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망생들의 데뷔전(2) >
모든 몬스터가 그렇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몬스터는 피부 위에 에테르 코팅을 하고있다. 그것은 ‘강체’를 각성한 초능력자 역시 마찬가지.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단순하게 강력한 힘을 낼 수 있는 능력. 강체.
에테르를 체내에 흡수하여 그것을 인간이 활용할 수 있는 기(氣)로 변환하여 자신의 힘으로 만드는 그들 역시도 피부 위에 얇은 에테르 코팅을 두르고 있다.
애초에 초능력이란 것 자체가 몬스터의 힘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많을 정도로 인간의 초능력은 그들을 닮아있었다.
즉 눈앞의 저놈은 사람이지만, 몬스터라고 생각해야만 한다.
폭주 능력자.
아주 극악의 확률로 초능력자에게 간혹 발생하는 현상이었는데, 초능력자들이 본인의 능력을 제어하지 못하고 최소 2단계에서 3단계는 더 강력한 능력을 흩뿌리는 상태를 일컫는다. 폭주 상태에 접어들게 되면 이성을 완전히 잃게 되어 완전히 무력화하는 수밖에 없는데 막대한 힘을 가진 그들을 얌전히 제압하기란 불가능.
사실상, 사살해야만 했다.
철컥!
김지태에게서 뺏어온 수류탄 다섯 개가 손바닥 위를 굴러다녔다. 원체 초능력자들은 자신의 능력을 맹신하는 경우가 많아서, 많은 장비를 챙기지 않는다.
도르륵!
에테르 파편탄 하나를 데굴, 천천히 굴려서 권총을 발사.
콰아앙!!
“크으으···!”
발목 바로 아래에서 터뜨린 수류탄이 놈의 하반신을 두르고 있던 에테르 코팅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잽싸게 달려들어, 에테르 블레이드를 휘두른다.
부웅!!
“······흡!”
하지만 경직을 그새 회복한 폭주 능력자가 공기를 찢어발기며 주먹을 휘둘렀다. 체감상 마치 코앞에서 대포가 발사되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속도와 굉음! 그러나 예측하고 있던 공격이기에 슬라이딩으로 가뿐히 피해낸 뒤, 발뒤꿈치를 에테르 블레이드로 깊게 그었다.
“크워어어!!”
단 한 번의 기회라도 놓쳐서는 안 된다. 무능력자, F랭크 퓨어 헌터에게는 실수가 허용되지 않았으니까.
놈의 사타구니 사이로 들어가자마자 잽싸게 옆으로 데굴, 구르자 폭주 능력자의 굵직한 다리가 바닥을 내려찍었다.
쩌어···!
바닥이 거미줄 모양으로 갈라지며, 직격 5m 이상의 크레이터가 생겨났다. 하지만 나는 그 충격파의 반동마저 이용해 멀찍이 떨어진 뒤 권총을 놈의 얼굴에 겨누었다.
그러자, 놈은 막을 필요가 없음에도 본능적으로 팔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그것이 바로 괴수와 폭주 능력자의 차이.
인간으로서의 본능을 버리지 못한 것이다.
‘지금!’
탕탕탕!
세 발을 연달아 얌전히 멈춰있는 팔뚝에 먹인 뒤 잽싸게 접근하자, 이번에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그 팔을 그대로 휘둘러 바닥을 내려찍었다.
그러나.
부웅······.
“······!”
그 움직임이 내게는 너무나도 선명하게 보였다.
여태까지 이런 적이 있던가.
나는 언제나 적의 공격을 예측하고 피해내야만 했고, 덕분에 항상 조심스럽고 소극적인 공격밖에는 하지 못했다.
여타의 동료, 후배 헌터들이라면 변변찮은 장비 하나 없이도 손가락 몇 번 까딱하여 잡을 몬스터를 나는 온몸을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려야만 했다.
그런데, 이제는 내게도 선명하게 보였다.
‘이게···. 다른 헌터들이 느꼈던 기분인가?’
힘의 부족함에서 오는 조심스러움이 아닌, 힘의 충분함에서부터 기인한 자신감!
쿵, 쿵쿵!!
어지간한 권투 선수의 잽 따위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폭주 능력자의 펀치는 나를 전혀 쫓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거의 대부분의 공격이 흘러 넘겨지고 있었다.
이전이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10의 힘을 1의 힘으로 비껴낸다는 미친 짓을 시도하는 것은.
하지만, 나는 그것을 모조리 성공시키고 있었다.
에테르 블레이드의 옆면을 타고서 주먹이 비껴간다.
혹은 그도 아니면 주먹은 그저 내 옷자락만을 스치고서 애꿎은 허공을 찌른다.
만약 아예 막는 게 불가능하다 싶으면, 권총으로 그 공격을 쏴서 궤도를 비틀어버린다.
에테르 권총을 비록 방어 코팅을 지우는 물티슈처럼 표현했지만, 이 또한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담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나는 그것을 마치 방패처럼 사용하고 있었다. 정확한 타이밍에, 정확한 부위를 쏘면 그 충격으로 놈의 움직임은 반드시 흔들린다.
그리고. 그것은 곧 내게 기회가 되었다.
“크으으!!”
목을 크게 베어내자, 폭주 능력자가 당황하여 뒤로 크게 물러났다. 그러나 그런 백스텝마저도 나는 이미 뒤쫓고 있었고, 놈이 착지했을 때쯤엔 폭탄 하나가 바닥에 이미 굴러다니고 있었다.
콰쾅!!
폭주 능력자의 중심이 흔들리자, 내 손끝에서 빛나는 에테르 블레이드가 쇄도하였다.
이제껏 강체 능력자들이 어떤 움직임을 보여왔던가.
어떤 검술을 휘둘렀던가.
그들은 그저 단단하고 빠르고 강력한 힘을 이용해 작대기를 무식하게 휘두를 뿐이 아니었던가?
그 모든 검술은, 정말 비효율적이고 쓸데없는 동작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내 머릿속에는 이계에서 보았던 모든 검술이 펼쳐졌다. 고작 30년밖에 되지 않은 현대의 하찮은 이능력자들의 검술이 아닌, 천 년이라는 세월이 넘도록 연구하고 또 발전해온 ‘주인공’의 검술.
[스킬 ‘백색검법(S)’이 발동됩니다.]
[제1초식 - 자아성찰]
마치 꽃이 휘날리듯. 물보라가 치듯, 불기둥이 솟아오르는 듯한 그 신묘한 검술이 지금 내 손끝에서 펼쳐졌다.
나는 내 몸의 한계를 안다. 검술 A의 재능은 그것을 아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해주었고, 백색검법은 더욱 빠른 길로 나를 나아갈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춤을 추는 듯 유연하게 움직이다가도, 폭포처럼 거칠게 떨어졌고, 태풍처럼 거세게 몰아치기도 하였다.
“크으으!”
폭주 능력자가 또다시 거리를 벌리자, 수류탄을 집어 던졌다. 거리가 멀어지면 나도 감당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크!”
퉁!
놈에게도 지능은 있었기에 폭탄이 위험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고, 그것을 피하기 위해 날랜 몸놀림을 펼쳐보았지만 그래봐야 내 손바닥 안이다. 이건 내가 검술의 재능을 갖기 이전에도 충분히 해오던 테크닉.
마치 농구공처럼 허공에 튕겨진 수류탄은 유도 기능이라도 달린 듯 폭주 능력자를 향해 날아갔고, 그대로 폭발하여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내가 달려들 것이란 사실을 알고있는 폭주 능력자는 불안정한 자세에서도 재빨리 뒤로 한 번 더 물러났다.
그렇다면, 내가 할 선택지는 또다시 하나 뿐.
마지막 수류탄을 꺼내들어, 핀을 뽑고.
던져야 하는데.
틱!
손에서 미끄러진 수류탄이 서서히,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
제아무리 이성을 잃었다고는 해도, 모든 몬스터와 짐승에게 있는 학습 능력이 폭주 능력자에게 없을 리가 없다. 놈은 내 실수를 눈치채고서, 재빠르게 나를 향해 돌진하였다. 자신이라면 저 폭발을 견디면서 동시에 나를 짓뭉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 또한 의도한 것이다.
어정쩡한 자세를 순식간에 회복한 나는 마치 제기를 차올리듯 폭탄을 위로 툭, 올렸고.
양팔을 크게 펼친 채 달려드는 놈의 주둥이를 향해, 에테르 블레이드의 옆면을 이용하여 수류탄을 박아넣고서.
권총을 꺼내, 놈의 턱에 탕! 어퍼컷을 발사한다.
“큽!”
입이 다물어지고, 놈의 품에 파고들어 에테르 블레이드를 턱에 꽂아 넣는 것으로 마무리.
이윽고.
······투투퉁!!
폭주 능력자의 신체 내에서 꽉 막힌 폭발음이 울리더니, 놈이 서서히 바닥으로 쓰러졌다.
쿵···!
“후우······.”
식은땀을 훔치고서, 나는 쓰러진 폭주 능력자를 바라보다가 문득 웃음을 터뜨렸다.
*
쿵···!
폭주 능력자가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보며 김지태는 입술을 덜덜 떨었다.
“마, 맙소사······.”
그의 두 눈에는 꼿꼿하게 서 있는 유서담의 뒷모습이 들어왔다.
믿을 수 없었다.
기본적으로 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능력자는 동급의 몬스터를 1대1로 ‘간신히’ 상대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다. 승리를 점치는 것은 거의 불가능. 에테르 슈트와 장비를 풀로 착용한 채 최소 셋 이상의 인원이 달려들어야 동급의 몬스터를 제압하는 게 가능했다.
즉, 김지태는 본인 혼자서 아무리 값비싼 장비를 착용한다 해도 혼자서 C랭크의 몬스터를 제압할 수는 없다는 의미. 이게 일방적으로 통하는 헌터계의 상식이었다.
그러나, 아주 간혹.
그 상식을 벗어나는 존재들이 존재했다.
바로 태평양 중심부에 위치한, 이공간으로 통하는 미지의 장소 ‘헬 게이트’ 내에서도 생환하여 돌아온 헌터들이었다. 상식과 개념이 전혀 통하지 않는 그곳을 전전하던 베테랑들은 자신과 동급의 랭크를 상대하는 건 물론이요, 한 단계 더 높은 몬스터마저도 혼자서 잡아내는 기염을 토하고는 했다.
하지만.
그래도 저건 너무하지 않는가.
신체능력 B랭크. 순수 출력 A랭크로 추정되는 저 무지막지한 폭주 능력자를, 고작 싸구려 권총과 에테르 블레이드 하나만을 들고있는 F랭크의 헌터가 상대했다고?
김지태 자신 또한 저놈에게 단 몇 초 만에 힘싸움에서 밀려난 경험을 해서, 알고있다.
단 한 대라도 맞으면 죽는다.
그런데 유서담은 간단한 보호구조차 착용하지 않은 채 놈에게 덤벼들었고, 결국은 싸워서 이겨낸 것이다.
“긴급지원부대 출동했습니다!”
-지직! 7조. 보고하라. 상황은 어떤가?
“그게······.”
문득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김지태는 고개를 돌렸다.
A랭크의 헌터 세 명이 회갈색으로 빛나는 슈트를 입은 채,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게 보였다.
대괴수 수도방위본부 소속 A랭크 헌터솔져. 서울시 재난 긴급지원부대 제 7조.
헬기까지 탑승하고서 이곳으로 막 지원을 나온 그들은 이미 상황이 끝나있는 것을 보며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A랭크의 헌터이자 지원부대 제 7조의 리더 ‘양선영’이 묻자, 어느 사이엔가 다가온 유서담이 김지태를 대신하여 대답했다.
“지나가던 헌터입니다. 갑자기 저게 지랄해서, 방금 막 눕힌 참이죠.”
유서담의 말에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최소 B급에서 A급의 몬스터가 건대입구역 한복판에서 난리를 치고 있는데, 대응팀은 고작해야 D급 다섯에 C급 한 명. 전멸은 물론이요 주변 피해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 생각해서 급히 달려왔는데, 다행스럽게도 지나가던 베테랑 헌터가 처리한 모양이었다.
“아···. 프로 헌터분께서 마침 계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상부에 헌터님의 공적을 보고해야 할 텐데, 혹시 신분증을 보여주실 수 있으십니까?”
“당연하죠.”
서담 역시 공짜로 넘어갈 생각은 없었기에 신분증을 꺼내서 보여주었다.
그러자, A랭크 헌터 셋이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F랭···크···. 맞으십니까?”
“예.”
“···저 괴물을 단독으로 처리하신 것도, 맞으십니까?”
그럴 리가 없다. 마지막에 서 있던 건 혼자였지만, 틀림없이 동료가 있어야만 한다.
그도 그럴 게, 양선영의 눈에 보이는 유서담은 검은색의 후드티에 반바지를 대충 걸친 채 권총과 에테르 블레이드 한 자루를 들고있는 게 고작이지 않는가? 아무리 A랭크의 초능력을 가진 자신이라도 B에서 A급의 출력을 가진 몬스터를 저따위의 장비로는 상대할 수 없다.
그러나.
“예. 이 쓸모없는 놈은 여기에 나자빠져 있었고, 저 혼자 상대했습니다. 돈 줄 거면 저한테 다 주십쇼.”
“허······.”
그는 그 사실을 인정했다.
그녀는 다시 한번 유서담의 신분증을 바라보았다.
‘F랭크···15호봉?!’
맙소사. 보통의 F랭크가 아니었다.
혹독한 전장에서 무려 15년이나 공적을 세우며 살아남은 베테랑 헌터는 흔치 않다. 제아무리 초능력을 가진 초인이라도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전장에서 싸우다 보면 반드시 크게 다치거나 불구가 되거나, 그도 아니면 정신이 피폐해져서 은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니까.
하지만, F랭크 헌터가 15년 차라니.
‘아무리 무능력자라도, 15년이나 전장에서 구르면 이런 것도 할 수 있는 건가···?’
그럴 리가 있겠는가.
그녀는 되도않는 착각을 하면서 유서담의 신원을 기록했다. 나중에 공적을 치하할 때, 따로 연락을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에테르 크리스털은 그럼 100%의 비율로 유서담 헌터에게 분배해도 되겠습니까? 김지태 헌터.”
“아, 그게···.”
김지태가 당황하자, 유서담이 말을 끊었다.
“저거, 에테르 크리스털 안 나올 겁니다.”
“그게 무슨······.”
몬스터를 사냥하고, 그 심장부에서 추출해내는 에테르 크리스털이 사실상 헌터의 수익구조의 50%를 차지하고 있다고 과언이 아니다. 모든 몬스터는 반드시 에테르 크리스털을 품고 있었으니, 서담의 말을 선영이 선뜻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했다.
“몬스터가 아니라, 저거 ‘폭주 능력자’입니다.”
“네에?! 말도 안 돼······.”
초능력이 보편화된 사회. 이제는 어린 아이들도 누구든 재능이 있고, 본인이 바란다면 초능력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초능력의 교육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폭주 능력자의 비중은 자연스레 떨어졌는데 그래서 최근에는 폭주 능력자라는 단어 자체를 처음 접해보는 헌터도 있는 편이었다.
“정 못 믿겠으면···. 야. 김지태.”
“옙!”
“지하철 내려가서, 네 따까리 다섯 명 전부 데려와보던가.”
“그, 그게······.”
김지태가 말을 잇지 못하고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하자 선영 역시도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다섯 명의 부하 중에서, 단 한 명이라도 없다면.
그리고 저 폭주 능력자의 시체에서 유전자 기록이 검출된다면.
서담의 말이 사실이라는 뜻이 되니까.
‘근데, 왜 폭주 능력자라는 사실을 숨기려고 하지?’
분명 폭주 능력자가 길드에서 나온 건 창피한 일이 맞으나, 김지태가 저렇게까지 당황하는 이유를 서담과 선영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게 그를 계속 추궁하려는데, 백의를 입은 연구원과 정장의 사내들이 다가와 앞을 가로막았다.
“해당 사체는 저희 측에서 감식을 한 뒤 헌터님들께 전파를 해드릴 터이니, 염려치 마시고 이만 휴식을 취하시기 바랍니다.”
“아, 예. 뭐.”
서담은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인 뒤 그들의 어깨에 박혀있는 문양을 확인하였다. 그러고선 표정을 찌푸렸다.
‘동각제약회사?’
익숙한 이름이다. 아주 오래 전부터 꽤 악연이 있던 곳이었으니까.
분명히 사라졌던 회사로 기억하는데, 갑작스레 이렇게 조우하게 될 줄은 몰랐다.
서담은 그들이 서둘러 폭주 능력자의 사체를 뒤처리하러 달려가는 것을 보며 김지태에게 물었다.
“야. 저놈들이 로스트 데이의 후속처리를 담당하는 거냐?”
김지태에게 묻자 놈이 땀이 뻘뻘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넵. 헌터들의 건강 관리에 더불어 사냥 이후 몬스터의 사체 또한 저분들이 처리합니다.”
그 사이 군기라도 바짝 들었는지 김지태는 묻지 않은 것도 답해준다.
“묘한데. 내가 퇴사하자마자 저놈들이랑 손을 잡았다는 건가.”
서담은 동각제약회사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런데, 서담이 길드에서 쫓겨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동각제약회사를 로스트 데이가 흡수해버렸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뭔가 구린내가 났다. 그러나 지금 당장 알아낼 수 있는 건 없었으므로 그는 고민을 털어냈다. 설마 F랭크의 헌터밖에 안 되는 자신을 신경 쓰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기에.
서담은 여전히 자신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양선영에게 물었다.
“근데. 저 이제 가봐도 됩니까?”
“네, 네? 물론입니다. 신원확인이 되었으니 보수 정산은 절차대로 진행될 겁니다.”
“예. 수고하십쇼.”
“고생 많으셨습니다!”
척!
서담이 고개를 끄덕이자 양선영은 순수한 존경을 담은 경례를 올렸다.
그에 김지태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이 그토록 무시하던 F랭크의 헌터가, 사실은 자신이 바라볼 수조차 없는 A랭크의 헌터들에게도 저런 경례를 받을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늦게 알아버렸기 때문이었다.
껄끄러운 표정을 짓던 서담은 이내 우물쭈물해 하는 김지태에게 다가가, 그의 등짝을 세게 후려쳤다
쩌억!!
“컥!”
“앞으로는 저런 거 나왔다고 질질짜지 말고 뭐라도 좀 열심히 해보라고. 알겠냐?”
“네, 넵.”
“그럼 난 가본다.”
묘하게 이전과 행동이 달라진 김지태를 그 자리에 두고서 유서담은 홀연히 사라졌다.
···방금 사고가 터졌던 지하철으로.
“시발. 지하철 다 박살났네.”
결국 다시 지상으로 올라와 기어이 택시를 잡고서 사라지는 그를 보며 김지태는 황당하다는 듯 물었다.
“원래 F랭크가 B랭크의 몬스터를 혼자서 사냥하는 게 흔한 일입니까···?”
그에 양선영이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요······. 물론, 값비싼 장비만 갖춰진다면 아예 없는 일은 아니겠지만······.”
그러나 그는 장비 하나 없이, 맨몸이었다.
“저 정도면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외국에서도 충분히 이슈가 될 겁니다.”
그리고 양선영의 예상대로 이튿날, 하나의 영상이 SNS를 강타하게 된다.
< 지망생들의 데뷔전(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