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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주인공은 살인이다-7화 (7/251)

< 지망생들의 데뷔전(1) >

[목표를 달성하여 원래의 세계로 귀환합니다.]

[수명이 400일 지급됩니다.]

[당신의 수명: 681일 9시간 34분]

털썩, 원룸의 차가운 바닥에 드러누으며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더럽게 피곤하다.

이전처럼 장비가 완전히 박살 난 건 없었지만 비싼 탄환과 자성화 폭탄, E4 등을 소모해버렸다. 이거 다 돈으로 메꾸려면 또 엄청 뛰어다녀야 할 텐데.

‘씁, 퇴직금으로 고작 1억 받은 게 생각할수록 더 열 받네.’

뻐근한 몸을 이끌어 억지로 일어나 허공을 향해 말했다.

“내 능력치 좀 불러와봐.”

<유서담>

[도합 레벨: 22]

*능력치

[근력 21] [체력 20] [민첩 22]

[기력 1] [마력 5]

*재능

[검술 A+] [사냥 D+] [사격 C]

[요리 D-] [직감 A]

[기타···]

*스킬

[주인공 사냥꾼 Lv. 1]

[백색검법(S)]

상승 된 능력치를 보자 피로가 절로 가신다. 게다가, 무려 S랭크의 스킬까지 얻었다!

성검 바라젯타는 검이라서 그런지 능력치와 재능이 전무 했었고, 덕분에 빼앗을 수 있는 건 스킬밖에 없었는데 그중 [동기화-검(A)]라는 아주 개쓰레기 스킬이 하나 있었다. 말 그대로, 종족이 검으로 변한다. 다시 인간으로 돌아오는 건 불가능. 부가 스킬 [조건 빙의(SS)]가 있다면 모를까, 나는 검이 되면 그대로 꼼짝없이 검으로 살아야되는 것이다.

그걸 뽑으면 어쩌나 했는데, 정말 다행스럽게도 나는 성검에게도 몇 없는 최상위 스킬 [백색검법(S)]을 뽑는 데에 성공했다. 그것은 지금 당장 내게 가장 필요한 스킬이기도 했다.

검술.

아무리 A랭크의 재능을 가진 나라도 스스로 길을 개척하는 것보다는 잘 닦인 길을 나아가는 게 편하다. 그리고 검술이라는 건 A랭크라는 스포츠 카에게 확실하게 포장된 도로를 제공하는 것과 마찬가지.

[백색검법(S)]

[백색검법(白色劍法)은 이 세상의 모든 검을 담을 수 있는 검경(劍經)이다.]

[그래서 백색검법은 도화지이며, 이 당신은 물감이다.]

[백색검법에는 본디 형(形)이 존재하지 않으나, 당신이 곧 형(形이) 된다.]

[형(形)이 없되, 수만 가지의 형(形)을 가진 검술.]

[그것이 백색검법이다.]

“······.”

뭐라는 거야.

그래서 나는 그것을 30번이나 반복해서 읽었고,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아. 내 좆대로 휘두르면 된다고?”

<······.>

백색검법에는 명확히 정해진 형태가 없다. 그저, 내 몸에 알맞게 휘두를 수 있도록 그때그때 형태가 변환된다.

이것은 성검 바라젯타가 자신을 쥐는 자가 그 누가 되더라도 최고의 검사가 될 수 있도록 만든 스킬. 수백 년 동안 내려온 비전도 없다. 한 번에 적을 박살내는 비기도 없다. 그저 내가 나로서 가장 알맞는 형태로 검을 휘두를 수 있는, 그런 검법.

그것이 백색검법이었다.

눈을 감고 집중하자,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졌다.

내가 검을 쥐고 휘두르는 모습이. 상상 속의 나는 검신 1m 20cm정도에 폭 2.5cm정도, 그리고 무게 1.4kg의 에테르 블레이드를 휘두르고 있었다. 지금 내가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짧고, 훨씬 가볍다. 나는 그것을 마치 날아다닐 듯이 휘둘렀고, 또한 실제로 몸이 허공에 떴다.

쓰흡!

자리에서 일어나 에테르 블레이드를 들고서 숨을 크게 들이키자, 폐가 ‘마력’을 빨아 마신다.

‘이게···. 마력 호흡법?’

여태까지는 마력을 억지로 긁어모으기만 했다. 허나, 백색검법을 습득하자마자 마력이 어떤 원리로 체내에 쌓이는지 금방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손이 덜덜 떨린다.

검술 A+의 재능을 얻고서, 나는 세상의 모든 검을 전부 다 다룰 줄 안다고 생각했다.

허나 그건 착각이었다.

천재적인 재능은 그저 야생의 본능에 가까웠다.

호랑이가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적을 물어뜯을 수 있는지, 찢어버릴 수 있는지 아는 것처럼. 그저 본능에 기인한 움직임.

이제, 거기에 명확한 길이 제시된 것이다.

“······.”

당장이라도 이 검술을 시험해보고 싶었다.

시계를 보니 오후 1시.

내가 이것을 단련할 수 있는 곳이라면, 금강 체육관밖에 없었다.

문득 도장에서 훈련하고 있을 금색의 샌드백을 떠올린 나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금 큰 전투를 치르고 와서 온몸이 뻐근했지만, 도저히 쉬고 싶은 마음이 들질 않았다.

*

언제나 외출을 할 때는 반드시 에테르 디스펜서를 챙기는 편이었으나,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장비가 망가지는 바람에 그럴 수도 없었다. 고자본의 헌터들은 버튼 한 번에 착용까지 되는 슈트를 착용한다지만 나는 그럴 돈이 없어서 구식의 에테르 코트를 사용하였다.

탈착이 간편하고 방어력은 물론이요 위생이나 온도 조절 면에서 모든 게 우수한 슈트에 비해, 코트는 거치적거리고 방어력이 걸레짝이며 장비의 수납이 굉장히 불편하며 여름에 사용하면 지옥의 더위를 겪을 수 있다는 어마어마한 단점이 존재했다.

‘마음 같아서는 나도 슈트 한 벌 장만하고 싶었지······.’

어쩔 수 없이 코트를 집에 두고 휴대에 용이한 에테르 권총 하나와 커터칼처럼 내부에 칼날의 수납이 가능한 에테르 블레이드만을 챙긴 채 츄리닝을 입고서 지하철로 향했다. 자가용이랍시고 오토바이를 구해놓기는 했으나, 정말 급할 때가 아니면 탑승하지는 않았다.

건대입구역에 거의 도착했을 때쯤, 주변이 온통 요란스러워졌다. 휴대폰에서 진동이 요란스럽게도 울린다.

[건대입구 역 반경 30m 근처에 D급 게이트가 발생하였으니, 시민 여러분은 대피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시대가 변하고, 이제는 괴수가 나와도 사람들은 더 이상 겁먹지 않았다. 기상예보보다 더 정확한 괴수예보를 통해 사람들은 미리 대피하는 데에 능숙했고, 심지어 저급의 ‘이상현상’이 발생하면 좋은 구경거리가 생겼다고 구경꾼들이 몰려들고는 했다. 사실상 대피하라는 말을 제대로 듣는 사람은 없었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도 헌팅 실패율이 가장 낮은 12개의 국가 중 하나였으니까.

“젠장. 약속 시간까지 얼마 안 남았는데······.”

“재수 옴 붙었군.”

투덜대는 사람도 있었고.

“오오. 헌터 볼 수 있는 거야?”

“사진 찍어야지!”

신기해하는 사람도 있었다.

근처로 다가가자 지하철 플랫폼 자체가 폐쇄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지하철 역내에 게이트가 발생한 모양. 원래 같았으면 나도 나서도 상관은 없으나, 이미 임자가 있는 듯하니 그만두었다. 굳이 저게 아니더라도 게이트와 던전은 널리고 널렸다.

어차피 몬스터가 나와도 헌터들이 순식간에 처리한다. 경찰과 공무원들이 나서서 시민들을 서서히 뒤로 물리고 제한 구역이랍시고 선을 그어놓자, 나도 그 앞에 가서 천천히 기다리기로 했다.

그런데 어째 이상하다.

지침대로라면 지하에 게이트가 발생할 경우, ‘게이트 전이 장치’를 이용하여 지상으로 게이트를 끄집어내야만 할 텐데 도통 그럴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벌써 시간도 얼마 안 남았는데 말이다.

결국 나는 현장 책임자로 보이는 사내에게 슬쩍 다가가 말했다.

“게이트를 지상으로 노출시키지 않는 겁니까?”

“예? 하하. 어디서 그런 걸 주워 들으신 모양인데, D랭크의 게이트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왜요?”

“지하의 게이트를 지상으로 전이시키는 이유는 ‘중형종’의 출현을 우려해서 그런 건데, D랭크에는 그런 몬스터가 없거든요.”

“······뭔 소립니까? 없긴 왜 없어요?”

내가 자꾸 따지기 시작하자 책임자도 슬슬 짜증이 났는지 한숨을 내쉬었다.

“뭣도 모르는 일반인은 빠져 계시죠.”

그에 나는 지갑에서 신분증을 꺼냈다.

F랭크 헌터, 15호봉.

앞의 알파벳을 보고서는 뚱한 표정을 짓던 책임자가 뒤의 호봉을 보고서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15호봉이란, 곧 15년 차의 베테랑 헌터라는 뜻이니까.

“제가 돈 아끼자고 뻘짓하다 사고난거 하루이틀 보는 게 아니거든요. 그냥 상부에 말이라도 전해보세요. 만약의 사태에 괜히 책임 뒤집어쓰지 말고.”

“아, 예. 일단은······.”

그때, 갑자기 누군가 불쑥 끼어들었다.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했더니, 유서담 선배님 아니십니까?”

고개를 돌리자 ‘로스트 데이’ 길드의 완장을 달고있는 사내가 다가오고 있었다. 아는 얼굴이다. 김지태. 기억상 D랭크의 홀딩 능력자였다.

“은퇴했다고 들었는데, 선배님은 여전하시군요. 그게 조금 겁난다고 값비싼 게이트 전이 장치를 이용하자고 합니까?”

“뭔 헛소리야? 시가지 헌팅에 최우선은 시민의 안전이야. 자칫 중형이라도 나오면······.”

“선배님.”

김지태는 어깨를 으쓱 올리더니 피식 웃으며 자신의 뒤를 가리켰다.

“D랭크의 헌터 다섯 명입니다. 거기에 팀장인 저는 C랭크의 초능력자구요. 선배님은 겁이 나실지 몰라도 충분하다 못해, 차고 넘칩니다.”

뒤쪽을 바라보니 처음 보는 헌터 다섯 명이 로스트 데이 길드 마크를 달고 서 있었다.

‘저런 놈들이 있던가?’

워낙 거대한 길드였기에 얼굴이 다 기억나지는 않는다. 그런데, 어쩐지 저놈들 면상이 이상하다. 흐리멍텅한게, 맛탱이가 간 것 같기도 하고. 술 마시다 왔나?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저런 자세로 나오니 나도 더는 말을 할 가치를 못 느꼈다.

“그래, 네 좆대로 해라.”

“예. 저희 알아서 합니다.”

사실 김지태가 맞긴 했다. 나는 F랭크의 헌터로서, 아주 작은 위험 요소라도 찾아서 반드시 대비를 해야 했지만, 초인들은 다르다. 그들은 사소한 실수 따위, 허용해도 그만이다. 그것을 극복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이 충분히 되니까.

근데 내 요점은 상대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었다. D랭크의 몬스터 중에서도 중형 몬스터는 얼마든지 존재했고, 만약 그런 놈들이 나오면 지하철이 아주 개판이 나니까 지상으로 꺼내자는 소리였다. 근데 그럴 확률이 아주 극악이니 그냥 넘어가는 것이다.

위이잉!!

잠시 뒤, 게이트가 열리기 시작하자 김지태를 포함한 헌터들이 지하철로 빠르게 사라졌다. 이윽고 총성과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지상에 별문제가 없는 걸 보아하니 내가 우려했던 중형종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사냥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있다면 폭발음만이 들려야 하는데, 지하철 내부에서 웬 야수의 울부짖음이 들려오는 것이다.

“아래에서 대체 뭘 하는······.”

그때.

누군가가 무전을 전달받고서 소리쳤다.

“젠장! ‘규격 외 괴수’ 출현! 시민 여러분께서는 빠르게 대피하여 주십시오!”

“뭐, 뭐라고?”

쿵, 쿠궁···!!

사거리의 도로에 실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서서히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 지하철 내에서는 여전히 비명소리가 들려왔는데, 이번엔 사람이었다.

“갑자기 뭔데?”

솔직히 나도 당황하고 말았다. 간혹 저랭크의 던전에서 고랭크의 몬스터가 출현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 순간 ‘변이 반응’을 반드시 하기 마련이었으니까.

이런 현상은 나도 태어나서 처음 본다.

‘C랭크의 헌터에 D랭크 다섯, 거기에 추가로 투입된 군인만 열 명인데도 고전을 한다고?’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무언가가 도로를 박살내고서 지상으로 뛰쳐 올라왔다.

온통 붉은색의 피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징그러운 근육질, 터질 듯 팽팽한 핏줄과 5m는 넘어갈 것 같은 거대한 덩치까지.

틀림없는 괴물이었으나, 그것은 아주 사람과 유사한 생김새를 갖추고 있었다.

“미친···! 저게 대체 뭐야!”

“허, 헌터님! 저게 대체 뭡니까?”

현장 책임자가 당황하여 일반인인 나에게 물어왔지만, 솔직히 나도 모르겠다.

나름 수십 년이나 이 바닥에서 굴렀지만, 저렇게까지 사람을 닮은 괴물은 처음 보았다.

아니.

잠깐.

저런 비슷한 케이스를 아주 옛날에, 본 적이 있긴 했다.

하지만 그때와는 형태가 아주 많이 달랐기에 확신할 수 없었다.

“젠장. 당장 지원 요청하세요!”

일단 그렇게 소리친 뒤 에테르 블레이드를 꺼내고서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장비가 열악하다.

가진 것은 고작해야 휴대용 에테르 소형 권총과 에테르 블레이드 하나. 마땅한 보호구도 없어서, 무능력자인 나는 강체조차 존재하지 않아 단 한 대의 피격을 허용해도 죽는다.

저 괴물의 등급은 추정 상 B랭크. 장비가 충분했다면 모를까, 권총과 블레이드 하나로는 절대 저 방어력을 뚫을 수 없다.

모든 몬스터의 피부에는 에테르, 즉 기(氣)와 비슷한 형질로 이루어진 코팅 보호막이 존재했는데 에테르 블레이드는 그것을 꿰뚫고서 몬스터의 살점을 건드릴 수 있는 유일한 무기였다. 허나, 근력이 약한 퓨어 헌터는 미리 그 보호막을 깨뜨릴 필요성이 있었는데.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에테르 건.

보통의 소총은 몬스터의 보호막을 깨뜨리면서 동시에 큰 충격까지 입힐 수 있지만, 소형 권총으로는 그저 보호막을 벗겨내는 정도에 그친다. 그리고, 보호막을 벗겨낸 그 부위를 정확하게 검으로 베어내야만 강체가 없는 퓨어 헌터로서 비로소 적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총으로 쏜 자리를 다시 베어낸다?

사실상 극악의 난이도. 그래서 나도 살면서 잘 시도해본 적은 없었으나.

어쩐지.

‘할 수 있다.’

검을 쥔 손에, 자신감이 차고 넘쳤다.

“으윽! 망할···.”

지하철에서 김지태가 기어 나온다. 홀딩 능력은 여러모로 좋기는 했으나, 자신보다 강한 힘을 가진 적에게 거의 힘을 쓰지 못한다는 게 단점이었다. 나는 서둘러 김지태에게 다가가 뺨을 두드렸다. 지금은 고양이 손이라도 필요한 참이었기에.

“야. 정신 차려!”

“서, 선배님. 젠장, 어서 도망칩시다! 저건 우리가 상대할 게 못 됩니다!”

“뭔 미친 소리야? 현장에 헌터가 우리뿐인데, 우리가 튀면 어쩌라고?”

“어차피 죽습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후퇴했다가 지원을 기다리는 게······.”

“아니, 이런 또라이 새끼를 다 봤나.”

김지태, 올해로 프로 헌터 2년 차라고 했던가.

도시의 헌터들이 죄 이런 편이다. 안전한 곳에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최고의 장비를 갖춘 채 거의 확실하게 승리를 점칠 수 있는 몬스터만 사냥해오는 바람에, 긴급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이 심각하게 떨어졌다. 게다가 김지태는 그중에서도 능력만 믿고 깝치는, 아주 대단한 수준의 폐급인 모양이었다.

“야. 닥치고 딱 말해. 저 괴물 뭐야.”

“그, 그게···.”

“폭주 능력자냐?”

내 질문에 김지태가 고개를 떨궜다. 대답을 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모양이었지만, 거기까지는 내가 알바 아니었다.

‘결국은 또 사람 사냥인가.’

갑자기 왜 폭주 능력자가 나타났는지는 모른다. 초능력자가 폭주하기 위해서는 그 원인이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 하지만 그건 중요치 않다. 일단은 눈에 사냥감이 들어왔으니, 사냥을 한다. 그게 사냥꾼이 하는 일이다.

김지태 이놈은 아무래도 쓸모가 없어 보여서 나 혼자 상대할 생각으로 권총에 장전을 하는데 놈이 내 발목을 붙잡았다.

“그, 그런 장비로 뭘 어쩌려는 겁니까.”

“이거 놔 새끼야.”

대충 발을 휘둘러 놈의 면상을 한 번 후려 깐 뒤, 그렇게 말했다.

“내가 너처럼 초짜로 보이냐?”

“예, 예?”

C랭크. 충분히 대단하고, 또 대우를 받는 랭크. 이제 막 C랭크의 초능력을 가지고 사회에 나와서, 등급 믿고 뭐라도 되는 마냥 행동하는 김지태였지만 자신보다 높은 등급인 B랭크 이상의 몬스터는 닿을 수 없는 수준의 높은 존재일 것이다.

그러나 내게는 아니다.

나 놀던 데서는 저런 거, 잡몹 축에도 못 꼈으니까.

< 지망생들의 데뷔전(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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