳은 표정으로 이연준에게 무기를 겨누었다.
푸른색의 핏줄.
이를 모르는 헌터는 이곳에 없다. 하물며, 시청자마저도.
저것은 바로 에테르를 포함한 약물을 억지로 주사하여, 능력치를 끌어올리는 ‘도핑’을 했을 때에 나타나는 현상이었으니까. 그리고, 아주 높은 확률로 에테르 도핑을 한 헌터는 폭주하게 된다.
이연준은 주인공이다. 원래대로였다면, 그에게 이런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연준이 나도 모르는 어떠한 약물을 통해 힘을 얻었으며, 그것이 에테르 도핑과 관련된 것이라는 사실을. 하지만 일반인들은 저 약물을 버틸 수 없었고, 오로지 이연준만이 버틸 수 있던 이유가 ‘파워 스테로이드’라는 사기적인 스킬 덕분이라는 것도 알았다.
파워 스테로이드. 언뜻 보면 뭔가를 도핑해서 생겨난 스킬 같지만, 실상은 ‘도핑 소화율’을 높여주는 스킬이었다. 즉, 일반인이었다면 곧바로 폭주하거나 미쳐버렸을 약물조차 이 스킬을 통해서 이연준은 완벽하게 소화한 것.
다만 아직까지는 랭크가 C에서 머물고 있어 제힘을 발휘하기 힘들었는데, 내가 억지로 이연준을 성장시켜서 ‘파워 스테로이드’ 스킬이 버틸 수 없을 정도로 그의 체내에 잠들어있던 에테르 약물을 끄집어내었고 이렇게 피부에 표시가 날 정도가 된 것이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헌터들에게서? 아니다.
바로 시청자들에게서였다.
[주인공 이연준의 레벨 변동 확인: 77(+15)]
[주인공 이연준의 레벨 변동 확인: 77(+16)]
[주인공 이연준의 레벨 변동 확인: 77(+17)]
에테르 도핑은 예삿일이 아니다. 국제법으로 금지된 만큼, 유망주 생도라 불리며 모두에게 압도적인 인지도를 얻었던 이연준이 알고보니 도핑을 했다?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기에는 충분했다.
나는 방송을 볼 수 없어서 모르겠지만, 채팅창은 읽을 수 없을 정도의 수준으로 갱신되고 있을 것이며 지금도 수많은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며 많은 시청자들이 몰려들고 있을 것이다.
이것으로 ‘주인공을 죽일 이유’가 완성되었다. 이제 더 이상 그 누구도 내가 이연준을 죽이는 데에 반기를 들지 않을 것이다.
“유···, 서담 헌터. 지시를 내려주십시오.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장현석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나 나는 잠자코 기다렸다.
사회적 죽음. 그것은 이연준에게 너무나도 과도한 ‘위기’가 되었고.
결국에는 발생할지 말지 고민만 하던 그 스킬이 터지고야 말았다.
[주인공 이연준에게 스킬 ‘광폭화(S+)’가 부여됩니다.]
[주인공 이연준의 레벨 변동 확인: 77(+33)]
“오···.”
예상했던 ‘광전사(S)’가 아니라 ‘광폭화(S+)’라니. 내 생각보다 조금 더 강력한 스킬을 획득해버렸지만, 문제는 없다.
“부럽구만.”
“유서담 헌터님! 어떻게 해야 합니까!”
“유서담 헌터!”
사방에서 나를 부르짖는다. 이 새끼들, 처음에 없는 사람 취급할 땐 언제고 갑자기 찾는 거야?
“문제없어.”
S랭크의 스킬에 ‘광’이 들어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정말 극소수의 선택받은 자들만이 가질 수 있는 스킬이었기 때문이다.
스킬을 사용하게 되면 이성을 잃고 날뛰게 되지만, 압도적으로 강력한 힘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누군가는 동료를 해칠까봐 두려워 사용하지 못한다지만,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말이었다. 어쨌든 힘이라는 건 없을 때 그 부족함을 절실히 느낄 테니까.
우워어어어!!
뚜득! 뚜두둑!
이연준이 고함을 내지르자, 입고있던 3급짜리 슈트가 박살나며 놈의 덩치가 우락부락하게 커졌다.
[주인공 이연준이 ‘폭주’ 상태에 돌입합니다.]
그 결과물을 보고서 나는 표정을 찌푸렸다. 원래는 푸르딩딩한 피부가 나와야 정상인데, 막상 폭주하고 나니까 붉은색의 피부를 가진 것이다.
저건 마치, 일전에 건대역에서 죽였던 B랭크의 폭주 능력자와 비슷한 꼴이 아니던가?
“기다려.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권총을 이연준에게 겨눈 뒤, 발사한다.
탕, 짧게 울려 퍼지는 총성과 함께.
이연준이 내게 달려들었고.
그때, 이미 나는 이곳의 보스 몬스터 ‘선텐즈 플라워’에게 뛰고 있었다.
쿵!
선텐즈 플라워가 나를 인지하고서 거대한 녹색의 줄기를 내려 찍었고.
마침, 내게 달려들고 있던 이연준이 그것에 직격당했다.
이이제이(以夷制夷)라는 단어는 이제 흔한 말이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주인공을 과도할 정도로 성장시킨 이유. 그건 사회적 죽음을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조연들이 모두 안전하게 살아서 나가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적이 두 명이라면.
그 둘이 싸우게 만들면 되지 않겠는가?
시청자의 숫자가 점점 더 올라갔다. 신체 출력 A랭크에 초능력 S+랭크, 거기에 더해 ‘폭주’에다가 관심력의 폭발적인 성장세까지. 이연준의 상태는 어지간한 랭커급에 도달했으나, 아마 원래대로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평생을 불구로 살아야만 할 것이다.
싸움은 처절했다. 여태까지 배운 건 전부 어디로 갔는지, 서로를 물어뜯고 상처입히고 할퀴는 단순무식하고 잔혹한 짐승들의 혈투. 나를 포함하여 선임 헌터들은 그 가운데에서 밸런스를 조율하는 역할을 했다.
선텐즈 플라워를 공격하다가도, 이연준을 공격하면서 서로를 더욱 지치게 만드는 것이다. 멀리서 저격만을 감행했기에 선텐즈 플라워는 우리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고, 마찬가지로 이연준 또한 선텐즈 플라워에게 대응하느라 우리를 돌아볼 틈이 없었다.
마침내 썬텐즈 플라워가 쓰러지고.
이연준이 분노에 포효하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직 소리지를 힘은 있나보네? 카메라 치워.”
[주인공 이연준의 스킬 ‘관심력(A)’이 해제됩니다.]
이윽고, 있는 힘 없는 힘 전부 빠져버린 이연준을 향해 안전하게 대기하고 있던 선임 헌터들의 초능력이 일제히 강타하였다.
나는 그저, 그들의 화력에 숟가락을 얹기만 하면 되었다.
[77레벨의 주인공을 사냥하였습니다.]
[레벨이 5단계 상승합니다.]
[수명이 770일 지급됩니다.]
[당신의 수명: 1423일 09시간 36분]
[긴급 의뢰의 완료에 성공하였습니다!]
[해당 주인공의 재능과 스킬을 랜덤으로 두 개 흡수할 수 있습니다.]
[흡수하시겠습니까?]
< 아 카메라 치우라고(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